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묻다

예술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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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당신에게 지금 타자와 세계는 어떻게 구성되고 있습니까”
- 예술은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이나 표현 욕구의 분출이 아니라 세계와 삶, 타자에 대한 하나의 태도라고 말하는 책, ‘예술을 묻다’
‘예술’ 혹은 ‘예술적’이라는 말에 덧씌워진 (‘우와~’와 ‘쯧쯧’로 대변되는 양극단의) 편견과 통념에 질문을 던지며 지금까지의 예술을 묻어 버리고, 예술을 삶의 문제로 가져오고자 시도하는 책.
애초에는 가볍게(?) 『재현이란 무엇인가』의 개정판을 쓰려던 저자는 예술에 대한 편견과 환상은 널리 퍼져 있고, 예술을 하고자 하는 사람도 많은데, 예술에 대한 해석은 빈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절감한다. 이에 예술의 기원, 감각, 미추, 재현이라는 네 가지 개념을 질문하며 예술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탐구해 들어갔고, 그 과정에서 애초 의도와는 전혀 다른 책 『예술을 묻다』가 탄생했다.
저자는 “왜 예술은 대상을 창조하는 문제로 환원될까, 왜 삶이 예술작품이 될 수는 없는 걸까”라는 푸코의 질문이 그에게는 기존의 예술 개념을 삶으로까지 확장한다기보다는 기존의 예술 개념과 활동 자체를 근본적으로 문제 삼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말한다. 그로부터 저자는 인간, 인간의 활동, 예술작품, 작가와 같은 근대예술의 토대 자체를 되물으며, 인격이나 생활 양식 생각을 도야하고 연마하는 것이야말로 탁월한 기예(art)가 아닌가 질문하며, 예술적 윤리 혹은 윤리적 예술을 말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예술을 소비하고 소유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예술을 만나고 싶은, ‘향유’하고 싶은 길을 모색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예술을 사유하고 발명하는 기쁨을 안겨 줄 것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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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채운

고전비평공간‘규문’에서동서양의철학과역사를공부하면서강의하고글쓰는일을하고있다.서울대학교국문과를졸업했고,미술사로박사과정을수료했다.지은책으로『예술의달인호모아르텍스』,『재현이란무엇인가』,『글쓰기와반시대성,이옥을읽는다』,『느낀다는것』,『철학을담은그림』등이있고,함께쓴책으로『고전톡톡』,『인물톡톡』,『루쉰,길없는대지』등이있다.

목차

서문

프롤로그.세가지질문혹은세가지화두
첫번째질문.예술은무엇인가
두번째질문.예술은무엇을욕망하는가
세번째질문.예술은무엇을할수있는가

1장.기원을묻다:예술의계보학

1.뮤지엄의추억으로부터

2.미술관환상
토대로서의미술관
미술관,디스플레이의정치학
혁명,그다음날의예술

3.예술,그표면의깊이
낮을비추는어둠
마음을마주하다
아,예술의위대한무용함이여!
예술과영성

4.예술의비인간적인기원을찾아서
예술적인너무나예술적인동물들이여
카오스와코스모스사이
넥스트아티스트?

5.예술의영도(零度)에서
사물들의영(靈)
멀티-플렉스뮤지엄에대한상상

2장.감각을묻다:감관을수호하라!

1.비접촉시대의접촉에대하여
‘거리두기’를발명하라
감각,쾌락,죽음
모든것은접촉에서시작된다

2.감각의역사
1900년,스펙터클의명
함께먹음,함께나눔
감각도배워야한다

3.감각의논리
감각에서사유로
세잔,감각의수련(修練)
감관을수호하라!

4.감각의역량을기르는실험들
흥분계와억제계의세트플레이
그릇을비우고자신을비우다
카프카의단식-예술가
감각적쾌락너머의쾌락

3장.미추(美醜)를묻다:미추의저편

1.우리,아름다움의포로들
아름다움이라는유령
매끈함의미학
인간적인너무나인간적인

2.취미와미학,그리고배움에대하여
대체미학이뭐예요?
‘취존’,노터치?

