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열대, 공생을 향한 야생의 모험

슬픈 열대, 공생을 향한 야생의 모험

$17.00
Description
“열대에서 찾은 타자와의 공생법”
-무수한 타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공생의 지혜를 터득하라!
‘동화인류학자’를 자칭하며 『그림 동화』에서 삶의 기술을 길어 내 보여 주었던 저자 오선민이 이번에는 ‘인류학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를 탐험한다. 저자는 “『슬픈 열대』야말로 타자를 찾아 떠나는 동화”라고 말하며 ‘타자들이 우글거리는 열대’로 우리를 안내한다.
프랑스의 구조주의 인류학자로 이름 높은 레비-스트로스는 상파울루 대학에 재임하던 시절 남아메리카로 두 번의 여행을 떠났고, 오랜 시간의 숙고 끝에 그 여행을 ‘지질학적 문체’에 담아 『슬픈 열대』를 썼다. 인류학의 고전으로 명성이 높지만, 평범한 기행문처럼 보이는 이 책을 제대로 읽어 내기는 쉽지 않다. 저자는 레비-스트로스의 이 책 속 여행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독자들을 친절히 열대로 안내한다. 온갖 삶이 펼쳐진 열대 우림에는 여러 부족 사람들이 타자를 인식하며 그 안에서 매번 다른 공생의 윤리를 발명하고 있었고, 레비-스트로스는 마침내 인류의 한 존재로서의 자신을 발견했다. 여행의 말미에서 레비-스트로스는 남미가 아닌 아시아의 한 시골에 있는 불교 사원을 나오면서 만물과 온 인간과 같은 운명의 수레바퀴 속에서 함께 부딪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새롭게 느꼈다. 저자는 이 깨달음이 바로 훌륭한 인간도 그런 문명도 없으며 다만, “우리는 최후의 무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사이”임을 뜻하며, 따라서 타자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무지에서 출발하는 자기 성숙을 향한 열망”이라고 말한다.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오선민

동화인류학자.‘인문공간세종’연구원.
친구들과동서고금의옛이야기를읽으며밥하고청소하기의인류학을한다.배움과우정이밤하늘의별처럼가득하다.
쓴책으로『자유를향한여섯번의시도:카프카를읽는6개의키워드』,『카프카와가족,아버지의집에서낯선자되기』,『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되찾은시간그리고작가의길』,『시작도끝도없는모험,『그림동화』의인류학』이있다.

목차

머리말

인트로_다시,숲으로

제1부우리가정말다른것을볼수있을까?
1.4년의여행,20년의침묵
2.전체주의의시대경험
3.부끄러움과혐오를넘어서

제2부지질학의문체로쓴여행기
1.해석의변증법에반대하며
2.‘자기’(自己)의발생학:정신분석학,마르크스주의
3.초월하는역사vs생성하는구조

제3부열대,어디에나있는근대의타자
1.남아메리카,탐욕과무지의신대륙?
2.여행,자기를탈중심화하는길
3.우리는모두식인종이다

제4부문명은소외를반복한다
1.전신선을따라황폐해지는세계
2.문화적토대로서의인류무의식
3.문명의최후형태,카스트의비인간화

제5부차이를욕망하는야생의과학
1.야만은없다
2.열대의세례식
3.우주적리듬으로서의대칭성
4.야생의사고,비적대적모순의종합

제6부증여에는끝이없다
1.열대,수많은타자들의창발터
2.포식,얽힘의총체적형식
3.호혜,상호부조의기술
4.창발하는혼과감사하는나

제7부고유명없는자들의자유
1.과대한숲과과소한인구
2.지배와복종이없는우정
3.위계와배신을거부하는무문자사회
4.무한한말들로경험되는고유한우리

제8부공생공락의숲
1.원시의사회계약론
2.관대함,관계속의권력
3.모두숲의인간임을알다

제9부인류학,나의무지를알아가는공부
1.탁실라,무(無)의근원
2.필요한것은고향을떠나려는용기
3.붓다와함께

출판사 서평

『슬픈열대,공생을향한야생의모험』지은이인터뷰

1.선생님께서는레비-스트로스의『슬픈열대』를‘타자’를찾아떠나는동화라고,창발하는시공간을살아야하는‘자신’을이해하고성숙시키는책이라고말씀해주셨습니다.언뜻보면‘타자’를찾아떠난다는것과‘자신’을이해하고성숙시킨다는것이상반되게느껴지는데요.이에대해조금더설명부탁드립니다.

