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멜버른의 케어러 (이민, 장애, 나이듦, 그리고 돌봄의 세계에서 내가 배운 것)

나는 멜버른의 케어러 (이민, 장애, 나이듦, 그리고 돌봄의 세계에서 내가 배운 것)

$19.80
Description
장애인과 노인은 수중 재활과 물리치료를 받고, 중증 복합 장애인도 캠핑에 참여해 신체 활동을 하며, 완화 치료를 받는 노인은 간호사의 도움 속에 집에서 평온히 임종한다. 어린 몸, 늙은 몸, 스스로를 가누기 힘든 몸, 뒤틀린 몸까지, 모든 몸이 ‘그대로의 몸’으로 존재하는 풍경 속에서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양한 삶의 무늬가 춤을 춘다. 멜버른의 한 케어러가 그 몸들과 함께 빚어낸 다채롭고도 아름다운 돌봄 이야기.

영어 교사로 일하다 임신과 출산, 육아로 10여 년간 경력 단절을 겪은 한국계 호주 이민자인 저자는 2022년부터 돌봄 노동자로 일을 시작했다. 멜버른의 케어 현장은 다문화의 축소판이다. 20대부터 60대에 이르는 인도, 네팔, 케냐, 필리핀, 중국,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미얀마 등에서 온 이주민의 노동 없이는 호주의 복지 시스템도 돌아가지 않는다. 저자 역시 그 다문화 현장의 한 부분이자, 케어러라는 이름으로 버티고 있는 이민자다.

돌봄의 무게는 고단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가 피어났다. 남의 삶을 돌보는 일이 오히려 자신의 삶을 다시 쓰는 과정이자 성장의 여정이 된 것이다. 이 책은 그가 장애인 지원사이자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직업적 능력과 전문성을 다져 온 성장의 기록이자, 한국과 호주의 돌봄 풍경을 오가며 복지라는 이름으로 이어지는 각기 다른 삶의 무게를 섬세하게 포착한 에세이다.
저자

루아나

한국에서교사로일하다가어쩌다보니지금은호주멜버른에살고있다.한지붕아래에서전남편,아들,그리고숯처럼까만래브라도리트리버와함께지낸다.캐시후프먼의그림책『강아지는모두ADHD래요!』를보며“왜우리집엔강아지마저ADHD일까?”라며혼잣말하는게일상이됐다.
신경다양인아들이태어나면서돌봄과장애분야에관심이생겼고,그관심은자연스럽게요양보호사와장애인지원사라는직업선택으로이어졌다.10여년동안자폐,ADHD를독학으로공부해오다가,2025년부터울런공대학(UniversityofWollongong)에서“자폐및신경다양성연구준석사수료증과정(GraduateCertificateinAutismandNeurodivergentStudies)”에등록해공부하고있다.

목차

여는글-삶을가르치는장애

1부나는멜버른의케어러
나는멜버른의케어러
자발적으로선택한비정규직시급제
그래도틈은있다
능력과진심이필요해
육체노동으로번돈
밥심으로삽니다

Interview01‘이까짓’이아니라‘이토록’의미있는일
-요양보호사로은퇴한선배C
Interview02“여기서는실무경험이더중요해요.”
-돌봄노동예찬론자K

2부엄마를돌보는마음으로
안전,안전또안전
엄마를돌보는마음으로
애정이안생겨도미워하지않기
5년만에만난엄마
가정방문요양사의임종체험
마지막돌봄,마지막인사

Interview03“이일이내직업이어야되겠구나.”
-20년째간호사로일하는J

3부두종족,두문화
자폐라는또하나의세계
두종족,두문화
모드를바꿀시간
가면을벗어던질결심
아는만큼보이고,아는만큼대처한다
“Z를다시소리내봐요.”

