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을 팝니다 :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우리 마음을 병들게 하는가

정신병을 팝니다 :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우리 마음을 병들게 하는가

$23.00
Description
왜 우리의 정신 건강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하고 있는 것일까?
‘우울증’ ‘ADHD’ 같은 정신질환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사회 문제가 되었다.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는 사람은 한 해에만 100만 명에 달하며, ‘공부 잘하는 약’으로 통하는 ADHD 치료제는 지난 5년간 처방 건수가 3배 이상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나 각종 약물 처방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을 겪는 환자 수는 갈수록 늘어나기만 하고 있다. 왜 우리의 정신 건강은 나아지고 않고 오히려 악화하고 있는 것일까?

영국 의료인류학자 제임스 데이비스는 이 책 『정신병을 팝니다』에서 ‘고통을 이해하는 문화’에 일어난 거대한 변동이 정신 건강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정신질환이 약물로 치료해야 하는 한 개인의 뇌의 문제로만 비춰질 때, 정신적 고통을 둘러싼 맥락은 눈앞에서 사라지고 만다. 우리 마음을 병들게 하는 실업, 경쟁적 교육, 물질주의 세계관 등이 고통의 사회적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개인화하고 의료화하고 상품화하는 사회 속에서 정신질환 환자 수는 늘어나지만 고통을 경유한 정치적 연대의 가능성은 오히려 축소되고 마는 것이다.

저자는 임상 상담의 현장을 찾아가고 통계 분석을 제시할 뿐 아니라 정치인, 정신의학자, 인류학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자유주의 사회와 정신질환의 관계를 하나하나 파헤쳐간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실패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이 어떻게 정신질환으로 정의되어 왔는지, 그리고 정신질환에 대한 개인주의적 관점이 정부와 거대 기업에 의해 어떻게 장려되어 왔는지, 어째서 이것이 부적절하며 위험한지 보여준다. 나아가 우리가 고통을 생각하는 방식을 변화시켜온 신자유주의 사회와 치료적 세계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이야기한다.

저자

제임스데이비스

저자:제임스데이비스
영국로햄프턴대학교의의료인류학및심리학교수이다.옥스퍼드대학교에서사회인류학과의료인류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으며,영국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일했던공인심리치료사이기도하다.영국공중보건국의고문위원이었으며,‘증거기반정신의학협의회’를공동설립하여영국의회에서처방약의존문제를의제로삼는데큰영향을미쳤다.정신의학과심리치료의사회적실상에대한비판적연구로널리알려져있으며,학술활동뿐아니라적극적인사회참여활동을펼치는실천적인학자이다.『타임스』『가디언』『데일리메일』『뉴사이언티스트』등의매체에글을기고해왔으며,BBC월드뉴스,스카이뉴스등다양한방송에출연해왔다.저서로『심리치료사만들기:인류학적분석』(2009)『고통의중요성:감정적불만의가치와의미』(2009)『균열:정신의학이득보다해를끼치는이유』(2013)등이있다.

역자:이승연
중앙대학교심리학과를수석졸업하였으며,여성우울증과치료요법문화에관한연구로동대학원에서사회학과석사학위를받았다.중앙대학교여성주의교지『녹지』편집장을역임했으며,교지및논문집필경험을바탕으로정신의학과치료요법문화를주제로한서적의번역과집필을준비하고있다.

목차

서론

1부새로운아편
1장경제적서곡
2장빚과약물을확산하는새로운문화
3장현대적노동이낳은새로운불만
4장직장복귀를위한새로운심리치료
5장실업의새로운원인
6장교육과신관리주의의부상

2부어떻게우리가여기까지오게되었나
7장소위화학적치료의탈규제화
8장물질주의는이제그만
9장생산성을비인간화하기
10장너자신만을탓하라
11장고통의사회적결정요인

결론

옮긴이해설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고통이상품이될때연대의가능성은사라진다
-왜우리의정신건강은나아지지않고오히려악화하고있는것일까?
-정신적고통이치료의대상이된것은정말진보적인변화였을까?

‘우울증’‘ADHD’같은정신질환은이제더이상낯설지않은사회문제가되었다.우울증으로진료를받는사람은한해에만100만명에달하며,‘공부잘하는약’으로통하는ADHD치료제는지난5년간처방건수가3배이상급격히증가했다.그러나각종약물처방에도불구하고정신질환을겪는환자수는갈수록늘어나기만하고있다.왜우리의정신건강은나아지고않고오히려악화하고있는것일까?

