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의 나라 (문화의 경계에 놓인 한 아이에 관한 기록)

리아의 나라 (문화의 경계에 놓인 한 아이에 관한 기록)

$20.76
Description
열일곱 번의 입원과 세 번의 굿,
리아에게는 무엇이 필요했을까?

난민과 국민, 치료와 치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문화 간 만남의 가능성을 묻다
앤 패디먼은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처음에 그는 캘리포니아의 한 병원을 무대로 뇌전증을 앓는 어린 소녀와 영어를 못하는 부모, 그리고 이들에게 약 먹이는 법을 가르치려고 애쓰는 미국 의사들을 보여준다. 이어 이 가족이 어쩌다가 미국에 왔는지, 그들이 왜 의사의 말을 듣지 않는지를 설명하며 라오스의 고원지대, 난민캠프, 캘리포니아의 몽족 공동체를 차례로 조명한다. 동시에 전쟁, 인종차별, 문화 간 갈등, 현대의학과 타자의 문제로 주제를 확장한다. 좋은 책이 갖추어야 할 미덕을 모두 갖춘 책이다.-김현경(인류학자, 『사람, 장소, 환대』의 저자)

미국 의료 체제와 몽족 치유 주술 간의 폭력적인 왕복 운동 사이에 끼인 몽족 난민 아동 리아. ‘비문명적’ 존재로 낙인화되어 언어와 대표성을 박탈당한 난민은 어떻게 자신과 가족의 신체 결정권을 가질 수 있을까? 저자는 권력의 비대칭성이 수반되는 문화 간 만남에서 고통받는 리아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자고 호소한다. 그곳은 문화, 정체성과 질병이 배제와 혐오의 근거로 활용되지 않는 ‘공동의 세계’다.-김현미(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이 책은 사이에 문화의 높다란 장벽이 있어 소통할 방법을 모르던 부모와 의사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한 아이를 소중하게 여길 때 발생하는 비극을 그린다.-김준혁(의료윤리학자, 『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의 저자)
저자

앤패디먼

AnneFadiman
뉴욕에서태어나코네티컷과LA에서유년시절을보냈다.하버드대학교를졸업한후뉴욕으로돌아가글을쓰기시작했다.《라이프》에서전임작가로,《시빌러제이션》에서칼럼니스트로,《아메리칸스칼러》에서편집장으로근무했다.
1997년뇌전증을앓는몽족아이와그가족에관한이야기를담은첫번째책『리아의나라』를발표했다.이민자가족과미국의료체계사이의넘을수없는골을민감하고예리한시선으로옮겨같은해에전미비평가협회상을받았다.『리아의나라』는2009년미국청소년도서관협회선정‘모든학생에게추천해야할책’에포함되었고,2019년《슬레이터》가고른‘지난25년간출간된최고의논픽션’에올랐다.이책은문학저널리즘과문화간감수성을위한사례집으로서지금도대학수업에서쓰이고있다.
현재예일대학교의특수프로그램인프랜시스우수작가(FrancisWriter-inResidence)로서학생들에게논픽션글쓰기를가르치고있으며작가나편집자의길을걷고자하는학생들에게길잡이가되어주고있다.한국에서는『서재결혼시키기』와『세렌디피티수집광』등으로소개되어많은독자들의사랑을받았다.

목차

추천의말
한국의독자들에게
서문:충돌의경계에서

Lia
1탄생
3영혼에게붙들리면쓰러진다
5지시대로복용할것
7정부소유의아이
9약간의약과약간의넹
11큰것이닥치다
13코드X
15황금과불순물
17여덟가지질문
19희생제의
Hmong
2생선국
4의사가뇌를먹나요?
6고속초피질납치료
8푸아와나오카오이야기
10몽의전쟁
12탈출
14도가니
16그들은왜머세드를택했나?
18삶이냐혼이냐

15주년판후기:공통의언어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몽어의표기법과발음,인용에대하여
출처에대하여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몽족환자들은얘기할때‘예스’같은단음절만말하며바닥만쳐다보곤했다.얼마지나지않아그들은‘예스’가환자가공손히듣고있다는뜻일뿐의사가하는말을이해하는것도그말에동의하는것도아니라는것을깨달았다.의사앞에서소극적이며고분고분한듯하지만(말하자면자신의무지를숨김으로써자기위신도세우고공손한태도를보임으로써의사의위신도세워주는것이다.)병원문을나서자마자모든걸무시해버리는게몽족의전형적인특징이었다.(122)

