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에서, 그림책 읽기

사이에서, 그림책 읽기

$17.00
Description
그림책은 ‘사이’의 예술이다. 글과 그림 사이, 관념과 표현 사이, 내용과 형식 사이, 어른과 아이 사이, 상상과 현실 사이…. 그림책은 다만 보여줄 뿐 그 사이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림책을 읽는 일은 사이를 직관하여 의미에 닿는 일이며, 사이를 통찰하여 의미를 분석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삶의 표피보다는 본질에 주목하게 되며, 답을 얻기보다는 질문을 품게 된다.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가치 있는가…?
이 책은 오랫동안 그림책을 쓰고 만들고, 그 창작방법론을 강의하며 살아온 지은이가 그림책이 품은 수많은 사이를 거닐며 생각한 것들의 기록이다. 모두 52편의 그림책이 펼쳐놓은 사이의 풍경들 속에서 지은이는 이 시대 우리 삶이 처해 있는 또 하나의 사이-‘사람과 괴물 사이’를 발견한다. 그리고 사람으로 태어나 괴물이 되기 쉬운 이 세상에서, 그래도 사람다움을 지키며 살아가는 길 또한 그림책 속에 있음을 깨닫는다. 그 길은 역시 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림책이 던지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들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가치 있는가…-로 거기 있는 것이다.

저자

김장성

센놈한테약하고약한분한테세게굴면서사람차별하는자들을몹시싫어합니다.이야기로나마그렇게건방떠는녀석을혼내줄수있어서무척즐겁습니다.그림책『민들레는민들레』,『수박이먹고싶으면』,『하늘에』,『겨울,나무』,『나무하나에』,이야기책『세상이생겨난이야기』,『가슴뭉클한옛날이야기』,『어찌하여그리된이야기』,역사책『박물관에서만나는강원도이야기』등을썼습니다.『민들레는민들레』로2015년볼로냐라가치상을받았습니다.

목차

여는글-괴물이되지않으려고그림책을읽는다

1.공감의힘
동물세상에서벌어진배려와연대의잔치《안아줘!》
고개들어위를보자《위를봐요!》
시제가뒤섞인사람들에게필요한것《고양이나무》
다가가길을일러줌이인지상정아닌가《도착》
그눈길들보태어지면시골마을이다시떠들썩해질까《메리》
횡사한주검들에게베푸는씻김굿《잘가,안녕!》
그배는어떻게떠오를수있었나《너였구나》
이‘오토바이가족’은행복할까,불행할까《달려라오토바이》
잃어버린본성을되찾으려면《서로를보다》
취준생선아가안전모를쓴까닭《선아》
누구나접어둔꿈하나씩은있을터《앙코르》

2.사람답게
인간의자격《거울속으로》
화가가빈공장에들어간까닭《빈공장의기타소리》
냅두면이처럼잘살아가는사람들《할머니,어디가요?
앵두따러간다!》
“비가와도장사는하지,그럼!”《이야기를그려드립니다》
“너희입에들어가는것을내가짓는다!”《나는농부란다》
한여름에봄그림책을펼치는이유《봄이다》
거리의음악가에게건네는동전한닢《길거리가수새미》
누가실망을기대로바꾸어주었나《아주아주큰고구마》
“그래서?”라고말하기《플릭스》
저쪽에서서이쪽을보라《상상이상》
지금여기에필요한생존전략《콤비》
노하나들고나아가는아이들의앞길에《노를든신부》
‘태어나길잘했다’고말할수있을까《평화란어떤걸까?》
잘늙어죽을준비를하자《할머니네집》

3.유년의얼음판
내안의어린이를만났다《장수탕선녀님》
넘어져그시간들을기억해낼수있다면《선》
프랜차이즈와젠트리피케이션과아이들《소중한하루》
그렇게사람의대가이어져간다《나의아버지》
대통령이그림책을읽어준다면《고구마구마》
그것으로충분하지않은가《구덩이》
모자라다고,과하다고내치지말라《답답이와도깨비》
우산의본질《아저씨우산》
말이말같지않아보이니《달려,토토!》
아이와어른의마음을이어줄수있다면《나때문에》
내일또코끼리를만날수있을까《꽃에서나온코끼리》
무서운괴물을맞이하는방법《괴물이오면》
마음이자라는데에정말필요한것은《이까짓거!》
“그러니너무안타까워하지말아요.”《토마토》

4.사이에서
거대한자들에게내리는축복《뿔쇠똥구리와마주친날》
‘남자다움’과‘사람다움’《근육아저씨와뚱보아줌마》
다만그사랑이진실하기를《사랑해너무나너무나》
삶과죽음사이에서깨달은셈법《코끼리똥》
차라리흰들개로살아남아라《검은강아지》
커다란권력과조그만순리《커다란것을좋아하는임금님》
우거진물풀속에서무슨일이일어났을까《이건내모자가아니야》
“온다!”와“왔다!”사이《어리석은판사》
이이야기의주인공은누구란말이냐《아무도지나가지마!》
대들지않는것들은힘이없는가《참파노와곰》
그림책속에서나가능한일일까《제무시》
끝내지않아도괜찮은전쟁은없다《숨바꼭질》
작은관심이아픈영혼을구한다《울음소리》

