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삶의 기술 : 즐거움을 잃어버린 시대의 행복 되찾기

나쁜 삶의 기술 : 즐거움을 잃어버린 시대의 행복 되찾기

$21.00
Description
우리 시대에 다시 부르는 ‘삶에 대한 찬가’
삶의 찬란한 기쁨을 잊고 나르시시즘의 창백한 공간으로
숨어버린 이들에게 일깨워주는 놀라운 행복의 기술
또 한 명의 지젝이 나타났다! 끝없는 장광설과 세상 모든 문제에 대한 비평으로 “지젝거린다”라는 농담까지 만들어졌지만, 이런 지젝에 못지않은 현란한 지적 유희와 번뜩이는 통찰로 우리 앞에 불쑥 나타난 철학자가 있다. 이 책의 저자 로베르트 팔러다.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으로 꼽히는 팔러는 철학의 모든 시대, 수많은 지성들의 가르침을 훑으며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기쁨과 쾌락을 일깨운다. 안전, 건강, 부, 도덕 등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씌우는 신자유주의적 바른생활 세계에서는 ‘나쁜 삶’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감각적, 물질적 해방을 노래한다. 신자유주의와 포스트모던의 상대주의는 우리에게 이 살아 숨 쉬는 세상에서 도피해 나르시시즘의 허상에 빠져 있기를 강요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정치적이다.

팔러가 말하는 ‘나쁜 삶의 기술’에 귀 기울이다 보면 우리는 모두 내 삶의 천재가 되는 듯하다. 에피쿠로스, 에픽테토스, 세네카, 몽테뉴, 스피노자, 파스칼, 칸트, 헤겔, 니체, 프로이트, 라캉, 마르크스와 엥겔스, 바슐라르, 하위징아, 바타유, 비트겐슈타인, 알튀세르, 셰익스피어, 브레히트, 드 사드… 그리고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빈의 작가와 음유시인까지, 이들이 합심하여 ‘나쁜 삶’을 주장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뒷받침한다. 우리는 질식할 것 같은 이 우울하고 무기력한 삶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불현듯 깨닫고, ‘나쁜 삶’ 하지만 더없이 기쁘고 찬란한 우리 삶을 되찾는 첫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저자

로베르트팔러

저자:로베르트팔러RobertPfaller
1962년오스트리아빈에서태어났다.빈과베를린에서철학을수학하였으며시카고,베를린,취리히,스트라스부르에서문화학을,린츠에서문화이론을가르쳤다.2009년부터2014년까지빈응용예술대학교교수를지냈고,현재린츠예술산업조형대학교철학과교수로재직하고있다.‘상호수동성’이라는미학개념을제시하여학계의큰관심을모았고국제적명성을얻었다.오스트리아의대표적인좌파지식인으로꼽히며‘정치적올바름’에대한직설적인비판으로여러언론매체의주목을받기도했다.가장잘알려진저서는『타자의환상』(2002)으로,여러정신분석학회가주는상을수상했다.그밖의저서로는『상호수동성』(2000),『더러운성스러움과순수이성』(2008),『성인언어』(2017),『번쩍이는무기』(2020),『수치심에대한두가지계시』(2022)등이있다.

저자:나유신
이화여대영어교육과를졸업하고서울대미학과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베를린자유대학교철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은뒤현재는베를린GPB칼리지에서한국어교사로재직하고있다.지은책으로는『키치의비진지함』,『처음시작하는한국어』(이상독일어)가있고,옮긴책으로는『인류는어떻게역사가되었나』,『역사에질문하는뼈한조각』과공역서로『질투의민낯』,『놀이하는인간』이있다.

