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도시 메데진 : 마약의 수도는 어떻게 전 세계 도시의 롤모델이 되었나?

기적의 도시 메데진 : 마약의 수도는 어떻게 전 세계 도시의 롤모델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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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용남

도시학자.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소장.‘한밭레츠’와‘역사경관을지키는시민의모임’상임대표를맡아한국사회에지역화폐,내셔널트러스트(NationalTrust)와같은대안운동을도입·정착시키는데이바지해왔다.대전광역시시정연구단과도시계획상임기획단의수석연구위원·교통정책자문관으로간선급행버스(BusRapidTransit)및공공자전거시스템도입에힘을보탰고,대통령자문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전문위원을역임했다.창간에서휴간때까지30년간[녹색평론]편집자문위원을지냈다.현재는녹색전환연구소이사,서울특별시교통위원회위원,행정안전부정부혁신발전방향자문단위원을맡아전국지방자치단체에정책자문을제공하는동시에,세계적으로손꼽히는생태·환경도시,녹색교통도시,탄소중립도시를소개하며,기후위기에대응하는다양한탄소중립전략과도시회복력증대방안등을연구하고있다.

『꿈의도시꾸리찌바』(이후2000,2002;녹색평론사2005,2009),『작은실험들이도시를바꾼다』(2006),『꾸리찌바에필로그』(2011),『도시의로빈후드』(2014),『시클로비아의세계동향과서울시에의시사점』(2021)을썼다.『레츠:인간의얼굴을한돈의세계(원제:LetsActLocally)』(2003)를한국어로옮겼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도시들의도시,셀럽시티메데진

1도시가마약과작별하는법
파블로에스코바르와메데진카르텔마약산업과대중문화〈나르코스〉와도시폭력마약유산의관광화와블랙투어리즘희생자관점의마약유산여행

2도시를바꾼사람들,혁신을이끈생각들
세르히오파하르도와알레한드로에체베리사회적도시계획및도시침술후임시장들의정치적담론새로운변화의시대

3연결하고이동하다:생태교통으로하나된도시
교통정책의기조메트로,트란비아,메트로플러스메트로케이블공공자전거엔시클라산하비에르에스컬레이터피코이플라카전략적목표및향후개발계획교훈과과제

4죽은도시되살리기Ⅰ:주거,교육,공원
산토도밍고사비오와에스파냐도서관공원도서관공원과교육공원생명의꽃이핀모라비아후안보보개울의주거지재생맨발의공원모든시민을포용하는다양한도시공원아르비생태공원과식물원통합도시프로젝트PUI알푸하라및북부지역활성화연결형생활공원'우바'빈민을위한은행‘방쿠아라’

5죽은도시되살리기Ⅱ:문화,지식,테크놀로지
마약,폭력,살인과창의적으로싸우기그래피티를통한문화재생안티오키아박물관과보테로광장음악과춤으로폭력을극복하다〈나르코스〉유산지우기파이사문화의상징,꽃축제시詩가도시를되살리다조정적스마트시티메데진혁신지구루타에네와4차산업혁명센터웨스턴유니버시티시타델과소프트웨어밸리센터

6감염병과기후위기에맞서는법
지속가능한도시로의전환코로나19바이러스와의전쟁도시회복력과그린벨트세계적인생물다양성도시녹색회복을위한생태도시전략파리협약에호응하기위한기후행동계획

7시클로비아:건강도시보고타,메데진과세계를잇다
지속가능한도시로의전환코로나19바이러스와의전쟁도시회복력과그린벨트세계적인생물다양성도시녹색회복을위한생태도시전략파리협약에호응하기위한기후행동계획

에필로그:메데진의그늘과과제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가장가난한지역에가장근사한건축물을”정치리더십과시민사회의시너지