3.미는어디에있는가
미는자유에있다
미는실존에있다

4.미추의저편
미추불이(美醜不二)의세계
형상으로형상을넘어가기
무유호추(無有好醜)의원(願)

4장.재현을묻다:리얼한환(幻)의세계를마주하기

1.‘카피’에대한몇몇단상들
나의아이패드사용기
모작(模作)의아우라
이발소그림을아시나요

2.예술의반(反)재현주의
마치구두인것처럼
재현(representation)의논리①:원본중심주의
재현의논리②:예술의비(非)도덕주의
푸코와세화가,그리고재현의문제
아무것도재현하지않는모방

3.모든것은환이다
리얼한가상,꿈의현실
그림자와유령의유희
또?vs다시한번!

에필로그.윤리적예술혹은예술적윤리
태도로서의예술
명령하는예
예술,공생의기예

출판사 서평

「예술을묻다」지은이인터뷰

1.예술의기원을묻고,감각을묻고,미추를묻고,재현을묻는이책의질문들은예술에대한우리의통념에금이가게합니다.선생님께서이처럼네가지의물음을통해‘예술’을묻는이유는무엇인가요?

음...현재제가예술을공부하는것도아니고이른바예술애호가도아니지만,『예술의달인,호모아르텍스』를쓰기도했고(^^)대학원에서전공한과목이미술사이고보니여기저기서미술강의를심심치않게하는편이에요.강의를다니면서새삼스럽게느끼게되는것이,예술에대한편견내지는환상이아주심하다는겁니다.물론다른분야역시마찬가지겠지만,예술에대해서는유독더한것같아요.무턱대고예술은아름다운것이라거나,예술은그냥느껴지는대로느끼면된다거나...과학이나철학을배우듯이무언가를차근차근배우려하기보다는,흡사사랑에눈먼사람처럼좋아하거나소유하고싶어하는거죠.이래서예술을삶의문제로가져오는데실패하는게아닐까,하는생각이들었습니다.
기원,감각,미추,재현은,제가생각하기에사람들이예술을말할때가장빠지기쉬운함정들혹은너무당연하게수긍해버리는전제들이아닐까싶어요.지금우리가생각하는예술이시공을관통하는보편관념일거라는생각,감각의배치에대한문제제기없이감각에만탐닉하는태도,아름다움과추함에대한이분법적사고,그리고예술에서자신이알고있는것이나기존의통념을읽어내려는태도말입니다.이렇게기원,감각,미추,재현이라는네가지개념을다시질문하면서예술의문제를근본적으로생각해보고싶었습니다.사실예술전반을다룰수는없는노릇이라저는주로미술에국한해서얘기했지만,이주제들은예술일반으로확장할수있다고봅니다.
한편으로는,예술과관련된일종의反지성주의에대해질문하고싶기도했어요.사실,요즘처럼‘예술’이라는말이흔해진시대가있을까요?젊은친구들하고얘기를나누다보면‘예술적인일’을하고싶어하는친구들이정말많아요.그런데가만보면,그예술이라는게외부를꾸미거나자신을표현하는것정도로이해되고있달까요.감각적이고다재다능하다는건알겠는데,도무지지성을느낄수없어요.지성은감각하는걸방해한다고생각하는경향마저있는것같고요.그런데생각하는역량없이,느끼는역량이확장될수있을까요?즉흥적이고습관화된‘반응’을감수성이라고착각하고있는건아닐까요?지성이결여된감수성을저는믿지않습니다.생각하는만큼질문하고,질문하는만큼느끼는거죠.느끼는만큼실천하는것일테고요.‘예술’이라는어떤실체에대해논하기보다는예술을매개로생각의길을내고싶었습니다.당신이생각하는그‘예술’의개념과실천은어디서왔는가,‘감각한다’는것은무엇을의미하는가,‘미추’에대한가치평가에내재된욕망은무엇일까,우리가감각하는것은우리가아는것과동일할까등의문제를중심으로우리의관성적사고를건드리고싶었습니다.

2.선생님께서는이책에서예술은아름다움에대한갈망이나표현욕구의분출이아니라세계와삶,타자에대한하나의태도라고말씀하셨는데요.이는‘인간활동의작품’으로서의예술을누락시키는것처럼들리기도합니다.또한,선생님께서는예술과예술아닌것,예술가와예술가아닌이의경계를새롭게그리고,다시지워나가는과정을지속하라고말씀하고계신데요.어떤의미인지설명부탁드립니다.

