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독립: 부엌의 탄생 (반양장)

식탁 독립: 부엌의 탄생 (반양장)

$11.20
Description
이제야 ‘나의’ 부엌이 탄생한 기분!
식탁 독립 만세!
세미콜론에서 선보이는 음식 에세이 시리즈 ‘띵’의 열다섯 번째 주제는 ‘식탁 독립’이다. 나의 끼니를 부모님을 비롯한 다른 식구의 손을 빌리거나 외식과 배달 음식에 의존하지 않는 것. 스스로 장을 봐서, 차리고, 먹고, 치우는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이 책에서 정의하는 ‘식탁 독립’일 것이다. 어찌 보면 어른이 되면서 밟게 되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온전히 ‘독립’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기까지의 과정이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저자

김자혜

도시에서나고자랐다.대학에서의류학을전공,졸업후《엘르》《코스모폴리탄》등패션매거진의패션에디터로일했다.시골살이를시작하며『조금은달라도충분히행복하게』를썼고,밥을스스로지어먹기시작하며이책을썼다.요즘은남몰래초보운전일기를쓰고있으니,어쩌면시작하는마음에관해쓰기를좋아하는것인지도.도시로돌아와《WKorea》콘텐츠디렉터로일하고있다.

인스타그램jahye__kim

목차

프롤로그그렇게밥짓는사람이된다

(시골에서)

꽃게탕과할배들
나의첫부엌이야기
진짜,나의첫부엌이야기
대파두단을다듬으며
이상한팬트리의가시오가피
몰래온손님
한여름의오이지
우리는한그릇식사를좋아해
카스텔라경단을만든날
도서관과외식규칙
글쓰기와요리
두부와만두의날들
시골에서네살을더먹었다
이삿짐을꾸리며1
이삿짐을꾸리며2

(도시에서)

꽃을파는마트
NYPD에게아침을대접하다
가만가만살살
어제의김밥
덕선이들은물에말아먹지
봄의콩깍지
살찌지말기로해
초록괴물의역습
공포의라구소스1
공포의라구소스2
엄마를위한잡채
끼니를말할때내가떠올리는것

에필로그이것이나의레시피

출판사 서평

가장사랑하는이들과자기자신을굶주림에서구조하는
영웅들이사는세계,부엌

이책은‘시골에서’와‘도시에서’두파트로나누어져있다.패션지에디터로오래근무해온김자혜작가는어느날불현듯서울생활을정리하고지리산부근의시골마을로내려간다.1부‘시골에서’에는지리산으로내려가살기위한준비과정을담은전작『조금은달라도충분히행복하게』이후펼쳐지는진짜삶이담겼다.돌이켜보면그것이‘부엌의탄생’을알리는시초가되었다.
이유식을먹던아주오래전으로부터줄곧엄마가해주는따뜻한밥을먹으며자라났고,어른이되어서는전화한통,아니터치한번으로문앞까지도착하는세계각국의음식덕분에삼시세끼를간편하게해결할수있었다.커피한잔으로아침식사를대신하고,불철주야바쁘게일하며,세계각국으로출장을떠나는일도많은패션지에디터의삶에서배달음식이란가장합리적이고경제적인방식의식사였으니까.
그러다시골살이를시작하면서상황은완전히달라졌다.가장가까운치킨집은차로25분거리,배달은꿈도꿀수없는곳.동네마트는저녁8시면문을닫고,편의점이라고는치킨집보다더멀리위치한어느리조트1층에있는곳이전부인,깊고깜깜하고조용한산골마을.식재료는대체로읍내마트나근처오일장에서구입해야했고,가끔차를타고40분을달려서근처시내로나가는날에는고기나생선,치즈나버터,양식소스등을사왔다.샴푸,휴지,세안제같은공산품도이때함께구입하는등상황에맞게살림을꾸려나가는노하우도점점쌓였다.
저자는시골에내려가살면서“가장두려운것은현지인의텃세도,미래에대한두려움도,아슬아슬한통장잔고도아닌,끼니”였다고설명한다.직접부엌에서서움직이지않으면아무것도먹을수없다는뜻이다.그러나마당의잡초를뽑고,이웃할머니들이집앞에놓고간참나물을무치거나감자를쪄먹기도하고,파와마늘같은기본재료들을손질하고소분하여냉장고에넣어두는‘부지런한’삶이시작되면서,역설적으로‘여유로운’식사가가능해졌다.우당당탕어설프지만진짜나의부엌이된공간은스스로삶의방향을결정하고더욱주도적으로살아갈원동력이되었다.단지거주공간이바뀌었을뿐인데삶에대한태도가변한것이다.

