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국가의 탄생 : 검찰개혁은 왜 실패했는가?

검찰국가의 탄생 : 검찰개혁은 왜 실패했는가?

$17.00
Description
‘정의로운 검찰’은 없다!
정치검찰에서 검찰정치로-
촛불정부가 만든 거대한 아이러니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대통령 윤석열’이 그 증거다.” 《검찰국가의 탄생》의 첫 문장은 독자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그 실패가 한국사회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검찰개혁을 강조하며 이를 숙원으로 삼은 문재인 정권의 시도는 왜 끝내 좌초했을까?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검찰정권’이라는 국가적 백래시를 불러왔을까? 이 책은 지난 5년간의 검찰개혁 막전막후를 빠짐없이 지켜본 《한겨레》 전 법조팀장이 회한으로 써내려간 실패의 기록이다.
저자는 수많은 인물과 사건과 어록이 어지럽게 부유하는 이 사건을 ‘인사-시간-민심’이라는 그물로 건져 올려 재구성한다. 이를 통해 박근혜 탄핵 촛불시위 당시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지목된 검찰이 정작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 정권에서 ‘정의로운 칼잡이’로 부활하게끔 만든 장본인들, 촛불정부가 개혁의 골든타임(정권 초기 2년)을 허무하게 날려버린 까닭, 검찰개혁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온 여론이 돌아서는 변곡점이 드라마틱하게 포착된다. 나아가 그간 물밑에서 정치권력과 상부상조하며 기득권을 누려온 ‘정치검찰’이 막강한 수사권을 무기로 직접 정치판의 선수로 등장한, 즉 ‘검찰정치’로 변모하는 경로가 생생하게 복원된다.
검찰개혁의 실패와 그로 인한 검찰국가의 등장을 복기하는 일은 뼈아프다. 그 실패가 앞서 노무현의 좌절을 함께한 문재인 정권의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출범 1년이 안 된 ‘법 기술자 정권’의 온갖 기행과 그에 대한 시민들의 환멸 앞에 저자는 단언한다. “정의로운 검찰은 없다”고. “의지도 있었고 포부는 거창했지만 처참한 결과다.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다. 그 실패의 이유다. 언제 기회가 올지는 알 수 없지만 기록을 남겨야 한다. 열광을 멈추고 냉정하게 뒤를 돌아봐야 할 시기, 큰 도움이 될 책”이라는 법학자 홍성수의 평가처럼 이 책은 ‘법 기술자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제대로 된 검찰개혁을 이루길 바라는 모든 시민을 위한 더할 나위 없는 반면교사다.
저자

이춘재

저널리스트.1996년전두환·노태우두전직대통령재판취재를시작으로기자이력의대부분을법조분야에서쌓았다.《한겨레》법조팀장과사회부장을지냈고,지금은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선임기자로있다.2007년김용철변호사(전삼성법무팀장)의내부고발로시작된‘이건희비자금사건’과,2016년박근혜정권말기에벌어진일련의검찰비위사건(진경준·홍만표·우병우사건),2019~2020년‘조국사태’와‘추미애-윤석열충돌’등을현장에서취재했다.

노무현정권당시진보성향대법관5명의활약상을그린《기울어진저울》(2013년)을후배기자와함께썼다.대법관구성의다양화를통해대법원을개혁하고자했던노무현의꿈이정권교체와함께좌절된과정을추적한당시의경험은,이책《검찰개혁은왜실패했는가》를쓰는데소중한밑거름이되었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촛불정부가만든검찰정권

1사람이문제다
이보다더나쁠순없다
검찰주의자윤석열
문제는문재인이다

2시간은개혁의편이아니다
적폐청산의달콤한유혹
윤석열사단에포획되다
날아간개혁의골든타임

3민심이바뀌다
조국사태와내로남불
추미애가쏘아올린정권교체론
문재인정권은검찰개혁에진심이었을까?

