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기억이다 : 오늘의 서울을 만든 시공간의 역사

서울은 기억이다 : 오늘의 서울을 만든 시공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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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금보운,김윤미,김은진,박준형,박현외

영남대학교민족문화연구소연구교수.한국현대사의군사적·사회적이해와공간적연계에관심이있다.분단구조가한국사회미시적요소에반영된양상과그역사적맥락을연구하고자한다.지은책으로《서울내외국인집단활동지의역사》(공저),《우리역사속의디아스포라와경계인》(공저)등이있고,주요논문으로〈군사도시의지역사회관계형성-주한미군의근린정책과‘기지생활권’을중심으로(1957~1971년)〉,〈1960~1970년대주한미군및가족의한국사회경험과민군관계〉등이있다.

목차

서문

1장소의기억
서대문,언덕위모던라이프의명과암
20세기초서대문밖의변화|금화장과도요타아파트,그리고독신자아파트:죽첨정3정목에피어난모던라이프|서대문밖의또다른풍경:토막촌과빈민주택

광화문,한국현대사의현재진행형공간
광화문또는세종로라는장소의중층성|역사를복원하는동시에지우는역설의공간|도심고층화의꿈이실현되는공간|전근대의복원이라는환상과정치적상징동원

정동,근대서울의문턱‘공사관구역’
통상외교의근거지잡기|미국과영국의공관부지선택|미국개신교의선교근거지|외교의중심,공사관구역|새로운건축과도로의정비,순환과호흡의근대도시계획|공사관구역에서대한제국의중심으로|의화단운동과동아시아정세

청계천,복개된삶의공간
오물이소통하는곳|복개논의의시작|본격적인복개사업|청계고가도로의건설|지지부진한하수처리장건설|‘서울이아닌서울’

을지로,호텔스카이라운지의풍경
식민지배의상징,조선호텔|오피스텔형태의상업호텔,반도호텔|발밑엔도시의야경,실내엔달콤한밀어

종로,거리의주인은누구인가?
서양식거리를거니는백의의조선인들|‘기계문명의단말마’전차의등장|3·1운동,‘전국인민’의각성|일상이된러시아워,그리고유실물센터

동대문,DDP아래에묻힌이야기들
서울한복판에출현한UFO,DDP의탄생|해방이전의역사지층|해방이후의역사지층|DDP주변의또다른역사,동대문시장|공간의고고학

2현장의삶
황학동,가난속에버텨낸삶,공동묘지에서만물시장으로
동교의성저십리에서가장낮고쓸모없던지역,이름없는묘지로뒤덮이다|신당토지구획정리사업에서제외된묘산동토막촌|가난속에서도끈질긴삶,해방과함께맞이한자유로운시장|포화가비켜난자리에제각기들어선시장,그리고부흥주택의건설|고물에서금맥캐는황학동시장의탄생

혜화동,일제강점기신흥계층의거주지
근대적시설물의등장|교통의정비와‘학교촌’의형성|주거지의확대|고급주택지‘문화촌’의건설

여의도,도시개발의시범이자반면교사
도시의이질적인섬,여의도|비행장을없애고택지를만들어낸윤중제공사|고층건물과블록들을오가는가로사이의기억|또다른여의도만들기에대한의문

강남,서울사람아니고강남사람
강남은‘어디’일까,‘무엇’일까|안보와정치,강남으로눈을돌리다|강남의탄생,행정적지원과교육의결정타|모여드는곳,강남

장위동,못다한교외주택지의꿈은현재진행형
기찻길을따라펼쳐진교외주택지의꿈|재건주택,부흥주택,국민주택:해방후의주택공급실험실|언덕위의하얀집,아니언덕위의거북이집·독수리집|또한번새로운주택지를꿈꾸는장위뉴타운

용산,우리동네와‘작은미국’사이
서울특별시용산구미군기지동?|‘작은미국’의흔적|군사도시,용산|우리동네,용산

구로,미싱은아직도돌아가는가
수출산업기지‘구로공단’의탄생|사계절반복되는여공의애환|시대의변화,구로공단의쇠퇴|IT산업단지로바뀐구로공단,계속돌아가는미싱

3공간의명암
집,개발과빈곤의연대기
서울시의인구집중과무허가정착촌의확산|도심내무허가건축에대한서울시의정책|주민은돌아올수없는도시(재)개발|도시재생사업과주거권

백화점,동경과허영의사이
백화점의등장|동경과허영,백화점의이중적모습|해방이후백화점의변화|도시민의일상공간,백화점

지하공간,땅밑에펼쳐진또하나의일상
오늘도나는지하공간을경험한다|‘지하공간’이라는개념에대해|서울의지하공간개발현황|과거의지하공간방공호|1960년대서울의도시개발과지하공간건설|지하공간은지상의도시를대체할수있을까?