서구구호기구직원이몽족과마주하는일은(우주론,세계관,정신,삶에대한감각등에관한)근본적인차이와맞닥뜨리는일이다.[……]안타깝게도[프랑스평론가인]츠베탕토도로프가일깨워준바와같이“낯선사람에대한우리의최초이자자발적인반응은그가우리와다르기때문에열등한존재라생각하는것”이다.(277)

몽족은언제나부당한소문의주인공이되었다.이는충분히예상할만한일이었다.중국에서부터몽족은겨드랑이에날개가있고작은꼬리가달린존재였던것이다.미국내에넓게퍼진몽족에대한소문은과거태국의난민캠프에돌던미국에대한소문못지않게짓궂었다.예를들면이런식이었다.‘몽족은백인노예무역을한다.몽족은정부로부터자동차를지급받는다.몽족은보험금을타려고자식을차로들이받는다.몽족은딸을팔고부인을산다.몽족여자들은과속방지턱이빨래판인줄알아서대형트레일러에곧잘들이받힌다.몽족은개를잡아먹는다.’(315)

MCMC의가정의학전공의과정책임자가된댄머피는몽족환자하나를잘못치료하면몽족사회전체에대한치료를실패하는것이라는말을내게한적이있다.나는그말이옳다고생각했다.자기아이가리씨네어린딸처럼되는걸원치않아서병원을멀리한몽족가정이얼마나많은지누가알겠는가?머세드의리씨집안과양씨집안에서리아에게무슨일이있었는지모르는사람이없었다.(나쁜의사들같으니!)그건MCMC소아과에서리아에게무슨일이있었는지모르는사람이없는것과마찬가지였다.(나쁜부모들같으니!)리아의케이스는몽족사회에는의료종사자들에대한최악의편견을,의료계에는몽족에대한최악의편견을확실히심어주었다.(418)

메울수‘없는’간극이었다고?나는리아가태어난지얼마안돼리부부가MCMC의료진과처음마주치던때를자꾸떠올리게되었다.당시통역자는아무도없었고리아의뇌전증은폐렴으로오진되었다.만일응급실의전공의들이‘동물병원의사’가되는대신,몽족이믿거나두려워하거나바라는걸알려고노력해애초부터리부부의신뢰를얻어낼수있었다면(아니면적어도신뢰를짓밟지않았다면)어떻게달라졌을까?(427)

병원차트를읽고리아와그가족을이해한다는것은(나는차트를이해하는데만수백시간을바쳤다.)서정시를일련의삼단논법으로축소해가며해체하는것과같은일이었다.하지만리아를생후3개월때부터맡았던전공의들과소아과의사들에겐‘차트’말고는리아의세계를안내해줄길잡이가없었다.그들각자가그들이아는언어로는표현할수없는문제들을이해하려고발버둥칠때마다차트는점점더길어져결국40만단어가넘는기록이되어버렸다.그단어들하나하나는기록을남긴사람들의지식과훈련과선의를반영하고있었지만,어느것하나도딸의병에대한리부부의관점은다루지않았다.(427)