마약과폭력으로악명높던‘죽은도시’메데진을되살린일등공신은세르히오파하르도를비롯한메데진시장들의리더십이다.특히영국《가디언》이‘세계에서가장혁신적인시장’으로선정한파하르도는그자신이훌륭한도시계획가로서도시침술(특정지역에자극을줌으로써주변지역까지되살리는도시재생방법)과사회적도시계획이라는독창적비전을제시했고,저마다엘리트주의로무장한정치인-도시계획가-건축가-예술가집단을훌륭히조율해내며도시재생사업을이끌었다.이를통해도시의가장가난한지역에가장탁월한건축물(페르난도보테로도서관공원,산하비에르에스컬레이터등)이들어설수있었고,이는메데진시민들에게빈부와계층에상관없이공동체의일원이라는긍지와일체감을안겼다.
물론이런공로는적임자를찾아내고선출한시민사회의것이기도하다.메데진시민사회는훌륭한리더를뽑은데서그치지않고,참여예산제등을통해도시계획에적극적으로관여했다.또한저자는도시최대의수입원중하나인‘마약유산관광’이단순한돈벌이에그치지않도록‘어두운역사를되새기는희생자관점의여행상품’을꾸리는등도시가마약과온전히작별하기까지메데진시민사회가보여준희생과노력을특별히평가한다.

“교통정책의최우선순위는걷기”지역을잇고,실업을끊어낸생태교통시스템

과거의메데진은사분오열된도시였다.농업→제조업으로의산업구조변화속에서인구가급격히유입되었고,이는난개발과슬럼화를불렀다.도심과단절된빈곤한지역은무법천지로변해갔다.이런‘지리적불평등’은실업및극심한빈부격차와함께메데진이‘하나의도시’가아니라는증거였다.파하르도시장이후메데진의교통정책은이문제를해결하는데집중했다.흥미로운것은이를위해도입된방안들이하나같이생태친화적이라는점이다.
메트로(전철),트란비아(노면전차),메트로케이블(케이블카),메트로플러스(간선급행버스),엔시클라(공공자전거)로이름붙은메데진의새로운교통수단은끊어진지역을잇고일자리접근성을높일뿐만아니라,그자체로훌륭한관광상품이되어전세계의주목을받았다.또한메데진은교통정책의최우선순위로‘걷기’를강조하며시클로비아등‘자동차없는거리’를추진하는등생태교통시스템을지향하는전세계대도시의롤모델로떠올랐다.이와함께최빈곤지역이자산중턱에위치해도심으로의이동권이원천차단된산하비에르지역에건립된384m의에스컬레이터는메데진의명물이자랜드마크로손꼽히며해마다수십만명의관광객을끌어모으고있다.모두소외지역과약자를먼저배려하는하후상박정책의쾌거라고할만하다.

“관광객은현지주민이즐겁게사는도시에찾아온다”‘보여주기’가아닌시민을위한인프라

공자는근자열원자래(近者悅遠者來),곧“가까운곳에사는사람이즐거워야먼곳에있는사람도찾아온다”라고했다.저자의눈에메데진은2500년전동양현자의통찰을현실로구현한공간이다.메데진은불평등을‘가난한사람들에게도시가진사회적부채’로인식하고,전계층에뿌리깊게스며든폭력과함께도시의최대현안으로삼았다.이를해결하기위해가동한것이통합도시프로젝트(PUI)였다.
거주환경개선과사회적자원에대한자유로운접근을보장하는교통환경개선,교육과기술산업및사회적커뮤니케이션에대한대규모투자를골자로한이프로젝트를통해메데진은기존의‘범죄도시’이미지를씻고세계적‘혁신도시’로거듭날수있었다.비즈니스혁신센터루타에네(RUTAN)를비롯한스타트업기업인큐베이터,도서관및교육기관과융합된아름다운생활형공원들이도시곳곳에들어섰다.우범지대거나감옥으로쓰이던공간들까지도시의혁신을상징하는명소가되어관광객과도시연구자들의순례가이어지고있다.
무엇보다중요한것은이모든프로젝트가시민의참여를전제로진행되었다는점이다.덕분에약자우선배려,자동차없는거리등적잖은반발이예상되는정책까지도시정부에대한신뢰속에서무리없이추진될수있었다.

격차와불평등에대한시각,교통정책의기조,폭력과범죄에대처하는태도등많은부분에서메데진은다른도시,특히한국의대도시와사뭇다르다.독특한역사와문화에서만들어진‘특수한’문화인만큼이를롤모델로삼는건무리라는의견에도일리는있다.그러나반세기에걸쳐지속가능한세상을탐색해온저자는조심스럽게메데진모델의‘보편화’를전망한다.가장낙후한지역,가장가난한사람들을내치지않고재생에성공한메데진모델이야말로보편과특수의맞부딪히며빚어낸도시디자인의한절경이기때문이다.

