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저자가펼쳐내는시각중심주의에대한호쾌한통찰
섬세하고경이롭다.우리의낡은시각중심문화를근원부터다시살피기를청촉하는,끈기있고지적인탐구의기록.익숙한것들을새롭게살피는이여정을따라가다보면,눈멂이하나의독특한‘관점’이기도하다는것을,빛과어둠그리고눈멂과봄사이에무수한얼룩덜룩한지대가있음을기쁘게받아들이게될것이다.―김초엽(소설가)
호메로스에서보르헤스로이어지는익숙한이름들과이야기는고댕자신의개인사와자연스럽게섞이면서고정관념을떨어내고새로운결과의미를찾는다.독자들은이전과전혀다른방식으로눈멂을인식할것이며이전의평면적인관념과상상을떠나보낼수밖에없을것이다.―듀나(소설가,영화비평가)
시각중심문화와비장애중심주의에균열을내는글쓰기
근년간장애학,장애인운동,장애계의제가점차대중화되고장애인당사자의이야기가들려오기시작했다.이런움직임이장애인을소외시키고타자화·전형화하는비장애인중심주의를조금씩흩트리고있지만,여전히더많은당사자들의목소리가필요하다.아직최근장애인인권운동및비장애중심주의담론,장애관련저작등이대부분지체장애를중심으로하고있다면,『거기눈을심어라』는시각장애인당사자가시각중심문화를탐구하는드문책이다.
이책은문학,철학,대중문화콘텐츠가시각장애(인)를어떻게재현해왔는지를살피는문화사이자문학·예술비평이면서,서서히시력을잃어간자신의경험을엮은독특한에세이다.통상적인장르구분을거부하는이글의저자M.리오나고댕은시각장애인작가이자공연예술가,교육자,문학연구자로서의다채로운경험과연구를바탕으로‘눈멂’의관념과의미를지적이고감각적으로검토한다.시종일관경쾌하고날카로운논조를유지한채로.저자는감각기관중눈을가장우선시하고시각만을지식생산의근거로삼는편향적인시각중심문화를예리하게통찰하고그것에호쾌하게반격을가한다.
호메로스부터헬렌켈러,스티비원더,『리어왕』부터『듄』까지
은유와현실을넘나드는매혹적인‘눈멂’의문화사!
『거기눈을심어라』는문학사의정전부터대중문화의아이콘까지다종다양한텍스트를눈멂이라는키워드로새롭게읽어낸다.호메로스부터밀턴,헬렌켈러,보르헤스,스티비원더까지,또『리어왕』부터『걸리버여행기』,『눈먼자들의도시』,『듄』과「스타워즈」까지망라한다.“보는것이곧지식이요,보지못하는것은곧무지”라는고대그리스부터이어진생각은서구문화뿐아니라근대이후우리사회를지배해온관념이다.수천년동안눈멂은무지(‘맹목적믿음’),불합리성(‘맹목적분노’),무의식(‘눈먼진화’)등을가리키는데사용되어왔다.이런관념에대항해저자고댕은다양한텍스트속눈먼인물을호출해시각중심문화와비시각장애중심의상상력이어떻게구축되어왔는가를밝힌다.동시에당사자들이쓴회고록,논픽션과픽션을불러와눈멂에대한고정관념에확실한균열을낸다.
예컨대『오디세이아』의눈먼음유시인‘데모도코스’,『오이디푸스왕』의눈먼예언자‘테이레시아스’를통해은유적눈멂에부여되는특별한자질이어떻게눈멂을신비화하면서도비정상적인결핍으로만드는지를설명한다.또헬렌켈러의잘알려지지않은버라이어티쇼보드빌공연활동과사회주의자로정치적활동을한이력,즉‘위인전’이다루는시기이후의삶을소개하면서대중이켈러를그의정치적이념이나섹슈얼리티는삭제한채‘영감포르노’로소비하는방식을비판한다.이런예시들은오늘날까지강력한영향력을행사하고있는시각장애인에대한스테레오타입을여실히드러내며,시각중심주의가우리의지식체계를얼마나편향적으로구축해왔는지폭로한다.눈먼예술가,눈먼예언자전형이우리의상상력을어떻게장악하고있는지,은유적눈멂,즉시각장애에관한재현이실제시각장애인에대한이해와판단에얼마나큰영향을미치는지를신랄하게비판한다.
