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간

비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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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인간을 넘어선 존재들과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이 인간 노동의 가치를 정면으로 뒤흔들고 있다. ‘인간을 넘어선 존재들’, 곧 비인간(nonhuman)에 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기후 위기, 생태계 교란, 기술적 불평등이 제기하는 새로운 문제는 21세기 학문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은 ‘비인간 전회(nonhuman turn)’를 요구하고 있다. 이 책은 실험실의 쥐, 기계와 인공지능, 다양한 생명 종들과 지구 행성에 이르는 비인간 행위자들의 고유한 행위성을 조명하고, 비인간과 인간이 맺는 여러 관계를 깊이 성찰한다.

어떻게 비인간을 사유하고 연구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존재의 위계를 지우기’, ‘사물과 물질의 행위성을 인정하기’, ‘배치와 얽힘’ 같은 주요한 방법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인간의 위상 변화를 진지하게 사유하고, 의인화의 역할을 인정하며, 과학기술의 확장을 마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비인간을 인간의 더욱 강력한 통제 아래에 둘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비인간을 ‘인간의 조건’으로 새롭게 이해하는가에 있다. 비인간은 한편으로는 보호되어야 할 존재이면서 그것의 힘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도 해야 할 역설적 존재다.

이 책은 인간을 넘어선 세계를 탐구하는 젊은 연구자 아홉 명의 눈을 통해 비인간 연구의 지도를 그린다. 신유물론의 의인화 문제를 파고들고, 비인간의 행위성을 묻고, 인공지능의 존재론적 지위를 질문한다. 인간은 박테리아와 공생하며 진화해 온 생물학적 존재이자, 스마트폰과 알고리즘에 접속된 기술적 존재이며, 지구 행성의 기후와 대지의 순환 속에 놓인 생태적 존재다. 그래서 이 책이 제안하는 윤리는 순수함이나 분리가 아니라 얽힘에 대한 ‘책임’과 ‘응답 능력’이다. 이 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거대한 ‘비인간 전회’의 현장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

김상민

기술,미디어,예술의접점에서관찰되는다양한(비)인간의삶에관심을기울이는문화연구자.연세대학교커뮤니케이션대학원객원교수,서울대학교인문대학및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원강사.한국과학기술원(KAIST)산업디자인학과를졸업하고서울대학교미학과에서석사학위를,미국조지메이슨대학교에서문화연구박사학위를받았다.고등과학원초학제연구프로그램‘비인간’연구단을이끌고있으며,문화이론전문지『문화/과학』편집위원,(사)문화사회연구소이사로활동하고있다.저서로『디지털자기기록의문화와기술』이있고,공저로『인공지능,플랫폼,노동의미래』『큐레이팅팬데믹』『서드라이프』『데이터시대의언론학연구』『속물과잉여』등이있다.

목차

고등과학원초학제연구단총서발간에부쳐(고등과학원원장노태원)
초대의글(고등과학원초학제연구프로그램기획위원장박창범)
서문(김상민)

1‘비인간’연구의지도그리기
인간을넘어서는존재들의탐구를위하여|김상민

2신유물론의역설적의인화
포스트휴먼인식론을위한시론|문규민

3비인간과행위자-연결망이론
세계들의전쟁속에서세계들을더잘묘사하기|박동수

4실험쥐와함께되기
동고의생태속에서응답하고돌보는과학|하대청

5비인간의인류학
생명의인류학과다종민족지|황희선

6내게말을거는비인간
애니미즘과살아있는장소|유기쁨

7비인간리터러시
개념적확장을너머체화된리터러시로|김성우

8인공지능은비인간존재인가?
존재론적전회와기술적비인간존재에대하여|박승일

9행성적지정학
비/인간을사유하기위한정치적조건에대하여|손희정

출판사 서평

■인간을넘어선존재들과어떻게함께살것인가?
땅과바다,동물과식물,인공지능과행성…도처에는비인간이있다.
인간과비인간이함께살아가기위한공생의조건을묻는다.

인공지능의급격한발전이인간노동의가치를정면으로뒤흔들고있다.‘인간을넘어선존재들’,곧비인간(nonhuman)에대한고민이절실히필요한이유다.기후위기,생태계교란,기술적불평등이제기하는새로운문제는21세기학문의주요흐름으로자리잡은‘비인간전회(nonhumanturn)’를요구하고있다.이책『비인간:사물,생명,기계,행성과함께사유하기』는실험실의쥐,기계와인공지능,다양한생명종들과지구행성에이르는비인간행위자들의고유한행위성을조명하고,비인간과인간이맺는여러관계를깊이성찰한다.

어떻게비인간을사유하고연구할수있을까?이책은‘존재의위계를지우기’,‘사물과물질의행위성을인정하기’,‘배치와얽힘’같은주요한방법을제시한다.이를통해인간의위상변화를진지하게사유하고,의인화의역할을인정하며,과학기술의확장을마주할수있는가능성을제시한다.중요한문제는어떻게비인간을인간의더욱강력한통제아래에둘것인가가아니라,어떻게비인간을‘인간의조건’으로새롭게이해하는가에있다.비인간은한편으로는보호되어야할존재이면서그것의힘으로부터사회를보호하기도해야할역설적존재다.

