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빛난다 :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 서양 고전에서 삶의 의미 되찾기 (양장)
저자

휴버트드레이퍼스,숀켈리

HubertDreyfus
미국현대철학자가운데가장영향력있는인물중한명.현상학과실존주의철학연구로유명하며,특히하이데거에대한탁월한해석으로“드라이데거”라는영예로운별칭을얻기도했다.하버드대에서박사학위를받고1960~68년까지MIT에서,1968년이후에는캘리포니아대(버클리)에서40년넘게철학과문학을가르쳤다.하이데거외에미셸푸코,메를로-퐁티철학의선구적인해석자로평가되며,인공지능에대한비판으로도잘알려져있다.
그의고전적저작『컴퓨터가할수없는것』과『컴퓨터가여전히할수없는것』은현대기술에대한가장깊이있는비판서로평가받으며세계12개국언어로번역된바있다.말년에는찰스테일러와공저로쓴『실재론의회복』으로또한번큰주목을받았다.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정회원이자구겐하임재단특별회원,국립과학재단과국립인문학기금의수상자였으며,네덜란드에라스무스대학에서명예학위를받기도했다.2017년88세를일기로타계했다.

목차


독자에게

1장선택의짐
도움이필요한누군가를보았을뿐/선택의짐/선택을회피하는첫번째방식/선택을회피하는두번째방식/상황에대한감각/프란체스카와보바리의차이/셰익스피어와데카르트가던진질문/“신이없다면모든것이허용된다”

2장우리시대의허무주의
탄광의카나리아/월러스와길버트가글을쓴이유/가장지루한것들에매달리기/권태대처법/“오늘은오늘일만”/생각의통제/불행을행복으로바꾸는비결?/아무도완수할수없는과제/너무나자유롭기에오히려불행한/태양을삼키라는요구

3장신들로가득한세상-호메로스의세계
호메로스가헬레네를숭배한까닭/포르투나/행운인가보살핌인가/현대판오디세우스/감사,실존의느낌/희생의례의두가지기능/잠은성스럽다/카리스마/‘입스’의늪/그들이만신전을세운이유/“경이가우리를사로잡는군요”

4장유일신의등장-아이스킬로스에서아우구스티누스까지
역사를읽는몇가지시각/오레스테이아3부작/복수의여신들/애국주의-일신주의의또다른얼굴/예술작품의초점조절기능/해설자와재설정자/예수,최초의재설정자/바울,예수의해설자/아우구스티누스의고민

5장자율성의매력과위험-단테에서칸트까지
현상을있는그대로이해하기/단테의두스승/지옥의요새/단테식자유의지/베아트리체에대한사랑에서신에대한사랑으로/중세식허무주의/살로만들어진말씀/의미의할당자/칸트와자율적주체개념

6장광신주의와다신주의사이-멜빌의‘악마적예술’
사악한책/악마적인,그러나순진무구한/물보라여인숙의그림/이슈메일의변덕/식인종퀴케그/가면의뒤/에이해브의일신주의/고래에게얼굴이없는이유/사랑의공동체적경험/흰색의공포/신의베틀소리/광기의두가지유형/우주는우리에게무관심하다/구원의실마리/비밀스런모토

7장우리시대의가치있는삶
루게릭/경기장에강림한신성/퓌시스의반짝임/야누스의얼굴/스킬라와카리브리스사이/장인의포이에시스/테크놀로지,현대세계의공식/메타포이에시스,적시에성스러움을얻는기술/우리시대의성스러움

에필로그:빛나는모든것들

옮긴이해설:허무주의시대에삶의의미찾기

출판사 서평


“아마도이책은올해최고의책이될것이다.”뉴욕타임스

미국철학계의거장휴버트드레이퍼스와
하버드대철학교수숀켈리가이야기하는
우리시대,삶의상실과회복

“허무주의의시대에삶의의미를찾아가는매혹적인통찰”철학자찰스테일러

책한권으로인생이송두리째바뀌리라기대하기는어렵다.하지만어떤책은우리삶을괴롭히는문제의근원을뿌리째드러내어직시하게해준다.우리는그책으로인해삶이바뀌지는않을지언정적어도우리삶의연원을이해할수있게된다.이책은2,500년에걸친서양고전들의메시지를통해우리들현대인의실존상황,우리의문화적위기를저어두컴컴한내장깊은곳에서부터끄집어내어성찰한다.튼튼하게고정된닻하나없이부유하는우리의일상,우리삶의불안과허무,즉삶의의미와무의미의문제에정면으로도전하는책이다.