하수도,지하세계의거물
지하의거물,조선에서제일큰하수도|전통적‘열린’하수도와근대의변화|일제강점기경성하수도사업의전개와한계|식민지권력의하수도개선은왜실패했나?

도축장,유혈의증거를남기지마라
관영도축장의등장,동대문밖과서대문밖‘대한도수장’|현저동에서숭인동으로,‘경성부립도축장’의통합과이전|마장동서울시립도축장의등장과시카고모델|마장동축산물시장의탄생과확산|사라진도축장,남은축산물시장

유곽,금기와욕망의경계
유곽의조선유입|서울의유곽조성|서울의유곽입지조건|유곽의성행과조선인유곽건설|해방이후유곽폐지와그후

깡패,도시의이면에자리한자들
이익을좇아떠도는도시의부나방|종로에서강남까지,도시개발을따라흘러들어간깡패|도시건설의숨은역군|새로운이익의창출을위하여

참고문헌
지은이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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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장소의기억’,‘장소성’이깃든공간들에관한이야기

1부에서는한양도성내부에초점을맞췄다.〈서대문,언덕위모던라이프의명과암〉에서는도성사대문중주로일제강점기서대문밖의변화가그려진다.그변화는한편으로는‘금화장’이라는문화주택이나철근콘크리트구조의도요타아파트가건설되면서‘모던라이프’를구현하기도했지만,다른한편으로는개발에서밀려난이들을수렴하듯토막촌을형성하기도했는데,이처럼일제강점기서대문밖서쪽과북쪽으로나뉜도시풍경은지금도그흔적을남기고있다.〈동대문,DDP아래에묻힌이야기들〉은동대문일대의역사지층을시간순으로복원했다.동대문디자인파크(DDP)자리는본래한양도성성곽이지나고하도감(下都監)이있던곳이다.일제강점기조선인의항일기운을스포츠로돌리려경성운동장이건설되고,해방후에도서울운동장이라는이름으로그명맥을유지했다.그러나기능을상실한서울운동장의재개발과정에서발굴된조선시대유적은개발의방향을‘다목적시민공원’에서‘역사문화공원’으로바꾸는역할을하기도했다.〈광화문,한국현대사의현재진행형공간〉은서울의중심인광화문일대의역사성을둘러싼논란이현재진행형이라고지적한다.수도서울의역사가오랜만큼광화문일대의역사지층도몇겹을이루지만,정치적의도에따라‘전근대복원’과‘현대적인고층도시로의탈바꿈’이라는상반된꿈이같은공간에서동시에펼쳐졌다는것이다.또한‘복원’이사실은‘새로운창조’임을깨달아역사의이름을빌려파괴를반복하는과정에이제는제동을걸어야한다고제언한다.〈청계천,복개된삶의공간〉에서는도심한가운데를가르며흐르는청계천의역사를오물처리기능을중심으로재구성했다.‘맑은시내’라는이름과어울리지않게청계천은조선시대부터‘오물이소통하는곳’으로규정되었으며수많은빈민이그천변에몰려들었다.행정당국은청계천복개와복원을통해정비를시도했는데,그과정에서천변의풍경은말끔히변했으나그일대를삶의터전으로삼았던사람들또한함께정리되고말았다.청계천북쪽종로일대를다룬〈종로,거리의주인은누구인가?〉는일제강점기조선인거리의상징이기도했던종로가일찍이만민공동회와3·1운동을거치면서인민이주인인공간이었음을일깨운다.이후전차나자동차에그자리를내주고일상의무게가삶을지배하게되었지만,이거리가품고있는기억은언제든다시우리를주인으로만들어줄것이라고말한다.〈을지로,호텔스카이라운지의풍경〉에는청계천남쪽풍경이담겼다.원구단자리의조선호텔에이어1930년대을지로에는당시동양에서네번째로큰반도호텔이들어섰다.철저히외국인과한국인특권층을위해존재했던그곳은일반에문호를개방한후에도여전히‘이방지대’로서소비되었다.그러나반도호텔은더높은조망을제공하는호텔들에처음에는명성을,다음에는부지자체를내주고말았다.〈정동,근대서울의문턱‘공사관구역’〉은서대문밖이야기의전사(前事)격에해당한다.서대문안정동에는미국과영국의외교공관이들어선후미국인선교사들이선교기지를조성했다.서울진입로에위치하고궁궐과인접할뿐만아니라구릉지라서전망이좋았기때문에,이후에도프랑스,독일공관등이새로들어서면서‘공사관구역’을형성했다.아관파천이후로는경운궁으로상징되는대한제국의중심영역으로재편되었으나,1900년대동아시아정세변화속에서정동은또다른변화를맞았다.

