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철학 : 현대 사상과 함께 타자를 생각하기

타자철학 : 현대 사상과 함께 타자를 생각하기

$35.00
Description
현대의 가장 긴급한 문제를 사유하는
철학자 서동욱의 20년에 걸친 역작
전쟁. 인종차별과 그에 따른 수많은 죽음. 난민 수용을 둘러싼 격렬한 사회적 논란. 특정 성정체성에 대한 혐오와 테러. 소수자에 대한 반감을 바탕 삼아 집권한 극우 정당들. 점점 배타적으로 변해가는 동시대의 풍경이다. 나/우리와 조금이라도 다른 자를 배척하는 경향은 국가와 문화권을 막론하고 격화하고 있다. 서구권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탈레반 보복을 피해 울산에 정착하고자 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주민들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이미 이민자 없이는 돌아가기 힘든 사회 구조가 되었는데도 이민자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은 여전하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여전히 요원하고, 선거에서조차 혐오 선동은 익숙한 지지자 결집 전략이 되었다.

철학에 사회적 책무가 있다면, 바로 이런 문제들을 사유하는 일일 것이다. 고립된 ‘자아’로서의 개인·인간·주체가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한 근대 이래, 이러한 자아 개념이 가져온 문제들을 우리는 지금 마주하고 있다. 비인간과 환경을 도구적으로 대한 결과 맞닥뜨린 기후위기, 평화와 공존을 위협하는 전체주의의 재부흥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므로 타자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타자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우리에게 타자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타자철학이야말로 동시대에 가장 긴급하게 요청되는 사유다.

철학자이자 비평가이자 시인으로서 다방면에서 사회와 호흡해온 서동욱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의 『타자철학』은 바로 이 문제, “현대가 끌어안고 있는 문제들의 근원”에 자리한 “타자의 상처”(16쪽)를 함께 사유하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서동욱은 이런 문제의식이 발화하고, 이에 관해 연구하고, 약 10년에 걸친 강의라는 형태로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가다듬으며 마침내 방대한 분량의 책으로 집필해내는 데에 2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한다. 책은 여덟 명의 철학자와 그들의 사상을 경유하여 타자라는 문제에 접근하는 여러 갈래의 길을 열어준다. 우리는 어떻게 고립을 넘어 공동체를 이루는가? 타자에 관한 사유는 민주주의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타자는 인간에만 국한될까, 아니면 비인간 동물들에 대한 환대 역시 고민해야 하는가? 서동욱은 이 책에서 이와 같은 질문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동시에, 이 책이 들여다보는 텍스트이자 생각의 길을 같이 걷는 동반자가 되는 주요한 현대 사상가들을 깊이 들여다본다. 그럼으로써 동시대 인류가 마주한 위기를 타개할 새로운 생각들, 즉 생태주의, 공존과 환대에 대한 대화 등이 들어설 자리를 마련한다. 『타자철학』은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발언하고 가장 대중과 가까이 만나온 철학자가, 현대철학에 주어진 필수적인 과제를 종합적이고도 세밀하게 다루어낸 역작이다.

저자

서동욱

벨기에루뱅대철학과에서들뢰즈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1995년부터계간《세계의문학》등에시와비평을발표하면서시인·문학평론가로활동해왔다.저서로『차이와타자』,『들뢰즈의철학』,『일상의모험』,『철학연습』,『생활의사상』,『타자철학』,비평집으로『익명의밤』,엮은책으로『싸우는인문학』,『미술은철학의눈이다』,『철학의욕조를떠도는과학의오리인형』,『한평생의지식』(...

목차

책을펴내며

1장서론:타자의시대
2장고립을극복하고서로함께하는주체들:후설
3장존재한다는것은타자와함께있다는것:하이데거
4장타자와의투쟁:사르트르
5장몸으로이루어진나와너의공동체:메를로퐁티
6장타자와의마주침이여는초월의문:레비나스
7장중세의임의적존재가목적없는수단이다:아감벤
8장문자론에서환대의정치로,그리고타인에서동물로:데리다
9장타인없는세계:들뢰즈
10장결론:우리가희망하는공동체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한권으로만나는현대철학전반에관한총괄적인가이드