에필로그:검찰국가가온다

출판사 서평

인사,이보다더나쁠순없다

검찰개혁의관건은청와대민정수석실-법무부-검찰수뇌부에대한적재적소의인사다.저자는수사권-기소권분리를비롯해후보시절문재인의검찰개혁구상을주도한인재풀(반특권검찰개혁추진단)이거의등용되지못했고,그자리를반개혁적공안검사출신들이차지했음을지적한다.청와대-법무부를꿰찬이들‘트로이목마’는청와대민정수석과법무부장관이아닌윤석열당시서울중앙지검장의참모로움직였다.비검찰출신으로검찰내부사정에어두웠던초대민정수석(조국)과법무부장관(박상기)은점차이들에게‘포획’되었고,결국‘윤석열검찰총장’이라는최악의인사참사로이어졌다는것이다.
이런난맥상을견제해야할여당인사들의행보는더욱가관이다.대통령의복심(양정철)-청와대비서실장(노영민)-국정상황실장(윤건영)은민주당안팎에서울려댄‘검찰주의자윤석열’에대한경고음과‘임명불가’의견에도아랑곳없이그를검찰총장으로밀었다.물론이모든사태의책임은최종인사권자인문재인으로향한다.저자는박근혜정권당시의몇몇에피소드를통해‘정의로운검사’로포장된윤석열에혹해,온갖비토에도그를기어이검찰의수장으로발탁한문재인이야말로검찰개혁을“꿈같은희망”으로만든장본인이라고지목한다.

적폐청산에낭비한골든타임

정부조직법상법무부의일개외청에불과한검찰에대한개혁이번번이좌초한것은검찰의파워가그만큼막강하기때문이다.이는2300명에달하는검사,즉집단의힘이며동시에수사권-기소권을독점한권력의문제이기도하다.따라서검찰개혁의요체는‘검찰의힘을빼는것’이다.안타깝게도문정권은정확히반대로움직였다.‘적폐청산’을내세워검찰내엘리트집단인특수부(윤석열사단)을역대최대규모로키운것도모자라그들이자행한피의사실공표등각종위법·탈법수사방식에눈감아버린것이다.정부와여당이적폐청산을명분으로전임정권,특히이명박에대한복수에성공하고연이은지선-총선승리에취해있는동안개혁의골든타임2년은쏜살같이흘러갔다.2019년‘조국사태’이후부랴부랴검찰개혁카드를다시꺼냈을때,‘윤석열검찰’은이미손댈수없는무소불위의권력집단이되어있었다.

민심의변곡점,‘조국사태’와‘추윤갈등’

“검찰개혁은국민의지지가없으면이뤄질수없다”(문재인,2011년).노무현의실패를함께한문재인은기득권집단을개혁하는동력이민심의압도적지지에서나온다는걸누구보다잘알았다.민심은개혁에대한진심이느껴질때는호응하지만그반대,즉개혁주체가도덕성과일관성을상실하는순간가차없이등을돌린다.저자는임기후반문정권이검찰개혁의승부수로던진조국-추미애법무부장관카드를나란히‘민심의변곡점’으로꼽는다.
자녀입시비리와사모펀드불법투자,증거인멸혐의로점철된‘조국사태’에서민주당은검찰의표적·과잉수사를문제삼으며‘조국수호=검찰개혁’으로등치시켰다.조국에이어법무부장관에오른추미애는‘윤석열제거=검찰개혁’이란논리로검찰총장직무배제와징계를강행했고,문재인은빠른재가로이에동의했다.이두사건에서민심은문정권의책임이더크다는쪽의손을들었다.당시여론흐름을면밀하게분석한저자는조국사태가정권의도덕성과일관성에치명타를안겼으며,추윤갈등은‘개혁은핑계일뿐,정권말을듣지않는검찰손보기가목적’이라는의심속에검찰개혁의동력을완전히상실하는계기가되었다고지적한다.

검찰국가는검찰개혁의대안이될수없다

검찰개혁의실패는검찰국가의등장으로귀결된다.문정권의지지부진한개혁에실망한유권자들이차라리‘권력에맞서그들을단죄해온’검사대통령을택한것이다.그러나대통령에서장차관까지‘범죄소탕전문가들’이점령한검찰정권에대한전망이밝아보이진않는다.출범100일도안돼발생한국정평가데드크로스,이태원참사와화물연대파업등사회문제에서노골적으로드러난‘법기술자적면모(사람에대한몰이해)’는검찰정권이결코실패한검찰개혁의대안이될수없음을보여준다.결국목적지는검찰국가가아니라‘검찰권에대한국민의신뢰’가되어야한다.30년간법조전문저널리스트로살아온저자는단언한다.“정의로운검찰은없다.”다음정권이검찰의힘을줄이기위해서는무엇보다검찰의칼을정치의장에들여놓지말아야한다.문재인정권의실패가남긴교훈이다.