목차


머리말
한국어판머리말

Ⅰ부사는것이가치있는이유,그리고그것을잊게만드는것들
1.사는것이가치있는이유
2.사는것이가치있다는사실을잊게만드는것들

Ⅱ부행복을두려워하는이유
3.빈약함과화려함:점잔빼는문화에서포르노물이하는일
4.보이는것의질서:희극의유물론적측면
5.실패자는항상실패자인가?:포스트모던낭만주의의결점

Ⅲ부시기심:관념론적악습의구조
6.바꿀수있는것과없는것:스토아학파와유물론
7.시기심에관하여
8.시기심의교훈

Ⅳ부편집증적상상의승리
9.미신,신조,편집증:삶을기피하게하는상상의세가지형태
10.이성을이성적으로다루기:이중화의능력
11.이상과역할을합치시키려면

Ⅴ부소진으로서의삶
12.봄,더럽지만성스러운것:삶은탕진해야하는선물이다
13.예술과사랑의유사성:해독이자독풀기로서의선물
14.과잉을소모하기:반(反)경제와반(反)예술에대해
15.식인은숭고하다:기이한식사관행이지닌가치들

Ⅵ부삶의이유
16.일인가,놀이인가?:조르주바타유를통해읽는요한하위징아
17.저급한것들을위한철학


참고문헌
옮긴이의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우리시대에다시부르는‘삶에대한찬가’
삶의찬란한기쁨을잊고나르시시즘의창백한공간으로
숨어버린이들에게일깨워주는놀라운행복의기술

또한명의지젝이나타났다!끝없는장광설과세상모든문제에대한비평으로“지젝거린다”라는농담까지만들어졌지만,이런지젝에못지않은현란한지적유희와번뜩이는통찰로우리앞에불쑥나타난철학자가있다.이책의저자로베르트팔러다.오스트리아의대표적인좌파지식인으로꼽히는팔러는철학의모든시대,수많은지성들의가르침을훑으며우리가잃어버린삶의기쁨과쾌락을일깨운다.안전,건강,부,도덕등개인에게모든책임을씌우는신자유주의적바른생활세계에서는‘나쁜삶’으로보일수밖에없는감각적,물질적해방을노래한다.신자유주의와포스트모던의상대주의는우리에게이살아숨쉬는세상에서도피해나르시시즘의허상에빠져있기를강요해왔다.그런점에서이책은정치적이다.

팔러가말하는‘나쁜삶의기술’에귀기울이다보면우리는모두내삶의천재가되는듯하다.에피쿠로스,에픽테토스,세네카,몽테뉴,스피노자,파스칼,칸트,헤겔,니체,프로이트,라캉,마르크스와엥겔스,바슐라르,하위징아,바타유,비트겐슈타인,알튀세르,셰익스피어,브레히트,드사드…그리고우리에게잘알려져있지않은빈의작가와음유시인까지,이들이합심하여‘나쁜삶’을주장하는저자의이야기를뒷받침한다.우리는질식할것같은이우울하고무기력한삶이어디에서비롯되었는지불현듯깨닫고,‘나쁜삶’하지만더없이기쁘고찬란한우리삶을되찾는첫걸음을내딛게될것이다.

우리삶은충분히살만한가치가있다

이책의독일어판원제는『사는것이가치있는이유』(Wofuressichzulebenlohnt)이다.저자로베르트팔러는이책에서고전적이지만이제는모두가잊어버린질문을다시제기한다.“사는것이가치있는이유는무엇인가?”건강,안전,효율성등을삶의최우선순위로두고있는오늘날이질문은더이상제기되지않는다.이미답이정해져있기때문이다.이런사회는점점더일상의삶에서나정치적으로‘바른생활시민들’의사회가된다.상상력을잃은미적기준,사회적관계의회피,해로운것이라면무조건기피하는금욕주의적태도가칭송되고,정치적으로는정체성정치와정치적올바름(politicalcorrectness)이교조적이데올로기로작용한다.

저자가이같은문화적상황에대해비판의목소리를높이는이유는바로이런태도가사람들을불행하게만들기때문이다.저자로베르트팔러는삶에대한과도한관념론적이상주의와도덕주의가행복을죄악시하고,잃어버린행복대신‘개인정체성’에몰두하는오늘의문화적상황을만들었다고진단한다.개인들에게‘나만의고유한이야기’를해야한다고꼬드기는나르시시즘문화에서는외부로부터어떤진정한쾌감도얻을수없기에삶의행복도느낄수없다.이책은이런문화가개인에게모든책임을떠넘기고규칙에대한굴종을당연시하는신자유주의와포스트모던상대주의에서비롯되었다고진단한다.살아남는데급급하여살아가는기쁨을잃어버린우둔함,미학도쾌락도없는본능적생존의삶을강요하고있다는것이다.