‘현장의삶’,사람들에게삶의현장이자터전을제공하는동네이야기

2부에서는도성밖공간으로시선을옮겼다.한양도성사소문중하나인광희문밖이야기는〈황학동,가난속에서버텨낸삶,공동묘지에서만물시장으로〉에서확인할수있다.광희문이‘시구문(屍軀門)’이라불렸던것처럼일찍이공동묘지가형성되었던광희문밖일대는남쪽에일본인을위한문화주택이건설되는동안북쪽에는조선인영세상인들이자리를잡았다.해방후‘황학동’이된후자는도심과외곽의결절지라는지역적이점을기반으로서울도심에대한지원과재활용을담당하면서지금까지도만물시장,도깨비시장등의모습으로격변의시대에적응하는모습을보여주고있다.〈혜화동,일제강점기신흥계층의거주지〉에서는도성내에위치하면서도조선시대내내대부분유휴지로남아있던혜화동일대를다루었다.이곳에는1900년대후반부터대한의원을비롯한대형기반시설이자리잡기시작하여1920년대에는경성제대가들어서면서‘학교촌’을형성했다.그와함께이루어진교통의정비는고급주택지‘문화촌’건설로이어져현재문화예술공간으로변한‘대학로’곳곳에그흔적을남기고있다.〈장위동,못다한교외주택지의꿈은현재진행형〉은도성밖한성부경계에있던장위동이야기다.농촌지역이던이곳에1937년부설된경춘선은변화의바람을일으켰다.서울로기차통근이가능한‘교외주택지’를꿈꾸며개발이시작되었으나해방후에야재건주택,부흥주택,국민주택단지가차례로들어설수있었다.그뒤로도이미주택전시장이된이곳한편에서1960년대에조성된동방주택지가신흥부촌의기억을담고2000년대에는뉴타운사업이그뒤를이으면서‘경성동부의교외주택지’라는장위동의꿈은지금도이어지고있다.〈용산,우리동네와‘작은미국’사이〉는지금의서울한가운데땅을정조준한다.용산구전체면적의10퍼센트,전체인구의1퍼센트가주요생활공간으로삼았던미군용산기지는일부반환되었음에도아직한국과다른별도의우편번호를사용하는‘작은미국’이다.현재주한미군의‘평택시대’가열리기는했지만,향후한·미간군사·외교적관계변화가군과지역사회간상호영향위에형성된용산미군기지의공간적성격을다시바꾸게될것이라고예측한다.〈여의도,도시개발의시범이자반면교사〉에서는한강의‘섬’여의도가강으로둘러싸인자연적경계보다는목동,광장동과유사한도시개발의역사로주변지역과구분되었다고설명한다.고층건물과획일적가로(街路),주민의계급적동질성등을특징으로하는그것은외부에서쉽게접근할수없는폐쇄적지역사회를등장하게했다.그러나계속해서또다른여의도를양산하기보다는다양성을포용하는개방적지역사회를건설하는것이거리에활력을불어넣어줄것이라고강조한다.여의도식도시개발은강남에서더욱광범위하게추진되었는데,〈강남,서울사람아니고강남사람〉에서그러한개발의역사를되돌아본다.1960년대후반정치적·안보적선택에서출발하여권위주의정부의행정력남용을통해집중지원을받은강남개발은이제자체브랜드화하여전국적으로제2,제3의강남을낳고있다.강남개발이담고있는시대성을고려할때,그것이향후도시개발에서도진정한본보기가될수있을지의문을제기한다.〈구로,미싱은아직도돌아가는가〉는강남과는전혀다른방식의개발이야기다.1960년대경제개발계획에따라수출산업의획기적발전을꾀하려는목적에서탄생한‘구로공단’에는지방에서갓상경한저학력·저연령의여공이모여들었다.1990년대이후대한민국의경제성장과그에따른산업구조변화와함께‘구로공단’은‘디지털단지’로이름을바꾸었으나,IT노동자들의노동환경은미싱을컴퓨터로대체했을뿐이다.