영국의료인류학자제임스데이비스는이책『정신병을팝니다』에서‘고통을이해하는문화’에일어난거대한변동이정신건강위기의근본원인이라고진단한다.정신질환이약물로치료해야하는한개인의뇌의문제로만비춰질때,정신적고통을둘러싼맥락은눈앞에서사라지고만다.우리마음을병들게하는실업,경쟁적교육,물질주의세계관등이고통의사회적원인임에도불구하고,고통을개인화하고의료화하고상품화하는사회속에서정신질환환자수는늘어나지만고통을경유한정치적연대의가능성은오히려축소되고마는것이다.

저자는임상상담의현장을찾아가고통계분석을제시할뿐아니라정치인,정신의학자,인류학자와의인터뷰를통해신자유주의사회와정신질환의관계를하나하나파헤쳐간다.이책은우리사회의실패로인해발생하는고통이어떻게정신질환으로정의되어왔는지,그리고정신질환에대한개인주의적관점이정부와거대기업에의해어떻게장려되어왔는지,어째서이것이부적절하며위험한지보여준다.나아가우리가고통을생각하는방식을변화시켜온신자유주의사회와치료적세계관을어떻게극복할수있을지이야기한다.

왜우리의정신건강은갈수록나빠지기만하는가?

지난수십년간정신질환의범위는공격적으로확대되어왔다.이에따라이전에는질병으로이해되지않았던감정이질병으로이해되는과정인‘의료화’또한급속히진행되었다.이러한과정은우리가일상적으로겪는정신적고통대다수가부당하게의료화되고,병리화되며,투약의대상이되는결과를낳았다.학교에서의집중력부족,일터에서의실적부진등은최근정신질환의증상이라고의학적으로재분류된수많은고통중일부에불과하다.

저자가2장〈빚과약물을확산하는새로운문화〉에서지적하고있듯이,1960~70년대까지만하더라도‘우울증’은소수에게만해당되는질병이자,별다른치료없이도자연적으로해소호전되는질병으로여겨졌다.그러나특히SSRIs계열항우울제가개발되면서우울증은‘마음의감기’같은질병,즉개인의내부에위치한생물학적질병이자그렇기에누구나걸릴수있는질병으로이해되기시작했으며,이러한이해방식의확산과함께치료를요하는‘우울증환자’의범위또한빠르게확장되어왔다.

그러나이처럼심리학에관한담론이활발해지고정신과약물을복용하는사람또한늘어나고있음에도불구하고,우리사회에서정신질환환자의수는지속해서증가해왔다.일차적으로이는별다른과학적근거가없음에도정신질환의범주를공격적으로확대해온제약업계와정신의학계의이익추구행위와관련된다.그러나이러한현상은또한개인을사회로부터고립시키는개인주의적이고시장화된해법을옹호함으로써개인의생산성을유지하고자하는‘신자유주의사회’와깊은관련이있다는것이이책의주요주장이다.

실제로정신건강산업은정신적고통을개인이처한고통스러운사회적상황에대한반응이아니라뇌질환으로개념화함으로써고통을‘탈정치화’했고,신뢰할만한증거가없는데도고통을뇌의결함이나유전자의결함으로돌림으로써고통을‘병리화’했으며,고통을더적절한약을복용함으로써해결할수있는문제로전환함으로써고통을‘상품화’했다.문제는이러한시각이,약물이반드시필요하지않은사람들에게도약물투여를장려할뿐만아니라,빈곤,차별,외로움과같은사회적요인에대한관심을흐리게만드는결과를낳았다는것이다.게다가약물에대한과도한의존이장기적으로는이득보다해악과부작용이더많다는사실또한실증적연구결과를통해밝혀지고있는상황이다(2장참조).

저자는이러한문제들을자신이상담사로일했을당시의경험들과여타임상현장의사례들을통해경험적으로보여주고과학적연구와통계자료를제시할뿐만아니라,전문가인터뷰를통해정신적고통을철저하게개인의뇌문제로구성하는정신의학적관점의비과학성과해악을폭로한다.나아가이러한치료적시각이실제적효과가없음에도불구하고전사회적지지를받게된사회문화적이고경제적인이유를탐색한다.

