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의 길 :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 (양장)

좌파의 길 :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 (양장)

$19.50
Description
동시대 가장 독창적인 사회철학자
낸시 프레이저의 뜨거운 제안-
암울한 우리 시대의 가장 우아한 자본주의론이자,
고전의 반열에 오를 단 하나의 명저
정희진 추천! “흐느끼며 일상을 견디는 이들에게 당도한 희망의 목소리.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원한다면 이 책을 권한다”

동시대 가장 독창적인 사회철학자, 낸시 프레이저의 역작! 암울한 우리 시대의 ‘가장 우아한 자본주의론’이라 평가받는 이 책은 한 마르크스주의 노학자가 생애 말년에 뜨거운 마음으로 써 내려간, ‘좌파의 길’에 대한 절절한 모색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저자는 오늘날 교착 상태에 빠진 정치 위기와 숱한 사회운동의 혼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통적인 고전 마르크스주의 자본주의관에서 벗어나, 자본주의를 새롭게 해석하는 ‘확장된 자본주의관’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이를 ‘식인 자본주의’라 명명하면서, 그에 맞서는 이론적ㆍ정치적 기획을 한 권의 완성체로 묶어 선보인다.

기존의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는 자본주의를 하나의 ‘경제’ 시스템으로 인식하면서 생산 영역 이면에 감춰진 ‘(노동)착취’에 주목했다면, 이 책은 자본주의를 (‘경제’를 넘어서는) ‘사회’의 한 유형, 즉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제도화된 사회 질서’로 인식하면서 착취 이면의 ‘또 다른 감춰진 장소들’에 주목한다. 착취를 가능케 하는 네 가지 배경조건, 즉 전 지구적인 제국주의적-인종적 수탈, 돌봄 등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 지구 환경과 자연에 대한 수탈, 정치의 기능 장애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는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자본’의 파괴적인 속성이 근본 원인이며, 이러한 자본의 탐식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확장된 자본주의관으로 무장한 광범위한 (새로운) 사회주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신자유주의 이후 수많은 정치ㆍ사회운동과 비판이론들이 위기에 처해 있는 오늘날, 이 책의 주장과 대안은 독자에게 매우 깊은 영감과 각성을 준다. 페미니즘, 성소수자운동, 환경/생태운동, 노동운동 등 수많은 운동들이 각개약진하면서도 혼돈스럽게 뒤얽혀 있고, 또 한편으로는 ‘진보적 신자유주의’와 페미니즘의 기묘한 동거라거나 극우 포퓰리즘의 만개 같은 전 지구적 현상들이 결국 하나의 근원(‘식인 자본주의’ 자체의 모순)으로 수렴하고 있음을 깨닫고는 충격을 받게 되기도 한다. 이 넘쳐나는 ‘정체성 정치’의 시대에, 이러한 ‘포괄적인 접근’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절박하고 시급한 과제일지 모른다.

저자

낸시프레이저

미국의정치철학자,사회이론가.뉴욕뉴스쿨의철학?정치사회이론담당교수로있다.독일비판이론의영향을크게받은프레이저는위르겐하버마스의공론장이론을계급과젠더의시각에서비판적으로재구성하는작업을펼쳤다.국제적으로그의이름이널리알려지게된첫번째계기는신자유주의가확고한지배이념으로자리잡은1990년대에착수한‘정의’론작업이었다.그는‘분배’에만초점을맞추는존롤스식정의...

목차

감사의글

서문_‘식인’이라는은유

1장걸신들린짐승:‘자본주의’의재인식
-왜우리의자본주의관을확장해야하는가

다시,자본주의란무엇인가
마르크스의‘감춰진장소’이면의또다른장소들
하나,상품생산에서사회적재생산으로
둘,경제에서생태로
셋,경제적인것에서정치적인것으로
넷,착취에서수탈로
자본주의는‘경제’그이상이다
경계투쟁,새로운비판이론을위하여
제살깎아먹기의위기

2장수탈탐식가:착취와수탈의새로운얽힘
-왜자본주의는구조적으로제국주의적-인종주의적인가

교환,착취,수탈
축적으로서수탈:경제적논의
예속으로서수탈:정치적논의
인종화된축적의역사적체제들
자본주의는여전히필연적으로인종주의적인가?