책속에서

마약왕파블로에스코바르는“돈아니면총알(Plata,oplomo)”이라는전략을구사한인물이다.그는정치인,공무원,경찰과판·검사에게“내게협조해부자가되거나아니면내게적대하면서죽거나둘중하나를선택하라”고말했다.(…)1989년콜롬비아대통령후보였던세사르가비리아를살해하기위해아비앙카항공203편에대한항공기테러를감행해애꿎은승객110여명이죽은일도있었다.(…)이항공기테러는에스코바르에게맞서는자의말로를보여주는상징적사건이었다.1970년대초부터20여년간메데진시민들은이렇듯죽음의공포에떨며살아야했다.그것이도시에어떻게각인되었는지,또시민들의마음에얼마나큰트라우마를남겼는지도한번진지하게생각해볼문제다.(26쪽)

메데진은마약왕파블로에스코바르와그의왕국메데진카르텔의본부가있던곳으로,이도시에서는한동안‘원치않았던블랙투어리즘’이인기를끌었다.많은관광객이에스코바르의테러통치흔적과그의궤적에깊은관심을보였기때문이다.(167쪽)

메데진기념공원은희생자를추모하는동시에미래에는같은실수를반복하지않겠다는다짐의성격을담은기억의공간이다.파블로에스코바르가살던곳을역사교육의현장으로재탄생시키며메데진사람들의아픔과상처를치유했다는점에서우리에게도작지않은울림을던져준다.(169-170쪽)

“슬프게도우리,우리아이들,우리아이들의아이들은이마에파블로에스코바르의이니셜이새겨진흉터를갖게될겁니다.그러나우리는기억이우리의과거를지울때까지기다릴수없어요.”(39쪽)

건축은가장보잘것없는이들을위해가장아름다운역할을합니다.이것은불평등에대해희망의메시지를보냅니다.우리는도시의가장초라한동네에서결코꿈꾸지못했던공간을만들었습니다.그리고모든새로운공간에는더큰의미에서교육및지식과관련된프로그램이있습니다.(…)교육의질은공간의질에서시작해야하므로도시의가장가난한아이는도시의가장부유한아이만큼좋은학교에가야합니다.(45쪽)

우리는어떤공공장소에대해생각하고있나요?공원및도서관,학교,문화센터,과학공원,식물원,독서및음악센터,이모든것은유형의것,넓은의미로이해되는교육을중심으로진행되었습니다.우리가한일은강력한사회적표현으로서건축을중심으로사회적동원이일어날수있는새로운상징,새로운공간을구축하는것입니다.사람들은항상‘그건시멘트일뿐’이라고말합니다.하지만그것은사실이아닙니다!(47쪽)

에체베리는“도시의변화에는많은요소가있으며,특히중요한것은물리적요소”라고말했다.“(물리적요소가)가장중요한것은아닐지몰라도,실질적으로중요한것입니다.공동체의참여를활성화하고,만남의장소(placesofencounter)를창출하는훌륭한도구입니다.(…)존엄성과자부심의문제는개입의가장중요한요소중하나였습니다.도시의가장가난한지역에최고의품질을지닌건축물을세우는것은다른어떤것보다중요한문제죠.”(51쪽)

모든도시정책,특히교통정책의최우선순위는걷기에두며,그다음은자전거,대중교통,택시,자가용순이라는원칙이다.모든기관,모든전문가가브리핑할때마다빼놓지않고언급하는메데진의교통정책기조다.(64쪽)

메데진은메트로케이블,즉케이블카를대중교통수단으로만든세계최초의도시다.(67쪽)

보편적기본소득UBI은소득불평등을해결하는방법으로오랫동안논의되어왔지만,고용을직접적으로촉진하는해결책이있다.바로사람들을일자리에데려다주는보편적기본교통(UBM:universalbasicmobility)이다.출퇴근시간이긴지역에는가난한사람이많다.교통사정이좋지않은지역은실업률이높고소득이낮다.이동의자유에대한권리는모든나라의헌법보다우선하며,세계인권선언문에도명시되어있다.이는단순한인권이아니라건강한경제의기초이다.(83쪽)

