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시간이지났음에도우리가여전히고전을읽는까닭도마찬가지다.인생이라는길을걷다가문득병이들고괴로움이닥쳐오면자기도모르게고전을집어들게된다.혹은고전의지혜를찾아다니게된다.이말은고전안에자연의리듬이내재하고있다는뜻이다.그런점에서지혜란결국리듬의조율이라고할수있다.
나역시그러했다.처음에는고전을전문적으로연구하는지식인으로출발했지만,고전평론가가된이래고전을읽고쓰는것이삶의근간이자현장이되었다.그것은고전안에담긴시공의리듬을익히고터득한다는뜻이기도하다.그러다보니문득알게되었다.일년이봄여름가을겨울이라면,인생도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사실을.때에맞게,때와더불어살아가는것.그것이야말로고전의지혜라는것을.고전과인생,그리고사계의삼중주!”-저자의말
책속에서
이책을읽으면서많은상념이떠올랐다.우리에게청소년은감시와보호의대상이다.끊임없이간섭해야하고,또보호해줘야한다.그결과청소년은한없이나약하고소심해졌다.그와동시에간섭과돌봄의시간은점점더늘어난다.대학에가도,취직을해도그장막은거두어지지않는다.이런상태라면‘요람에서무덤까지’이어질태세다.그끝에는대체무엇이기다리고있을까?누구나알고있듯이,자신을구하는것은오직자기뿐이다!그렇다면,이젠스스로자신의삶을열어가도록해야하지않을까?‘간섭과돌봄’이라는두손길을동시에거절할수있어야두발로설수있는법,탈주와자립을꿈꾸고기획하기에10대보다더좋은시기는없다!(「야생과탈주의‘로드-무비’―마크트웨인,『허클베리핀의모험』」,39쪽)
제비새끼를치료해줄때보다더놀랍다.대박을치자마자자신을그렇게냉대한형님놀부를모셔오라고?오마이갓!아니배알도없나?그런‘못돼처먹은’형을!한술더떠내일부터당장기민구휼에나서겠단다.그게그렇게하고싶었단말인가?그렇다!이것이바로흥부의본성이다.이제부자가되었으니형에대한원망은눈녹듯녹았고,그동안언제나구휼의대상이었으니이젠자기도구휼을하고싶다는생각이든것이다.따지고보면,지극히당연한일이다.받기만했으니주고싶은것이인지상정아닌가.그렇다.흥부에게있어‘우애와증여’는원초적본능이자우주적공감능력의또다른표현일뿐이다.(「공감과소통의달인들―신재효,『한국판소리전집』」,49쪽)
거꾸로『장자』의메시지는‘지금,여기’의삶을능동적으로이끌어가는‘삶의기예’다.그것을일러양생술이라한다.장자가보기에세상은카오스다.이우주엔코스모스같은건애시당초없다.게다가장자가살아가는당시는난세였다.전쟁의회오리가휩쓸고권력투쟁이난무하던때다.이럴때생을보존하기위해선어떻게해야하는가?일단이괴롭고더러운삶을‘있는그대로’받아들여야한다.요즘도종종말하지않는가?피할수없다면즐겨라!헌데,그러기위해선세상의온갖척도―선악,시비,미추,호오등―로부터벗어나야한다.그척도에종속되는순간삶은위태로워진다.왜?그가치에휘둘려몸을함부로내돌리고원한과자책에시달리다결국에는비명횡사하고말테니까.그거야말로개죽음이아닌가.“지금세상에선생을보전하기만해도다행./복은깃털보다가벼운데/잡는사람이드물고/화는땅보다무거운데/피하는사람이없구나.”(「인간은자유다!―『장자』&『그리스인조르바』」,90~91쪽)
군자란무엇인가?자기땅과노동의주인이되는것만으론부족하다.잘먹고잘사는것만이삶의비전일순없다.궁극적으로모두가‘자기삶의주인’이되어야할터.삶의주인이되려면경제적자립뿐아니라무엇보다윤리적자율성을체득해야한다.윤리란외부로부터오는억압과구속에맞서싸우는힘이자동시에마음이충동에휩쓸리지않도록조율하는내적에너지라할수있다.모든백성이이런존재가되는것,이것이정도전이꿈꾸는‘이상국가’였다.그것은단지토지개혁과왕조교체만으로도달할수있는경지는아니다.제도와시스템이견고해지면관료주의와무력감이판치게되고,물산이풍부해지면사치와방탕에빠져드는것이인지상정이다.무력하거나중독되거나!(「‘성인’에이르는두가지길―『주자어류선집』&『전습록』」,116~117쪽)
말하자면,이들세제자는‘탐진치’(貪瞋癡)의화신들이다.저팔계가탐심(탐욕),손오공이진심(분노),사오정이치심(어리석음).말하자면,이들은인간의근원적인욕망과무지를대변하고있다.하여,구법이란이‘탐진치로부터의해방’을의미한다.
그래서길을나서야한다.그리고그것은철저히삼장법사의속도여야한다.그래야탐진치를덜어낼수있으므로.당연히길은험하고요괴는끊임없이출몰한다.동·식물,곤충의정령에서여인국의여왕,도력이높은도사들에이르기까지,한마디로세상모든것이다요괴다!이들이원하는건단하나.삼장법사의몸이다.삼장법사는열세상을윤회하면서원양(元陽)을보존한수행자로그의몸을‘먹으면’불로장생이가능하다.불멸에의꿈,이것이야말로‘탐진치’의절정이다.우주는쉬임없이운행하는데그운행을멈추게하겠다는뜻이니까.그럼그걸이룬다음엔어떻게사는가?부귀영화를누린다.그럴싸해보이지만그내용을따져보면,‘식욕과성욕을만끽하면서약자들위에군림하는것’에지나지않는다.그‘허접한’코스를열나게뛰다보면다들요괴가된다.세명의제자들이밟았던전철이기도하다.결국요괴와인간,요괴와수행자는한끗차이인셈.그러므로이여정은궁극적으로자신과의싸움에다름아니다.중생구제의길또한거기에달려있다.(「‘손오공밴드’가서쪽으로간까닭은?―오승은,『서유기』」,167~1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