3장돌봄폭식가:생산과재생산,젠더화된위기
-왜사회적재생산이자본주의위기의중심무대인가

생활세계에무임승차하기
자본주의돌봄폭식증의역사적발작
식민화와가정주부화
포드주의와가족임금
맞벌이가구,‘진보적신자유주의’의탄생
또다른자본주의인가,새로운사회주의페미니즘인가?

4장꿀꺽삼켜진자연:수탈?돌봄?정치와얽혀있는생태위기
-왜생태정치는환경을넘어자본주의에맞서야하는가

자본주의의생태적모순:수도꼭지와하수구로전락한자연
서로얽힌모순들
‘자연’을말하는세가지방식
사회생태적축적의역사적체제들
동물의근력
석탄왕
자동차시대
새로운인클로저,금융화된자연,그리고‘녹색자본주의’
시공간속에서자연을통해제살깎아먹기
서로얽힌투쟁들
환경을넘어서는반자본주의적생태정치를향해

5장도살당하는민주주의:정치와경제의분할
-왜정치위기는자본에게붉은살코기인가

자본주의‘그자체’의정치적모순
국가,공공재,공적권력
자본주의역사속의정치위기들
글로벌금융,부채,그리고이중의고통
정치적교착상태,비상한역사의갈림길

6장진정한대안의이름으로:‘사회주의’의재발명
-21세기에사회주의는어떤것이어야하는가

그래서다시,자본주의란정확히무엇인가
자본주의에서도대체무엇이잘못됐는가
21세기를위한새로운사회주의

에필로그_팬데믹,식인자본주의의광란의파티

옮긴이후기

출판사 서평

“나를포함,흐느끼며일상을견디는이들에게희망의목소리가당도했다.한계없는자본주의의위장이터지기직전인당대,이책은기존의거대담론에서벗어나포괄적접근을시도한다.우리는어떤시대에살고있는가에대한‘답’을원한다면이책을권한다.인간이라는시한폭탄을품고붕괴가임박한지구를알고싶다면,인문학용어가정확히번역된책을찾는다면이책을권한다.적실한자본주의입문서를구한다면이책을권한다.”
-정희진(여성학박사,오디오매거진《정희진의공부》편집장)

“낸시프레이저는최고의마르크스주의와페미니스트전통에입각한전설적인급진철학자이지만흑인,생태,이민자,성적자유운동에대한그의진정한포용과심오한이해는그녀를당대지식계에서독보적인인물로만든다!이책은암울한우리시대에고전의반열에오를단하나의보배다.”
-코넬웨스트CornelWest(《RaceMatters》저자)

“21세기에걸맞은마르크스주의자본주의론에대한자신의수많은선구적인공헌을훌륭하게종합한아름다운글!”
-볼프강슈트렉WolfgangStreeck(《HowWillCapitalismEnd?》저자)

“이책은자신이번성하는바로그땅,노동력,자연세계를게걸스럽게먹어치우는괴물을소환한다.저자는특유의명확하고독창적인산문을통해자본주의의역사적인변천,서로얽힌역학을풀어냄으로써겉보기에이질적인위기와사회적폭력사이의상호관계를드러낸다.그를통해우리는반인종주의적,생태사회적재생산비평의강력한잠재력을보게된다.그리고왜지구와인류의미래가작업장과거리,숲과바다를가로지르는반자본주의투쟁을구축하는사회주의좌파에달려있는지를알게된다.”
-슈퍼거슨SueFerguson(《WomenandWork》저자)

“저자는우리시대의가장우아한자본주의이론을내놓았고,이제우리는그체제를심판하기를희망할것이다.협소한경제적의미에서의자본주의가아니라,완전한잡식성이라는의미에서의자본주의,주변모두를집어삼키는짓을멈출수없는체제이자사람과자연의생명을파괴하는체제말이다.이것이야말로위기의시대를구할마르크스주의이론이다.”
-안드레아스말름AndreasMalm(《HowtoBlowUpaPipeline》저자)

