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1925 (아도르노, 벤야민, 그리고 ‘비판이론’이 탄생한 그 여름)

나폴리 1925 (아도르노, 벤야민, 그리고 ‘비판이론’이 탄생한 그 여름)

$18.00
Description
비판이론 100년의 역사가 시작된 그곳,
1925년 나폴리의 여름 이야기
아도르노, 벤야민, 크라카우어는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태양빛에 반짝이는 푸른 바다, 구멍이 숭숭 뚫린 화산석,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화산 분화구, 해변 마을을 배회하는 유령들… 아름다운 해변도시 나폴리의 풍광을 이루는 이 이미지들은 비판이론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1925년 여름, 훗날 ‘비판이론’ 또는 ‘프랑크푸르트학파’로 불리게 될 네 명의 젊은 지식인이 나폴리에 모였다. 건방지기 짝이 없는 천재 철학도 테오도어 아도르노, 날카로운 독설가 발터 벤야민, 아도르노를 흠모한 예민한 문예비평가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 그리고 마르크스에 푹 빠진 사회분석가 알프레트 존-레텔이 그들이다.

이 책은 1925년 여름 3주간 그들이 나폴리에서 겪었던 황홀하고도 기이한 지적 환영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한다. 초기 비판이론의 핵심이 된 개념들, 이후에도 숱한 해석과 억측을 불러일으킨 ‘다공성’ ‘성좌’ ‘변증법적 이미지’ 등의 개념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추적한다. 비판이론은 근대적 합리성이 초래한 폭력과 소외, 부르주아 시민사회의 위선, 현대 사회의 자기분열적 증상을 폭로하면서 이후의 사회정치철학에서 사회, 대중문화, 권력의 메커니즘을 해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이 책은 현대 사회를 분석하는 개념적 도구이자 그 자체로 진리의 구현체인 ‘다공성’과 ‘성좌’가 나폴리 바다와 분화구에서 건져낸 보화임을 밝혀낸다. 하나의 풍광이 어떻게 중요한 철학적 기획으로 전환되었는지 살펴봄으로써 난해하게만 여겨지던 이론의 아잇적 모습을 알게 해준다.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환상적인 필치로 지성사의 한 챕터를 복원한 독창적인 책이다.
저자

마르틴미텔마이어

저자:마르틴미텔마이어
MartinMittelmeier,쾰른대학교독일어문학연구소명예교수.독일유명출판사에서편집자겸기획책임자로오랜기간일했으며,현재쾰른에서작가및프리랜서편집자로활동하고있다.현대독일과서구문화에큰영향을끼친사상들을지성사또는지식사회학적측면에서조명하는저술작업을꾸준히이어가고있다.토마스만의캘리포니아망명기간을다룬최근작『낙원의향수』(2025)를비롯하여『다다:세기의이야기』(2016),『자유와어둠:‘계몽의변증법’은어떻게세기의책이되었나』(2021)등을썼다.

역자:최용주
사회학연구자.전남대,서울대,미국켄터키대학에서사회학을공부했고,정부공식기구‘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조사1과과장을지냈다.해외의과거사청산사례와광주항쟁에관한여러편의논문을발표했으며,관련도서도여럿번역했다.그간옮긴책으로는욘엘스터의『책장덮기:역사적관점에서본이행기정의』를비롯해『5.18푸른눈의증인』(폴코트라이트),『나의이름은임대운』(데이비드돌린저)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들어가는글:풍경이철학이될때

1행복의섬
2비극의여행지
3공통의관심사
4납골당
5화산석의음악
6성좌(星座)
7그림엽서
8해골과유령
9죽은것들에주입된의미
10폭파로얻은삶의공간
11분화구탐험
12파시즘은어디에서기원하는가
13망가진것들의보물창고
14해변으로밀려온세이렌들
15피의기적
16포시타노의예언
17나폴리이후

에필로그


참고문헌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비판이론100년의역사가시작된그곳,
1925년나폴리의여름이야기
아도르노,벤야민,크라카우어는그곳에서무엇을보았을까?

태양빛에반짝이는푸른바다,구멍이숭숭뚫린화산석,금방이라도터질듯한화산분화구,해변마을을배회하는유령들…아름다운해변도시나폴리의풍광을이루는이이미지들은비판이론과무슨관계가있을까?1925년여름,훗날‘비판이론’또는‘프랑크푸르트학파’로불리게될네명의젊은지식인이나폴리에모였다.건방지기짝이없는천재철학도테오도어아도르노,날카로운독설가발터벤야민,아도르노를흠모한예민한문예비평가지크프리트크라카우어,그리고마르크스에푹빠진사회분석가알프레트존-레텔이그들이다.

이책은1925년여름3주간그들이나폴리에서겪었던황홀하고도기이한지적환영의세계로독자를초대한다.초기비판이론의핵심이된개념들,이후에도숱한해석과억측을불러일으킨‘다공성’‘성좌’‘변증법적이미지’등의개념이어떻게탄생했는지추적한다.비판이론은근대적합리성이초래한폭력과소외,부르주아시민사회의위선,현대사회의자기분열적증상을폭로하면서이후의사회정치철학에서사회,대중문화,권력의메커니즘을해부하는강력한무기가되었다.이책은현대사회를분석하는개념적도구이자그자체로진리의구현체인‘다공성’과‘성좌’가나폴리바다와분화구에서건져낸보화임을밝혀낸다.하나의풍광이어떻게중요한철학적기획으로전환되었는지살펴봄으로써난해하게만여겨지던이론의아잇적모습을알게해준다.때로는아름답고때로는환상적인필치로지성사의한챕터를복원한독창적인책이다.