레비-스트로스가남미로떠난것은27살이던1935년입니다.당시의파리는타자에관심이많았어요.기계로개발되지않은천연의자연,회사도학교도없이미개한식민지들.서양문명-백인남성을기준으로어떤대지나인종을열등한‘타자’라고불렀던것이죠.유럽인들은단순한호기심에서타자의세계로떠났다가우쭐해져서돌아오곤했습니다.레비-스트로스는유럽식근대화를인류사의정점으로생각하는이편협함에잔뜩인상을찌푸리면서남아메리카로떠났습니다.과연그들이정말나와다를까?다르다면무엇이다를까?하면서요.
『슬픈열대』는1950년,그가42세되던해에쓰인여행기입니다.놀랍죠.레비-스트로스는이미『친족의기본구조』(1949)를비롯한여러연구로학계에큰이름을날리고있었으니까요.굳이여행기가아니어도충분히남미이야기를할수있었습니다.그는왜『슬픈열대』라는형식이필요했을까요?게다가여행기라지만남미소개가주목적은아니었습니다.레비-스트로스는열대를통과하는자기를그리려고했습니다.타자의삶에관심을두었던인류학자는왜자신에대해말하지않으면안되었을까요?이글을쓰기위해그는왜15년이필요했을까요?
우리는레비-스트로스에게타자와자기의위치를묻는일이중요했음을알수있습니다.또그것의어려움도요.그의주요저작은『야생의사고』(1962)와『신화학』4권(1964~1971)입니다.이두책은1950년대초반에기획되었고『슬픈열대』와함께였습니다.그런데뒤에출간된두책모두타자의정신구조를다룬다는것을염두에둔다면『슬픈열대』집필의이유는선명해집니다.레비-스트로스는타자에대한이야기를하기에앞서자기를먼저설명해야했습니다.
『슬픈열대』에는자아와타자에대한그의생각이잘나와있지요.레비-스트로스는카두베오족,보로로족,남비콰라족,투피카와이브족등을직접방문하며관찰했고유럽으로돌아와서도여러문헌을꾸준히살피며자타의문제를해결하려했습니다.그리고마침내결론내릴수있었지요.‘자연안에서공동체를꾸리고살아야만하는인간은우주적조화를이루기위해노력한다!’『슬픈열대』는어떤민족에속해있든지인간은자연과의공생,타인과의공생을삶의근원적목표로설정한다는것을보이는책이어야했습니다.열대에들어간그자신도예외는아니었지요.자타의구분은표면적일뿐이다!레비-스트로스는책안에서타자를‘내가살아볼수도있었을어떤삶을사는자기’로정의했습니다.
여행은다른습속체험입니다.나와다르게사는사람들은인생을다른관점에서보는자기들입니다.그래서다른풍경속을걸으면내상식,내도덕의한계를볼수있게됩니다.겨우인간,그것도백인에불과함을깊이받아들이게되면‘나’는모든존재의근원적고뇌에도마음을열수있습니다.내가가진생각은옳지도완전하지도않아요.레비-스트로스는오직타자만이그런반성을가져다줄수있다고보았습니다.


2.책을읽다보면레비-스트로스와함께여행을하고있는기분이듭니다.선생님께서는레비-스트로스에게여행은서서히다른존재가되어가는경험이라고말씀해주셨는데요.다른존재가되어가는여행은어떤여행일까요?