Interview04내아이가자폐라는건상상도못한일
-장애인지원사싱글맘L

4부NDIS,장애를부탁해
NDIS,장애를부탁해
막무가내라도괜찮아
내생애첫장애캠프
장애인지원사는만능인
장애여성셋이살고있습니다
어서오세요,멜버른의공립수영장

Interview05호주장애인복지의산증인
-NDIS지원코디네이터A
Interview06장애복지혜택을누리는이민자가정
-NDIS서비스를받는장애아동부모M

닫는글-죽음을가르치는고령자돌봄
참고자료
해제-노동과복지,장애와돌봄을다시묻다(홍나리)

출판사 서평

“무엇보다재미있다.비문학계의잔다르크를만난느낌이다.”
-류승연,『아들이사는세계』저자

“돌봄,장애이슈를넘어공동체의미래를고민하는
모든이들에게필독서로강력히추천한다.”
-홍나리,보건경제학자


1."남의삶을돌보는일이,내삶을지탱하는힘이되었다."
노동과복지,장애와돌봄을다시묻는,
한한국계호주이민자의돌봄노동기록

어린몸,늙은몸,스스로를가누기힘든몸,뒤틀린몸까지,
모든몸이‘그대로의몸’으로존재하는풍경속에서
장애와비장애의경계가허물어지고,다양한삶의무늬가춤을춘다
그몸들과빚어낸다채롭고도아름다운돌봄의세계

장애인과노인이수중재활과물리치료를받는옆에서일반시민이자유롭게수영을즐긴다.65쪽짜리지원지침이있는중증복합장애인도캠핑에참여해신체활동을한다.완화치료를받는노인은간호사의도움속에집에서평온히임종한다.어린몸,늙은몸,스스로가누기힘든몸,팔다리가뒤틀린몸까지,모든몸이‘그대로의몸’으로존재하는풍경은,10년차호주이민자에게도낯설고놀라운장면이었다.
영어교사로일하다임신과출산,육아로10여년간경력단절을겪은저자가이민자로가장쉽게진입할수있는분야는돌봄노동이었다.부모와다르게살겠다며악착같이공부해교사가되었지만,결국부모처럼다시육체노동자가된것이다.처음에는남편의수입을보완하는벌이로시작했으나,싱글맘이되기로결심한순간부터돌봄노동은삶을떠받치는절박한생업이되었다.유능한케어러가되는일은선택이아닌필수였다.
돌봄의무게는고단했다.하지만그안에서새로운의미가피어났다.노동을소중히여기고금전적·심리적으로충분히보상하는호주의문화도큰영향을미쳤다.치매어르신의목욕을돕고,몸을가누지못하는노인을돌보고,마지막숨을지켜내는과정은육체적으로는고되지만순간순간깊은성찰과위안을안겨주었다.남의삶을돌보는일이오히려자신의삶을다시쓰는과정이자성장의여정이된것이다.그래서케어러일을기꺼이예찬한다.
멜버른의케어현장은다문화의축소판이다.20대부터60대에이르는인도,네팔,케냐,필리핀,중국,스리랑카,인도네시아,우즈베키스탄,미얀마등에서온이주민의노동없이는호주의복지시스템도돌아가지않는다.저자역시그다문화현장의한부분이자,케어러라는이름으로버티고있는이민자다.이책은그가2022년부터장애인지원사이자요양보호사로일하며직업적능력과전문성을다져온성장의기록이다.


