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한책방지기의시트콤보다웃기고
다큐보다리얼한독서모임분투기
“책한권에시와책한권에어머니가있는것이아니라그놈의재고,재고,재고!”를부르짖는한책방지기의시트콤보다웃기고다큐보다리얼한독서모임분투기.“사장도나요,알바도나였기에,일을시키는것도나,사장을욕하면서일하는것도나”라며생활의고단함,자영업의비애를능청스러운유머로받아치는저자는대구에서동네책방‘하고’를10년째꾸리고있는책방지기다.
그는MBTI‘P’의끝자락에있는성격으로,2016년충동이이끄는대로책방을시작한뒤에야,사람들이책을좋아한다고말하면서도정작‘간장게장처럼냉장고에쌓아두기만할뿐’읽지않는다는사실을깨달았다.그래서어떻게든‘그놈의책재고’를소진해보겠다는의지와만년애서가지망생들을진짜애서가로만들어보겠다는집념으로독서모임을시작했다.완벽하지않으면어떻고,남들에게좀기대면어떤가.준비가덜되었어도일단해보자는마음으로월화수목금토일,그렇게10년동안쉼없이독서모임을굴려왔다.
그런데큰기대없이시작한독서모임에서“대머리치료제를발견한것만큼놀라운일들”이셀수없이일어났다.혼자였다면포기했을두꺼운벽돌책을끝까지완주한뒤다같이떡을돌려먹고,단한번의만남이누군가의직업을바꾸는등책을매개로만난사람들의삶이질적으로변화하는장면을지켜본것이다.
그래서더큰목표가생겼다.모두가나이키나에르메스같은브랜드를꿈꾸지만,50년넘게시장한구석을지키며동네할머니들의‘무신사’가되어준가게,화려한마케팅없이도묵묵히동네를지키는독서모임계의‘김창숙부띠끄’가되는것이다.이목표를이루기위해그는오늘도사람들을만나면“예수믿으세요”대신“독서모임해보세요”라고맑은눈으로권하고있다.
2.노안도,자영업자도피해갈수없다!
한사람이라도더책의세계로끌어들이려는
어느바지런한서적상의독서영업일지
이책의진짜묘미는요상하고다채로운‘독서모임뷔페’에있다.“나는바빠서”,“눈이침침해서”,“성향이안맞아서”라는핑계는이책방에서통하지않는다.책을읽고자하는마음만있다면취향과상황에딱맞는기상천외한독서모임이기다리고있고,참여제안을거절당해도오뚝이처럼다시일어나해맑은얼굴로독서모임을권하는책방지기가있기때문이다.
“전뼛속까지문과라서과학책은안읽어요”라며선을긋는독서편식을깨기위해시부터재테크까지마구잡이로섞어읽는‘잡독모임’은책방에서처음시작한독서모임으로지금의문어발식북클럽의모태가되었다.바쁜현대인을위해마트시식코너처럼가볍게맛보는하루짜리‘원데이북클럽’도인기다.처음에는〈아기공룡둘리〉의도우너가살던별이름을따‘깐따삐야’라고불렀고,나중에는프로이트의모임이름을빌려‘웬즈데이소사이어티’로개명한심리학북클럽은어느새책방을대표하는간판모임으로자리잡았다.혼자서는엄두도못낼600쪽이상의고전을읽는‘벽돌책읽기’모임은진도가밀린사람들을위한‘모여서읽기(패자부활전)’시스템까지가동한다.
기어이읽게하고말겠다는책방지기의집념이엿보이는건이게다가아니다.노안도,자영업자도피해갈수없다!눈이침침해책읽기가힘들다는동네어르신들의하소연에서착안해,‘오디오북모임’도열고있고,나홀로가게를지키며‘스스로자(自)의저주’에빠져고군분투하는동네사장님들을모아서로의고충을나누고전우애를다지는‘자영업하는언니들의독서모임’도열고있다.
저자는바쁜사람에게는바쁜사람의방식으로,눈이침침한사람에게는눈이침침한사람의방식으로,혼자버티느라지친자영업자에게는자영업자의방식으로책읽을자리를만들어준다.누구든책과조금이라도가까워질수있다면기꺼이새로운모임을궁리하고,어떻게든한사람이라도더책의세계로끌어들이려는그의바지런한독서영업의바탕에는혼자서는불가능한일을가능하게만드는‘함께’의연금술에대한굳건한믿음이있다.
3.“배스킨라빈스에‘베리베리스트로베리’가있다면
책방에는‘베리베리스몰레볼루션’이있었다”
함께모였기에가능했던작은혁명에관한이야기
‘맑눈광’서적상의진짜광기는책의내용을삶의무대로끌어내겠다는집요함에있다.텍스트힙과북스타그램이유행하며독서가지적이고매력적인하나의‘추구미’가된요즘,용기나인간관계,건강에관한책을읽고나면마치자신이그런깨달음을얻고훌륭한사람이된양착각하게된다.저자는우리가활자만게걸스럽게먹어치우며지적허영만채우는‘독서돼지’가되어가고있지않은지경계하며‘독완행(독서의완성은행동)’의철학을전한다.
저자가앞장섰다.2024년미니멀라이프에관한책을읽은뒤1년간새옷을사지않겠다는목표를세웠고,그결심을3년째행동으로이어가고있다.혼자만하면무슨재미람?!그래서“읽은대로한번만해보자”고모임원들을들들볶고,상대는“볶이지않으려고다음주에실행하고온다”.그덕에중독이된생활습관을바꾼사람,얽혀있던가족관계를회복한사람,직업을바꾼사람등극적인변화를보인예는수없이많았다.실제로부부싸움중에남편이“당신독서모임언제가?”라고묻거나가족의전폭적인지지를받으며모임에나오는진풍경이벌어지기도한다.책과직면하도록만드는저자의끈질김덕분에모임원들은덩달아“짙어지는다크서클과함께점점부지런해지고있다”.그래서하고책방의북클럽을‘해병대캠프못지않은매운맛독서모임’(231쪽)이라고한모임원의후기가과장으로들리지않는다.
그가이토록열정적으로독서모임을하는이유는뭘까?각자고립된‘점’으로존재하던사람들이독서모임을통해만나서로연결되어하나의입체로확장되는마법.모임이끝나고직장의‘정수기앞’이나집식탁으로돌아가나누는대화가어제보다조금더진실해지는변화.배스킨라빈스에‘베리베리스트로베리’가있다면,책방에는그런‘베리베리스몰레볼루션’이있었다.책방크기만큼작았을뿐,그것은분명혁명이었다.
이책은독서모임운영노하우를담은실용서도,책을좋아하는사람들의따뜻한미담집도아니다.“혼자읽는책이배추라면,같이읽는책은김치”라고말하는한책방지기의땀내나는성장기이자,함께책을읽은사람들이자신의경계를넘어더넓은세계로나아간작은혁명에관한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