최고의마르크스주의와페미니스트전통에입각한전설적인급진철학자,
낸시프레이저는누구인가

저자인낸시프레이저(NancyFraser,1947~)의이름이국제적으로널리알려지게된계기는신자유주의가확고한지배이념으로자리잡은1990년대에착수한‘정의’론작업이었다.그는‘분배’에만초점을맞추는존롤스식정의론의한계를인정하면서,여성운동?흑인운동?성소수자운동등이제기하는또다른정의관,즉문화적정체성의‘인정’을중심에둔정의관을적극수용해이둘의공존과상호작용을중심에두는새로운정의론을제시했다(이러한그의정의론은악셀호네트와벌인논쟁의기록《분배냐,인정이냐?》에잘나타나있다).
이후프레이저의정치사회이론은부단히진화했다.그는정의의또다른축으로서,분배와인정의측면에서불의를시정하기위해서는반드시정치적‘대표’의측면에서만인의동등한참여가보장되어야한다는삼차원적정의론을발전시켰다.또한지구화시대에정치가제역할을하기위해서는국민국가의경계를넘어서는초국적인공론장이마련돼야한다고주장했다(《지구화시대의정의》).

경제위기와극우포퓰리즘의창궐,기후급변등으로어지러웠던2010년대에프레이저는이제까지의이론적토대위에서다른어떤사회이론가보다더맹렬히현실에개입하며,신자유주의이후의대안을찾는많은이들에게용기와영감을주었다.그는정체성정치만강조하며분배요구를등한시한사회운동들을비판했고,최근극우포퓰리즘이상당수대중에게대안으로선택받는근본원인이여기에있음을통렬히지적했다.특히페미니즘의대중적확산에도불구하고‘진보적신자유주의’라는낡은틀에갇혀있는여성운동을향해자기성찰과노선전환을촉구했다(《전진하는페미니즘》《99%페미니즘선언(공저)》).

또한프레이저는무엇보다도사회운동과좌파정치전반이환골탈태해야함을역설했다.그는극우포퓰리즘이발호하도록만든원흉인‘진보적신자유주의’에맞설수있는것은오직노동계급과중간계급의동맹에바탕을둔‘진보적포퓰리즘’뿐이라고주장했다(《낡은것은가고새것은아직오지않은》).그리고이를위해노동운동,여성운동,생태운동,흑인운동등이굳건한동맹을발전시켜야할근거를‘자본주의’라는토대자체에서찾아낸다.다만,이‘자본주의’는더이상고전마르크스주의자들이이야기하던그‘자본주의’와같지않다.자본-노동관계만으로환원되지않는,더복잡한제도적실체인것이다.그리고바로이책《좌파의길:식인자본주의에반대한다》에서드디어그의새로운자본주의관은그전모를드러낸다.

우리의시스템은어떻게민주주의,돌봄,지구를먹어치우는가
우리는이에맞서무엇을할수있는가

우리는어떤시대에살고있는가.노동은불안정하고,부채는무겁게어깨를짓누르며,생계는위협받고있다.공공서비스는퇴보하고,인프라는무너지기일보직전이며,생명을위협하는팬데믹과극단적인기후위기까지엄습한다.그리고이에대한해법을상상하거나실행하지못하도록가로막는‘정치의위기’가이모두에그림자를드리운다.
이책은이모든끔찍한사태의근원에관한심층탐사다.그원인을진단하고,범인을지목한다.저자는‘식인’이라는은유를통해,우리시대를이지경에까지몰아넣은이사회시스템에이름을붙인다.자기존재의토대조차걸신들린듯이집어삼키는,이른바‘식인자본주의(Cannibalcapitalism)’다.

제1장“걸신들린짐승:‘자본주의’의재인식”에서는,왜우리의자본주의관을확장해야하는지,그리고그구체적인윤곽은무엇인지를개괄한다.이를위해마르크스가말한‘(생산이면의)감춰진장소’이면의또다른네가지감춰진장소들로우리를안내한다.즉상품생산에서‘사회적재생산’으로,경제에서‘생태’로,경제적인것에서‘정치적인것’으로,착취에서‘수탈’로우리의인식을이동시키며,그구조적분할을살핀다.그리고자본주의경제는이러한‘비-경제적(으로보이는)’배경조건에구조적으로의존하고있음을드러낸다.나아가이러한확장된자본주의관을바탕으로,전지구적으로연대하는새로운정치적가능성(‘경계투쟁’)의윤곽을그려보인다.