2.한국과호주의돌봄풍경을오가며,
복지라는이름으로이어지는
각기다른삶의무게를섬세하게포착하다

이책은한국과호주의돌봄풍경을오가며복지라는이름으로이어지는각기다른삶의무게를섬세하게포착한다.저자의어린시절기억속에서돌봄은늘가족의몫이었다.침대도없는방바닥에서외할머니를3년,아버지를2년돌본어머니는끝내뇌경색으로쓰러졌다.재활이라는말조차낯설던시절,주몇차례병원에데려갈여유도,형편도되지않았다.말할힘을잃고거동이불편해진어머니는요양원에서생을마감했다.물리치료·언어치료·심리치료까지지원받으며집에서재활에힘쓰는뇌경색고객을떠올리면,한때아무도움도받지못했던어머니의처지가더욱애달프게다가왔다.
아이를키울때의경험도있다.한국에서양육의어려움을토로하면,“멀쩡한아이에게장애라는낙인을찍고싶어환장한엄마”라는반응이돌아왔다.이민후아들은ADHD진단을받았고,발달전문의사가“혼자애쓰지말고전문가들과같이”키우자고말했을때비로소공감받았다는기분에눈물이터지고말았다.
한국에서라면가족이짊어졌을돌봄의무게가,호주에서는국가와제도로분산된다.노인에게는‘마이에이지드케어(MyAgedCare)’가,장애인에게는‘국가장애보험제도(NDIS)’가있다.이름조차낯선이제도들은,사실상돌봄을개인의책임에서사회적권리로옮겨놓았다.지원금을직접배정받아필요한서비스를선택하는구조속에서,돌봄의주체는더이상가족이나보호자가아니라당사자자신이다.
물론,호주사회에도여전히불평등은남아있고,제도의문턱을넘지못하는이들도있다.그러나적어도누군가의병이나장애가곧가족전체의몰락으로이어지지는않는다.돌봄의무게가혼자에게지워지지않는다는사실만으로도,호주는한국과다른풍경을보여준다.


3.치매노인과완화치료환자의돌봄부터
장애캠프와그룹홈,자폐인의일상지원까지아우르는
폭넓은돌봄경험을담다

호주에서는요앙보호사와장애인지원사두직종의자격증이호환가능하다.저자는에이전시소속장애인지원사,프리랜서장애인지원사,가정방문요양보호사,요양원요양보호사등다양한형태로일한다.고객층은초등학생부터60대까지다양하고,장애유형또한신체장애,발달장애,치매,섭식장애,다운증후군,중증복합장애등폭넓다.그래서치매노인과완화치료환자의돌봄부터장애캠프와그룹홈,자폐인의일상지원까지두루아우르는돌봄경험을쌓고있다.
특히눈길을끄는건자폐와ADHD를비롯한신경다양인지원경험이다.저자는자폐,ADHD,투렛증후군,난독증과같은신경발달상태를병리적증상이나결함이아닌개인차로보고,이장애인들을신경다양인이라부른다.그는ADHD아들을키우며10여년동안자폐와ADHD를독학해왔다.아들을이해하기위한지난한과정을거치며신경다양인의세계를새롭게바라보게되었다.이제는‘겉으로드러나지않아’돌봄과서비스에서소외되던아이들이진단받도록돕고,나아가이들의교육권을주장하는데까지활동을넓혀가고있다.
노인이나중증장애인의돌봄은오래전부터‘필요한일’로인정받아왔다.그러나신경다양인의돌봄은여전히편견과낙인속에가려져있다.‘이상하다’,‘예민하다’,‘별나다’,‘눈치없다’,‘사회성이없다’는꼬리표가따라붙지만,그들역시일상을지탱하기위해서는돌봄과지원이필요하다.저자는장애와다양성에대한사회적이해와문화가널리퍼져야만,이아이들을더일찍발견하고제때손을내밀수있다고말한다.


4.돌봄현장의다층적목소리를담은여섯편의인터뷰수록

이책에는은퇴한요양보호사,이제막현장에들어선신입지원사,수십년경력의간호사,장애인복지현장의실무자,그리고장애아동을키우는부모까지,돌봄노동과복지제도를살아내는여섯사람의목소리가담겨있다.그들의증언은단순한부록이아니라,저자의경험을보완하며돌봄의현장을더입체적으로비추어준다.
은퇴한요양보호사C는“이까짓일이뭐라고인터뷰를해요?”라며겸손하게말을아꼈지만,평생몸으로쌓아온노동의의미가그의서사속에고스란히배어있다.20년넘게간호사로일해온한국계이민자J는호주의간병문화와국가장애보험제도(NDIS),그리고자발적조력존엄사에이르기까지호주의돌봄체계를속속들이설명한다.NDIS지원코디네이터A와장애아를키우며복지혜택을받는이민자M은장애인복지제도의구체적인일상을드러낸다.
이들의경험이더해지면서,책의서사는개인의체험을넘어공동체의증언으로확장된다.이는돌봄노동을개인적헌신의차원이아니라사회적성찰의대상으로이끌고,저자의경험이단순한사적기록이아니라제도와사회구조의문제와맞닿아있음을선명히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