이책이던지는질문은단하나다.우리가아무런의심없이찬양하는‘개인의자율성’,‘자유로운존재로서의자아’는우리삶에무슨의미를가져다주는가?저자들은현대인이겪는삶의피로감과,허무와우울의시대적병증이‘자율적존재로서의인간’이라는그릇된신념에서비롯된결과라고한다.자기를벗어나세상의온갖사물과조우하고,우리앞에서“빛나는모든것들”을깨닫는데서삶의의미가회복될수있음을감동적으로설파한다.한국판출간10주년을기념하여2023년‘리커버에디션’으로새단장한이책은그간많은독자,평론가,언론의추천으로해마다중쇄를거듭한스테디셀러이기도하다.

서양고전에서읽어내는우리존재의빛

이책이던지는질문은다소충격적이다.우리는우리자신이만들어낸의미만으로살아갈수있는가?이질문이충격적인까닭은,개인이어떤외적강제도없이스스로를책임지는존재로자유와행복을구가해야한다는믿음이야말로데카르트와칸트이래,그리고프랑스인권선언이후인류의신성불가침한이상이었기때문이다.그러나저자들은이런믿음을거부한다.인간이란자율적존재이기에홀로의미의원천이될수있다는생각,바로그안에오늘날우리가겪고있는불안,우울,허무주의의주범이숨어있다는것이다.

이책은개인이모든것을책임지는영웅으로살지않아도각자‘성스러운’존재로서충분히의미있게살던시대가있었다고말한다.저자들은호메로스의『오디세이아』에서시작하여예수와바울의가르침,단테의『신곡』,그리고허먼멜빌의『모비딕』에이르기까지빛나는서양고전들을다시읽어냄으로써,어떻게인간삶이고대의성스럽고빛나는경험세계로부터창백하고우울한피로사회로떨어져버렸는지를이야기한다.의미의원천을초월적인신의사랑에서찾으려한중세나,자율적개인의내면에서찾으려한근현대의시도가모두현대의허무주의로가는도정이었다는것이다.

세상의무수한신(神)들이던져주는삶의의미들

저자들은말한다.우리가‘자각된개인’‘계몽화된개인’이라는내면의견고한영웅주의에취해서스스로를꽁꽁닫지않는다면,그리하여세상이던져주는빛들에대해열린존재가된다면,성스러움을다시회복하고삶의의미를되찾을수있다고.지하철선로에떨어진취객을보고순간의망설임조차없이뛰어드는의인의행동,야구장관중석에서하나되어환호하는기쁨,아침에정성스럽게내린커피한잔의즐거움이그런빛들이다.

이책『모든것은빛난다』는이것을고대의다신적(多神的)사고와같은것이라고설명한다.(‘다신적’이라는말이종교적신을가리키는것은아니다.)우리는세상의무수한신들이던져주는의미의순간들을만끽하고감사함으로써성스러운존재로살아갈수있다.그러기위해서는더이상우리자신을의미의‘생산자’로보지말고,세상이일으켜보여주는의미들의‘발견자’로생각해야한다는것이다.그러나생각만바꾼다고해서저절로그것이가능해지지는않는다.삶의현장에서매순간스쳐지나가는사건들(퓌시스,physis)에대해우리의지성과신체를끊임없이밀착시키고연마하는활동(포이에시스,poiesis)을함으로써,광포한감정의선동이나차디찬이성의명령어느한편에도치우치지않고균형을지키는기술(meta-poiesis)을얻을수있다는것이다.그것이바로“모든것은빛난다”(AllThingsShining)라는이책제목의뜻이기도하다.

이책의내용-성스러움의회복을위한안내서

실존의과도한짐은허무주의를부른다
“신이없다면모든것이허용된다”는도스토옙스키의말은,신이없기에모든것을인간이책임져야한다는무서운경고의말로도읽힌다.이처럼오늘날의우리는우리앞에닥친모든일을스스로선택하고책임져야하는상황에처해있다.하지만이런실존적인선택을회피하는사람들도많은데,선택대신완강한자기확신에취해있는사람이나대중오락,SNS,약물등에매달려자신을잊는유형이그들이다.하지만우리에게는사고현장에서망설임없이자기를희생하는사람,경기장에서몰아적인플레이를행하는선수처럼주저없이선택을행하는행동적유형도많다.(1장)그러나어떤태도를취하건선택의상황앞에서주저하고망설이는개인의모습은지극히현대적인현상이다.특히자살한미국의천재작가데이비드포스터월리스(DavidF.Wallace)는이런현재적실존의상황을극한까지밀어붙이고싸웠던인물이다.월리스는끊임없이선택을하고스스로의미를생성해야하는오늘날의반복적인삶에서도끝까지삶의가치를추구했고,그런과제로부터주의를빼앗고정신을중독시키는모든유혹을거부하려했다.그러나그러한과제는결국월리스를자살하게하는원인이된다.(2장)