사실그문제를계속의식했습니다.어떤장르가됐든,일반적으로예술은제작된대상과분리될수없으니까요.그런데한편으로는이런의문이들었어요.'예술적'이라고할때그말이지시하는대상은뭘까?형식?기능?아니면사물자체?그런데생각해보면,그모두를포함하지만그중어느것하나를꼬집어‘예술’이라고할수는없는거죠.이를테면물질로서의그림은캔버스와안료로이루어졌고,그려진이미지들은일정한형태와색채로구성되었으며,그이미지는보이지않는‘의미’를가지고있죠.그중어느하나를가리켜예술이라고하는건불가능해보입니다.예술/예술적인것은그다양한차원들을하나로꿰어의미화하는과정에서‘발생’하는게아닐까요?예술가도예술품도‘예술’을이루는구성요소일뿐이지그자체로예술이라고할수는없을것같아요.
예를들어조각가가흙을빚어형상을만들어낸다고할때,우리는인간의조형적활동과그결과물만을예술이라고하지만사실거기에는흙과물의활동도포함되어있거든요.우유와밀가루와설탕으로만들어지는‘쿠키’라는생산물이인간의노동이전에소와햇빛과바람등등의증여를,증여와노동을전제로하는것처럼말입니다.요즘처럼미디어작업을하는경우에는가져다쓸수있는프로그램이라든가기계의노동같은것도필요하죠.제생각에,예술은점점더예술가의개인적작업일수없게되는경향으로가고있는것같아요.어디까지가창작인지...툴tool과창작의경계도모호하고,창작자체가이미흘러다니는무수한아이디어들에기반해있다는생각도들고말이죠.‘예술’이라고불리는활동,‘예술가’라고불리는직업군들은계속남아있겠지만,그의미는이미전과달라졌고,더크게달라질것같습니다.그러니까제가예술/비예술의경계를지우자말자,할차원이아닌거죠.저는이미지워지고있는경계자체를주시하면서,우리가여전히움켜쥐고있는예술관념을문제삼아보고싶었습니다.
제가예술을결과물보다는비가시적인차원(태도,삶,비전등)과연관시키려시도한것은그런맥락에서였습니다.그렇게본다면,작품은예술적대상이아니라‘예술적인것’을매번새롭게정의하고사유하도록하는방편에불과한게아닐까싶기도해요.사실,오래전에푸코가던진질문을처음접했을때뒤통수를세게얻어맞은느낌이었어요.책에도썼지만,푸코는이렇게질문하거든요.왜예술은대상을창조하는문제로환원될까,왜삶이예술작품이될수는없는걸까,라고요.제게는이질문이기존의예술개념을삶으로까지확장한다기보다는기존의예술개념과활동자체를근본적으로문제삼는것으로느껴졌습니다.아주신선했죠.맞아!왜예술은가시적대상을만들어내는것으로국한되어야하지?인격이라든가생활양식,생각을도야하고연마하는것이야말로탁월한기예art가아닐까?
공부를하다보니어느순간,제가지닌‘예술’개념이대단히편협하고고정적인차원에머물러있다는걸절감했어요.그걸넘어가고싶었죠.인간,인간의활동,예술작품,작가와같은근대예술의토대자체를되묻고싶었습니다.현재의예술을과거와미래로소급적용하는대신,어떤형태일지지금으로서는알길이없는‘미래의예술’,지금과는전혀달랐을‘과거의예술’이라는관점에서현재를낯설게보고싶었다고말씀드릴수있을것같네요.

3.예술은감관을제어하고단련하는수행이고,예술행위는마치탁발과도같다고하셨습니다.얼핏보기에상반되는것처럼보이기도하는,예술과수행이마주치는지점에대해좀더말씀해주세요.