고통을탈정치화하고개인화하는사회의출현

신자유주의의중요한특징중하나는개인또한하나의상품이된다는것으로,개인들은진정한자아의실현이라는명목하에끊임없이현대의경제에적응할수있는능력과이미지를계발할것을요구받는다.저자가3장〈현대적노동이낳은새로운불만〉에서포착하고있는것은바로이러한현상이다.새로운자본주의는저자가9장〈생산성을비인간화하기〉에서탐구하고있는것과같은자아실현,창의성,개인성등의자율성에대한요구를신자유주의적인‘자유’를실천하라는요구로번안하여,노동에필요한자질을스스로계발하게한다.이러한체제에서인간의감정은또다른내밀한자기감시와향상의대상이며,심리적고통이란효율적이고경제적으로관리되어야만하는무언가에지나지않는다.

이점에서정신질환이신자유주의사회가요구하는인간상,즉지치지않으며,항상활동적이고,생산적이며,긍정적인인간상의반대항을포함하게끔구성되곤한다는것은상당히의미심장한사실이다.저자가9장〈생산성을비인간화하기〉에서지적하듯,『정신질환의진단및통계편람』(DSM)의총괄기능척도는낮은노동생산성과업무능력을정신장애의주요특징들중하나로개념화한다.일에대한지속적인주의를유지할수있는능력의부재,결정의어려움,피로함,정신운동의지연을우울삽화의주된특징으로정의하기도한다.

이처럼현대의정신의학적,심리학적세계관에서는오로지개인의병리만이존재하며,병리적인인간이된다는것의의미는효율적이고생산적인인간이되지못한다는것이다.그렇기에4장〈직장복귀를위한새로운심리치료〉가보여주듯가장‘가성비’좋게노동자들을회복시키는,즉일터로돌려보내는것이치료의목적으로이해되고,5장〈실업의새로운원인〉이보여주듯실업의원인을개인의성격적결함에서찾는정신의학적개입이도입되며,6장〈교육과신관리주의의부상〉이보여주듯아이들의시험스트레스마저의료화되기도하는것이다.이것이한국사회에서‘공부잘하는약’으로통하는ADHD치료제가지난5년간처방건수가3배이상증가하고,청소년정신질환환자수가갈수록늘어나기만하는근본이유일것이다.

고통을치료대상으로삼는신자유주의사회를넘어서

우울증환자의‘탈낙인화’를주장하는이들은우울증은누구나걸릴수있는‘마음의감기’이며,그렇기에누구나쉽게‘우울증’진단과치료를받을수있어야한다고주장한다.그러나아무리질병에걸린것은당신잘못이아니라며탈낙인화캠페인을펼친다한들,누구나겪을수있는질병의환자로진단된다는것의의미는결국‘회복이무엇보다개인에게달려있다’는것이다.우울증에대한낙인이없는사회가되어야한다는것의진정한의미는더많은사람이우울증진단을받아야한다는것이며,그결과더많은치료상품을소비해야한다는것이다.8장〈물질주의는이제그만〉의주제가물질주의인이유이기도하다.

이렇듯치료적세계관은정신적고통을감기처럼누구나걸릴수있는질병,뇌의세로토닌문제로개념화한다.그러나우울증이정상적인질병이고누구나겪는질병이라면,현대사회에고통이만연하다는사실에대해서는질문할필요가없는것일까?고통받는상태가정상이라며얄팍한위안을제공하는데그치는것이아니라,애초에더적게고통받는사회를만들수는없는것일까?정신의학이내세우는세계관은이런질문에답할수있는우리의능력을깊이손상시키며,가장탈정치화되고소외된우울증에대한이해의방식을제공한다.

그렇기에11장〈고통의사회적결정요인〉의제목처럼사회적요인에민감한정책과입법의개발뿐만아니라,궁극적으로는우리가정신건강을이해하는방식의근본적인개혁을가능하게할정치경제패러다임의변화가필요하다는것이저자의핵심주장이다.고통받는사람을이해하고도와주기위해우울증이라는진단명이꼭필요하지는않다.그런데도많은사람이단지고통받고있다는사실자체를인정받기위해서라도이러한진단명이꼭필요하다고느낀다는사실은,그만큼우리사회가고통받는이에게너그럽지못하다는것을보여준다.

그러나‘사회적연대와정치적공동체’는인간이홀로다룰수없는고통을다루기위해발명한가장효과적인해결책이자진통제이며,반대로고통에관해이야기하고연대할수있다는것이야말로관계와공동체의성립조건이다.그어느때보다도물질적으로풍요로운것처럼보이는사회에서우리가그어느때보다도외롭고우울하다는뉴스가끊이지않는것은,함께고통에대해사유하고변화를위해연대하는것이의미있는관계와삶을구축하기위한유일한방법이라는것을잊어버리고있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