또한이책은보행용지팡이부터망원경,현미경등의시각장치,(영어,한국어와다르지않은언어로서)점자와반향정위(反響定位)의과학,각종디지털기기같은테크놀로지의영역을풍부하게다룬다.동시에우리는어떤감각기관을통해세상을인지하는지에관한과학적논의까지나아간다.이런탐구는보고듣고느끼는감각과인식에관한우리의선입견너머로완전히새로운이해의지평을열어준다.이뿐아니라시각장애인과시각손상인이현실에서사용하는언어와도구에대한이해도를높이고그것들에덧씌워진오해와편견을떨쳐내고자한다.사회각분야에서장애인접근성을높여야한다는주장과맞닿기도하는것이다.
봄과보지못함의이분법을넘어
더넓고섬세한세계를열어내는눈멂이라는‘관점’
이책은저자의유쾌하고도쓰라린경험뿐아니라다양한시각장애작가,예술가,활동가,연구자들의목소리를담고있다.이를통해저자는질문한다.시각장애에대해직접말하고재현하는시각장애작가,저널리스트,창작자는왜이렇게적은지,점자문해력을기르지못한시각장애인이왜이렇게많은지를.왜아이를낳고양육하는시각장애여성은좀체그려지지않고,왜시각장애인의섹슈얼리티는부정되거나묵살되느냐고.
이이야기들을따라가다보면,눈멂이단순한하나의주제에그치지않는하나의‘관점’이기도하다는것을깨닫게된다.눈멂,즉시각장애인의관점에서우리사회를볼때전혀다른감각의세계가펼쳐지고의식하지못한문제가드러나고장애와인간의취약성에대한공포와혐오를넘어설여지를찾을수있다.때때로비장애독자들에게껄끄러움을남길수도있는저자의해석과논평에귀기울여야하는이유다.봄과보지못함의이분법,그것과연동되어있는또다른이분법적사고와고정관념을넘어“우리가아직개척하고누리지못한온갖얼룩덜룩한”광활한지대를열어줄작업이라할만하다.
추천사
섬세하고경이롭다.우리의낡은시각중심문화를근원부터다시살피기를청촉하는,끈기있고지적인탐구의기록.눈먼음유시인과예언자로부터현대의맹인슈퍼히어로에이르는맹인의재현,점자와흰지팡이의발명,눈멂과섹슈얼리티같은흥미로운주제들이저자의개인사와어우러져무척매력적인독서경험을제공한다.익숙한것들을새롭게살피는이여정을따라가다보면,눈멂이하나의독특한‘관점’이기도하다는것을,빛과어둠그리고눈멂과봄사이에무수한얼룩덜룩한지대가있음을기쁘게받아들이게될것이다.―김초엽(소설가)
우리가알고있는시각장애인의이야기대부분은비시각장애인의두려움섞인상상을통해부적절한방식으로신화화되었다.시각장애인당사자인저자는이익숙한밈으로이루어진세계에균열을낸다.호메로스에서보르헤스로이어지는익숙한이름들과이야기는고댕자신의개인사와자연스럽게섞이면서고정관념을떨어내고새로운결과의미를찾는다.독자들은이전과전혀다른방식으로눈멂을인식할것이며이전의평면적인관념과상상을떠나보낼수밖에없을것이다.―듀나(소설가,영화비평가)
책속에서
시각장애,즉눈멂은단지하나의주제에그치지않는다.눈멂은하나의관점이다.따라서시력을잃어가던그긴세월이있었기에3000년에걸친문학·과학·철학등의저작과자서전을통해눈멂의문화사를알게된건아니라고부정한다면솔직하지않은태도이다.확실히그세월덕분이었다.반대로우리의시각중심적세계에서눈멂에대해연구하면서나는시각장애인이든비시각장애인이든간에우리의능력과장애를개념화하는방식에관해많은것을알게되었다.(12)
