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례를 통한 저항 (전후 영국의 청년 하위문화)

의례를 통한 저항 (전후 영국의 청년 하위문화)

$33.00
Description
노동 계급 청년들의 여가 활동과 생활 방식 등의
미시적 분석을 통해 전후 영국 사회의 구체적 모순을 읽어 내다

청년 하위문화 연구의 전범을 제시한 문화연구의 고전
‘문화’가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읽는 키워드가 된 지는 오래됐다. 특히 청년 세대의 취향과 노동, 여가 등을 담은 문화는 이들이 처한 구조적 상황과 더불어 이 세대가 현실을 보고 거기에 주체적으로 대처하는 방식을 읽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청년 세대와 집단 문화 문제를 이런 식으로 파악하는 사고방식은 문화연구에서도, 특히 영국 버밍엄학파의 연구에 빚진 바가 크다. 특히 1975년 버밍엄학파의 공동 저작으로 처음 출간된 후 전 세계 문화연구에 널리 영향을 미친 ≪의례를 통한 저항≫이 드디어 국내에서도 번역 출판되었다.
이 책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영국 사회의 청년 문화라는 구체적 맥락(혹은 ‘국면’)을 다룬다. 전후 영국 사회에서는 잠깐의 호경기가 주는 착시 현상 속에서 소비주의와 탈계급의 신화가 위세를 떨친다. 하지만 그 그늘 아래에는 이주민 증가, 전통적 산업 도시 몰락, 도시 슬럼화, 인종주의, 범죄 등 급격한 사회 변화와 더불어 온갖 퇴행적 사회 문제가 등장한다. 청년 문화는 이처럼 다양한 흐름이 결집해 표면적으로 나타난 현상으로, 단지 일시적인 사회 ‘병리’ 현상이라기보다는 장기적이고 역사적인 ‘국면’ 분석이 필요한 대상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모드족, 스킨헤드족, 라스타파리안 등에 관한 논의를 읽다가 보면, 전후 영국 사회에서 계급과 인종, 젠더, 세대 등 다양한 구분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집단별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역동적 과정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홀을 비롯한 저자들이 보기에 하위문화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때때로 외부인에게 기괴하고 낯설기까지 한) 현상들은 하위문화 공동체 구성원에게는 집단 정체성을 확인하고 재생산하는 일상화된 문화적 장치, 즉 의례 구실을 한다. 이 하위문화는 구성원인 노동 계급 청년들이 처한 구조적 환경의 산물이면서 이들이 주어진 환경의 압력에 맞서 주체적으로 헤쳐가는 과정의 산물이자 모순된 환경을 극복하려는 저항 과정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의 제목인 ‘의례’를 통한 ‘저항’은 바로 저자들의 이러한 시각을 압축해서 보여 준다.
이 책의 문제의식과 분석 대상은 전후 영국 사회라는 구체적이고 특수한 맥락에서 나왔지만, 출간 당시의 시공간이란 맥락을 훌쩍 뛰어넘어 2020년대 한국 사회에도 큰 시사점을 줄 것이다. 홀이 지적했듯이, 문화연구자에게 이론이란 현실에 도식적으로 적용하는 도구이자 모델이 될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실을 끊임없이 날카롭게 성찰하면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구체적인 작업을 통해 이를 규명하다 보면 우리 상황에 적합한 해답을 나름대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홀의 저술은 이러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지적, 정치적 감각을 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버밍엄학파의 대표 연구자 격인 홀이 주장한 명제들은 이론적 저술보다는 오히려 당대 영국 사회의 국면 분석서에서 빛을 발한다. 《의례를 통한 저항》은 1975년 연구소 내부 간행물에 처음 소개되었고 이후 책으로 나왔다. 최근 이 책뿐 아니라 홀의 여러 초기 저작이 소개문을 덧붙인 2판 형식으로 속속 재간행되고 있다. 이는 과거 영국의 특정 시점에 대한 홀의 국면 분석이 긴 시간적 거리를 뛰어넘어 21세기 독자들에게도 시사점을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20년대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과거의 국면 분석을 통해 현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저자

스튜어트홀

StuartHall(1932~2014)은미디어·문화연구에서대표적인이론가이자영국문화연구,버밍엄학파의창시자로꼽힌다.1932년자메이카킹스턴에서태어나자메이카대학을졸업한후영국옥스퍼드대학교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박사과정에진학했으나학업을중단하고반핵운동을비롯해신좌파운동에뛰어들어핵심인물로활동했으며,〈대학과좌파평론〉과〈뉴레트프리뷰〉의편집장으로활동했다.1968년버밍엄대학교현대문화연구소소장,개방대학교교수를지내면서《의례를통한저항》,《위기관리》,《대처리즘의문화정치》등많은영향력있는저작을집필했다.이론적저술뿐아니라〈오늘의마르크스주의〉등잡지기고,텔레비전출연등활발한현실참여활동을통해영국진보정치와노동당의노선에도많은영향을미쳤다.

목차

옮긴이의말
다시한번《의례를통한저항》을짚어보다
서론

1부이론I
1장하위문화,문화와계급
존클라크,스튜어트홀,토니제퍼슨,브라이언로버츠

2장사회통제문화와뉴스미디어,법과질서캠페인구성간의관계에관한메모
현대문화연구소노상강도연구집단

2부민속지학
3장테드족에대한문화적반응
토니제퍼슨

4장모드의의미
딕헵디지

5장스킨헤드족과공동체의마법적회복
존클라크

6장빈둥거리기
폴코리건

7장마약복용의문화적의미
폴E.윌리스

8장거울로본민속지학
제프리피어슨,존트워힉

9장코뮌
콜린웹스터

10장레게,라스타와루디
딕헵디지

부록:실업,길거리소년문화의맥락
레이철파월

11장삶을위한전략
이언체임버스

12장구조,문화와생애사
체스크리처

3부이론II
13장스타일
존클라크

14장계급의식과세대의식
그레이엄머독,로빈매크론

15장소녀들과하위문화
앤절라맥로비,제니가버

16장주변성에관한주석
레이철파월,존클라크

17장청년문화의정치
폴코리건,사이먼프리스

4부방법
18장하위문화와일탈의자연주의적연구
브라이언로버츠

19장참여관찰의탐구논리
스티브버터스

출판사 서평

영국버밍엄대학교현대문화연구소CentreforContemporaryCulturalStudies(CCCS)
당시신생분야이던문화연구내에서주도적인역할을하면서연구방향을개척하는데크게기여했다.《의례를통한저항:전후영국의청년하위문화》는이연구소의대표적인연구성과의하나로1975년처음발간되었는데,초판내용에당시편집자들의회고를추가해2006년개정판으로나왔다.이책은테드족,모드족,로커족,스킨헤드족등에서흑인라스타파리아에이르기까지전후영국의광범위한청년하위문화를세밀하게살펴보고,청년문화라는미시적분석을전후영국의사회문화적변동이라는큰맥락과연계해양자간의역동적관계를분석함으로써이후하위문화연구에하나의전범을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