제2장부터제5장까지는그네가지‘감춰진장소’들을하나하나자세히살펴본다.각장소/영역마다고유한‘자본주의’에대한구조적분석과역사적성찰(16~18세기중상주의적자본주의부터19세기자유주의-식민주의적자본주의,20세기중반의국가-관리독점자본주의,우리시대의금융화된신자유주의적자본주의에이르기까지),정치적이론화를한데합침으로써,‘자본주의’가수탈?재생산?생태?정치의각영역에서어떻게‘제살깎아먹는짓’을벌이는지를낱낱이짚어낸다.즉,모든것을먹어치우는자본의파괴적인속성이기후위기와인종적불평등,돌봄의평가절하(젠더지배),정치위기에이르기까지어떠한위기들을촉발했는지를온전히드러내보인다.

제2장“수탈탐식가:착취와수탈의새로운얽힘”에서는,마음껏먹어치울수있는집단을찾아헤매는탐식가에게먹이를대주는,자본주의의수탈/착취분할을다룬다.이른바인종적-제국주의적역학이다.수탈과착취를동시에당하는시민-노동자는어떻게탄생하게되었나.왜자본주의는구조적으로제국주의적-인종주의적일수밖에없는가.반인종주의를위한인종교차적동맹은어떻게가능한가.

제3장“돌봄폭식가:생산과재생산,젠더화된위기”에서는,자본주의시스템에돌봄폭식가의낙인을찍는,자본주의의재생산/생산분할을다룬다.이른바젠더화된역학이다.식민화―가정주부화―가족임금을거쳐오늘날신자유주의의새로운규범인‘맞벌이가구’에이르기까지,자본주의의역사적체제들에서‘돌봄’은어떻게취급되고처리되었나.부유한가족에서가난한가족으로,전지구적‘돌봄사슬’은어떻게연결되는가.‘시장화’와‘사회보호’의길항속에서어떻게해방운동이‘진보적신자유주의’에포섭되었나.왜사회적재생산이자본주의위기의중심무대일수밖에없으며,새로운사회주의페미니즘은어떻게가능할것인가.

제4장“꿀꺽삼켜진자연:수탈?돌봄?정치와얽혀있는생태위기”에서는,우리의집인지구를자본이꿀꺽삼키게만드는,자본주의의자연/인류대립을다룬다.이른바생태-포식역학이다.자연은어떻게자본의수도꼭지이자하수구로전락하게되었나.생태위기는어떻게수탈,돌봄,정치(국가/공적권력)와얽혀있는가.왜생태정치는환경을넘어자본주의자체에맞서야하는가.

제5장“도살당하는민주주의:정치와경제의분할”에서는,공적권력을먹어치우고민주주의를도살하려는충동을내장한,자본주의의경제/정치분할을다룬다.자본은어떻게국가,공공재,정치를무력화하는가.왜자본주의는근본적으로반민주주의적일수밖에없는가.국경을넘나드는글로벌금융의지배아래정치적교착상태에빠져버린오늘날,우리는이비상한역사의갈림길에서어떤정치적선택을해야하는가.

제6장“진정한대안의이름으로:‘사회주의’의재발명”에서는,자본주의에서도대체무엇이잘못됐으며이에맞서는진정한대안은무엇인지를탐색한다.자본주의를‘식인종’으로새롭게바라보면어떤실천적차이가나타나는가.이관점은사회주의에관한우리의이해를어떻게바꾸는가.그렇다면21세기에걸맞은새로운사회주의는어떤것이어야하는가.

마지막으로에필로그“팬데믹,식인자본주의의광란의파티”에서는,‘식인자본주의’의모순이극단적으로집약되고응축된‘광란의파티’로서팬데믹사태를다룬다.수탈?재생산?생태?정치의서로얽히고중첩된위기들이어떻게코로나19와그타격을만들어냈는지,그참혹한비극의진실이수면위로드러난다.