눈멂은문학적수사로서는거부할수없는매력을지닌것처럼보이지만,그만큼삶의경험이가지는특수성과다양성을잃어버렸다.흔히말해서‘맹인’은남달리순수하거나초능력을가진사람으로이상화되거나,아니면서투르거나부주의한사람으로측은하게여겨진다.아마시각장애인스스로가이미지를만들게끔허락되는경우가드물기때문인것같다.역설적이게도,서구문학의출발점에서있는호메로스는웅대한예외라할수있다.(15)
눈먼음유시인의계보는놀랄만큼길지만,눈멂의은유에중대한영향을끼친맹인작가는그다지많지않다.이유는독서대중에게끌려다니는출판계가시각장애작가들에게역경극복의모델을따르는개인적서사를기대하기때문일것이다.(16)
켈러는당시의사회문제에관해쓰고싶은생각이간절했지만편집자는관심을두지않았다.켈러는서문에서이렇게끝을낸다.“나에관한것이아닌주제로글을쓸기회가생길때까지세계는지식도정보도없는채로계속굴러갈것이며,나는나에게허락된작은주제하나를가지고최선을다할수밖에없다.”……켈러가20대에쓴자서전은여러장애인공동체에서말하는이른바‘영감포르노(inspirationporn)’,즉비장애인에게자신이가진것에감사하고,장애물을극복하는씩씩한개인의힘을믿게만드는식의용기와희망을주는이야기의완벽한예이다.(16~17)
은유적이고문자그대로의눈멂과봄의복잡성을따라가면서,문자그대로눈먼사람들과그렇지않은사람들사이의장벽이얼마나얄팍한지도보여주고싶다.이책은우리문화에만연한시각중심주의를조금씩벗겨내고,감각의차이를수용하는사회정의의공간을열어젖히고,보는것과보지못하는것,눈멂과봄,어둠과밝음사이에놓인얼룩덜룩하고광활한지대를찬양하고자한다.(21)
보이지않는진실의문제에관한한,눈먼예언자가소환되어피상적이면서이상하게비본질적인외부세계속에서우리를안내할것이다.따라서스스로눈멀기는우리의내면적인눈멂을인정하는하나의상징이다.이것을고대그리스인들은하나의관습으로만들었고,우리는그예술을물려받은것이다.(58)
바울이썼다고여겨지는「고린도전서」에는인간의제한된시력을묘사하는유명한구절이있다.“우리가지금은거울에비추어보듯이희미하게봅니다.”바울의이야기는눈멂을고쳐주는능력을말하고있지만,어쩌면그이야기에서무엇보다중요한교훈은이것이아닐까.우리가우리시력이아주완벽하다고믿을때조차도(또는특히나그렇게믿을때)우리의시력은근본적으로어둡고불완전하며,시각은오만과자존심,영원한독선과연결된다는깨달음말이다.(71)
우리의감각은부정확하고제한적일것이다.그러나감각이없다면우리가어떻게배우고감각너머또는그아래있는것을상상하고구성할수있을까?애초에초월의욕구를자극하는가정을고민한다는건더더욱불가능하지않겠는가?내생각에우리에게세계를알려주는것은우리의몸과,더듬거리고틀리기쉬운우리몸의감각뿐이다.경전을읽는것부터송가를듣는것,제단위로몸을뻗는것이다그렇다.그렇지만앞으로도시각장애인들은몸과몸의유혹으로부터거리를유지하는그미심쩍은이분법,실질적이고문자적인영역에서많은난관을안겨주는사고방식,그리고영적인것을우선시하는태도를계속즐겨야할것이다.우리의문화적생산물이그시야를넓히고감각이나초월과관련해더욱복잡하고거대한은유를즐기게될때까지는말이다.(78~79)
우리는맨눈,즉인간의제한된시각으로보지못하는것이얼마나많은지를드러내는한점,말그대로의점에서시작한다.현미경은우리에게보이는날카로움과매끄러움이그것의참된속성또는최종실체라는우리의확신을무너뜨림으로써,매끄러운표면에대한우리의지각이우리의크기,거리,감각의예리함에상대적이라고깎아내린다.이런깨달음은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에대해일단고정된양극성을영원히괴롭힐것이다.(103)
