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17.50
Description
수전 손택 이후 20년,
‘지금 이 시대의 고통’을 다루는 저널리스트, 김인정이 세계를 향해 던지는 뼈아픈 질문
“우리는 너무 손쉽게, 너무 많은 죽음을 본다”
2023년 8월, ‘칼부림’, ‘살인 예고’, ‘무차별 범죄’와 같은 키워드가 뉴스를 뒤덮었고, 충격적인 현장을 담은 영상과 이미지가 끝없이 유포되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벌어진 참사의 이미지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목격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참사와 범죄를 실시간으로 목격한 사람들은 출퇴근길 지하철도 두렵다고 호소하고, 작은 소동을 흉기 난동으로 오인하여 대피하다 부상을 입기도 했다.

뉴스와 소셜미디어가 합세해 지금 전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생중계하는 시대, 전 세계를 연결하는 저널리스트 김인정은 수전 손택 이후 20년 ‘타인의 고통’을 다시 시대적 화두로 가져온다. 이제 타인의 고통은 단순히 연민과 대상화를 넘어 더 많은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을 위해 경쟁하는 ‘고자극 콘텐츠’가 되었다. 너무 많은 죽음을 지켜보는 ‘고통 구경하는 사회’에서 죄책감과 무력감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스마트폰이 희생자가 심폐소생술을 받는 모습을 담을 때, CCTV 화면이 범죄자가 흉기를 들고 사람들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드론 카메라가 지하차도에 시내버스가 잠겨 있는 모습을 비출 때. 이러한 장면들의 효용은 무엇일까? 고통을 보는 일은 그저 사회적으로 불안감과 공포심을 가중하며, 전 국민을 트라우마에 빠지게 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고통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는 고통을 구경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아닌, 목격한 뒤 우리에게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는 국내 재해 현장과 홍콩 시위 한복판, 광주 평화광장과 캘리포니아주의 마약 거리를 종횡무진하며 고통을 변화의 시작점으로 만드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함께 뒷이야기를 씀으로써 변화를 만들어내는 ‘공적 애도’라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리의 ‘응시’는 어떻게 변화의 동력이 되는가. 이 책과 함께, 연민과 공감, 대상화라는 한계를 끌어안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차근차근 모색할 수 있다.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김인정

경계를넘나드는저널리스트.광주MBC보도국에서주로사회부기자로일하며10년동안사건사고,범죄,재해등을취재했다.당장눈에보이는고통의규모와수치뿐만아니라,사건의감춰진맥락을복원하는데집중해왔다.법조비리와기업부패를고발한기사등으로방송기자상을네차례수상했다.인권의의미를확산한공로를인정받아국제앰네스티언론상을,왜곡된역사의진상을규명하고자하는노력으로5.18언론상을받았다.

전세계를연결하는저널리즘을꿈꾸며UC버클리저널리즘대학원에서석사과정을마쳤다.UC버클리탐사보도센터에서사회양극화와인종차별문제를취재하고,소셜미디어와마약문제,시민운동등을다룬다큐멘터리를제작했다.TheNation,CNN등외신을통해한국의참사와학살을보도하기도했다.언어와인종,계급을넘어지금도지구촌어딘가에서일어나는아픔에어떻게가닿을수있을지를고민하고있다.

탐사보도와심층인터뷰를통해뉴스를완성하는기자이지만,뉴스보다는뉴스가끝난뒤에어떤일이일어나는지에대해더관심이많다.슬픔을다루는데서툰사회에서,함께뒷이야기를써서변화를만들어내는공적애도의태도를고민하고자한다.지금은미국에서프리랜서기자로다양한언론사와협력하여취재와집필활동을하고있다.

목차

추천의글
들어가며:고통을보여주는일

1장.새롭고특별한고통이여기있습니다

좋아요와리트윗,그이상
구독과좋아요,알림설정까지
뉴스가끝난뒤에시작되는것

2장.타인의고통에공감한다는착각

날씨는모두에게공평하다는거짓말
재해는어떻게문화가되었는가
아픔이혐오가될때
빈곤포르노를넘어,개인의고통에대한사회의책임
어떤이야기는이름을갖지못한다

3장.나와닮지않은이들의아픔

우리가알고리즘밖으로나올수있다면
트리거워닝:눈길을사로잡거나돌리게하거나
고통의현지화가필요할때
지역에서유독사건사고가많이일어나는이유
만들어진전쟁,젠더갈등

4장.세계의뒷이야기를쓰기위해서

그저뉴스거리로끝나는많은일들
연민이세상을바꾸지못한다고해도
언어,계급,인종을넘어서는보편적인언어
사적애도를위한공적애도

나가며:영원히움직이는텍스트
참고한책들

출판사 서평

“우리는이색적인죽음에만즉각반응한다”
‘고통의포르노’를넘어우리가도달하고자하는고통의균형

이세계에존재하는수많은고통중뉴스의거름망을통과하여우리가보게되는고통의공통점은무엇일까?바로시청자의눈길을사로잡기충분할정도로규모가크고,극적이며,이색적인고통이라는것이다.
2022년SPC제빵노동자끼임사고는산업재해로서는이례적으로크게이슈가되었다.많은기사가,노동자가소스를배합하는과정에서기계에어떻게끼었는지,죽음의순간을생생히그려볼수있을정도로자세하게서술했다.자극적인묘사는비판의대상이되었지만,훼손된신체로충격을주고나서야대중이반응했다는점역시부인할수없는사실이다.
문제는‘보이는고통’만주목받는사이,‘보이지않는고통’과‘보여줄수없는고통’은상대적으로소외된다는것이다.이에저자는끼임사고로신체가절단되는일뿐만아니라,고압전류를다루는전기원들이연달아백혈병에걸리는일에도관심을둔다.꼭‘스펙터클한’고통만보여줄가치가있는것은아니기때문이다.
흔한고통이문제가아닌문화가되고,시급하게해결해야할사회문제가‘계속일어나고있기때문에’이야기되지않는패러독스속에서,저자는잘보이지않는고통에스포트라이트를비춘다.이는위계를부여하여기우뚱해진고통의저울에균형을맞추려는시도다.