앞질문하고연관되는문제라고할수있을것같아요.제가미술을‘전공’하면서만난무수한작가들로부터얻게된게있다면,작품이라는결과물이삶이라는과정과분리될수없다는사실이에요.1999년인가2000년인가,아무튼제가그무렵처음으로연구실에서맡은강의가반고흐강좌였거든요.행운이었다고생각해요.유명한화가라자료도많고해서시도해본건데,아...정말많이배웠어요.제가예술에대해다르게생각하게된건8할이반고흐덕분이라고해도과언이아니죠.그의생각들,그가그림을대하는태도,삶을살아가는자세,삶과작업이연결되는방식...제가예술을‘수행’이라고생각하게된건반고흐덕분이었어요.이어서세잔,클레같은화가들을만났죠.상투적표현이지만‘위대한화가’라고밖에말할수없는화가들이에요.작품이곧삶인화가들이죠.이말은참설명하기어려운데,이건도덕적의미가아니라차라리종교적의미에가깝다고할수있습니다.
앞서언급한화가들,그리고어떤영화감독들과작가들은‘예술’이라는관념이아니라삶에서출발합니다.이때삶이란비전vision(통찰)에가깝다고할수있을것같아요.자기감정이라든가즉각적인감각,혹은예술가적자의식이아니라우주의진동에서출발하는거죠.자신을둘러싼세계전체의신호를읽는다고해야할까요?블레이크의유명한시구절을빌려말하면,한알의모래속에서세계를보고한순간속에서영원을보는경지인거죠.자신의신체와신경을일종의영매로변신시키는거라고도할수있어요.그럴때라야들꽃이아니라들꽃속에담긴천국을보여줄수있습니다.그러기위해서는세속의감각에얽매이지않아야해요.전혀다른방식으로느낄수있기위해서는자신의몸과마음을극도로절제하고수련하는일종의‘능동적금욕주의’가필요합니다.자신의병과건강에대해서도자율적인척도를가지고판단할수있어야하고요.이런점에서종교의수행자와다름이없어보입니다.
무엇보다자신의비전을표현하는과정에서도무지쉬는법이없어요.늘성실하게,흔들림없이,누가뭐라든자신의길을갑니다.내키면하고안내키면말고식의태도가없어요.계속갑니다.계속시도하고끊임없이질문하죠.그런식으로자신의고유한건강과긍정하는법을발명합니다.제가보기에는,예술적산물이란그런삶의잔여물같은것에지나지않아요.모든존재하는것은무상하니까어떤식으로든사라질날이오겠죠.하지만그런예술품을만드는근원적인태도내지힘은어떤식으로든감염되고전파되고기억되는게아닐까요.예술이아니라그들이걸어간‘길’이남는거죠.예술은짧고,삶은계속된다!^^그런의미에서,예술의핵심적문제를종교적수행과동일한차원에서해석하고싶었습니다.

4.선생님께서는학부에서국문학을전공하셨는데,대학원은미술사로하셨습니다.선생님께서예술에관심을가지고공부해야겠다고생각하신계기가있으실까요?선생님에게‘예술’은어떤것일까요?

『재현이란무엇인가』개정판을쓰려다여기까지온마당에,갑자기예술에관심을가진계기가뭐냐는질문을받고보니잠시멍해지네요.^^제가직장을그만두고공부를해야겠다생각했을때,당시만해도'문학'에확신이없었어요.좀더넓게공부하고싶었죠.그러면서도은연중에‘못다이룬꿈’에대한갈망같은게있었던것같기도해요.어렸을때그림을그리고싶었는데우선은그림배울형편이안됐고,또성적은쓸데없이좋았거든요.^^그렇다고갑자기그림을그릴순없잖아요?그럴재능도없었지만,전책을읽는게더좋거든요.마침90년대초반『유홍준의한국미술사강의』가막뜨고있었는데,이래저래책들을읽다가‘이거다!’하는생각을했어요.‘미술사’라니,역사도공부하고문학도공부하고적절하게철학공부도할수있겠구나,게다가미술작품을논한다니,그림은못그려도그림에대해떠들수는있지않을까...미술이라는창을통해한시대를들여다보자!뭐대충이런생각이었던것같아요.
그런데막상들어가서공부를해보니,생각과너무달랐어요.학부때공부한분야도아닌데다,난배우고싶어죽겠는데강의는거의없고프레젠테이션은많고,돈버는족족화집모으고슬라이드찍다가허송세월했죠.이걸계속해야하나싶더라구요.그러던차에학교바깥으로돌며철학을공부하고,근대를공부하고...역시학교체질은아니었어요.되려미술사로부터동떨어져서공부를하다보니새롭게보이게된것들이있었죠.
결론적으로대답을마무리하자면,예술에대한관심이라기보다‘예술’에대한약간의환상과허세가있었던것같습니다.대학원을마치기까지의과정은그허세를내려놓는과정이었고요.아마도그덕분에책을쓰면서그러저러한질문이라도할수있었던게아닌가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