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철권통치’ 8년, 국가안전기획부(남산)를 통해 조명하다
-5共 흑역사 주역 전두환, 유학성, 노신영, 장세동, 안무혁 부장들의 정치공작 최초 해부
-“백미러 보지 않고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나종일 전 국정원 차장
-윤석열 대통령은 1980년 서울대 마당극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무기징역! 신현확 사형!” 선고
-박정희시대 18년의 월권 비행(非行)을 폭로한 《남산의 부장들》에 이은 제2탄
-제1탄은 55만부 판매, 일·중 번역 출간, 영화화로 475만 관객동원
책은 5공의 오너(owner)로 군림한 전두환의 비참한 성장 과정을 추적한다. 아버지가 고향에서 일제 순사를 해치우고 만주로 달아나는 바람에, 전두환은 만주에서 소학교를 다니다 대구로 돌아왔다. 산비탈 무허가 움막집에 짚을 이불 삼아 잠자고, 굶기를 밥 먹듯 하던 소년. 육사 228명 모집에 226등으로 턱걸이 입학하여, 장군집(이규동) 사위가 되고, 장인의 소개로 박정희를 처음 만났다. 처가살이 10여 년을 포함해, 장인의 덕을 톡톡히 본 전두환은 대통령이 되어서, 처가와 친인척의 이권개입 때문에 곤경에 처하고 청문회의 증언대에 서야만 했다.
전두환은 1961년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키자 육사 생도들을 동원하여 ‘혁명지지 데모’를 유도했고, 그 공로로 중앙정보부 (안기부) 인사과장이 되어 출세 가도를 내닫고 군내 사조직 하나회 회장이 된다. 대통령 박정희는 암살당하던 해인 1979년 3월에 소장 전두환을 일약 3성 장군 자리인 국군 보안사령관에 앉혀, 결과적으로 5공 대통령이 되는 밑자락을 깔아주었다. 방대한 취재와 자료를 바탕으로 전두환 일대기를 추적해 그의 심리와 행태를 분석한 이 책은, 최초의 ‘전두환 평전’이 되었다.
이 책의 핵심은 제5공화국의 중앙정보부장, 국가안전기획부장 5명이, 권력이라는 그 치명적인 유혹 앞에서 춤추고 몸부림친 다큐멘터리이다. 그 주인공은 전두환 유학성 노신영 장세동 안무혁 5명이다. 저자는 박정희 시대(3공, 4공)의 정보부장 10명의 궤적을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제목으로 기록, 55만 부를 판매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전두환 집권 8년의 5공 역사를 ‘남산의 부장들’을 중심으로 되짚어보는, 그 후속편이요 제2탄이다.
■ 5共 5인의 행적을 돌아보면, 그야말로 기승전결(起承轉結) 이다.