『슬픈열대』가주는큰즐거움중하나는레비-스트로스와함께열대를생생히탐험할수있다는것입니다.이토록호기심많고친절한가이드를어디서찾을수있겠습니까?레비-스트로스가문장력을대폭발시키는7장‘일몰’은정말해질녘대서양을미끄러져가는듯한착각을안겨주지요.20장을넘기다보면갑자기카두베오족문신을한아가씨가‘고상하다는것은이런거야!’하며우아하게지나갈것같고요.책을덮고눈을감으면압도적인자연앞에서도당당하고예의바른인디언청년이나타나지요.레비-스트로스를따라숲을돌아다니다보면뭘못가져서전전긍긍하는제모습이작게느껴지기도합니다.
레비-스트로스는열대를경이와감사의눈으로바라봅니다.지구의어딘가에그런세계가있다는것만으로도좀마음이커지는것같아요.그들눈에나는어떻게비칠까도생각해보게되고요.앞서말씀드렸듯이레비-스트로스가말하는‘타자’란표면적으로는달라보이지만근원적으로는나와같은인류입니다.다른존재가되어간다는것은보로로족이나카두베오족처럼말하고행위하게된다는뜻이아니라,다른관점에서나의욕망과습관을비춰보게된다는의미입니다.레비-스트로스는인간적삶의다양함에주의를두다보면결국어떻게살아야할지를근본적으로성찰하게된다고했습니다.다른내가되기란,어디에있건누구를만나건함께살아갈수있는지혜로운사람이되어간다는의미이고요.


3.야생의사고가‘이분법’을중심으로전개된다는사실이놀라웠습니다.이분법이라하면,극단적인구분의논리라고생각했던것같은데요.나와나아닌것을구분하고배척하는이분법이아닌상호의존성을기반으로한‘열대의이분법’이궁금합니다.

이분법에도종류가있겠지요.가장유명한것이흑백을분명하게가르는식으로척도들이대기를좋아하는이분법입니다.이런이분법은종종정반합(正反合)으로전개되는변증법과결합합니다.차이나는두항중하나를옳다고가정한다음,다른항에서옳지않은것들을부정해가는논리이지요.이런변증법은항들을고정된무엇으로보고부정해야할악덕색출에바쁘니편집증적이라고도할수있습니다.안타깝게도우리는‘이루어야할무엇’과‘되어야할나’를목적으로설정하는이변증법적이분법에익숙합니다.
레비-스트로스에따르면열대인디언들이삶을개척하는방법도이분법적이라고요.그런데좀다르답니다.숲의이분법은각부족마다고유한신화논리의골조를이룹니다.인디언들에게신화란하나의자연학이자윤리학이지요.우주·만물의기원을분석하는동시에사람들끼리어떻게지내야할지를파악해내는과학입니다.레비-스트로스는이를두고‘야생의사고’라고명명했습니다.여기에서사용되는이분법은사고를편의적으로시작하기위한방법일뿐,자연그자체를객관적으로설명하기위한개념틀은아닙니다.또야생의이분법에서는목적을우주·자연의조화로설정합니다.그런까닭에이분되는각항들이고정적이지않습니다.
예를들면이렇습니다.‘우주에는천상(높음)과지상(낮음)이있다’,‘그안에는천체가뜨는방향과지는방향이있다’,‘모든존재는생과죽음을갖는다.’이분법적이기는한데모두관계적이네요?하나의옳음을계속밀고가는식이아닙니다.자연안에모든것이맞물려있음을입체적으로표현하기위해전체를부분에서분절하는이분법인셈입니다.홍수가일어나면어떻게될까요?높은것은낮아지고낮은것이높아집니다.천체의경우도따져보지요.계절에따라,해인지달인지에따라별무리의뜨고짐은다른모양을갖지요.관점에따라방위도달라집니다.우주·자연이부단히변화한다는것을알며,까마귀에게좋은것이곰에게좋을리는없음을인식하기에여기에는부정이없습니다.목표는조화입니다.
그래서열대의이분법은상보적입니다.『슬픈열대』에소개되는보로로족은죽음과삶의상보성을일상의원리로구조화시켰습니다.보로로족의두반족,세라족과투가레족은철저히족외혼을고집했어요.장례도꼭다른부족이치러주었고요.대립하지만생사의문턱에서는반드시의존하지않을수없도록이들은자기문화를구조화시켰습니다.인디언마을안으로들어가면‘내가사냥한것은내가먹을수없다’라든가‘남자는잡을수만있고요리할수는없다’라는규범이있어,밥한끼를만들어내려고해도역할중복이없는다양한분업을할수밖에없다고하죠.나와타자,남자와여자를이분법적으로나누지만,반드시둘이손을맞잡고살수밖에없도록습속의도덕을제작한것입니다.이렇듯야생의이분법은우주의모든부분은상호적으로맞물릴수밖에없음을통찰하는대칭의기호학입니다.


