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 갈망, 관찰, 거주의 글쓰기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 갈망, 관찰, 거주의 글쓰기

$18.00
Description
가장 동시대적인 목소리 레슬리 제이미슨의 진면목
우리 시대를 대변하는 미국의 젊은 작가 레슬리 제이미슨의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가 반비에서 출간되었다. 레슬리 제이미슨은 특유의 통찰력과 엄밀한 지성, 독특한 주제와 그것이 지닌 겹겹의 의미를 파헤치는 성실성으로, 전작인 『공감 연습』, 『리커버링』을 발표하여 수전 손택의 글쓰기에 비견되면서 국제적인 독자층을 형성한 가장 동시대적인 에세이스트다. 첫 산문집 『공감 연습』에서 직업 경험을 반추하며 고통에의 공감을, 회고록인 『리커버링』에서 알코올중독 경험과 회복 과정을 그려냈다면,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에는 글쓰기라는 예술의 양가적인 측면과 쓰는 이로서의 수행에 대한 내면적인 고찰을 아로새겼다.

사람들을 재현하는 것은 언제나 그들을 축소하는 일이며, 프로젝트가 “끝났다”고 하는 것은 이런 축소와 불편한 휴전을 맺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심 이런 압축에 반발했다. 내심 이 말을 되풀이하고 싶었다. 이게 다가 아니야, 이게 다가 아니라고, 이게 다가 아니라니까. 내가 종종 의뢰받은 분량보다 1만 단어나 더 쓰는 것은 그 때문이다.(211쪽)

“갈망의 글쓰기, 관찰의 글쓰기, 거주의 글쓰기”라는 세 가지 부제에서 엿보이듯, 제이미슨은 자신에게 없는 타인의 무엇을 갈망하는 일, 그리고 그것을 관찰하고 응시하는 일, 그리하여 결국 그 안 혹은 그 언저리에 정주하고 거주하는 일에 대하여 치열하게 묻고 탐구해나간다.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는 제이미슨을 잘 아는 독자에게는 동시대와 호흡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가는 작가의 현주소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가장 사적인 경험에서 보편적인 주제를 발견하고 파헤쳐나가는 제이미슨 특유의 경이로운 글쓰기를 체험할 기회가 될 것이다.

저자

레슬리제이미슨

워싱턴D.C.에서태어나로스앤젤레스에서성장했다.하버드대학교에서영문학을,아이오와작가워크숍에서글쓰기를공부했고예일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제빵사,임시사무직,여관관리인,학교교사,의료배우등으로일했다.최근에는컬럼비아대학교예술대학에서논픽션글쓰기를가르치고있다.『뉴욕타임스』『하퍼스』『옥스퍼드아메리칸』『퍼블릭스페이스』등에에세이를기고했으며,『뉴욕타임스...

목차

I갈망의글쓰기

52블루
우리는다시금살기위해스스로에게이야기한다
레이오버이야기
심라이프

II관찰의글쓰기

저위자프나에서
그어떤혀로도말할수없다
비명지르게하라,불타오르게하라
최대노출

III거주의글쓰기

리허설
기나긴교대
진짜연기
유령의딸
실연박물관
태동

출판사 서평

에세이의본질에관한통렬한사유

이작가가어느층위까지파고들수있을지알고싶었다.나는감탄했다.타인에대해글을쓴다는건대체어떤행위인가?혹은타인을경유하여결국나를글쓰기의도마에올려야만할때발생하는본질적인의혹을해소하려면대체어떤행위가요구되는가?레슬리제이미슨은관찰하고,대화를나누고,첫인상을지우고,그위에새로운관념들을새기며쓰는이가목도하는세계를단단한문장들로벼려낸다.이책은삶이간혹허락하는경이로운순간들과그기나긴사이를살아가는이들을이해하려는통렬하고아름다운시도로가득하다.―한유주(소설가)추천사

