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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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허공에서 피어난 눈물, 삶이 선사한 어여쁜 선물
시인에게 시란 마음속 허공에서 들려오는 ‘소리 없는 소리’이자 기쁨과 두려움, 격려와 찬미를 동시에 주는 존재였다. 비록 삶의 고비마다 먹구름이 드리우고 힘에 부치는 순간들이 많았지만, 시인은 그 모진 풍파 속에서도 이따금 웃을 수 있었던 자신의 삶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선물’로 받아들이며 감사해한다. 시집의 중심을 관통하는 정서는 떠나간 이들과 부모님을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이다. 성모님을 엄마라 부르며 마음의 평온을 찾으려는 오랜 기도 끝에는 멀어져 간 이들을 향한 아픔과 보고픔이 서려 있으며, 시인은 목이 메어 차마 말하지 못하는 심정을 시에 기대어 풀어낸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언제나 현재형으로 존재한다. 자신은 굶으면서 아들에게 짜장면을 사주던 젊은 어머니의 실루엣이나 꿈속에서 이슬처럼 아스라하게 사라지는 아름다운 여인으로서의 어머니를 아련하게 추억한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발 디딜 틈 없는 극장에서 어린 아들을 단숨에 목말 태워주던 청년 아버지에게 향해 있다. 아들에게 제대로 된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정작 본인은 스크린이 보이지 않았을 아버지의 헌신을 떠올리며, 시인은 영화 내용보다 아버지의 어깨와 등, 팔뚝의 선명한 감촉을 더 또렷하게 기억해낸다.
저자

김병일

1945년출생해청운중학교와휘문고등학교를졸업하고1964년중앙대학교수학과에입학했다.동대학교에서학사,석사,박사학위를받고1979년부터청주대학교교수로재직한뒤1986년9월부터중앙대학교교수로재직했다.2011년2월정년퇴임해지금은충청남도홍성군내포신도시에서살고있다.

목차

自序

사랑은추억이되고
성모님을엄마라부르다
내안의나와걸으며
동해에서
선물
평화
삶의한자락
새와바람
흘릴눈물이없다
시와놀고싶다
슬픔에슬픔이겹쳐
아픔을함께하지않았는데
그림자를쓸어내다
이젠알겠어요
당신의노을
눈물은사치였다
싸락눈
핑계김에
노옹의눈에어린것은
마음을다잡으며

제비꽃
홍시
흐름이잠시멈춘곳에서
봄바람
백수
달빛밟고가는길
메아리
어머니의꽃밭
어서오세요
길에버려진꽃
세월이흘러
이슬을보면서
무동
기도
우약정(雨若亭)에서
폐가에서
자장가소리
나이듦이때론행복
아기천사
빨간우체통
저승길
아름다운여인이되신어머니
자연은내차지라네
벚꽃을보며
뭐랄까
허수아비의옷
추억으로남은이야기
잠자는호수
찔레꽃향기
고등어
새와조우하다
가을과작별하다
고백성사
황혼속에서
그리움이없다면
잠든아내옆에서
아내의품
빗속에서낚시를하며
올레길
사랑은느낌
그렇게가시려거든
마름의노래
호반새
배꽃
세상이아름다운것은
봉선화
호수에거꾸로선나무를보며
망중한
아침에눈을뜬매미
햇살은나비처럼춤추고
인형을업은노파
하늘이운다
하늘로오르는빛
세월은내것이아니다
알알이박혀있는세월
별을헤다
돈을세고계신어머니
골목길
낙엽이냇물에게길을묻다
용서
고백
말없는말
짜장면
내가나를부르다
슬픔은이어지고
노옹의노래
사랑한다는말을못했는데
수채화
피서지의밤
정자앞느티나무
가을이오는소리에
호수의탄식
꿈의정원
그림자
잠이들어
찔레꽃
어제의영화는
인연은아픔으로남고
어느여름
허수아비
물수제비뜨는강변

해제:하염없는마음,엉금엉금기어가는삶|김원

출판사 서평

시인은자기자신을길가에외롭게서있는‘빨간우체통’에비유하며가장(家長)으로서짊어져야했던삶의무게를고백한다.다리가뿌리가되어한자리에고정된우체통처럼스스로를견뎌내느라얼마나고달팠는지,때로는‘내안의나’와갈등하며어딘가로떠나고싶다는헛된생각에힘겨웠음에도그무거운책무를한시도내려놓지않고묵묵히다지고왔음을털어놓는다.세월의풍파속에눈물마저말라버린상태에서도회한과서러움은활화산처럼아른거리며,아무리시어를고르고골라시를써보아도정작하고싶은말들은목에걸려다토해내지못하는언어의한계와이중의슬픔을겪기도한다.

그럼에도시인이절망에만머무르지않고일상에서사랑과구원의순간을발견하고있음을확인할수있다.예당저수지의동틀무렵,호수에뒤척이는나무를보며두손을모으는시인은“얘야,힘들었지”라고말없는말로전해오는따뜻한위로의음성을듣는다.세월은한참흘러갔지만늦은봄날홀로걷는길위에서나비한쌍을마주하며혼자여도외롭지않은다정함을느끼고,비바람에옷이다찢긴허수아비를보며그고달픔을알아봐주는따뜻한시선을유지한다.온갖회한과슬픔을안고엉금엉금기어온시인의삶이,마침내도달한일상의풍경속에서“천국이이러하려나”하는벅찬감동과마주하는구원의과정을아름답게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