추천사

이책은단언한다.“문재인정권의검찰개혁은실패했다.”의지도있었고포부는거창했지만처참한결과다.결과보다중요한것은그과정이다.그실패의이유다.언제기회가올지는알수없지만교훈을도출하려면기록을남겨야한다.저자는오랜법조출입경험을바탕으로기사에서는볼수없던다양한이야기를치밀하게추적하고꼼꼼하게정리해냈다.열광을잠시멈추고냉정하게뒤를돌아봐야할시기,이책이큰도움이될것이라믿는다.
-홍성수,숙명여대법학부교수,《말이칼이될때》저자

책속에서

검찰개혁의최종목적지는‘검찰권에대한국민의신뢰’다.그믿음의전제는검찰이정치권력에영합하지않고검찰권을공명정대하게행사하는것이다.그러지못하고국민이검찰을불신한다면공수처를도입하든,검경수사권을조정하든아무런소용이없다.불행히도‘검찰총장윤석열’에서‘대통령윤석열’로의이행은검찰의정치적중립을뿌리째흔드는결과를초래했다.(9-10쪽)

정당이상대를경쟁자로인정하지않고적으로간주할때,민주주의는위기에처한다.오로지적을이기기위해,정권을잡기위해어떤수단이든동원하려는유혹에빠지기때문이다.타협과소통이사라진민주주의의미래는뻔하다.문정권의적폐청산은극심한정치적갈등을일으켰고,기능이마비된국회는개혁과제를제대로이행하지못했다.정권을내주는것은어찌보면당연한수순이었다.대선패배의원인을두고나온“증오를정의로착각하는중대한실책을저질렀다”라는진단은그런의미에서정확했다.(12쪽)

군부독재시절엔경찰과정보기관이고문등으로사건을조작하면검찰은이를합법화하는역할을주로했지만,민주화가진행된1990년대이후에는검찰이직접주연으로나서게된다.이른바‘정치검찰’의등장이다.검찰조직혹은수뇌부의정파적행태를일컫는이표현은살아있는권력에복종하고죽은권력에무자비함으로써기득권을유지하는검찰의유구한생리를꿰뚫는말이기도하다.(15쪽)

윤사단이‘적폐수사’에동원한수사방식―‘유죄추정’과피의사실공표,무분별한압수수색등―이야말로검찰의대표적적폐이자개혁대상이다.그럼에도문정권은정적을제거해주는‘칼맛’에취해윤사단에힘을몰아주었다.이에한국현대사에서가장막강한권력기관으로거듭난윤석열검찰은정치검찰에만족하지않고정국을직접주도하는‘검찰정치’로나아갔다.(16-17쪽)

검찰개혁의실패는‘검찰국가’라는후폭풍을몰고왔다.윤석열대통령은정권출범과동시에최측근인한동훈을법무부장관에임명한것을시작으로대통령실과정부요직에검찰출신을대거기용했다.최고사정기관인검찰을윤석열사단이장악한것은말할것도없다.권력기관의핵심포스트에서대통령의뜻을일사불란하게집행할체제를완성한것이다.그결과는우리가지금눈으로확인하듯‘정치의실종’이다.(17쪽)

조국은오래전부터검찰개혁을추진하는대가가혹독하리라는걸잘알고있었다.10여년전이에대한‘공개예언’을남긴적도있다.2011년조국은“검찰개혁을추진하는법무부장관은검찰에서표적수사를할가능성이매우높다.따라서검찰이뒤를파도문제가없을깨끗한사람이필요하다”라고말했다.하지만그예언의대상이자신이될것이라고는미처내다보지못했던것같다.10년뒤법무부장관으로지명되었을때조국은“뒤를파도문제가없을깨끗한사람”과는거리가멀었다.(23-24쪽)

정작청와대에입성한것은개혁에걸림돌이될인사들이다.민정수석실의박형철반부패비서관과이인걸선임행정관이대표적이다.검찰출신인이들은검찰개혁에적극적일리가없는데도다른전문가들을제치고발탁된것이다.박형철은‘윤석열사단’의핵심멤버로,윤석열과는‘생사고락’을함께한사이다(28쪽)

윤대진은검찰국장으로있는동안법무부장관박상기가아닌윤석열의참모역할을했다.그는‘조국민정수석-윤석열서울중앙지검장’의가교였는데,실제로는민정수석실비서관박형철과함께윤석열의뜻대로검찰인사가이뤄지도록애를썼다.조국은‘윤대진-박형철’라인에포획된셈이다.(31쪽)

문재인정권사람들은검찰을싫어했다.그들은검찰에대해진보성향정치인이가질법한평균적거부감을넘어증오에가까운감정을느끼고있었다.노무현의비극적죽음이라는‘원한’때문이다.(40쪽)