나쁜삶,하지만더없이기쁜해방적삶

이책이말하는쾌락과행복은일견‘나쁜삶’으로보일수있다.한국어판제목『나쁜삶의기술』역시이런반어적의미로지어졌다.독자들은음주,흡연,섹스,블랙유머,한가로운멍때리기를찬양하고삶의낭비와도취상태를권하는저자의말을불편하게느낄수도있다.하지만저자는무알코올맥주,디카페인커피,무지방생크림,욕설이빠진축구,신체접촉없는섹스야말로삶의기쁨을내주고‘빼기’를구매하게하는신자유주의적소비주의계략에불과하다고말한다.저자는이에맞서포르노물의논리,놀이이론,비극과희극의구조,시기심의메커니즘,심지어식인과배설물먹기와같은식사관행에이르기까지낯설지만흥미로운사례를제시한다.철학과예술의역사에서배우는‘나쁜삶’을통해사실은더없이기쁜‘해방적삶’의의미를찾을수있다.

저자는이책에서우리가잃어버린미학과윤리의차원을되살릴수있게해주는사상적바탕으로고대유물론과정신분석학의시각을제시한다.여기서유물론이란고대의삶에하나의도덕적지침을제공했던쾌락주의철학과스토아철학을말하는데,이철학들은감각과우리삶의외적표상을중시함으로써내면에만몰두하는관념론적허상에빠지지않게해준다.또한프로이트와라캉의정신분석학은유아적이거나도착적인우리욕망의잘못된분출방식을직시하게해주고,그것을건강한쾌락의향유로인도함으로써삶의균형을되찾아준다.

이런탐색을통해저자가도달하는지점은프랑스의정신분석학자옥타브마노니가말한‘잘알지만마치그렇지않은듯이’행동하는삶의차원이다.우리는현실의조건에갇힌존재로서이현실을부정할수없다는것을“잘알지만”그럼에도“마치너무나즐거운듯이”즐기는삶을만들수있다는것이다.그것은고대의축제나오늘날의파티에서보듯이,일상의금기를잘알고있지만놀이와축제때는금기를깨뜨리라는가상의명령도수행할수있는지혜다.그런데이것은서로의쾌락에서함께더큰즐거움을얻는‘공모자’가없으면불가능하다.우리의쾌락은사회적차원에서만획득될수있는것이다.로베르트팔러는결국개인을낱낱이흐트러뜨려서각자도생의불행한자아로살게하는이시대에저항하여,‘함께즐거움을향유하는’길을제시하고있는셈이다.

나르시시즘분석에서놀이이론까지

이책『나쁜삶의기술』에서저자가다루는주제는매우다채롭고흥미롭다.각장별로나열하면포르노물의구조,비극과희극의차이,시기심과나르시시즘,편집증적집착,선물과증여의행위,식인과배설물먹기,놀이이론등듣도보도못한이야기들이현란하게펼쳐진다.그내용을살펴보면이러하다.

-포르노물의구조:우리가흔히접하는TV의리얼리티쇼는진정한쾌락을잃어버린사회에서관객의쾌락을대신해주는포르노물의역할을한다.관객은그출연자와는다르다는안전한위치에서관음증적쾌락을누리려하지만,그쾌감은관객과출연자가상호수동적상태로전락함으로써얻는가짜쾌감일뿐이다.

-나르시시즘의논리:갈수록사회적자원의분배가불평등해지고개인화되는신자유주의질서에서는많은사람들이나르시시즘의도착적쾌락에빠지게된다.가지고싶은것을가질수없다는사실,행복을누리지못하는자신을부정하고그행복을거꾸로나쁜것,강요된것,위험한것으로치부함으로써자아만을좋은것,순수한것으로바꿔버리는심리적병증이나르시시즘이다.이것은니체가말한원한감정(‘르상티망’)에서비롯된것으로실패자정신을내면화한것에지나지않는다.이런상황에선물질적자원,감각적인표현,전승된것,숙련된기능과지식등우리가도달할수있는미학적차원모두가무가치한것으로치부될뿐아니라혐오의대상이된다.‘자아정체성’이라는관념에집착하는개인들과,타인에대한혐오문화가어떻게내적으로연결되어있는지를보여주는분석이다.

