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가장급진적인사상가이반일리치의교육론
“학교는불평등을심화하고배움의자유를억압한다.”
“학교는타고난배움의능력을교육의‘필요’로바꾸고하나의서비스상품으로판매하는기업적제도다.많은사람의믿음과달리학교는더이상기회의사다리를제공하지않는다.학교에다닐수록우리는가난해지고배움의기회를잃는다.학교는졸업장과점수로사람들의등급을매김으로써사회적기회를차단하고불평등을심화하며,제도적서비스에만의존하는무능력한인간을길러낸다.교육의문제는학교교육이적어서가아니라너무많아서발생한다.불평등한사회가불평등한교육을낳은게아니다.학교에원래내재된불평등이사회를더욱불평등하게만든것이다.따라서중요한건학교를해방시키는것이아니라학교로부터사회가해방되는것이다.”
진보와끝없는성장에대한기대가팽배하던1970년대초,『학교없는사회』는사람들의통념과는정반대되는메시지로단숨에세계적인베스트셀러가된책이다.이반일리치의이책은지금다시읽어도오늘의교육현실에큰울림을준다.배움의가치를교육이라는이름의‘서비스가치’로바꾸고,승리자보다는패배자를양산하며,학교교육이아니면직업도사회적지위도얻을수없는극단적독점을실현한곳이학교다.저자는제도화된가치만을가치로소비케하는자본주의적생산-소비체제의밑바탕에는학교가있다고본다.학교는이체제에최적화된인간을길러내고,그들의소비수준에맞춰구축된계급피라미드를공고히하는곳이다.학교는참된배움보다는가르치기위해가르치는교육으로결국교육전문가와교사들의필요에봉사하는곳이기도하다.
『학교없는사회』는이반일리치의이름을전세계에알린책으로,후일완성된그의반성장주의,반제도주의,생태주의의밑그림을보여준다.교육뿐아니라산업화된서비스들에꽁꽁얽매임으로써삶의자율적능력과자기결정권을잃어버린우리들에게희망을회복하는길을밝혀주는책이기도하다.
제도비판의서막을알린책
1971년에서1976년사이이반일리치는현대산업사회의기본이데올로기를구축하고주입하는제도들을비판하는책을연달아펴냈고,이책들은모두베스트셀러가되어저자의이름을전세계에알린다.이책『학교없는사회』를비롯하여『행복은자전거를타고온다』,『의료의한계』(‘병원이병을만든다’로번역),『공생공락의사회』(‘성장을멈춰라’로번역)등이그책들이다.일리치사상의밑그림이완성된시기의책들로,이후일리치는이그림에기초하여근대사회가형성된자본주의초기의역사를탐구하고현대인의의식이만들어진역사적조건을탐색하는저작들을쓴다.따라서일리치사상의뼈대인현대의생태적,사회적,정신적위기에대한관심을이해하기위해서는이시기의저술들특히『학교없는사회』에표현된생각들을읽는게중요하다.
그렇다면왜일리치는처음부터제도비판에몰두했을까?교육,의료,교통등의기본제도들은인간의자율적삶을근대산업체제에포획하는대표적제도들이기때문이다.그것은인간이자연에서자율적으로얻고누리는‘사용가치’를시장의‘교환가치’로바꾸어공급하는독점적제도들이기도하다.이제도들은학교가아니면배울수없고,병은병원에가야만고칠수있으며,차가없으면가까운거리도이동할수없다는서비스소비의신화를우리에게주입한다.그결과사람들은이런상품과서비스생산체제에사로잡혀자율적삶의가능성을전문가들에게헌납하는불구의존재가되어버렸다는것이일리치의진단이다.특히의무교육으로강제되는학교교육은제도의역생산성,가치의독점,현대화된가난과같은병폐를집약적으로보여주는제도로일리치의첫번째타깃이된다.그렇다면일리치가고발하는학교제도의병폐는무엇인가?
현대의종교가되어버린학교
우선일리치가바라보는학교는가르침의장소가아니라종교적의례를집행하는곳이다.즉신앙을종교적의례로대체한교회처럼학교는교육과정이수와성적으로배움을대체한현대의종교기관이다.헌법이국교설립(establishmentofreligion)을금지했듯이의무화된학교교육을폐지(disestablish)해야한다고일리치가주장한첫째이유가여기에있다.신자들을양떼처럼돌본다는교회의이념은근대들어자본주의산업체제에표준화된시민을길러내는국민교육체제로옮겨갔고,그결과사람들은신앙이약해서삶의불행이찾아온다고믿었듯이,이제는인생의실패가학교교육을제대로받지않았기때문이라는이데올로기를체화하게되었다.사회적기회의박탈이나가난역시학교교육을중단한때문이고,이런믿음으로인해가난한처지의사람들이더나은삶을일궈갈시간과비용마저학교에빼앗기는이중의불평등을감수하게되었다는것이다.