책속에서

현위기를발생시킨책임은‘식인자본주의’시스템에있다.현재의위기는다양한폭식증의발작이한데모인예외적유형의위기다.수십년에걸친금융화로인해지금우리가직면한위기는,‘단지’극단적인불평등이나저임금불안정노동의위기만이아니다.‘단지’돌봄이나사회적재생산의위기만도아니고,이민과인종화된폭력의위기만도아니다.또한뜨거워진지구가치명적전염병을토해내는‘단순한’생태적위기만도아니고,무너져가는인프라와군사주의증대,독재자의만연을특징으로하는‘오로지’정치적인위기만도아니다.아니,이위기는‘더나쁜무엇’이다.이모든재난이한데모여서로를악화시키며우리를집어삼키겠다고위협하는,사회질서전체의전반적위기다.이책은이렇게거대하게서로얽혀있는기능장애와지배의지도를그린다._본문20쪽

그리하여현체제에서우리는착취와수탈의새로운얽힘,그리고정치적주체화의새로운논리와만난다.종속적피수탈예속민과자유로운피착취노동자를확연히가르던과거의분할대신에연속체가등장한다.한쪽끝에서는무방비상태의피수탈주체의무리가증가하는반면에,다른쪽끝에서는착취‘만’당하는주체인보호받는시민-노동자계층이감소한다.그리고그중간에는새로운등장인물,즉수탈과착취를동시에당하는시민-노동자가자리한다.형식적으로는자유롭지만너무도취약한상태인이새등장인물은더이상주변부주민이나인종적소수집단에한정되지않는표준적존재가된다._본문104쪽

이두투쟁쌍의충돌에서충격적인결과가나타났다.‘다양성’,능력주의,‘해방’을칭송하면서동시에사회보호를해체하고사회적재생산을다시외부화하는진보적신자유주의가그것이었다.(…)이과정에해방운동들이동참했다.반인종주의,다문화주의,LGBTQ해방,환경주의를비롯한모든운동이친시장적인신자유주의조류들을세상에낳아퍼뜨렸다.그러나자본주의에서오랫동안지속된젠더와사회적재생산의얽힘을감안하면,가장치명적인것은페미니즘의궤적이었다.(…)여성은모든영역에서남성과평등하며,재능을실현할기회를균등하게보장받아야하고,그런영역중에는생산영역도,아니생산영역이야말로포함되어야한다고전제된다.반면에재생산은후진적인잔여영역이자,해방으로나아가는길에서어떻게든치워야할진보의장애물로나타난다._본문141~142쪽

금융화된자본주의는공적지원을축소하고여성을유급일자리로충원할뿐만아니라실질임금을낮췄고,이로써가족을지탱하려면각가정마다유급노동에보내는시간을늘리지않을수없게만들었다.이는돌봄활동을타인에게맡기려는필사적인쟁탈전을부채질했다.이돌봄간극을해소하기위해현체제는가난한나라에서부유한나라로이주노동자를수입했다.(…)그러나이를위해서는이주민이자신의가족?공동체책무를다른이에게,더가난한돌봄제공자에게떠넘겨야하며,그러면이돌봄제공자역시같은선택을해야하고,이는꼬리에꼬리를물어결국유례없는전지구적‘돌봄사슬’이등장하게된다._본문142쪽

미국에서최근전개된두양상이상황의심각성을잘보여준다.첫째는난자동결의인기가급증하는현상이다.난자동결은보통1만달러가소요되는값비싼시술이지만,이제는고학력?고임금여성피고용자의부가급여로서IT기업들에의해무료로제공된다.이노동자들을유치해계속고용하고싶어하는애플,페이스북같은회사들은실제로다음과같이말하며출산을연기할강력한유인책을제공한다.“기다렸다가40대,50대,아니60대에아이를가지세요.여러분의강력한에너지,생산적시기를회사에바치세요.”
두번째현상역시이와마찬가지로생산과재생산간모순의징후를드러낸다.모유를짜내는값비싼첨단유축기의확산이그것이다.(…)‘모유수유’는더이상아이에게젖을물리는일이아니라,기계를사용해모유를짜서보관해놓았다가나중에육아도우미를시켜젖병으로먹이는일이되었다.심각한시간빈곤상황에서더블컵에완전자동인유축기는가장바람직한해법으로여겨지는데,예를들면이기구덕분에고속도로에서차를운전하면서도양쪽가슴에서모유를짤수있다._본문143~144쪽