[전두환] 김재규와 이희성 정보부장의 후임자(80년 4월 14일)가 되자 곧 김재규 처형(5월 24일)을 지휘하며, 5공 시대를 열었다. 그는 김대중 체포, 광주민주화운동 진압과 구정치인 숙청 등 거친 싹쓸이 작업을 주도하고, 대통령에 오르기 위해 떠났다. 역대 최단명(最短命) 부장이지만 중정의 과도기를 짧고 굵게 다스리고, 5공의 ‘창업 오너’가 되었다. (總)
[유학성] 12·12쿠데타 ‘간판 5인방’의 일원으로 정보부장에 취임(80년 7월). 그는 실세 대령 허화평 허삼수를 어르면서, 정보부를 이끌고 국가안전기획부로 간판을 바꾸었다. 하지만 강력한 보안사 세상이었기에, 안기부는 그 밑에 눌려 지내야 했다. 82년 장영자 어음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전두환 친인척을 단죄하자는 두 허 씨들에 동조하다 밀려났다. (起)
[노신영] 정보부와 안기부 역사상 최초의 문민(文民) 부장이었다. 외무부 장관 시절, 일본에서 100억 달러의 외자를 도입(한일 경협)하는 교섭을 성실히 뒷받침하여, 전두환의 신임을 얻었다. 안기부장 때, 사형수 김대중 석방과 도미(渡美), 재야 종교계 접촉, 야당의 거물 최형우 영입 공작(이간책) 등, 조용한 밀행으로 전두환을 감동케 했다. 안기부장에서 곧장 국무총리로 승진, 5공의 최강 ‘문민’으로 일시 후계자 반열까지 올랐다. (承)
[장세동] 85년 2·12 총선에서 김영삼 김대중이 이끄는 신민당이 약진하자, 황혼으로 기우는 5공 정권의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다. 그러나 ‘강펀치 심복’, 장세동도 달아오르는 야당 재야 대학가의 투쟁 열기를 이기지 못해, 무리수를 연발했다. 부천서 성(性)고문, 정치 깡패를 고용한 신민당 창당 방해(용팔이사건), 수지김 간첩 조작, 박종철 군 고문치사 및 조작 은폐 사건이 그것이다. 결국, 87년 5월 권력 무대에서 퇴장당하고 만다. (轉)
[안무혁] 노태우가 5공의 후계자, 집권 민정당의 대통령 후보로 정해질 무렵에 등장한다. 전-노가 머리를 맞대고, 5~6공의 징검다리 안기부장으로 안무혁을 골랐다. 안무혁은 이춘구(민정당 사무총장)와 함께 노태우 대통령 시대를 연 공신이었다. 그러나 6공이 자리를 잡자, 실세가 된 노태우의 처 고종사촌인 박철언과 안기부에서 부딪치게 되자 스스로 떠났다. (結)
■ 비화 발굴
음습한 광기의 5공 시대였던 만큼, 이 책에는 섬뜩한 비화들이 발굴 조명된다. 이 책에 담긴 일화들 가운데 몇 가지.
-미국은 1986년 7월 4일 ‘정치범’ 김대중을 주한대사관의 건국기념일 리셉션에 초청했다. 전두환 대통령과 장세동 안기부장은 “김대중의 콧대를 높여서는 안 된다.”라고 외무부에 엄명을 내리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원경 장관과 장선섭 미주국장의 목을 쳐서 분풀이했다. 장선섭은 요직인 미주국장임에도 눈 밖에 난 나머지 대사는커녕, 주미공사로 좌천되었다. [2권 본문 190쪽] 김대중 회고록, 주한 미국대사의 회고록 등에도 전혀 나오지 않는 이 책의 특종 비화이다.
-1980년 3월 6일 암살범 김재규 정보부장의 수행비서 박흥주 대령이 총살되었다. 30사단 사격장에서 벌어진 처형 상황은 이 책에 최초로 공개된다. 육사출신 사형집행관은, 줄을 잘못 서 죽게 된 박흥주의 처지를 알고 칭병(稱病)해 결근하고 대신 변상사가 집행했다. ‘대한 육군 만세!’를 외치고 최후를 맞은 박 대령은 숨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아, 변상사가 확인사살로 처리했다. 그 권총은 박정희가 확인살해 될 때 사용된 권총과 동종(同種) 리볼버였다. 박흥주의 아들이 자라서 목사가 된 사실도 책에서 새롭게 밝혀진다. [1권 본문 118쪽]
-허화평은 1969년 김재규 보안사령관의 배려로 보안사에 살아남았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10·26 저녁 전두환의 비서실장이 된 허는, 김재규 정보부장을 체포해서 처형하는 핵심에 서게 된다. 친동생인 허화남이 평양에서 밀봉 교육을 받고 남파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허화평은 보안사 요원들로부터 고문을 당하고 ‘신원 특이자’로 쫓겨날 뻔했다. 그러나 전두환 김복동 등이 구명에 나서고 김재규가 선처해서 목숨을 건졌고, 보안사에서 대령, 사령관 비서실장까지 승승장구했다. [1권 본문 244쪽] 박철언 등 공안 검사들은 허화평의 이런 전력 때문에, 그의 ‘연좌제’ 폐지주장을 의심하고 공공연히 비판했다.
