구운몽 - 서해문집 청소년 고전문학 5

구운몽 - 서해문집 청소년 고전문학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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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만중

조선시대문신,소실가.본관은광산,자는중숙(重叔),호는서포(西浦)이다.조선숙종때한글소설『구운몽』과『사씨남정기』를남긴인물이다.강화도가후금군사에게함락될때부친김익겸은순절하고만삭의어머니윤씨가배안에서그를출산했으므로,어릴때이름을선상이라했다.665년(현종6)정시문과에장원,벼슬은대제학,대사헌등을지냈다.서인의지반위에서벼슬길에오른것으로인해당쟁에휘말려탄핵과유배를여러번받았는데,1687년에는선천으로유배되었다가1689년에남해로이배되었다.남해에서어머니부음을듣고상심해하다가상기를마친직후숨을거두었다.

효성이지극하여귀양갈때외에는노모곁을떠난일이없었고『구운몽』도어머니를위로하기위해쓴것으로서전문을한글로집필하여당시소설문학의선구자가되었다.이보다앞서배소에서숙종을참회시키기위해지은『사씨남정기』도국문학상손꼽히는작품이다.

한글로쓴문학이라야진정한국문학이라는국문학관을피력하였으며,전문한글인『구운몽』으로숙종때소설문학의선구자가되었다.평소송강정철의가사작품을높이평가하였으며국문학의수립을주창하기도하였다.유배지에서에세이들을모아『서포만필』을엮었다.이와는별도로1702년(숙종28)에문집『서포집』이간행되었다.또한1690년에어머니의일생을기록한「선비정경부인행장」은한글로번역되어널리읽혔다.

목차

머리말

노스승은남악형산에서불법을가르치고
젊은제자는돌다리에서선녀들을만나네

화음현의소저는편지를보내고
남전산도인은거문고를전하다

양소유가주루에서계섬월을만나고
계섬월은또다른여인을추천하다

양소유가여도사로변장해정씨가문에들어가고
정사도는급제자가운데서훌륭한사위를고르다

꽃신을노래해마음을드러내고
가짜산장에서인연을맺네

가춘운은선녀인가귀신인가
적경홍은남자인가여자인가

학사는궁궐에서옥퉁소불고
봉래전궁녀는아름다운시를청하다

춘운은뜻을지켜주인을떠나고
여협이비수를품고와신방을차리다

양소유가백룡담에서군대를무찌르고
동정호용왕은사위에게잔치를열어주다

양소유는틈을내어불가의문을두드리고
공주가평복차림으로정소저를만나네

두미인이손을잡고한가마에오르고
궁궐에서일곱걸음만에시를짓다

양상서는천상에가는꿈을꾸고
가춘운은유언을꾸며내어전하다

혼인날꽃과비단이찬란하게빛나고
연회에서적경홍과계섬월이사람들을압도하다

낙유원사냥모임에서봄빛을다투고
꽃수레를타고놀며경치를구경하다

부마가벌로금술잔의술을마시고
황제는은혜를베풀어취미궁을빌려주다

양승상이산에올라멀리바라보고
성진스님은근원으로돌아가도다

해설《구운몽》을읽는즐거움

출판사 서평

청소년독자와《구운몽》의첫만남은보통성진이깨달음을얻는장면에서이루어진다.《구운몽》이허무하고따분한교훈을주는작품으로기억되고마는까닭이다.‘모든것이하룻밤꿈이었다’는성진,‘장주가꿈에나비가되었으니…’하며알쏭달쏭한말을하는육관대사.성진이꾸었다는꿈은‘외모와능력을다가진남자가여덟아내를얻는것’이니시대착오적으로보이기까지한다.
하지만이완벽한남자가아내들에게늘한방먹고당하는역할이라면어떨까?

선남선녀들이만들어가는즐거운사랑과기쁨
여덟소녀의다채로운매력과진한우정
현실과꿈의경계를지우는정교한구성까지

인생무상과이처육첩을넘어읽는아홉빛깔구름이야기

《구운몽》에는선남선녀들이밀고당기며만들어가는사랑과기쁨이가득하다.고상한말투와예법속에재치있는장난을담고,정원에모여재주를겨루며성대한잔치를벌이고,유유자적좋은경치를구경하는나날을보낸다.같이어울려놀며다정한평화를만끽하는세계인것이다.
제각기색깔이선명하고성격이뚜렷한여덟소녀는《구운몽》이주는오락적재미의핵심이다.양소유가여장을하고자신을속이자그를놀리는데앞장서는정경패,경패와끝까지함께하기위해소유를떠나는가춘운,영리한계섬월의말솜씨에늘지는적경홍,기구한운명에도꿋꿋함을잃지않는진채봉,소유를도와주며자신의인연을스스로찾아가는심요연과백능파,뛰어난여성들과교류하기를꿈꾸는이소화까지.이들은양소유의아내로만존재하지않는다.자기를둘러싼관계를직접구축한다.가까이지내고싶은,헤어지고싶지않은친구를영원히곁에두기위해양소유와혼인하는길을택한다.나아가황족과시녀,처와첩으로구분되어있던자신들의관계를평등하게만든다.
아홉구름의일생은꿈으로밝혀진다.그러나인간의삶자체는덧없지않다.양소유가느낀허무는오히려과정이생략된승승장구,사회질서에고민없이순응하고그것을유지하는데힘쓰며주어진길을걷는안전한선택에서온다.무엇이인간을허무하게하는가를고민하게하는이경험은,성진에게깨달음을주었다는점에서의미있을뿐아니라현재성진의사고를구성하는‘현실’이다.그래서육관대사는양소유로서의삶을‘꿈’이라고폄하하는성진을향해“어느것이꿈이고어느것이꿈이아니겠느냐?”라고하는것이다.
《구운몽》은꿈과현실의위치를살짝바꾼다.성진은작품의앞뒤에잠시등장하지만현실로그려지며,양소유의일생은꿈이지만이작품전체라해도과언이아닐만큼길고세세하게그려진다.꿈을현실처럼,현실을꿈처럼만드는정교한구성은삶에대한깨달음과이야기가주는쾌락중어느것에도치우치지않는절묘한균형을보여준다.

