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사랑법 (김동규 철학 산문)

철학자의 사랑법 (김동규 철학 산문)

$18.00
Description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
이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철학의 눈으로 보는 우리 시대의 사랑론
사회적 갈등이 격화되고 정치적 부족주의와 혐오의 발화가 만연해도, 여전히 우리에게는 다정함, 우정, 사랑, 친절에 관한 담론이 끊이지 않는다. 삶의 환경이 어지럽고 사회가 시끄러워도 사람들은 언제나 사랑과 우정 그리고 다정함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대체 사랑이란 무엇이기에 생사를 가늠하는가? 세상사에 공허해진 마음은 사랑에서 다시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철학자 김동규가 세상물정과 철학, 시와 예술을 오고 가며 우리 시대의 사랑론을 깊이 성찰한 사유의 산물이다. 사실 사랑은 플라톤의 ‘에로스’ 개념처럼 철학의 주된 사유 대상이고, 철학함의 본령을 이루기도 한다. 저자는 ‘철학 산문’이라는 에세이 형식을 빌려 호메로스와 플라톤에서 하이데거와 장-뤽 낭시에 이르는 철학자들, 김소월과 윤동주에서 고정희와 나희덕에 이르는 시인들, 그리고 오수환과 강영길 등에 이르는 예술가들과의 열띤 대화 속에서 우리 시대 사랑의 의미와 가치를 찬찬히 짚어간다.

사랑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모순적이다. 한쪽에는 사랑 담론의 과잉이, 다른 한쪽에는 사랑의 부재가 있는 이율배반적 현실이다. 저자는 사랑의 부재를 개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어떻게 이 시대에도 사랑이 ‘숨은 채’ 존재하는지 보여준다. 이 책은 사랑을 간절히 바라면서도 진부하기 짝이 없는 사랑 타령이 지겨워진 현대인에게,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합금지 등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사랑의 심해를 탐사하는 잠수정에 동승해 보기를 권한다. 시와 철학의 정수를 파고드는 사려 깊은 탐사 과정 속에서 철학자가 말하는 사랑의 진면목을 또렷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김동규

서울에서태어나자랐고,대학에서철학을공부했다.연세대학교철학과를나와같은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하이데거를비롯한유럽현대철학과미학이주요전공분야이다.오랫동안서양예술과철학의근본정조인‘멜랑콜리’연구에매진했고,현재는생물학과철학의창조적접점찾기에관심을쏟고있다.최근에는각종매체에정기적으로철학칼럼을쓰고있다.

지은책으로는『멜랑콜리아:서양문화의근원적파토스』『멜랑콜리미학:사랑과죽음그리고예술』『철학의모비딕:예술,존재,하이데거』『하이데거의사이-예술론』『시는나의닻이다』(공저)『미생물이플라톤을만났을때』(공저)가있고,『미학적힘:미학적인간학의근본개념』『모든것은빛난다:허무와무기력의시대,서양고전에서삶의의미되찾기』『마르틴하이데거,너무나근본적인』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프롤로그사나운조짐

1부더먼저더오래
에로스의사원
사랑의꿈
못잊을시인
그런대로
사랑을사랑하야요
오토토토토이
페르세우스전법
죽음만이평등하다
복수의여신들
생각한다는것은감사하는것이다
이거사줘,알았지?
욕망은결핍이아니다
이웃과원수
몰래지켜주는사람
마리아되기

2부한과멜랑콜리사이
노루와노부부
몹쓸꿈
맹목적인사랑
만나고가는바람
삭임의미학
왜한(恨)인가?
사랑과자살
이성의악몽
초연한추상
미역국을먹자
지식인과'모리배'

3부이시대의푼크툼
빛바랜소풍사진
잃어버린낭만
뒤늦은응답
피라미의은빛비상
나우시카와해오리
실감
이시대의사랑형이상학
트위터의지저귐
과학기술은인간을위한것이아니다
레디메이드에서디지털감성으로
책의권위에관하여
고독의숨소리
일어서야하는이유
사랑근본주의

에필로그남겨진희망

감사의글
글의출처

출판사 서평

■“인간이인간을사랑하는것,
이것은어쩌면우리에게가장어려운일입니다.”
혐오와팬데믹의시대,철학의눈으로보는우리시대의사랑론

최근과학서,에세이,소설등분야를가리지않고다정함,우정,사랑,친절에관한담론이우리의관심을끌고있다.팬데믹상황속에서어쩔수없이타인과거리두기를할수밖에없었던현실을극복하려는시도로도읽힌다.정치적부족주의가횡행하고혐오의발화가곳곳에서만연하며코로나로인해단절과고립이일상화된상황이지만,그럼에도사람들은다시금사랑과우정그리고다정함에기대를걸고있다.대체사랑이란무엇이기에생사를가늠하는가?세상사에공허해진마음은사랑에서다시의미를찾을수있을까?

이책『철학자의사랑법』은철학자김동규가세상물정과철학,시와예술을오고가며우리시대의사랑론을깊이성찰한사유의산물이다.사실사랑은플라톤의‘에로스’개념처럼철학의주된사유대상이고,철학함의본령을이루기도한다.저자역시사랑을자신의철학의출발점이자종착점으로보고있다.저자는‘철학산문’이라는에세이형식을빌려호메로스와플라톤에서하이데거와장-뤽낭시에이르는철학자들,김소월과윤동주에서고정희와나희덕에이르는시인들,그리고오수환과강영길등에이르는예술가들과의열띤대화속에서우리시대사랑의의미와가치를찬찬히짚어간다.