-1980년 김대중을 처형하려던 전두환 신군부는 카터 행정부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11월 4일 대통령선거에서 보수파 레이건이 카터를 누르고 당선되자 청와대의 두 허 대령 등은 책상을 두드리며 “이제 죽여도 된다!”라고 환호작약했다. 이런 정보에 놀란 주한대사 글라이스틴은 미국으로 날아가 DJ 구명에 나서고, 레이건의 안보보좌관 앨런이 동조한다. 종국에는 유병현 합참의장, 정호용 특전사령관이 전두환 특사로 워싱턴에 날아가, ‘김대중 처형 포기’를 약속하고 그 대가로 레이건-전두환 회담을 성사시켰다. [1권 본문 226쪽]
■ 제1탄 《남산의 부장들》 (박정희 시대 18년의 정보부장 10인 열전)이 남긴 기록은 다채롭다. ***(한국의 정보부장-안기부장-국정원장은 제1대 김종필에서 제36대의 박지원에 이르기까지 총 36명이다. 저자 김충식은 이미 3,4공 10명을, 이번에 5공의 5명을 다루었다.)
1992년 출간 당시 52만 부가 팔려나간 베스트셀러였다. 저널리스트의 저술로는 역대 최다의 기록. 일본에서도 최대의 출판사인 고단샤(講談社)에서 1994년에 일역 출간돼 한국으로 부임하는 주한대사 및 외교관, 특파원 상사원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당시 야마시타 신타로(山下新太郞) 주한대사는 부임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공부하기 위해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책이 ‘남산의 부장들’이었다”라고 밝혔다.
일본의 전설적인 평론가이자 저술가인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 1940~2021)는 이 책에 대해 “한국에서 중앙정보부의 어두운 부분과 정치부패가 폭로되는데 놀라운 게 너무 많다. 일본의 저널리스트도 분기해서 더욱 권력의 이면을 파헤쳐주면 좋겠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중국어판은 2021년 12월 타이페이의 링우(凌宇)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펑얜주(馮燕珠) 번역.
2020년 1월 설을 맞아 ‘남산의 부장들’은 이병헌 이성민 주연의 영화(감독 우민호)로 개봉되어 한달 여 만에 475만 관객(공식 전산 집계)을 동원, 코로나 상황에서의 최다관객 기록이었다. 넷플릭스, 종편 TV, IPTV등의 관람을 포함하면 극장 관객만큼의 추가 시청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부록으로 제5공화국을 전후한 주요 정치사건과 역사적 의미를 6·29선언까지 22개 항목으로 따로 붙였다. 정치 ‘파워 엘리트’ 50여 명을 선정해서 ‘인맥 사전’으로 추가하여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인용한 원자료는 책 뒤에 미주로 표기했다.
■ 머리글
사람들은 권력을 모른다
돌아보면 딱 30년 만이다.
박정희 시대 18년을 다룬 《남산의 부장들》 서문을 쓴 것이 1992년이다. 그리고 올해 2022년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은 검사 윤석열이다. 제5공화국이라고 일컫는 ‘전두환 시대’(1980~88)의 국가안전기획부장(정보부장) 5명에 대해 탈고하고 머리말을 적기까지 30년이 걸린 셈이다.
그렇다고 《5공 남산의 부장들》을 쉬지 않고 준비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동안 나는 박정희 시대 10명의 정보부장 역사를 기록한 것으로, 소임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잊고 지냈다. 그렇지만 습관처럼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하고, 메모하기는 했다. 저널리스트의 어쩔 수 없는 관성이고 직업병이었을까. 그래도 새 책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임은 신문사를 떠나 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