이책은인간을넘어선세계를탐구하는젊은연구자아홉명의눈을통해비인간연구의지도를그린다.신유물론의의인화문제를파고들고,비인간의행위성을묻고,인공지능의존재론적지위를질문한다.인간은박테리아와공생하며진화해온생물학적존재이자,스마트폰과알고리즘에접속된기술적존재이며,지구행성의기후와대지의순환속에놓인생태적존재다.그래서이책이제안하는윤리는순수함이나분리가아니라얽힘에대한‘책임’과‘응답능력’이다.이책은지금도계속되고있는거대한‘비인간전회’의현장에대한기록이다.

■왜비인간인가?

우리는오랫동안‘인간’이라는단일한주인공이이끄는거대한모노드라마속에서살아왔다.근대라는무대위에서인간은유일한이성적주체이자능동적인행위자였으며,동물,식물,사물,기계,그리고지구같은나머지모든존재는인간의드라마를위한배경이거나자원에불과했다.그러나오늘날그토록견고해보였던이무대는삐걱거리고있다.기후위기라는행성적차원의재난은‘자연’이더이상인간의통제아래놓인수동적인자원창고가아님을웅변하고있다.또한나날이고도화되는인공지능알고리즘은‘지능’과‘행위’가인간만의전유물이아님을증명하고있다.

인간만이세계를구성하고만들지않는다.세계는언제나인간과비인간의복잡하고역동적인얽힘(entanglement)속에존재해왔다.우리는박테리아와공생하며생명을유지하고,기술적사물들에의존해사고를확장하며,기후와대지의순환속에서호흡한다.이책『비인간:사물,생명,기계,행성과함께사유하기』는바로그사실을직시하고,인간의독백이끝난자리에서시작되는새로운대화의가능성을모색하려는시도다.

■비인간전회

인문과학의영역에서는학문장전반에거대한변화를일으키는흐름으로20세기초반부터시작된‘언어적전회’나1970년대이후의‘문화적전회’와같은호칭이있었다.최근에는그와같은전환을넘어‘비인간전회(nonhumanturn)’가부상하고있다.예컨대기술과신체의유기적조합(사이보그)에대한연구와그뒤를이은포스트휴머니즘,사물에대한학제적연구와그연장선상에있는브뤼노라투르의행위자-연결망이론(ANT),물질이나객체와같은존재에대한새로운사유를펼쳐내는신유물론,인간적인것을넘어서려는인류학,그리고그모든분야들을가로지르는과학기술학등을꼽을수있다.

그런데비인간연구에대한일반적인시각은편견과오해로가득하다.비인간에대한연구라면마치‘인간아닌’것들만을예외적으로연구한다고생각하기쉽다.또한‘비인간’을중심에두고연구를한다는것은‘인간적인’것들에대한가치를부정하는것은아닌지의심하기도한다.그러나우리시대에‘비인간’에대해촉발되는관심은인간과비인간혹은자연과문화사이에놓인심연의격차를제거하고모든존재를평등하게대하고자하는시도다.

또한현재비인간연구는단순히비인간의행위성을인정하는차원을넘어,어떻게인간과비인간이서로를착취하거나도구화하지않으면서도공존할수있는지에대한윤리적,정치적기획으로나아가고있다(이책의3장과4장참조).법적,제도적차원에서비인간권리를어떻게구현할것인가,교육의영역에서비인간과의새로운관계를어떻게상상하고실험할것인가(6장참조),기술개발과운용과정에서비인간의물질성과생태적영향을어떻게고려할것인가등의구체적질문들이제기되고있다.

가령최근급변하는자동화기술의발전은인간과비인간존재의위상에대해많은것을고민하게만든다.인간은기술적자동화때문에플랫폼노동,긱노동과같은불안정한노동으로밀려나전통적인노동자의지위를상실하고오히려노동자의지위와권리를얻기위해투쟁하고있다.반면로봇이나AI같은자동화된기술은점점그것이생산의영역에서두각을나타내고있기에오히려법률적인격을부여받아로봇세나AI세등을부과해야할정도로노동자의지위를획득하고있다.이역설적상황은인간과비인간,인간과기계사이의구분보다는이들사이의통합적인이해가필요하다는점을입증한다.(1장과8장참조)

■이책의구성

이책의여정은비인간연구의거시적지형을탐색하는것에서시작한다.김상민은「‘비인간’연구의지도그리기」에서왜지금‘비인간’인가를묻는다.사물이론,포스트휴먼,신유물론,행위자-연결망이론등다양한이론적자원을경유하여그려낸이지도는,낯선비인간의숲으로들어가는독자들에게나침반이되어줄것이다.