신들로가득한세상-호메로스의행복했던세상
반면에호메로스가『오디세이아』에서칭송한인물들은그런현대적실존상황이전혀문제되지않는시대에살았던사람들이다.헬레네는파리스와연정에빠져도망쳤다가다시집으로돌아와아무렇지도않게남편의칭송을듣는여인이다.이것이어떻게가능했을까?그것은사랑의신아프로디테와가정의신헤라가한인물을동시에지배하듯이,신들이정해주는정조(mood)에자신의전존재를조율(tuning)하며살았던사람들의특징이었고,그것이야말로현대의윤리적관점으로는재단할수없는고대의미덕(arete)이었다.(3장)

그러나호메로스시대의충만했던삶은아테네전성기인아이스킬로스시대와초기기독교를거치면서통일적이고일원론적인인간이해로나아가게된다.아이스킬로스의『오레스테이아』3부작은복수와분노가지배하던고대의원시적정념들이공동체의안녕을위한아폴론의법질서로수용되는과정을보여준역작이다.또한예수는한걸음나아가유대공동체의율법적질서를인간내면의욕망이라는문제로바꿈으로써전혀새로운삶의기준을제시한다.물론그욕망은신에대한아가페적인사랑으로수렴될때만인정될수있으며,특히아우구스티누스의『고백록』은개인의욕망을신의사랑과일치시키려고한내면적투쟁기로읽을수있다.(4장)

예수와바울,아우구스티누스를거치면서인간을이해하는초점이된내면의욕망문제는,육체와물질로이루어진인간의현세적삶과신의정신적사랑을일치시키기는어렵다는문제에늘봉착하곤했다.단테에게도이문제는큰난제였다.단테는『신곡』에서인간이자신의의지에따라실존의상황을자유롭게선택하는것을악마의특성으로돌린다.세계를움직이는신의사랑에서벗어나자신만의자유를주장하는개인의의지야말로꽁꽁얼어붙은지옥에속한다는것이다.단테는이렇게인간의자율성이가능하다는것을알고있었지만그것을지옥에가둔반면,데카르트와칸트에오면자율성은인간의가장존엄한특징으로복권된다.칸트에이르면드디어인간은“스스로세운도덕법칙에따라서만행동하고평가될수있는자율적주체”가된다.(5장)

허무의시대에성스러움을회복하는길
이책6장에서우리는‘의미의무한한원천’이라는자리를두고개인과신이벌이는장엄한투쟁을보게된다.허먼멜빌의『모비딕』이바로그드라마가펼쳐지는장소다.흰고래는무한대의힘을감추고있지만얼굴은전혀보여주지않는,분노의하느님과같은존재다.반면에이해브선장은자신의다리(곧그의실존)를잘라버린존재를대면하고정복함으로써스스로를의미의완성자로세우려는인물이다.이런영웅적개인과유일신사이의싸움은기독교를상징하는배와선장이함께침몰함으로써파국을맞는다.그러나저자들은『모비딕』의화자(話者)이슈메일에주목한다.이슈메일은유일신의문화에오염되지않은다양한문화적가능성을받아들일수있는감성의소유자다.그는이모든상황을지켜보면서언제든지주어진상황에자신을조율할수있는다신적태도를갖춘인물이다.(6장)

대단원의장인7장에이르면,우리는다신적사고가현대에어떻게가능한가에대한저자들의답을들을수있다.다신적사고는우선퓌시스(physis)라는세계의존재방식을이해하는데서출발한다고한다.‘자연’으로번역되는그리스어‘퓌시스’는어느날피어났다사라지는,휙스쳐가는사건들을표현하는단어였다.우리는삶의순간마다,즉야구장에서,집회현장에서,일터에서,아침식탁의향기에서늘퓌시스를경험한다.그러나퓌시스는거칠고일시적인힘의외양을띠기에히틀러의위험한선동같은데빠질소지가있다.

저자들은여기서포이에시스(poiesis)라는고도의양육적기예를제시한다.우리삶의사건들이보여주는차이에대해둔감한사람은의미의구별도할수없으며,걸어다니는자동기계와다름없다.하루일과를시작하는아침의커피마시기를성스러움의순간으로포착하는사람만이세상이던져주는다신적의미를받아들일수있다는것이다.우리존재의성스러움이란이런문화적실천(praxis)들에능동적으로참여하는데서오는것이고,이것이야말로허무주의와무기력을극복할수있는길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