“서정시의우아함과스릴러의긴장감을갖고쓴인류학보고서”
방대한자료와유려한글쓰기로기록한문화충돌의현장

태어난지3개월이되던때,캘리포니아주머세드로이민한몽족가족의아이리아는문을쾅닫는소리에놀라처음으로발작을일으킨다.미국병원의의사들은리아가뇌전증이라는진단을내리고,리아의가족은이현상을‘코다페이’,즉영혼에게붙들려쓰러진병으로인식한다.한아이의병을서로다르게해석하면서치료는두문화사이를헤매게되고그렇게“모두가지는싸움”이시작된다.의사들은처방된약을제대로투약하지않는리아가족때문에골머리를앓고,리아의가족들은리아에게나타나는부작용을보며의사들과약물을불신한다.리아의부모는리아를누구보다아끼고사랑했고,미국인의사들은어린환자를치료하고자밤낮없이애썼지만,서로를신뢰하지못하는가운데리아는오락가락하는약물치료의지난한세월을보내게된다.
앤패디먼은9년에걸쳐이사건에연루된수많은사람들을인터뷰하고방대한문헌자료를조사해‘합리적인의사들과그들의말을듣지않는환자가족의갈등’으로단순화되기쉬운이야기의복잡하고다층적인면을드러낸다.리아의여러주치의들을비롯해간호사와위탁가정부모부터통역사와몽족이웃들에이르기까지다양한사람들을직접인터뷰하고,몽족의기원부터그들의전통적삶의방식,그들이겪은이주와차별까지책과기사,판결문과증언을망라해동원하는저자의충실한서술은층층이쌓인문화간갈등의복잡한면모를드러내이야기에생동감을불어넣는다.홀수장에는리아를구하고자애쓰는의사들과가족들의이야기를,짝수장에는베트남전쟁으로인해살던곳을떠나야했던몽족의역사를배치해병렬구조로내용을전개한정교한구성도눈에띈다.번갈아가며등장하는리아의병실과몽족의피난길은어느새하나의이야기로모여현재의문제를지적한다.
대단히조심스럽고섬세하게문화갈등으로부터비롯된이개인의비극에접근하는패디먼의태도는이책에서가장빛나는부분이다.리아의사례를만나고나서“진심으로양쪽모두를좋아하게되었”으며“누군가에게책임을지우기가얼마나어려운지”깨달았다고말하는패디먼은,어째서선의와노력으로도문제를해결할수없는모순이발생했는가에대해다각적이고도인간적으로접근한다.패디먼은너무도당연해져의심의대상이되는것조차부자연스러운서구의학에거리를두면서도,신비화되는동시에미개하다고멸시받는아시아고산민족의문화를있는그대로바라보고자한다.한편문화간만남에서필연적으로“권력의비대칭성이수반”(김현미)된다는점역시예리하게포착한다.독자들은패디먼의섬세한글쓰기를통해리아의가족을비롯한몽족이라오스고산지대에서미국으로이주한데에는미국을도와대리전을했으나미국으로부터약속받은안위와기존생활을모두박탈당한역사가숨어있었음을알게되고,‘문화충돌’또는‘문화갈등’이란동등한입장의양자사이에서발생하는갈등이결코아니라는점을깨닫게된다.

댄입장에선푸아와나오카오가딸의증세를‘영혼에게붙들려쓰러진병’으로이미진단했다는사실을알방법이없었다.푸아와나오카오입장에선댄이리아를뇌전증으로진단했으며그것이가장흔한신경질환중하나라는사실을알도리가없었다.양쪽다증상을정확히알아보긴했으나그원인이혼을잃어버린탓이라는말을댄이들었다면깜짝놀랐을것이다.리아의부모역시리아의발작원인이비정상적인뇌세포자극에의해머릿속에서일어나는전기화학적인격발이라는말을들었다면깜짝놀랐을것이다.(61)

간호사는그들이찬영혼의손목끈이“비위생적이고병균을옮긴다.”라며끊어버리고서야그들을병원에들여보내주었다.의사는대담하게도아기의생명혼을붙들어두는목걸이를끊어버렸다.그들은샤먼과함께치료를하는게아니라매사에샤먼을무시하고그권위를훼손했다.[……]몽족사람들이캠프의병원을마지막보건수단으로여기는게별난일일까?이곳사람들의가치위계로볼때는샤먼이나약초치료사를찾아가거나캠프정문바로앞에있는태국시장에서약재를사는게캠프병원에가는것보다훨씬바람직하고품위있는선택이었다.(71)

이주는어려운결단이었다.몽족이중국을버리고인도차이나로떠난것은문제를해결하기위해그들이시도할수있는가장힘들고어려운일이었다.이후1960년대와1970년대라오스가베트남전쟁의싸움터가되었을때,같은과정을훨씬더심하게반복해야했다.국경안에서이루어졌던이주는결국국경을크게벗어나게됐다.(210)

우리가[라오스에서]벌인작전방식이통상적이지않고선례가없긴하지만여러면에서자부심을느낄만한것이라고생각합니다.미국인사상자가사실상없었으니까요.우리가돈으로얻은것은이른바비용대비효율이대단히높은것이었습니다.(216)