이어지는글들은이지도를더욱세밀한논의로채워나간다.문규민은「신유물론의역설적의인화」에서신유물론이구사하는‘의인화’의문제를파고든다.흔히비인간에게인간적속성을부여하는것은인간중심주의의오류로치부되곤한다.그러나그는신유물론의의인화가단순한인간성의투사가아니라,비인간의고유한물질성과행위성을발견하기위한‘역설적발견법’임을치밀하게논증한다.

박동수는「비인간과행위자-연결망이론」에서비인간의행위성을본질적속성이아닌정치적쟁점으로재구성하는행위자-연결망이론(ANT)의핵심을제시한다.ANT는인간과비인간이함께구성하는집합체의형성과정을추적하지만,성공적구축에만집중할경우돌봄과고통같은윤리적요소들이배제될수있다.그는화천산천어축제사례를통해ANT의‘묘사하기’가가치중립적관찰이아니라새로운외교와협상의가능성을여는‘개입하기’임을보여준다.

이와같은이론적탐색은구체적인삶의현장으로이어진다.하대청은「실험쥐와함께되기」에서과학실험실이라는공간에서벌어지는인간과실험쥐의관계를추적한다.그는실험동물을데이터생산을위한도구로환원하는대신,그들과연구자가맺는‘동고(同苦,co-suffering)’의관계에주목한다.연구자는실험동물의고통을목격하고,때로는그고통에감응하여자신의몸과마음이변화하는경험을한다.함께노동하고고생하며서로에게길들여지는이과정에대한생생한서술은,차가운객관성이라는신화뒤에숨겨진과학의윤리적얼굴을드러내며‘응답과돌봄의과학’을제안한다.

황희선은「비인간의인류학」에서인류학의시선을인간너머로확장하며‘비인간인류학’의지형도를그린다.그는‘생명의인류학’과‘다종민족지’라는두가지핵심흐름을통해인류학이어떻게인간중심성을탈피하고있는지탐색한다.여기서인류학의대상은더이상고립된‘인간(anthropos)’이아니라,뭇생명과사물이서로의삶에개입하며만들어가는다종적드라마다.

유기쁨은「내게말을거는비인간」에서소록도라는특수한장소안에서펼쳐지는애니미즘적풍경을포착한다.인간이떠난폐허를점령한식물들,섬의주인이된사슴들,그리고그곳에서린한센인들의기억이뒤섞인소록도는단순한물리적공간이아니다.이곳에서비인간은단순한배경이아니라역사의주역이자기억의담지자로등장한다.

김성우는「비인간리터러시」에서비인간과의만남을‘리터러시(literacy)’의차원으로확장한다.문자를읽고쓰는능력을넘어식물의신호,동물의흔적,생태계의기호를읽어내는‘비인간리터러시’는인간언어의독점을깨뜨린다.그는비판적식물연구와생명기호학을통해언어가인간만의전유물이아니라모든생명체가세계와소통하는방식임을일깨운다.

비인간의스펙트럼은자연적존재에한정되지않는다.우리곁의가장강력한타자,기술적비인간역시이책의중요한탐구대상이다.박승일은「인공지능은비인간존재인가?」에서오늘날가장논쟁적인비인간행위자로부상한인공지능(AI)의존재론적지위를묻는다.그는인공지능을인간을모방하는‘비-인간(inhuman)’과독자적인행위성을지닌‘비인간(nonhuman)’사이의중첩과전이과정으로파악한다.AI의기술적계보를추적하는그의작업은기계가어떻게인간의통제를벗어나독자적인의미생성의주체가되고있는지를보여준다.

마지막으로손희정은「행성적지정학」에서2025년서울‘사물의의회’에서출발하여‘비인간’논의가역설적으로‘인간’을어떻게규정하는가에달려있음을보여준다.그는스피박의『한학문의죽음』과장준환의〈지구를지켜라!〉및리메이크작〈부고니아〉를분석하며,자본이추동하는‘지구본(globe)’과인간에게완전히속하지않는타자로서의‘행성(planet)’의차이를드러낸다.궁극적으로비인간을제대로사유하기위해서는가부장제,자본주의,제국주의가교차하며만든지배와착취의구조를분석하는‘행성적지정학’이필요함을논한다.

이아홉편의글은각기다른비인간(이론,동물,식물,장소,기계,행성등)을다루고있지만,하나의목소리로수렴된다.그것은바로우리자신이단독자가아니라는사실이다.그래서이책이제안하는윤리는순수함이나분리가아니라얽힘에대한‘책임(responsibility)’이다.도나해러웨이가말했듯,책임이란타자의부름에응답할수있는능력(response-ability)이다.실험실의쥐가보내는고통의신호에,숲이들려주는침묵의언어에,인공지능이생성하는낯선문장에,그리고기후위기라는징후를통해경고하는지구의비명에귀기울이고응답하는것.그것이바로이얽힘의시대를살아가는우리가갖춰야할최소한의예의이자생존법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