인데펜덴시아바리오는이제메데진의나머지지역에개방되어사람들이계곡에서쉽게일자리를얻을수있게되었다.점차안전하게바뀐바리오는갱과마약밀매업자에게썩매력적이지않은공간이되었다.산하비에르의한주민은이렇게말했다.“에스컬레이터가없었다면적십자를비롯한지역사회단체와정부기관사람들이이곳으로출근하지못했을겁니다.이제이런기관들이역할을함으로써우리는더나은사회프로그램을조직하고조정할수있게되는등이지역에큰변화가일어났습니다.”(88-89쪽)

‘도서관library’이라는단어의어원인‘liber’는‘책’과‘자유’라는의미를지닌다.우리는시민각자가원자화되고불평등이만연한시대에도시민사회의기반이되어주는공공기관을수호해야만하며,이런공공기관의상징이바로도서관이다.도서관은다양한배경과열정,관심사를가진평범한사람들이생동감넘치는민주주의문화에참여할수있는장소중하나다.이런장소에서라면공공,민간,자선부문이협업하여수익창출을넘어서는무언가를이룰수있다.

통합대중교통시스템은평균이동시간을90분에서30분으로단축했다.(…)지난10여년간시민들은주당30시간의이동시간을절약했다.대중교통을주로이용하는빈곤층90%이상이계층1~3출신이라는사실을감안하면그효과를짐작할수있다.(96쪽)

사회적인프라는사회적자본이발달할수있는지없는지를결정짓는물리적환경을지칭한다.튼튼한사회적인프라는친구나이웃들이서로만나고지지하며협력하는활동을촉진하는반면,낙후한사회적인프라는사회활동을저해하고가족이나개개인이자기스스로를돌보지않으면안되게끔만든다.사회적인프라의역할은가히결정적이라할만큼중요하다.(110쪽)

한지역주민은아이들이놀고있는공원을가리키며“이동네에는폭력이너무많았고,죽음도많았죠.(…)그곳은위험한구멍이었습니다”라고했다.“만약이공원이직접말을할수있다면정말끔찍한이야기를많이할걸요.(114쪽)

후안보보프로젝트는지역주민들로부터긍정적인평가를받았고,국제사회에서도성공사례로알려져있다.주택의양과질을획기적으로증가시키고,주택보유율을6%에서85%로늘렸으며,모든사람이수도,전기및하수처리를합법적으로이용할수있도록만들었다.이전에는거주민의절반만이수도를합법적으로사용했고,전기는주민중3분의1만이용했으며,하수처리서비스는아무도받지못하던곳이었다.(120쪽)

시정부에서는도시의가장소외된지역에짧은기간에건물을지었다.개입은두가지중요한문제,즉①가난한사람들에대한도시의‘사회적부채’인사회적불평등,②모든사회계층에뿌리박힌‘폭력’을해결하는데역점을두었다.국가에서지난60년동안이지역에많은투자를하지않았기때문에이문제가매우중요했다.(132쪽)

한도시가유머감각을갖고있다면,그대표적인사례는메데진일것이라고생각한다.구도심한복판에있는보테로광장주변을산책해보면이를알수있다.이곳은뚱뚱하고풍만한여성,몸이비대한우스꽝스러운남성과동물을형상화한조각품이23개나널려있는야외미술관이다.이작품들은“예술은고단한삶의피난처가되어야한다”는페르난도보테로의말을그대로입증하고있다.(160쪽)

도로는자동차만사용하는공간이아니다.자전거나인라인스케이트를타는사람들,걷거나뛰는사람들,그리고놀이를하는사람들과나눠쓰는공유공간이다.이런사실을시민들이직접체험해보지않고어떻게인간친화적인도시를만들수있을까.시클로비아처럼도로를비우는공격적인노력을하지않고우리가도시에서미세먼지나이산화탄소배출을줄일수있을까.인식의대전환이필요한때이다.(243-2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