사랑에대한우리의반응은모순적이다.예나지금이나소설,TV드라마,대중가요,영화에서는지겹도록사랑타령을한다.그러나다른한편역대최저혼인율이보여주듯이사랑과연애는갈수록필수적인것이아니라부차적인것이되어가고있다.한쪽에는사랑담론의과잉이,다른한쪽에는사랑의부재가있는이율배반적현실이다.

저자는사랑의부재를개탄하는데머물지않고어떻게이시대에도사랑이‘숨은채’존재하는지보여준다.사랑이숨어있기에우리는사랑을제대로‘알지’못할뿐이다.『철학자의사랑법』은사랑을간절히바라면서도진부하기짝이없는사랑타령이지겨워진현대인에게,사회적거리두기와집합금지등으로우울증에시달리고있는우리모두에게,사랑의심해를탐사하는잠수정에동승해보기를권한다.시와철학의정수를파고드는사려깊은탐사과정속에서우리는사랑의진면목을또렷하게볼수있을것이다.

■왜다시사랑의철학인가?-“사랑을알때까지자라라”(김수영)

요즘시대에철학자가사랑을입에담는다면,아마삼류철학자로분류되기십상일것이다.그래서일까?한동안사랑의철학은우리시대의사랑에대해침묵해왔다.그러나과거철학의영웅들이만들어놓은개념의첨탑뒤에숨기만해서는이시대의사랑에대해아무것도말할수없다.『철학자의사랑법』에서철학자김동규는사태를거꾸로봐야한다고꼬집는다.철학에의해서사랑을검증해야하는것이아니라,오히려우리모두가경험하는사랑의잣대로철학의능력을검증해야한다는것이다.요컨대사랑이야말로사람의사유수준을측량하는리트머스종이다.“내게사랑에대해말해보라.그러면나는당신의철학수준을말해주겠다.”

세상과나를움직이는것은결국사랑이다.사랑은너무나흔한말이지만,누구나진정한사랑을찾지못해방황한다는점에서지극히어렵고드문것이기도하다.그럼에도사랑은저멀리있는천국이나유토피아가아니라,지금여기일상속에서태어나고자라난다.이책『철학자의사랑법』은이렇듯비루한일상에서웅대한사랑이움트고성장하며,모욕받으면서도당당하게자신을관철해나가는사랑의‘사나운조짐’(김소월)에주목한다.언뜻작은눈덩이처럼보이지만,대규모눈사태를예고하는사랑의사나운조짐을시와철학속에서,그리고평범한일상속에서읽어내는것이이책의목적이다.

“김수영의말처럼,‘낡아도좋은것은사랑뿐’인지도모르겠다.언제어디서나반복되는사랑타령은거북하고지겨운게사실이지만,그끝없는반복에서사랑의‘사나운조짐’을읽어내는눈썰미야말로삶의최상급지혜가아닐까싶다.”(285쪽)

■사랑이없어서사랑을위장하는시대-“더먼저사랑하고더오래사랑하라”(고정희)

일부사람들에게사랑은통속적이고저급하고동물적인것처럼비추어진다.그러면서도그들을포함해누구나손으로하트를그려가며사랑을표현한다.피상적인사랑표현은사랑의부재를겉으로나마‘위장’하기위한가련한몸짓이다.동시에사랑을목말라하는‘비명’이기도하다.정말로무시무시한상태는,고통을아예느끼지못하거나비명조차지를수없는고통때문에,가식적인사랑조차표현하지못하는지경이다.그런지경에이르지않도록때때로사랑의심해에깊숙이빠져볼필요가있다.

비유컨대이책은사랑의심해를탐사하는잠수정이다.1부‘더먼저더오래’에서는평범한일상에서사랑과죽음의참된의미를찾는다.우리는종종이렇게묻곤한다.사랑의당사자들인나와너모두불완전하고볼품없는존재일진대,과연우리가사랑받을만한가치가있기는한것일까?이와같은회의적인질문에대해저자는삶과사랑이꼬리에꼬리를무는관계에있음을보여주며,눈밭에서눈덩이를굴리듯사랑에뒤엉켜사랑을키워나갈때,너나할것없이우리는사랑스러운존재가될수있다고말한다.

2부‘한과멜랑콜리사이’에서는서로다른사랑론에뿌리내린두정서,즉한(恨)과멜랑콜리를비교한다.지금한국인이겪는우울은과거의한과도다르며,서양의멜랑콜리와도다르다.그‘사이’어딘가에있다.전통적인김소월식사랑이제마음을죽이고내부로삭이는것이었다면,서양식멜랑콜리커의사랑은정체성을지키기위해마음이몸을죽이는자살과맞닿아있다.저자는둘중하나가아니라둘모두를고려하면서우리시대의사랑과우울을해명해야만우리자신의정서를제대로돌보고이해할수있다고이야기한다.

3부‘이시대의푼크툼’에서는지금이곳의현안들을사랑의관점에서되짚어본다.특히저자는코로나시대의사랑법을이야기한다.비대면화상강의로형이상학을수업해야했던일화를들려주며수업성패의최종관건은대면이냐비대면이냐가아니라,사랑의유무에달려있다고말한다.사랑의통신기술이편지,스마트폰,유튜브로변한다고해서미숙한사랑이성숙해지는것은아니기때문이다.이점에서저자는‘당신자신을알도록하세요’라는소크라테스의말을환기하면서,자신을아는일이결국사랑을아는일로이어진다고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