정의로운검사이미지에가려졌지만,측근에대한윤석열의이중잣대는일찍부터지적된바있다.(…)윤석열은“검사를구속하려고해도검찰이구속영장을청구해야하고,판사를구속하려해도판사가구속영장을발부해야하는것”이라며“김검사의다른비리를수사하려거든검찰의지휘절차를준수해야한다”라고했다.(49쪽)

《중앙일보》사주홍석현은2018년11월윤석열을만나고난뒤언론사간부들에게“(윤석열은)검찰총장이상을꿈꾸는것같다”라고말했다.전직대통령을두명씩이나구속하고,국정원에이어사법부까지초토화시킨역대최강의서울중앙지검장이품을만한‘검찰총장이상의꿈’은대권밖에없었다.(53쪽)

문재인은‘사람에충성하지않는다’는윤석열에게깊은인상을받은모양이다.그는(…)“사람이희망입니다.캄캄한어둠속에서진실을비추는불빛들이있습니다.검찰의윤석열같은분들입니다”라고치켜세웠다.적어도2013년의문재인에게윤석열은‘정의로운검사’의전형이었다.지금은어떨까?(67쪽)

두전직대통령을잡아넣은검찰의기세는하늘을찔렀다.수사방식도더욱거칠어져갔다.적폐수사대상에오른이들은법원판결이나기도전에범죄자로대접받았다.피의자들이검찰에서받은모멸감은차마남에게말을꺼내기가민망할정도였다.강압수사관행이야말로개혁의대상이건만,적폐수사에서는아무런문제가되지않았다.결국전정권인사가극단적선택을하는일이또다시반복되었다.(78-79쪽)

서울중앙지검은이후에도주요사건피의자의구속영장이기각될때마다“납득하기어렵다”“이해하기어렵다”“비상식적이다”“판사가사안을이해하지못한다”라는등의자극적인표현을동원해법원을비난했다.영장이기각되면영장을재청구하거나,불구속상태로기소한뒤재판에서유죄판결을받아내면될일인데도검찰은마치구속영장발부에목숨이라도건듯격렬하게반발했다.(96쪽)

사법농단재판결과는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되어가고있다.양승태사법부가박근혜정권과‘재판거래’를했다는의혹은1년에가까운수사와3년이넘는재판을통해서도아직사실로확인되지않았고,앞으로확인될가능성도커보이지않는다.(109쪽)

불법대선자금사건은검찰개혁에있어중요한교훈을남겼다.정치적갈등국면에서개혁대상인검찰이칼자루를쥐는상황을만들지말아야한다는것이다.정치권이정치적갈등을스스로해결하지못하고사법적판단에의존하는순간부터검찰에끌려다닐수밖에없다.이러한상황이반복될수록검찰권력은비대해지고검찰개혁은그만큼힘들어진다.(117-118쪽)

조국은인사청문회에서‘자녀교육은아내가주로챙겼다’고발뺌했지만,이후재판을통해드러난사실은이와전혀달랐다.그는자녀교육에관심이많은아버지일뿐더러이를위해자신의지위와인맥을스스럼없이동원하는등누구보다세속적인가장이었다.추상같은말로가득한그의‘어록’과는전혀딴판이었다.언론은의혹이제기될때마다그의과거발언을소환해서비판했고,시중에서는‘조적조’(조국의적은조국)라는비아냥이등장했다.(129쪽)

재판부는이사건이‘권력형비리’가아니라고봤다.(…)윤석열이본인의상급자이자지휘·감독권자가될조국수사의불가피성을주장하며내세운혐의는실체가없다는결론인셈이다.수사경험이많기로둘째가라면서러울윤석열이이를몰랐다는건순진한생각이다.결국윤석열은조국을낙마시키기위해정치적수사를‘결심’한것이라는분석이힘을얻게된다.(132쪽)

조국의재임기간낙마한차관급이상인사만12명이었다.청와대특감반사태는그의조직장악능력에심각한문제가있음을보여줬다.그런인물을감싸고도는대통령을윤석열은이해할수가없었다.(…)이들에게대통령과여권의돌변한태도는명백한‘토사구팽’이었다.검찰의칼이정적을겨냥할때는환호하다가그칼이자신에게향하자부랴부랴검찰에게서칼을빼앗으려는얄팍한꼼수로보였다.(138쪽)