2024년『뉴요커』‘올해의책’선정도서

‘비판이론’또는‘프랑크푸르트학파’라고도불리는사상적흐름은20세기이래현대사회를분석하는가장중요한철학이론또는사회학방법론의하나가되었다.2024년은이이론이탄생한지100주년되는해.테오도어아도르노,막스호르크하이머,발터벤야민등의이름으로기억되는비판이론그룹은1924년프랑크푸르트에서결성되었지만,그들의이론을성숙시킨곳은전혀예상치못한장소,1925년여름나폴리였다.

미국의신뢰받는뉴스교양지『뉴요커』는‘2024년올해의책’의하나로이책을추천하면서,“나폴리의태양아래합성된비타민D를우리에게보충해주는책”이라고말한다.“한편으로는파시즘의전체성,다른한편으로는부르주아개인들에대한예리한분석으로현대성의정체를밝혀낸”비판이론의틀이다름아닌“나폴리바다와분화구에서”건져낸것이라고평함으로써이책의주제를요약한다.저자는“풍경은어떻게철학이되는가?”라는질문이이책의모티프가되었다고밝힌다.난해하게만느껴지는아도르노와벤야민의이론을구체적이고가시적인미적이미지와풍경을통해더분명히조명할수있다는것이다.우리는이기획을통해20세기초의젊은천재적지성네명이나폴리여름의환상적인풍광을어떻게철학적주제로바꾸어갔는지읽을수있다.

나폴리바다와화산이빚어낸비판이론가들의사유

저자가나폴리의지형과기후안에서다시복원하려는것은‘다공성’과‘성좌’그리고‘변증법적이미지’와같은개념들이다.‘다공성’과‘성좌’는테오도어아도르노와발터벤야민이공유하던개념이자협업의결과물이고,‘변증법적상상력’(마틴제이)은아도르노사상에붙은명예로운호칭이기도하다.그러나수없이시도된해설에도불구하고이개념들의정체는아직도모호한느낌을완전히벗지못하고있다.이책은놀랍게도초기비판이론가들이100년전나폴리에흔히널린물질적소재,풍경,인물,그리고신화와유령들에서이개념들을합성했음을밝혀내고,그것들의진정한의미를해설한다.

주류해석에서자주간과되곤하지만,아도르노와벤야민의‘다공성’(porosity)또는‘투과성’(permeability)개념은자본주의적생산양식과생활양식을포착하는주요개념이자그것의극복으로나아가는실마리이다.구멍이숭숭뚫려서무엇이든침투할수있고어디에든쓸수있는다공질의화산석은모든것의개성을문질러버리고무엇과도교환될수있는자본주의사회의상품원리를상징하는메타포이다.

그러나나폴리의다공성은그런사회의무차별성과전체성을깨뜨리는소재이기도하다.채석장이납골당으로바뀌고그곳의해골이장식물이되며나폴리의무수한건물로탈바꿈하는나폴리의삶은공동체적활력과역사성을되찾을가능성을보여준다.아도르노의변증법적상상은이처럼사회변혁의원리로탈바꿈한다.

발원지에서캐내는‘성좌’‘다공성’‘변증법적상상력’의진정한의미

화산석의구멍들,또는베수비오산분화구의텅빈구멍을현대성의발원지로보는벤야민과아도르노의사유는또한성좌(constellation)개념으로도이어진다.‘성좌’란무의미하게흩어진별처럼파편화되고분산된사실이스스로연관을맺음으로써하나의별자리로서그진리내용을드러낸다는비유적개념이다.

저자미텔마이어는화산분화구앞에서떠오른아도르노의상상력을재구성함으로써‘성좌’개념이어떻게현대사회에대한비판적도구이자진리가되었는지해설한다.아도르노는분화구에서막튀어나올것같은악마적형상이야말로부르주아근대인이마주치는자신의쌍둥이자아(도플갱어)로,근대적계몽이주장해온합리성은이악마적존재로서의자신에대한자각을통해해체되고(『계몽의변증법』),화산둘레의끝없는배회를통해새로운성좌를구성하게된다는것이다.

슈베르트음악,망가진기계,수족관,오디세우스,홀로코스트…

다소환상적으로써내려간이책의서술은‘성좌’개념이그러하듯이분산된사실들에서하나의일관된진리를짜맞춰가는수법을취하고있다.알프레트존-레텔이관찰한나폴리의망가진기계와수리방식,아도르노와크라카우어가방문했던수족관의풍경,슈베르트음악,길버트클라벨의기이한고성재건축등이씨줄날줄로엮이어,비판이론의초기관심사가무엇이었는지를하나의큰퍼즐처럼짜맞춰간다.

비판이론가들의초기관심은근대적이성이어떻게홀로코스트라는거대한폭력을초래했는지,부르주아사회와대중문화에배인상품적논리가어떻게인간성의소외와비참을낳았는지,그리고개인의자유와공동체적이상은어떻게조화될수있는지와같은문제였다.이책의목적은아도르노,벤야민,크라카우어,존-레텔이나폴리곳곳에서마주친풍경에서이런문제의식들이태동하였음을밝히는데있다.그것들은또한나폴리풍경에서만건져낸것이아니라,이들상호간의치열한‘철학적전투’에서만들어진것임을보여줌으로써‘비판이론’의공통분모를뽑아낸다.아도르노가싸들고온악보들,벤야민의독일비애극원고,크라카우어가읽던한무더기의탐정소설들,존-레텔이파고든마르크스『자본』전질이나폴리에서서로결합하였고,이들은서로에게깊은영향을미치며‘비판이론’이라는큰그림의요소가되었다는것이다.

무엇보다이책은아도르노와크라카우어사이의은밀한관계,벤야민의애정행각,존-레텔의편집광적면모등개인사적비밀들을하나하나들추어가는데서도독자의흥미를자아낸다.『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이책의면모를“독창적이고도은밀하다”고평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