책속에서

채봉이말했다.
“전에두분공주께서조용히말씀하시는것을들으니춘랑이귀신이되어승상을속였다던데.내가그이야기를모르니춘랑이지면옛이야기처럼자세히말해주게.”
춘운이쌍륙판을밀치고는부끄러워하며영양공주에게말했다.
“소저,소저!우리소저가항상저를아껴주시더니어찌그이야기를하셨나요?진숙인이들었으면누군들듣지못하겠어요?이제는제가얼굴을들고살수가없겠습니다.”
채봉이웃으며말했다.
“공주께서왜춘랑의소저이신가?우리영양공주는승상부인이시니나이가아무리젊으셔도춘랑의소저가되실순없어.”
춘랑이말했다.
“십년넘게부르던말을갑자기고치기어려워그러네요.꽃가지를서로꺾으며다투던일이엊그제같으니공주가되시고부인이되셔도무섭지가않습니다.”
난양공주가웃으며정경패에게물었다.
“춘랑의이야기는저도듣고싶었습니다.정말승상이속던가요?”
정경패가말했다.
“왜속지않았겠어?겁내는모습이나보려했는데눈이먼것처럼춘랑이귀신이라도아무상관없다하더군.여자밝히는사람을색중아귀色中餓鬼라부른다더니그말이틀리지않아.자기가귀신이니귀신을두려워할리있겠어?”
모두들크게웃었다.밖에서듣고있던양소유는그제야영양공주가바로정경패임을깨달았다._235~236쪽

이날낙유원잔치에심요연과백능파가뒤늦게와서주인과손님들의즐거움을더해주니다들흥겨워했다.날이어두워져잔치를마치면서두집에서각각금은과비단을상으로내렸다.진주가몇섬이나되고쌓인비단이언덕에가득했다.
월왕과승상이말에올라달빛을받으며성문안으로들어갔다.두집의여성예인들이줄지어뒤를따르니그들의장신구울리는소리가흐르는물같고향기로운바람이십리에끊이지않았다.길위에떨어진비녀와부서진진주가말발굽에밟히는소리가났다.사람들이모두집을비우고이를구경하러나와거리를가득메웠다.백살먹은노인이눈물을흘리며말했다.
“내어릴적현종황제가화청궁에행차하실때보았던것과똑같구나.늙어서다시이런태평성대를보게될줄은몰랐다.”_273쪽

두부인이여섯낭자를데리고관음보살상앞으로나아가향을피우고말했다.
“제자정경패,이소화,진채봉,가춘운,계섬월,적경홍,심요연,백능파는남해대사께아뢰옵니다.저희는각각다른곳에서나고자랐으나한사람을남편으로맞아마음을합하고하나가되었습니다.비유하자면한나무에서핀꽃이바람에날려궁궐과규방,시골집과거리,변방과강호에떨어졌던것이니그근본을따지면무엇이다르겠습니까?오늘부터형제가되어삶과죽음,기쁨과즐거움을함께하자고맹세합니다.혹시다른마음을품는다면하늘과땅이용서하지않을것입니다.바라건대남해대사께서는복을주시고화를없애백년뒤에함께극락으로갈수있게해주십시오.”_285쪽

육관대사가큰소리로물었다.
“성진아!인간세계의부귀를겪어보니어떠하냐?”
성진이머리를숙이고눈물을흘리며말했다.
“스승님,이제야깨달았습니다.제가잘못된생각을품고죄를지었으니인간세상에윤회해야마땅합니다.그런데도사부님께서하룻밤꿈으로저를깨우쳐주셨으니그은혜를감히헤아리기어렵습니다.”
육관대사가말했다.
“네가흥이나서갔다가흥이다해돌아온것이니내가무슨관여를했겠느냐.너는또‘인간세상에윤회하는꿈을꾸었다’고하는데이는세속을다른세계라한것이니아직도꿈에서깨어나지못한셈이다.장주莊周가꿈에나비가되었다가나비가장주가되니,어느것이거짓이고어느것이참인지알지못했다.성진과양소유중어느것이꿈이고어느것이꿈이아니겠느냐?”_302~3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