그러나솔직히말하면이들에대한이끌림에는희미한독선이묻어있다.어쩌면나는내가패배자들을변호하고있다고생각하고싶은지도모르겠다.아니면나는겁쟁이인지모른다.어쩌면사람들이각자의삶에서살아남고자스스로에게하는이야기를반박하기에는너무겁이많은지도모른다.(54쪽)

근래몇년간'에세이'는책을읽는사람들사이에서국내외를막론하고가장뜨거운키워드중하나였다.개인의이야기로부터출발하는책들은독자들의공감을이끌어내며큰환영을받았고,'개인적'이고'사적'이고'사소한'것으로치부되었던이야기들을건져올려책이라는보편의이야기로빚어내는일의의미에많은이들이주목했다.그러나과연,에세이란무엇인가?에세이는무엇을할수있는가?에세이를쓰고만드는사람들은그과정에서어떤곤경에처하고,우리는나자신의,그리고무엇보다타인의아주내밀한이야기를어디까지세상에내놓을수있는가?

레슬리제이미슨은단연코이런쟁점들을가장치열하고집요하게파헤치고있는작가다.한국에앞서소개된『공감연습』은고통이라는경험을매개로사람들은어떻게만날수있는가를파고들었고,자신의알코올중독과회복경험에관한회고록『리커버링』은한젊은작가가보편적이야기가지닌가치를받아들이는,그럼으로써에세이스트로다시태어나는과정을담고있다.『비명지르게하라,불타오르게하라』는,이처럼나-타인의삶을기록하는데있어한층성숙한작가로서제이미슨을보여준다.이책에서그녀는고독한고래에천착하는사람들을만나고,25년간멕시코의한가족을사진찍은미국작가에관해다루며,전생을믿는이들의마음속으로들어간다.그러면서우리는타인의삶에어느정도까지침해적으로친밀해질수있는지,어떻게하면'진실'을구할수있는지,혹은그진실이라는것은얼마나'오염된'것인지하는질문들을하나씩탐색해나간다.

아름답고유려한글쓰기만큼이나제이미슨을'지금시대의목소리'로자리매김할수있게한것이바로이집요함일것이다.'나'의이야기가범람하는시대,한편으로'남'의이야기를갈취해내놓는데에거리낌이없는시대에,이작가의날카롭고솔직하며애정어린시선은에세이라는장르의본질과미덕에관해다시금생각하게만든다.에세이를읽는독자,에세이를쓰는작가,그리고더넓게는개인의이야기를다루는작업을하는모든사람들에게권하고싶은책이다.

그럼에도쓰기,살기,비명지르고불타오르게하기

제이미슨은1부「갈망의글쓰기」에서본질을알지못하고제대로설명하거나증명해내지못하며갈망하는이들을다룬다.「52블루」에서는처음발견된음역대의주파수로관찰된한마리고래와그에게감정이입하는이들을,「우리는다시금살기위해스스로에게이야기한다」에서는증명하기어려운환생의경험을주장하는이들을,「레이오버이야기」에서는레이오버를하며스친이들의배경을알고나서야그를평면아닌입체로이해하기시작하는자신을,「심라이프」에서는온라인환경에제2의삶을꾸린이들을소개한다.

고래가고래일수있도록인정하여우리가떠안기는은유로부터쉬게하는동시에,우리가만들어준두번째자아의윤곽선도포용해그가우리에게해준일들을인정한다면어떨까?그고래가자신의실제형상과우리가그에게서필요로한형상둘로쪼개지게,그둘이따로따로헤엄치게한다면.우리는그둘을서로의그림자에서해방한다.그리고두개의다른길을따라바다를건너가는모습을지켜본다.(44쪽)

타인의삶을쓸때,타인의삶으로예술을할때,타인을경유해나에관해쓸때우리는곤경을맞닥뜨린다.정작우리는타인에대해제대로아는것이없으며,그것은자신에관해서도마찬가지여서,기껏그려낸다하더라도그윤곽은완벽하거나단일하지않다.2부「관찰의글쓰기」는이주제를치열하게파고든다.「저위자프나에서」에서는역사적재난의현장을관광하고무지를진정성으로포장하는취재에관하여,「그어떤혀로도말할수없다」에서는남북전쟁의참상을찍고전시하는일에관하여,「비명지르게하라,불타오르게하라」에서는작가제임스에이지가앨라배마의소작농가족과머물며다른방식으로두차례에걸쳐쓴결과물에관하여,「최대노출」에서는사반세기에걸쳐한가족을담은사진가의프로젝트에관하여쓴다.