며칠전에[방파오의]장교들과있는데[몽족]신병300명을막데려오더군요.그아이들중30퍼센트는열네살이안됐고,여남은명은열살밖에안됐어요.다른30퍼센트는열대여섯살이었고요.그나머지는서른다섯살이상이었어요.그렇다면그중간은어디있을까요?답을말씀드리죠.전부죽었습니다.(223)

전후미국으로온몽족난민에대한일반적인생각은한신문기자의표현처럼“석기시대에서우주시대로이주했다.”라는것이었다.그런데이런견해는몽족전통문화의복잡성을과소평가하는것이며많은몽족이전쟁동안경험한엄청난사회·문화·경제적변화를무시하는것이다.중국에서여러세기동안박해를당하면서도,19세기라오스로대규모이주를하면서도살아남았던생활양식이불과몇년만에,적어도외관상으로는돌이킬수없이달라져버렸던것이다.(227)

생활보호대상자가된것을비난하는것만큼몽족을화나게하는일은거의없다.무엇보다그들은그돈을받을자격이있다고생각했다.몽족이라면누구나‘약속’이란것에대해나름대로할말이있다.그것은라오스내전당시CIA요원들이서면또는구두로했던계약으로,미국인을위해싸워주면인민군이전쟁에서이길경우불리해질몽족을도와주겠다고한약속이었다.몽족은불시착한미국인조종사를목숨걸고구했고미국인의폭격으로마을이쑥대밭이되는것을감내하며‘미국의전쟁’을도왔기때문에살던나라를탈출해미국에오면영웅대접을받으리라기대했다.(330)

권력의위계를넘는공통의언어와문화를상상하다

리아가태어난지40년이지난지금의한국에서『리아의나라』를읽는것은어떤의미를가질까?그것은숨을쉬듯당연해진우리주변문화에질문을던진다는의미다.의학의판단이늘다른무엇보다우선할수있는지,문화간권력차이속에서타문화와진실하게소통하는방법은무엇인지와같은질문들을말이다.리아의가족이내린선택은이미상당히서구화된한국의문화와의료상식에서이해하기어렵다.다른문화와의마주침이늘어날수록이렇게이해하기어려운문제들이늘어날것이다.앤패디먼은타자의이야기를치우치지않는탄탄한글쓰기로설득력있게밀고나가마침내그들을그들의문화속에서보게하며,그곳에서우리의문화를돌아보게한다.이로써『리아의나라』는주류문화만이정답이라고여기는태도의위험성과혐오와배제를대신할대화의필요성을함께제시한다.권력의위계윗자리를차지한문화에질문을던져균형을맞추는공통의언어를상상하게하는『리아의나라』는이미미국에서문화인류학과의료윤리학의필독서로자리잡았다.이주민과난민을비롯해그어느때보다새로운문화와의마주침을준비해야할한국에서『리아의나라』는또한번답해지지않았던질문과다른미래를여는대답을내놓을것이다.

미국에선치넹을모셔다가병을고치는게금지되어있나요?왜미국의사들은환자의피를그렇게많이뽑아내나요?미국의사들은왜사람이죽으면머리를열어뇌를끄집어내나요?미국의사들은몽족환자의간이나콩팥이나뇌를먹나요?미국에선몽족이죽으면토막을내어깡통에담아식품으로판다는게사실인가요?(67)

“한마디로몽족에겐제가가지고있는개념이없었어요.이를테면췌장에문제가있어당뇨를앓는다는얘기를몽족에겐할수없었지요.그들에겐췌장을가리키는말이없거든요.췌장에대한‘개념’자체가없는것이죠.그들대부분에겐동물에게있는기관이사람에게도있다는개념이없어요.사람이죽으면해부하지않고그대로묻으니까요.심장의경우엔박동을느끼기때문에그들도알았어요.하지만그밖의것,그러니까폐같은기관은이해하기힘든개념이었지요.폐를본적이없는데그존재를어떻게직관으로알겠습니까?”(123)

“리아가죽을거다,리아가죽을지도모른다,리아가죽을확률은95퍼센트다하는말을통역을통해들으면어감이상당히혼란스러울거야.그러니MCMC사람들이‘리아는죽어야한다.’라고말했다고부모가생각하는것도이상한일은아니지.게다가나는사실여기사람중리아가혼수상태이고의사표현도할수없고유일하게느낄수있는게고통뿐이라면차라리죽는게낫다고생각한이가많다고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