4.저희는보통정해진위치와고유한역할이있다는것을자유롭지않다고여깁니다.그런데열대원주민들에게는이러한특징이오히려공생할수있는이유가되는것같습니다.구성원각자의고유한역할을기반으로한열대의공생은어떻게가능한건가요?

현대를살아가는우리에게는정체성,개성같은것이참중요하지요.여기에는내가빈그릇처럼덩그러니있고,바깥에이런저런환경이나물건이놓여있다는것이전제되어있습니다.그래서바깥에서뭔가를들고들어와서이그릇을채우는것을두고스펙을쌓는다,개성을찾는다라고생각하게됩니다.그러다보니‘자유’라는말도바깥의뭔가를간섭없이취할수있다는의미로쓰게되고요.
그런데자연을관찰하면금방알수있습니다.봄에개구리가크게울어야가을에곰이살찌듯모든것은전체적으로맞물려있습니다.그래서중요한것은때를아는일!언제어디서어떻게맞물려있어야잘사는것인지를이해하는일이됩니다.
레비-스트로스가말하는열대의공생은자본주의사회를모델로하지않습니다.이끼에서부터독수리에이르기까지온관계를통합적으로사고하는가운데자기자리하나를찾아내는일이숲의공생입니다.‘고유한역할’이란때와장소에맞는다는의미이지,여성이니까한국사람이니까하는식의정체성론과는무관합니다.게다가열대에서는인간과인간의관계에만관심을두다가는큰일이나지요.풀벌레하나,별하나와의관계까지도종합적으로통찰하는가운데애써찾아내는나만의위치값,그것이고유한공생입니다.많이알고많이가진고유함이아니라우주적조화의한부분으로활약하는고유함인것이지요

5.『슬픈열대』는탁실라유적과챠웅사원에서마무리됩니다.레비-스트로스는여행을통해무엇을알게되었기에고향인프랑스도여행지인남미도아닌저먼아시아의땅에서여행기를끝내게되었을까요?

당연합니다.만약파리로돌아오는것으로여행기가끝났다면자기정체성에집착하는이야기가되었을거예요.자타의근원적공통성,우주·자연의조화에주목한다면세상어디에서도친구와적을발견하게되리라고말하고싶었던것이아닐까요,레비-스트로스는?
사실우리는마지막여행지가한적한불교사원이라는점을더들여다보아야해요.레비-스트로스는사원이건초냄새나는조용한헛간같다고합니다.두사람의승려가있고요.그들은짚으로된매트옆에서제식에필요한장식물마련에힘쓰고있지요.변변찮은제구에온정성을쏟는사려깊은겸손함!레비-스트로스는깨달음에이르려는그들의성의에큰감동을받습니다.레비-스트로스는부처를믿지않음에도불구하고절을했습니다.지구별의모든존재에게감사하면서.부정,빈곤,재난의어리석음이넘쳐남에도우리각자는서로에게너무나많은빚을지고있으니까요.그누구도혼자있지않다,우리는서로에게배울것이너무나많다!레비-스트로스는법에예의를다하는승려들을그림으로써인류의한사람으로서자기가어떻게타인들과살아야하는지를정리했습니다.
책의마지막부분에이런문장이나옵니다.“야만인들이여안녕!그리고여행이여안녕!”레비-스트로스는밤하늘의별처럼많은뭇존재들이각자의자리에서반짝반짝빛나기를기원했을겁니다.자신이펼칠인류학은오만했던자기를떠나고또떠나는지적모험이될것이라는약속도담겨있는것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