붙이는글-‘구월산산도적’의말간목소리

출판사 서평

괴물과사람사이에서,괴물이되지않으려고읽은그림책이야기

그림책이던지는질문

한아이가맑게웃으며친구에게말한다.“우리집진짜좋아!우리집에놀러올래?”친구가웃지않으며아이에게대답한다.“너네집3단지잖아.거긴임대아파트야.임대가뭐가좋아!우린학원가야해.”그러고는다른아이와총총가버린다.맑게웃던아이의얼굴이굳어버렸다.
르포기사의한대목같은이풍경은그림책《우리집은》(조원희,2021)의한장면이다.아이는‘식탁과욕조가있고거실에바람이통하는’집으로이사와한껏행복해하던터.예전집에서와는달리네식구가다같이식탁에앉아밥을먹고,아빠랑동생이랑함께목욕을하고,더운날시원한잠을잘수있는게그리도좋았다.그래서그‘좋은우리집’에친구를초대하고싶었다.그러나친구에게그집은‘자가’도‘큰평수’도‘민영’도아닌‘임대’일뿐이었다.그래서싸늘한얼굴로아이의초대를일축해버렸다.아이는웃음을잃고,친구는남의웃음을빼앗은괴물이되어버렸다.르포였다면,상처입은‘임대’아이는오래아팠을테고아이의엄마는서글픈처지를한탄하며오래울었을것이다.
그러나다행히도그림책속에서는그렇지않았다.아이는“여기우리집아니야?임대에살면부끄러운거야?”라묻고,엄마는아이를꼭안아주며이렇게대답한다.“우리가살고있으면우리집이지.그렇게말하는사람이부끄러운거야.”그러자웃음을되찾은아이가다시말한다.“사람들은몰라.우리집이얼마나좋은지.나는알아.우리는알아.”그‘좋은우리집’으로,하루일을마친아이의아빠가치킨봉지를들고씩씩하게걸어온다.
집이란무엇인가?무엇이‘우리집’인가?우리가생각하는집은진짜‘집’인가?…사람은사람을어떻게대해야하는가?우리는전복된가치를기준으로타자를멸시하고있지않은가?누가아이들을남의웃음을빼앗는괴물로만들고있는가?…이짧은그림책이우리에게던지는질문이다.

사이에서그림책읽기

그림책은‘사이’의예술이다.글과그림사이,장면과장면사이,관념과표현사이,내용과형식사이,어른과아이사이,상상과현실사이….그림책은그사이를설명하지않는다.그래서그림책을읽는일은사이를읽는일이다.사이를직관하여의미에닿는일이며,사이를통찰하여의미를분석하는일이다.그과정을통해우리는삶의표피보다는본질에주목하게되며,답을얻기보다는질문을품게된다.왜사는가,어떻게살아야하는가,무엇이가치있는것인가…?
“사람되는거힘들지만우리,괴물은되지말자.”영화<생활의발견>(홍상수,2002)에서몇차례반복되는이대사는우리가사람의삶과괴물의삶사이에살고있으며,사람답게살기가괴물처럼살기보다더어렵다는사실을환기시킨다.실제로신문을펼치거나뉴스를틀어보면그사실은바로실감이된다.사람이괴물되기,사람을낳아괴물로키우기가얼마나쉬운세상인가.
《내가정말알아야할모든것은유치원에서배웠다》(로버트풀검,2004)는31개언어로번역되어1,700만부가팔린책이다.제목만으로도알수있는이책의주장에많은사람들이공감한다는뜻일테다.유치원에서는사람답게사는데에가장기본적인것을배운다.그림책이말하는것들과다르지않다.괴물이되지않기,그리고괴물로키우지않기는어렵지만복잡한일은아니다.유치원만제대로마쳐도,그림책만잘읽어도가능하다.그러니함께그림책을읽어보자,사람과괴물사이에서.이책은글쓴이가그렇게그림책을읽은기록이다.


“그림책이다무슨소용이지?아이들이살아갈세상은이렇게팍팍하기만한데.”
저처럼뉴스에서흘러나오는말에한숨푹쉬면서힘이쭉빠진적이있다면,
꼭이책을펼쳐보세요.
-이현아교사,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대표

정말다행입니다.이책을보면그림책에꼭꼭숨어있는‘사이’들을어떻게읽어내야할지
충분하게감이잡힐테니말이지요.깊이있게그림책을안내하는이책을
저는오랫동안곁에두려합니다.
-문지애방송인,‘애TV’그림책학교원장

그의목소리는말갛고하얗다.힘있지만부드럽다.그것은그의글의
가장깊은기저가아름다움과연민과희망이기때문일것이다.
-김서정아동문학평론가,번역가,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