측근이감찰대상이될경우,조직의수장은오해를피하기위해서라도감찰에개입하지않는게마땅하다.메시지속윤석열의행위는검사의양심에반하는행동일뿐만아니라‘검찰청공무원행동강령’을위반한것이기도했다.(…)‘학연,지연,종교,직연또는채용동기등지속적인친분관계가있어공정한직무수행이어렵다고판단되는자가직무관련자인경우’에는직무를회피하거나대리자를지정하는등의조처를취해야한다.윤석열과한동훈은끈끈한‘직연’으로얽힌관계였다.(158쪽)

법무부장관의수사지휘권발동은‘양날의칼’이다.형식과내용이완벽하고명분이충분하더라도한번발동하면그대가를치른다.검찰은행정부(법무부)에속해있지만법을구체적사건에적용하는‘준사법기능’을수행하기때문에사법부수준의정치적독립성이요구되는측면이있다.법무부장관의수사지휘는검찰의정치적독립성을침해한다.따라서아무리명문화된권한이라도실제행사는극도로자제해야한다.법무부장관이권한을자제하지않으면검찰은정치적독립성을지키기위해저항하기마련이다.(163쪽)

2차수사지휘권발동은곧바로역풍을맞았다.뼈아픈일은검찰안에서윤석열을동정하는여론이크게확산되었다는것이다.앞서윤석열의‘제식구챙기기’인사에불만을품은검사들조차추미애에게등을돌리기시작했다.이는법무부장관이주도하는검찰개혁에매우나쁜신호였다.(166-167쪽)

민심은추-윤갈등을문정권의일탈로보았다.민생은뒷전인채정권의‘내로남불’을수사한검찰총장을찍어내려는꼼수로여긴것이다.(180쪽)

검찰의권한을분산하려면공수처도입에앞서해둬야할‘밑작업’이있었다.바로검찰의힘을빼는것이다.오랜수사경험과자원을토대로탄탄하게구축된검찰의권력을줄이는일이선행되지않으면공수처가검찰을제대로견제할수없다.공수처는검찰만큼힘을가질수없고,가지는게바람직하지도않기때문이다.(198쪽)

검사는‘공익의대표자’로서피의자가억울한누명을쓰지않도록객관적으로판단할의무(객관의무)가있지만,그것은이론일뿐현실에선전혀작동하지않는다.수사-기소-재판으로이어지는검사의‘일괄프로세스’는범죄혐의에대한확신이없으면불가능하다.따라서검사에게정의란형사처벌과동의어다.그리고이런정의는검찰개혁의목표인공정한검찰권행사와는거리가멀다.(200쪽)

정의의판단기준을여론에맞추는것은바람직하지않다.여론의법정에서말하는정의는실제법정에서구현하고자하는정의와다르다.‘아홉명의범인을놓쳐도단한명의억울한피해자를만들어선안된다’는명제는여론의법정에선환영받지못한다.이런맥락에서검찰수사가여론의호응과만나는것은매우위험하다.수사대상을어떻게해서든지잡아넣으려고무리수를두기때문이다.(200-201쪽)

검찰정권의등장은언론에도큰책임이있다.특히검찰개혁이제대로이뤄지도록감시해야할진보언론이제역할을못한것은뼈아프다.진보언론도‘검찰받아쓰기’와‘검찰발단독’에오랫동안길든탓이다.(206쪽)

검찰정권의출범은정치가실종된‘검찰통치’의시대가열렸음을의미한다.검찰총장출신대통령은정권과검찰을공생관계로만들고있다.대통령실은물론이고정부부처요직에검찰출신을기용해강압성과일방성을특징으로하는‘검찰DNA’를이식하는것이다.이들은생존위기에내몰린사회적약자의절규에‘법대로!’만되뇌고있다.국민의생명과안전보장은민주정부의가장기본적인의무라는사실은안중에없는것처럼보인다.(209쪽)

‘윤석열검찰총장징계’를주도했던박은정전법무부감찰담당관(광주지검부장검사)에대한수사는‘보복수사’라는비난을자초했다.해당징계는법원이그합법성과정당성을모두인정한것이다.법원은심지어정직2개월의징계가윤석열의비위에견줘너무가볍다고판단했다.그럼에도윤석열사단은박검사의70대노부모가사는친정집까지압수수색하는등강력범다루듯수사하고있다.(…)박검사는“수사로보복하는것은검사가아니라깡패일것이라고주장했던윤석열전검찰총장의견에적극공감한다.다만그기준이‘사람’이나‘사건’에따라달라지지않기를바랄뿐”이라고뼈있는말을남겼다.(210-2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