특히표제작「비명지르게하라,불타오르게하라」에서제이미슨은에이지의글을두고“그는매개나변형없이진실을전달한다는리얼리즘의환상을폐기한뒤그대신모든매개,모든조작,모든기교와주관성,그리고이기록을하는사람,즉자기자신이일으키는불가피한오염을고백한다.”고말하면서본인작업에앞선자취를,또본인이뒤따를길을모색하는듯하다.

마지막장「거주의글쓰기」는작가의주무기인자기고백과감정의농도가짙은파트다.「리허설」에서는친구와부모의결혼식풍경을회상하고,「기나긴교대」에서는아빠의아버지로서의할아버지를추억하며,「진짜연기」에서는시뮬레이션체험과도같은라스베이거스방문과거기에서의짧은연애를복기하고,「유령의딸」에서는계모라는자신의새로운삶을기술하며,「실연박물관」에서는이별과연애의잔해를들여다보고,「태동」에서는식이장애를겪던동일한몸이동일하지않게느껴지는출산의경험을현재형으로순차한다.

이책의마지막글「태동」은“어원자체가임신에서비롯”된갈망(longing)이라는낱말을다시한번끄집어내며,이번에는이를“부재를암시하지않는갈망”,자신에게속한갈망으로갱신한다.출산과정에서무너진자신의이야기,무너진자신의몸을바라보며윤곽을무너뜨리는일의경이를포착하기를작가는잊지않는다.「52블루」에서두개의윤곽을허용하자던작가가윤곽없음마저긍정하는「태동」은각별한울림을준다.

포르투갈어사우다지(saudade)는번역할수없는단어로악명이높지만,나는순전한노스탤지어보다더수수께끼같은감정을일컫는이단어가항상좋았다.사우다지는내가잃어버린것이아니라가진적없는것에대한그리움이다.노스탤지어와비슷하지만,사우다지는가본적없는장소에대한노스탤지어를뜻할수도있다.마셜할아버지가가족없이살던브라질에서자연스레쓰는이단어는주로소유나동반을나타내는문법적구조를취한다.사우다지를가진다,또는사우다지와함께있다는식으로.그리움이일종의동반자가될수있다는듯이.그것이부재의자리를채울수있다는듯이.(231쪽)

이책의제목“비명지르게하라,불타오르게하라”는시인이자비평가인윌리엄칼로스윌리엄스가워커에번스를두고한말(“예술가가하는일은모든일,모든날,모든곳에서적용되어제삶을재촉하고,해명하고,강화하고,확대하며이를유려하게만든다.에번스가하는것처럼,비명지르게한다.”)에서따온것이다.제이미슨의의도는분명하다.『비명지르게하라,불타오르게하라』는노스탤지어보다‘사우다지’에가까운글쓰기를보여준다.가진적없는것에대한그리움과갈망이,가진것보다도그존재를더잘설명할수있다면,우리는타인에관해서그리고자신에관해서쓸수있는지모른다.그리고마침내써낸다면,쓰인그것은비로소비명지르고불타오를것이다.

추천사

이작가가어느층위까지파고들수있을지알고싶었다.나는감탄했다.타인에대해글을쓴다는건대체어떤행위인가?혹은타인을경유하여결국나를글쓰기의도마에올려야만할때발생하는본질적인의혹을해소하려면대체어떤행위가요구되는가?레슬리제이미슨은관찰하고,대화를나누고,첫인상을지우고,그위에새로운관념들을새기며쓰는이가목도하는세계를단단한문장들로벼려낸다.이책은삶이간혹허락하는경이로운순간들과그기나긴사이를살아가는이들을이해하려는통렬하고아름다운시도로가득하다.
-한유주(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