“구의역에서스크린도어를홀로고치다숨진김군.태안화력발전소에서홀로작업하다석탄이송컨베이어벨트에끼여숨진하청노동자김용균씨.우리가기억하는이름은얼마되지않는다.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산업재해통계에따르면여전히하루에6명이넘는노동자가산업재해로목숨을잃고있다.”_p.100

“고통은어떻게드라마가되는가”
뉴스는하지못하고,넷플릭스는해낸것

2023년넷플릭스의오리지널콘텐츠〈나는신이다〉가불러일으킨반향은엄청났다.대중의이례적인공분에검찰총장까지나섰고,대규모로펌의변호인단이전원사임하는일까지벌어졌다.2011년동명의소설을원작으로한영화〈도가니〉는자칫묻힐뻔한인화학교성폭력사태를수면위로끌어올렸다.두사례의공통점은딱딱한뉴스를생생한스토리텔링으로전달했다는것,그럼으로써뉴스가만들어내지못한변화를촉발했다는것이다.
이는많은이들이뉴스에등을돌리는이유이기도하다.다양한콘텐츠가현란한화면으로눈길을사로잡는지금,건조하게사실을전달하는뉴스에마음을포개기란점점어려워지고있다.뉴스의위기를직면하며,저자는“뉴스는세상의수수께끼들을보여주지만,모든해결책을가지고있지는못한불완전한매체”임을인정한다.그러므로뉴스는보는것에서끝나는매체가아니라는사실을상기시키며,기자와시청자가함께뉴스를완성해가야한다고촉구한다.
이책을읽은김지수기자는“단죄하거나단정하지않는저널리스트가있는사회는희망이있다”고했다.1장에서고통을소비하는세태를진단한저자는,2장에서는사회가납작하게대상화하는고통의맥락을복원한다.3장에서는나의타임라인에서소외된낯선고통의모습을발견하고,마지막4장에서는모든이야기를변화로꿰어낼공적애도의자세를제안한다.공동체가뉴스의뒷이야기를써내려가도록독려하는이구성은,희망을향해나아가는선연한지도가된다.

‘나일수있었다’는무책임한말들,
알고리즘과구독에갇힌타임라인을빠져나와세계와접속하는법

“그들은우리와너무나도닮았다”.2022년다니엘해넌전영국보수당의원이우크라이나인들을일컬어한발언은국제적인논란을즉시불러일으켰다.선의에서비롯되었을지언정,순식간에유럽바깥에서는생명이위협받는것을당연한일로만들어버렸기때문이다.
하지만이말앞에서우리는얼마나떳떳한가.홍콩시위때많은매체가우리가자주가는관광지이며좋아하는영화의촬영지였다는등의수식을더했다.참사와재해를전하는뉴스에서“나일수있었다”는경구는클리셰처럼등장한다.
세계를돌아다니며여러고통을마주했던저자는소셜미디어를주축으로뉴스의소비가극도로개인화된시대,우리가다른집단과사회,지구공동체를감각하는능력을상실할수있음을지적한다.그리고극도로편향된필터버블에서빠져나오기위해서는지구반대편에서일어나는일에대해서도공감이가능하다는믿음이필요하다고이야기한다.
이책은나와연관되지않은일역시중요하게다뤄야한다는사실을인정하고,‘나’의테두리를빠져나와더큰‘우리’의세계를생각하는길을알려준다.이는나의가시권안에한정된연민으로흐트러진고통의질서를복원하고,좁은타임라인에서빠져나와더넓은세계와소통할수있는방법이다.

“이죽음은애도할만한가”
우리는모두타인의고통에빚지고있다

“슬픔을정치에이용하지말라”.진상규명과책임자처벌을위한노력을무력화하는익숙한경구는늘애도를사적인영역으로밀어넣는다.하지만저자는지금우리에게는‘공적애도’가필요하다고강하게이야기한다.
최악의고통과끔찍한상실을겪어낸뒤,사건을공론화하는사람들이있다.대중앞에고통을꺼내든사람은취약해진다.그들을‘감정적’이며‘비이성적’이라고비난하고,이제그만할때가되었다며힐난하기란쉬운일이다.하지만이는부정과분노를이겨내고,트라우마를반복재생하면서까지고통을들고일어선이들에대한존중이아니다.
그들은같은이름의다른고통을막을수있는길을가리킨다.상실과슬픔,우울과기억의혼돈속에서새로운이야기를써내려가고자하는그들을위해,우리는성실하게슬퍼해야한다.그들의이야기를경청한후,무엇을잃었는지사유하고고쳐나가려고노력해야한다.파편으로남겨진외로운사적애도를위해,‘왜’,‘무엇을’,‘어떻게’를이야기속에채워주어야한다.이때애도가정치로흐르는것은당연한일이다.
우리는모두타인의고통에빚지고있다.어떠한죽음과상실은사회의결핍을가시화된기호로보여주기때문이다.한공동체가슬퍼하기로한죽음은,그들이욕망하는사회의모습을알려준다.
그러므로이책이던지는질문은타인의고통뿐만아니라,우리가선택한미래를향해있다.무엇을애도하는사회인가.이죽음은애도할만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