-시기심의악습:시기심은특히우리를나르시시즘에빠지게하는대표적정조가운데하나다.저자는프로이트정신분석학을원용하여시기심을‘자신에게는필요하지도않은것을원하는’가짜욕망으로정의한다.라캉이말했듯이자신의진정한욕망이아닌‘타인의욕망을욕망하는’태도,다시말해타인의욕망을시기함으로써행복에도달할수없는자신의무능력을감추는실패자의악습에불과하다는것이다.

-선물과예술이지닌과잉의정신:이책에서특히빛나는부분은『증여론』의저자마르셀모스나라캉등을통해선물의행위와예술창작에숨은‘과잉’과‘낭비’의측면을재조명한것이다.선물은사랑하는이에게그가필요로하지않는비실용적인것,기념물,따라서원래자신이갖고있지않은것을주는행위이다.이런사랑이표현됨으로써우리는나의결핍을더이상가지지않아도된다.(결핍의결여)이것은예술창작과동일하다.예술은실생활에서무가치한잉여의것을타인의즐거움을위한것으로만듦으로써삶의과잉을소진하는행위이며,그로부터쾌감의향유가가능해진다.실용적인경제논리가지배할수없는곳이바로선물과예술의영역인것이다.

-식인과배설물먹기:저자는식인과배설물먹기라는기괴한식사관행에서도쾌락의역설적인구조를발견한다.식인은축제에서조상을대신한토템동물을먹음으로써더이상친족을해치지말라는명령을수행하는행위이다.그것은우리를멸시하는지배자앞에서그들이혐오하는배설물을시식함으로써그들을조롱하고자신을나르시시즘에서벗어나게하는행위이기도하다.금기의명령만큼이나금기를위반하라는명령을수행함으로써잃었던쾌락을재전유하는의미가있는것이다.사드의더러운쾌락은바로이런점에서가장저항적인것이기도했다.

-놀이인가일인가:팔러는마지막으로요한하위징아의『호모루덴스』와조르주바타유의‘놀이이론’을통해서‘놀이’와‘일’의양자택일적상황과는다른,놀이의고유한의미를재조명한다.놀이와반대되는노동(일)을문화형성의원천으로보거나놀이를노동의재생산과정으로보는전통적좌파시각과달리,‘일상생활에서의신성함’을구현하는놀이는우리문화를형성하는가장근원적인행위이다.그것이신성한까닭은놀이가상상에기초한것임에도불구하고제3의가상적신에게보여주기위해너와내가기꺼이연기하는행위이기때문이고,거기서우리는한없는즐거움을얻기때문이다.그것은생업과관련된세속적활동과는다른차원의품격이지닌것이고우리에게삶의생기를불어넣는의식이기도하다.

이상의이야기들은모두한방향을향하고있다.누리고싶지만누릴수없는상황에굴복하여자신을비극의영웅처럼미화하는관념론적나르시시즘의허구(신자유주의와포스트모던미학)에서벗어나자는것이저자의일차적메시지이다.그러나여기서나아가현실에서만나는실패의경험들과불순하고불건전한것들을회피하지말고또다른즐거움의대상으로바꾸는상상의능력이우리에게이미주어져있다는주장이야말로저자가말하려는메시지이다.그것은당장에주어져있는쾌락의조건들(예컨대음주,흡연,놀이,낭비,섹스,그밖의모든하찮은것들)을사회적으로공유된자원이자즐거움의조건으로인식하고쟁취할수있다는얘기이기도하다.저자는말한다.생존에급급하여죽기도전에즐거움을포기하는불행한삶에서벗어나,삶의모험을통해서만얻을수있는드높은기쁨의차원은언제나우리곁에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