한마디로,도처에생태정치가등장했다.기후변화는더이상환경운동만의고립된배타적소유물이아니며,이제는모든정치적주체가입장을표명해야하는긴급한사안인것만같다.경쟁하는숱한의제들에포함된이주제는이와한쌍을이루는대의가무엇인지에따라다양하게굴절된다.그결과는표면적인합의이면의떠들썩한의견불일치다.한편에서는점점더많은사람들이지구온난화를지구위뭇생명에대한위협으로바라본다.그러나다른한편으로그들은이러한각성과정을추동하는사회세력들의공통시각을공유하지는않으며,지구온난화를중단시키기위해필요한사회변화에도동의하지않는다.과학의측면에서는(어느정도)의견이같지만,정치의측면에서는(상당한정도로)다른것이다._본문154쪽

자본주의사회는생산을조직하는임무를‘자본’에,아니더정확히말해자본축적에헌신하는이들에게맡긴다.원자재를추출하고,에너지를발생시키며,토지사용을결정하고,식량시스템을운영하며,자연에서신약후보물질을찾아내고,폐기물을처리하는등의독점적권한이자본주의시스템에의해자본가계급에게부여된다.사실상공기,물,흙,광물,식물군과동물군,숲,대양,대기,기후등지구위뭇생명의기본조건일체를마음대로통제할권한이양도되는것이다.(…)물론정부가사후에피해를줄이기위해개입할때도있지만,항상뒤늦게만회하는식으로소유주의특권을침해하지않으며대응한다.정부는늘온실가스배출자보다한발자국뒤에있기때문에환경규제는대기업의회피수단에의해쉽게무력화된다.(…)이렇듯지구온난화를야기한것은인류전체가아니라바로이들자본가들이며,이는우연이나단순한탐욕의결과가아니다._본문166~167쪽

금융화된자본주의는전반적으로‘정부없는거버넌스’의시대,달리말해‘동의’라는체면치레조차내팽개친지배의시대다.이체제에서는전세계에걸쳐사회적상호작용의막대한부분을다스리는강압적규칙의알짜를만드는것이국가가아니다.대신유럽연합,세계무역기구,NAFTA,TRIPS같은초국적거버넌스구조가이를대체한다.누구에게도책임지지않으며,압도적으로자본의이익을위해활동하는이기구들은‘자유무역’과‘지적재산권’같은신자유주의적관념들을‘헌법으로제정’하고,이를글로벌체제로고정시킨다.이로써장래에있을지모르는민주적노동?환경입법을미연에방지하고있다.결국이체제는다양한수단을통해사적(대기업)권력이공적권력을포로로만들도록도우며,또한국내에서공적권력을식민화하고사기업의작동방식을본떠공적권력의작동방식을짠다._본문242~243쪽

그리고이것이바로주류진보저항세력이실패한대목이다.‘저항세력’의지배적흐름은장막뒤권력의가면을벗기기는커녕오랫동안이권력과얽혀있었다.페미니즘,반인종주의,LGBTQ+권리운동,환경주의같은대중적사회운동의‘자유주의-능력주의’적흐름이그사례였다.이들은자유주의의헤게모니아래에서활동하며오랫동안진보적-신자유주의적블록의하위파트너노릇을했는데,이블록에는글로벌자본의‘미래지향적’부문(IT,금융,미디어,연예)도가담하고있었다.결국진보파역시,(비록방식은달랐지만)간판스타구실을했다.신자유주의의약탈적정치경제를해방의매혹적분위기로화장해주면서말이다._본문252~253쪽

더나아가페미니즘이나반인종주의등을신자유주의와결부시킴으로써,마침내댐이무너졌을때인민대중이신자유주의뿐만아니라페미니즘이나반인종주의등까지거부하도록만들었다.그리고이것이(적어도지금까지는)반동적우익포퓰리즘이이상황의주된수혜자가된이유다.또한이것이현재우리가정치적교착상태에빠진이유이기도하다.권력은떼돈을벌어들여장막뒤에서웃음을그치지않는데도,우리는반동파와진보파가각기양쪽에서간판스타노릇을하며경쟁하는싸움에,사람들의주의를딴데로돌리기위해짜고치는그싸움에만사로잡혀있는것이다._본문2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