언어의경우처럼,우리의시각에도일시적이고임의적인것,관습과관례의문제인것이많다.다시말해우리가보는것이유용하기는해도정확히진실은아니다.몰리뉴와로크가직관으로알았듯,판단은우리가어떤것을볼때결정적인역할을한다.평생연관성을구축해온우리의시각은비록유용하기는하지만종종,그리고쉽게우리를속인다.(146)
후천적으로‘보게된다’고해서시각지향적인사람이된다는얘기는아니라는것,또는비시각장애인이어둠속에서보는것이눈멂과같지않다는것,이런사실을깨닫기전까지우리는하나의문화로서보는것만큼이나다양한인지적경험인눈멂에관해어떤지적인이야기도할수없을것이다.우리는우리가보는것을언어로옮기면서노력하는것만큼많이,지적으로그만큼엄밀하게,시각장애경험을언어로옮기는법을배워야할것이다.눈멂이대다수비시각장애인의경험바깥에있는이유는바로이것,눈을뜬다는것이갑자기돌이킬수없이시각을갖게되는것과같지않기때문이다.(164~165)
점자는어떤문자만큼이나훌륭하고유용하고임의적이다.그리고학습하면모든문자처럼배울수있다.알파벳이하늘에서인간에게내려온게아니라,모든문화유산처럼전쟁과정복과적응과학습의상황을거치며발달했음을잊어버린사람이너무도많다.(207)
점자를반대하는주장과비슷하게,반향정위와관련한두려움이존재하는것이다.즉혀차는소리나그밖의소리로공간을판단하는행위는비시각장애인과는너무나달라서소외감을낳을우려가있고,비시각장애인과의사이에장벽이생길수있다고우려하는것같다.적어도그것이대체로는아주최근까지의지배적인이데올로기였다.(223)
켈러는시각장애인,그리고사실상모든부류의장애인은욕망하고욕망의대상이되기보다는감동을주고성스러워야한다는엄격한주장의피해자였다.이런이유로영감포르노스타(감동적인강연으로밥벌이하는수많은장애인)는많지만,장애인섹스심벌의가능성을인정하는것은말할것도없고책이나영화에서섹스하는시각장애인을찾아보기도힘들다.(259~260)
계몽주의의이상이눈먼사람의삶을개선해왔음은의심할수없지만,가끔은그진보가단일한관점에서틀지어져있다는생각이든다.즉비장애인의시점말이다.이것은아주유용한카테고리도아니다.정체성의나머지카테고리와달리,장애는유동적이다.우리는종종장애인이되기도하고때로는장애에서벗어나기도한다.미국인다섯명중한명은장애가있으며,우리대부분이인생의어느시기에는어느정도의장애를경험하게된다.(362)
눈멂의밈이만들어낸거대한네트워크는자신을비시각장애인,시각장애인,그중간,그너머(신체적결핍에대한멋진보상인시각너머의시각)로여기는사람들에게크든작든어느정도영향을끼친다.나는시각장애가멋지다고늘생각하지는않지만,물리적눈의능력너머에볼가치가있는것이있다고생각하면시각중심의세계에서어떤권력감이생기는것같다.따라서눈먼예언자(앞을내다보는맹인이라는뜻의모순어법같지만,우리의은유를지배하는인물)는눈멂이실제로이해에유용하다는관념을조장한다.우리가보았듯눈먼예언자는진부하고끝없이반복되지만,그래도나는눈먼예언자밈이나에게도움이되었다고인정할수밖에없다.특히시각상실로몸부림치던초기에는나에게눈멂의자긍심을조금이나마일깨워주었다.(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