2부‘도시에서’는길다면길고짧다면짧은4년간의시골살이를마치고다시도시로돌아와서의생활을담고있다.삶은다시바쁘고촘촘해졌지만더이상부엌에서헤매지않고,무엇을해야할지도남에게묻지않는다.나의한끼를위해시간을충분히확보하고대충먹지않으려노력한다.의식적으로끼니를외면하지않으려는태도는시골살이에서몸에익힌그대로고스란히도시에서도이어진다.
여전히“혼비백산과허둥지둥의반복”이지만그럼에도부엌이있는삶은무엇과도바꾸기어려운충만한기분을선사해주었다.가령커다란“가을무한덩이가나의냉장고에머물며조금씩작아지는광경을지켜보는”일이란근사한경험이되었다.“하나의무가깍두기한통과소고기뭇국두그릇과어묵탕한냄비,그리고메밀국수에올리는무즙으로변신하는모든과정을목격하는”일상이반복된다.그렇게내가할수있는요리는조금씩늘어나고,미처먹지못하고상해버리는음식을줄어들었다.
그러면서한편으로는일평생손에물마를날없었을이땅의모든엄마를생각한다.“너는공부나열심히해.”그런말들로딸들을적극적으로부엌에들이지않았던엄마.하루세번씩꼬박꼬박식구를먹이던엄마가육십이넘어서야겨우여행을떠난다고했을때아빠의식사를걱정하는대한민국대다수의가정.우리가그동안무수히먹어온평범하지만따뜻한집밥은고강도노동에다름아니라는것을직접밥을차려먹는사람이되어서야뒤늦게깨달아간다.
작가가시골에서내려가지냈던과거에도,그리고다시도시로돌아와바쁜일상을이어가게된지금도,그리고앞으로다가올미래의시간내내변하지않을것이있다면그건바로,자신만의부엌이탄생했다는것일테다.이제는부엌안의살림살이규모와냉장고안의식재료상황을파악하고,나자신의건강을생각하면서도음식물쓰레기를최소화하는방향으로주체적인끼니를해결해나가는기쁨을이책은온전히담고있다.

무력감과외로움,피로와분노,그리고사랑과자부심…
부엌에서성실하게쌓여가는‘오늘배운것’

그렇게별안간부엌에‘내던져진’사람에서,생존방법을조금씩터득하고여전히서툴지만그모든것을즐길수있는사람이되었다.그렇게성실하게매일매일‘부엌에서배운것’이쌓여간다.하나하나의에피소드마다정리된한줄요약은이책만의독서포인트.그것은두꺼운요리책에서나볼수있는비법도아니고,유명한요리연구가의비책도아니며,엄마의잔소리섞인가르침도아니고,온전히스스로탄생시킨빛나는부엌에서스스로깨우쳐몸에익힌생활속작은교훈이다.그리고비단요리뿐만아니라인생에적용시켜도무리없이읽히는것들도있다.몇가지예를들면다음과같은것들이다.

●랩이고물안경이고다소용없다.파를썰때는광광우는수밖에.
●다못먹은채소는절이자.어떻게든되겠지.
●먹고싶은게있다면무턱대고만들어보자.오늘처럼!
●변덕을부끄러워하지말자.
●아침에단백질을꼭먹자.달걀,달걀!
●무의흰부분과초록부분을구분해서사용할것.
●시금치는끓는물에넣고휘휘젓고바로건질것.다시끓어오르면이미늦었다.
●밥먹고최소두시간뒤에운동하자.험한꼴보지않으려면.
●싸준다면군말없이싸오자.싸왔다면남김없이먹자.
●구구절절생색을내자.우쭐거리자.

어쩐지웃음이나는문장도있고,수첩에적어두고싶은문장도있지않은가.이렇게모인‘오늘부엌에서배운것’의가장마지막에는다음과같은문장이적혀있다.

●무수히실패하자.그리고다시시도하자.

누구에게나처음은있다.어색하고서툴러도계속하다보면조금씩발전이있다.그렇게탄생한부엌에서우리의삶도다시태어난다.이책에서하고자하는가장중요한메시지가여기에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