『타자철학』은단순히한가지문제에국한된,특수한주제를다루는책이아니다.오히려동시대철학의근간이되는현대사상전반에관한총괄적인가이드라고보아야한다.이는필연적인데,현대사상은다름아닌‘주체와타자’의문제를둘러싸고사유하고논쟁하는과정에서형성되었다고해도과언이아니기때문이다.근대는한마디로“인간또는인간의의식이비로소주체로서일어선시대”(27쪽)이고,근대의정신이란“모르는것을그냥놔두고는못견디는것”(29쪽)이다.데카르트로부터그시작을찾아볼수있는이‘근대적주체’는수많은부작용을가져왔다.서구중심으로세계를파악하고손에넣고자했던제국주의,인간을중심에놓고인간외모든존재를도구화해온산업발전의방향.이처럼근대의주체가가져온수많은부작용을반성하는과정이현대사상이다.그렇기에‘나’를모든것의중심에두는것을넘어타자와의마주침을사유하는타자이론이야말로현대철학의과제그자체라고할수있다.
따라서이책은현대철학전반을공부하고자하는독자들에게대단히훌륭한가이드이자강의역할을해준다.후설,하이데거,사르트르,메를로퐁티,레비나스,아감벤,데리다,들뢰즈.이책에서다루는철학자들의이름이다.현대철학에관심있는독자라면한번은깊이읽어야하는텍스트들이지만,제대로접근하기는쉽지않다.『타자철학』은이들의주요저작과개념에어떻게접근해야하는지,이들을어떻게비판적으로읽을수있는지,이텍스트들이기나긴사상사의맥락에서어디에위치해있는지읽어나가며이해할수있도록이끌어준다.가령사르트르의시선개념과관련한‘보여짐’과‘봄’의문제가,이집트파라오의찬가로부터플라톤의태양비유를지나서구사상의전통에서어떻게계승되고있는지를보여준다.많은철학자들이논의를전개하는데바탕이된소설『방드르디,태평양의끝』과『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를비롯한여러문학작품에관한분석도이해를돕는다.꼼꼼하게잘짜인색인과키워드·쟁점별로찾아볼수있도록구성된세심한목차같은장치들도덧붙여져,이책은독자들이곁에두고여러번들추어보며자신의공부에참조할수있는좋은동반자가되어줄것이다.
한편각장이한명의사상가를주요하게다루는형식을취하고있지만,이책은철학자들의사상을단순정리,개괄하는책이아니다.오히려타자를둘러싼핵심쟁점들을하나씩짚어가는과정을,이들의담론을통해해명한다고봐야할것이다.책이다루는주요쟁점들은다음과같다.유아론을넘어서타자와공동체를이루는문제(2장),존재함과타자의문제(3장),근본적으로싸움의형식속에서만나는나와타자의문제(4장),신체와타자의문제(5장),타자와의만남속에서이루어지는초월과구원의문제(6장),어떤일반성에도매개되지않고정체성없이존재하는타자가가지는정치적의미의문제(7장),민주정자체의근거로서타자의문제,동물로서의타자의문제(8장),타인개념자체를벗어나는문제(9장).이처럼타자문제로들어가는여러갈래의길을걸어봄으로써,이책은우리가성찰의바다에뛰어들수있도록,낯선이와의마주침을사유할수있도록이끌어준다.

“우리는어떻게이방인의자리에설것인가?”
가장실천적인학문이던지는물음

책의마지막장은『소크라테스의변명』으로부터시작한다.법정에선소크라테스는아테네인들이라는공동체를향해“여기서쓰이는말은외국말같습니다.(……)아마제말버릇은좋지못할지도모르고,혹은괜찮을지도모르겠습니다만,그런것은문제삼지마시고,오직한가지일,즉제가말하는것이옳은지옳지않은지하는것만을생각해주시기바랍니다.”(586쪽)라고호소한다.‘외국말’을쓰는이들에게오로지‘정의’만을요구하며호소하는이이방인의모습에서우리는담장밖으로밀려난,들어온적없는,들어오지못하고있는이민자들,난민들,소수자들을본다.흔히사변적이라고여겨지는철학이실은가장실천적인학문이라는점이여기에서드러난다.우리는어떻게이방인의자리에설것인가?우리는어떻게낯선존재의목소리를들을것인가?이들을하나의원리가지배하는전체로흡수하지않으려면,타자를존중하려면어떻게해야할까?책전체에걸쳐던져온물음들은‘타자’와‘만남’이라는두단어로수렴한다.이책은모든종류의이론적·실천적폭력아래사라져버린타자가다시금타자로서출현하는길을열고자하는윤리적성찰,타자를마주하는놀라운순간의지적여정으로우리를초대한다.“세계는저절로자라지도않으며저절로유지되지도않는다.(……)그래서생각함이세계안에서인공호흡을하듯끊임없이숨을불어넣어세계가살아숨쉬도록해야한다.(……)지금모든다양한길들이우리의성찰앞에놓여있다.이제생각의운동을시작해보자.”(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