‘공간의명암’,사람들의욕망이투영된공간의운명

집은일상유지를위한최소조건이다.그러나그에대한욕구충족의한도는사회적환경에따라사람간격차가컸다.〈집,개발과빈곤의연대기〉는최소한의욕구도충족하기어려웠던‘빈곤’한사람들의집에관한이야기다.일제강점기때부터서울에는원시주택인토막집이생겨났는데,해방후전쟁을거치면서무허가불량주택은더욱늘었다.이에다양한형태의주택공급과주거환경개선사업이이루어졌으나,결과적으로는어떤‘개발’이든‘부유’한자들만을위한공간창출이아니었는지를묻는다.〈백화점,동경과허영의사이〉에서는사람들의욕망을전시하는백화점을다루었다.일제강점기많은사람에게허영의대상일수밖에없었던백화점은해방후경제성장을배경으로점차도시민의일상에자리를잡았다.그러나할인점이나온라인쇼핑몰의등장은백화점의존재자체를위협하면서백화점을과거의유물로남길가능성을열어놓고있다.〈지하공간,땅밑에펼쳐진또하나의일상〉에서는과밀상태의지상을피해지하세계로들어간다.유류나가스비축시설부터쇼핑·공연공간,음식점등을갖춘복합문화시설에이르기까지지하공간의활용형태는시간이지날수록더욱다양해졌다.그렇다면도시의미래를지하공간에걸어볼수도있지만,현실적으로그것은지상의대체보다는지상과연결된활동영역의확장이될것이라고전망한다.〈하수도,지하세계의거물〉은일제강점기지하공간의한단면을보여준다.지하에관을묻는암거하수도는수해대비나도시위생을위해중요했다.그러나식민통치기간내내지속된예산부족상황은그러한‘신식’시설을어느지역부터공사할것인가하는선택의문제를낳았고,결과적으로일본인주거지를우선시함에따라민족간차별문제로부각했다.〈깡패,도시의이면에자리한자들〉은도시공간과깡패의친화성을묻는것에서시작한다.도시에는사람과물자가집중하는만큼다양한이익이발생하고,깡패들은그현장에서이익을갈취하는동시에도시의익명성뒤에숨는다.깡패들은이익을좇아도시재개발현장에도흘러들었고행정당국의방조에힘입어폭력적강제철거에앞장섰다.그런데교통·통신기술이발달함에따라이제깡패들은도시공간에갇혀있기를거부한다.〈유곽,금기와욕망의경계〉는도시공간의어둠을좀더직접적으로조명한다.성매매업소집결지인유곽은개항후일본인이들어오면서함께한반도에이식되었다.서울에서는지금의묵정동과도원동일대에각각신정유곽과도산유곽이들어섰는데,외부와의격리성,군대와의근접성등이입지를결정했다.이후에는조선인유곽도만들어졌으며,해방후비록유곽은사라졌지만그기능은형태를바꾸어끈질기게존속하고있다.〈도축장,유혈의증거를남기지마라〉는유곽과는반대로누구도욕망하지않는공간에관한이야기다.사람들은고기를즐겨소비하면서도고기를생산하는현장은멀리하려한다.따라서도축장부지는주거지와이격이중요했으며,시가지확장은도축장이전을요구했다.신설동과아현동에신설된도축장은현저동,숭인동,마장동으로이전을거듭했다.마장동을비롯한독산동과가락동의도축장까지모두사라진현재축산물시장만이남아그연원을기억하고있다.

이처럼크게3부로이루어진이책에서다루는서울의이야기는매우다양하다.각각의이야기에묻어난저자들의개성은그이야기들을더욱다채롭게만들어주며,또한글과함께제공되는풍부한시각자료(사진,지도,그림등)가독자들의흥미를끌어내고글에대한이해를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