일리치는바로이런점에서“사회전체가학교화되었다(schoolized)”고말한다.학교교육은졸업후에끝나는것이아니라일생을지배한다.많은사람들이‘평생교육’이나‘자기계발’과같은변형된형태로학교교육을평생지속하는것도그러하고,실패의이유를학교교육의부족에서찾는것도마찬가지다.이책『학교없는사회』의원제목인‘DeschoolingSociety’에는이같은의미가담겨있었다.저자는단순히학교를개혁하자는데그치지않고,아예사회를‘탈학교화’해야한다는근본적주장을이책에서펼치고있다.
‘교육과정’이라는이름의불평등상품
학교는우선배움의타고난욕구를교육의필요(needs)로바꿈으로써사람들로하여금교육을하나의서비스로강제소비하게만드는곳이다.이를위해학교교육은‘기회의사다리’곧사회적지위를얻기위한필수적통과의례인것처럼선전된다.그러나우리는학생이학교교육에서성공할수있는확률이란것이부모의부와학력에의해결정되며,학생의능력이란것역시부모의능력덕분임을안다.결국학교란졸업장과성적이라는가격표로애초의불평등을추인하고확대재생산하는의례적절차를시행하는곳에불과하다고저자는말한다.
더구나학교는교육과정(curriculum)이라는이름의,개인적조건과편차를고려하지않는획일화된패키지상품을강요함으로써교육이라는‘의례’를시행하는곳이다.학교시스템은초등학교입학부터대학졸업까지한순간의이탈도허용하지않는다.학교가집행하는교육과정은또한전일제수업,교재,학비,교우관계까지모든것을하나의상품으로묶은것이기도하다.이상품을소비하면할수록그소비능력에미치지못하는사람은더한불평등을겪을수밖에없다.게다가이교육과정은사회에까지연장되어‘숨은교육과정’즉교육서비스를소비하지않으면불이익을받을수밖에없다는신화를주입한다.학교가불평등을재생산한다는것은바로이런의미이며,여기에는의무교육으로짜인교육시스템이결정적으로작용한다.왜국교의수립은법적으로금지하면서자발적배움의기회를봉쇄하는학교교육은법으로보장하는가?일리치는교육과정을강제하는데는교육전문가와교사등전문가적이익이걸려있다고본다.교육과정은전문가들의도구이다.삶에는아무런쓸모가없는,가르치기위해가르치는교육,천편일률의교육과정이진짜가르침을대신하게된이유이다.
제도화된가치에대한고발
이반일리치가학교를제도비판의첫번째과녁으로삼은이유는무엇보다그것이산업적인서비스제도의생산양식을대표하기때문이다.그는학교의이런기능을‘가치의제도화’라는말로표현한다.
“학교는학생들을‘학교화’함으로써배우는과정과배움자체를혼동하게만든다.이렇게과정과실질의경계가모호해지면새로운논리가등장한다.즉더많은처치를할수록더좋은결과가나온다거나,단계를잘밟아나가면성공에이를수있다는논리가그것이다.(…)이렇게되면학생의상상력마저학교화되어진짜가치대신서비스를가치인양받아들이게된다.즉의료서비스를건강으로,사회복지를사회생활개선으로,경찰보호를안전으로,무력에의한균형을안보로,무한경쟁을생산적활동으로오해하게된다.(…)이책에서나는이런‘가치의제도화’가필연적으로물리적오염,사회적양극화,심리적무능력을초래한다는사실을보여주려한다.전지구적인퇴행과현대화된가난이생겨난과정에는이런세가지차원이있다.”(본문17~18쪽)
학교는제도를통해서만가치를누릴수있고그바깥에는아무런가치도없는것처럼가르친다는점에서‘근본적독점’을구현하고있는오늘날의가장대표적인제도이다.이런제도에의존하여유지되는현대인의삶은결국가치의상품화로인한자원(자연)낭비,불평등,정신적무능력으로이어질수밖에없다.그렇다면우리는어떻게학교를벗어날수있는가?
배움의네트워크와‘에피메테우스적정신’의부활
저자는학교교육을대체할방법으로일상의삶에서구축할수있는‘배움의네트워크’를제시한다.인간은태어나면서부터주변의사물,친구,어른으로부터끊임없이배우며,마지막으로는전문지식의소유자로부터깊은지혜와수준높은기술을익히기도한다.사물,동료관계,기술교류,전문적스승은배움을구성하는네가지요소다.일리치는이런자원들을누구나평등하게접근할수있는‘배움의네트워크’로엮음으로써학교를대체할수있다고보며,학교역시이러한배움의네트워크로탈바꿈해야한다고주장한다.그러나그것을위해서는인간이라는존재를바라보는오늘날의관점부터다시수정할필요가있다.
프로메테우스는인간에게‘불’로상징되는지식을전하고합리적이며과학적인질서에따르는삶을살도록해준상징적존재로꼽힌다.그러나끝없이앞만바라보는(‘prometheus’의원뜻)이런삶은결국타인이조작하고가르쳐준기대(expectation)에의존하는삶으로귀착될수밖에없다.일리치는그러한기대대신희망(hope)을좇는삶으로나아가야한다고본다.일리치는모든재앙을풀려나게했지만마지막에희망을붙든판도라가원래는대지의풍요를상징하는여신이었음을밝히면서,그의남편에피메테우스가뒤떨어진인간이아니라끊임없이뒤를돌아보고(‘epimetheus’의원뜻)반성하는정신을상징한다고강조한다.이에피메테우스적인간이야말로주변과동료를돌아보고함께즐거운세상을이룩하는희망을간직한정신이라는것이다.
결국이반일리치가이책『학교없는사회』에서말하고자한것은자율적인간의회복이다.조작된가르침과제도화된서비스의세상에서벗어나함께‘자율적공생’의삶을누리는세상이야말로저자가이책에서보여주고싶었던미래일것이다.
책속에서
“학교를통해서는보편교육을실현할수없다.현재의학교형태를기반으로하는그어떤대안적제도에의해서도보편교육은실현될수없다는얘기다.학생을대하는교사의태도를아무리쇄신해도,어떤교육용하드웨어나소프트웨어를교실과가정에보급해도,그리고마지막으로학생에대한교육자의책임을아무리평생토록연장한다해도,보편교육을실현하지는못할것이다.교육의새로운‘급수관’를찾으려는현재의노력은이제도와는정반대되는것을찾으려는노력으로바뀌어야한다.즉교육이라는‘연결망’이사람들각자에게기회를열어주어,자기삶의매순간을배움과나눔과돌봄의순간으로바꿀수있게해줘야한다는것이다.나는이처럼현재의교육을대신할연구를수행하는이들,그리고기존의서비스산업에대한대안을찾는이들에게필요한개념을제공하고자한다.”(11쪽)
“학교는학생들을‘학교화’함으로써배우는과정과배움자체를혼동하게만든다.이렇게과정과실질의경계가모호해지면새로운논리가등장한다.즉더많은처치를할수록더좋은결과가나온다거나,단계를잘밟아나가면성공에이를수있다는논리가그것이다.(…)이렇게되면학생의상상력마저학교화되어진짜가치대신서비스를가치인양받아들이게된다.즉의료서비스를건강으로,사회복지를사회생활개선으로,경찰보호를안전으로,무력에의한균형을안보로,무한경쟁을생산적활동으로오해하게된다.(…)이책에서나는이런가치의제도화가필연적으로물리적오염,사회적양극화,심리적무능력을초래한다는사실을보여주려한다.전지구적인퇴행과현대화된가난이생겨난과정에는이런세가지차원이있다.”(17-18쪽)
“학교는성적에따른진급이라는의례게임을그구조로갖고있기때문에사회적신화를효과적으로창조하고유지하는기능을한다.현대에는이도박적인의례에참가하는일자체가무엇을어떻게배우는가보다훨씬중요한것이되었다.학교가가르치는것은바로이런게임이며,그것이핏속까지침투해하나의습관을형성한다.사회전체가서비스의끝없는소비라는신화에빠져있는것이다.의례에대한마지못한참여가모든곳에서의무화되고강박적인것이될때까지이과정은계속된다.”(97쪽)
“우리는여기서희망(hope)과기대(expectation)를다시구별할필요가있다.‘희망’이란적극적인의미에서자연의선함을믿는다는뜻인데반해,‘기대’라는말은인간의계획과통제에서나온결과에의존한다는뜻이다.희망이란우리가바라는선물을가져올사람에게바람을갖는것이다.기대란우리가요구할권리가있는것을생산해주리라예측되는과정으로부터만족을얻기를기대하는것이다.오늘날에는이런프로메테우스적인기풍이희망을잠식해버렸다.”(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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