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숙씨가 사랑한 고전들 : 고전과 인생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곰숙씨가 사랑한 고전들 : 고전과 인생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13.81
저자

고미숙

고전평론가.20대에는청년백수,30대중반에박사학위를받았지만40대초,중년백수가되었다.혼자는너무심심하고외로워서공부공동체를꾸렸다.현재[감이당]&[남산강학원]이나의본거지다.2080세대가함께꾸려가는지성의네트워크라생각하면된다.주요활동은‘읽고쓰고말하기’.이렇게살아도밥벌이가되고수많은벗들을만날수있다는사실이놀랍고신기하다.이행운을많은이들과나...

목차

인트로:나의서재이야기―고전과인생그리고사계

1부봄木:배움과우정
야생과탈주의‘로드-무비’―마크트웨인,『허클베리핀의모험』
공감과소통의달인들―신재효,『한국판소리전집』
길위에서펼쳐지는‘마이너-리그’의향연―홍명희,『임꺽정』
지극한정에서깨달음의여정으로!―조설근·고악,『홍루몽』
아포리즘의퍼레이드―정민엮음,『한서이불과논어병풍』
인간적인,너무나인간적인―미우라구니오,『인간주자』
경계를넘나드는‘야생의철학’―이탁오,『분서』

2부여름火:열정과자유
헤테로토피아를향하여!―『걸리버여행기』&『산해경』
인간은자유다!―『장자』&『그리스인조르바』
전쟁과에로스의기원―호메로스,『일리아스』
‘성인’에이르는두가지길―『주자어류선집』&『전습록』
고려사,한국사의야생지대―고전연구실편찬,『북역(北譯)고려사』
‘절대부정’을향한도발적여정―사드,『미덕의불운』
범람하는잡초가되어라―토니모리슨,『파라다이스』
사랑이혁명과만나는길은?―체르니셰프스키,『무엇을할것인가』
저기푸코가있다―디디에에리봉,『미셸푸코』

3부가을金:수렴과성찰
귀향,고난과환대의여정―호메로스,『오뒷세이아』
“꿈과현실이둘이아닌것을”―김만중,『구운몽』
‘손오공밴드’가서쪽으로간까닭은?―오승은,『서유기』
‘게의걸음’으로뒷걸음치라!―이반일리치,『과거의거울에비추어』
사드와마조흐,그리고들뢰즈가만나는지점―사드,『소돔120일』
고대사에대한생생한재현―반고,『한서열전』
밥상혁명을선동하는반(反)요리책―헬렌니어링,『헬렌니어링의소박한밥상』

4부겨울水:지혜와유머
유머,신화적권위를해체하는최고의전략―루쉰,『고사신편』
노년,지혜를일구는‘복된’시간―키케로,『노년에관하여우정에관하여』
혁명과영성은하나다!―『크리슈나무르티의마지막일기』
생명은‘네트워킹’이다!―허준,『동의보감』
유토피아에대한유쾌한상상―캉유웨이,『대동서』
말의아수라장―세르반테스,『돈키호테』
열대인의‘깊은슬픔’―레비-스트로스,『슬픈열대』
전쟁의문법을전복한사람들―게일런로웰,『달라이라마나의티베트』

아우트로:천국에선무슨일이?―배움,생명의존재형식!

출판사 서평

“오랜시간이지났음에도우리가여전히고전을읽는까닭도마찬가지다.인생이라는길을걷다가문득병이들고괴로움이닥쳐오면자기도모르게고전을집어들게된다.혹은고전의지혜를찾아다니게된다.이말은고전안에자연의리듬이내재하고있다는뜻이다.그런점에서지혜란결국리듬의조율이라고할수있다.
나역시그러했다.처음에는고전을전문적으로연구하는지식인으로출발했지만,고전평론가가된이래고전을읽고쓰는것이삶의근간이자현장이되었다.그것은고전안에담긴시공의리듬을익히고터득한다는뜻이기도하다.그러다보니문득알게되었다.일년이봄여름가을겨울이라면,인생도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사실을.때에맞게,때와더불어살아가는것.그것이야말로고전의지혜라는것을.고전과인생,그리고사계의삼중주!”-저자의말

책속에서

이책을읽으면서많은상념이떠올랐다.우리에게청소년은감시와보호의대상이다.끊임없이간섭해야하고,또보호해줘야한다.그결과청소년은한없이나약하고소심해졌다.그와동시에간섭과돌봄의시간은점점더늘어난다.대학에가도,취직을해도그장막은거두어지지않는다.이런상태라면‘요람에서무덤까지’이어질태세다.그끝에는대체무엇이기다리고있을까?누구나알고있듯이,자신을구하는것은오직자기뿐이다!그렇다면,이젠스스로자신의삶을열어가도록해야하지않을까?‘간섭과돌봄’이라는두손길을동시에거절할수있어야두발로설수있는법,탈주와자립을꿈꾸고기획하기에10대보다더좋은시기는없다!(「야생과탈주의‘로드-무비’―마크트웨인,『허클베리핀의모험』」,39쪽)

제비새끼를치료해줄때보다더놀랍다.대박을치자마자자신을그렇게냉대한형님놀부를모셔오라고?오마이갓!아니배알도없나?그런‘못돼처먹은’형을!한술더떠내일부터당장기민구휼에나서겠단다.그게그렇게하고싶었단말인가?그렇다!이것이바로흥부의본성이다.이제부자가되었으니형에대한원망은눈녹듯녹았고,그동안언제나구휼의대상이었으니이젠자기도구휼을하고싶다는생각이든것이다.따지고보면,지극히당연한일이다.받기만했으니주고싶은것이인지상정아닌가.그렇다.흥부에게있어‘우애와증여’는원초적본능이자우주적공감능력의또다른표현일뿐이다.(「공감과소통의달인들―신재효,『한국판소리전집』」,49쪽)

거꾸로『장자』의메시지는‘지금,여기’의삶을능동적으로이끌어가는‘삶의기예’다.그것을일러양생술이라한다.장자가보기에세상은카오스다.이우주엔코스모스같은건애시당초없다.게다가장자가살아가는당시는난세였다.전쟁의회오리가휩쓸고권력투쟁이난무하던때다.이럴때생을보존하기위해선어떻게해야하는가?일단이괴롭고더러운삶을‘있는그대로’받아들여야한다.요즘도종종말하지않는가?피할수없다면즐겨라!헌데,그러기위해선세상의온갖척도―선악,시비,미추,호오등―로부터벗어나야한다.그척도에종속되는순간삶은위태로워진다.왜?그가치에휘둘려몸을함부로내돌리고원한과자책에시달리다결국에는비명횡사하고말테니까.그거야말로개죽음이아닌가.“지금세상에선생을보전하기만해도다행./복은깃털보다가벼운데/잡는사람이드물고/화는땅보다무거운데/피하는사람이없구나.”(「인간은자유다!―『장자』&『그리스인조르바』」,90~91쪽)

군자란무엇인가?자기땅과노동의주인이되는것만으론부족하다.잘먹고잘사는것만이삶의비전일순없다.궁극적으로모두가‘자기삶의주인’이되어야할터.삶의주인이되려면경제적자립뿐아니라무엇보다윤리적자율성을체득해야한다.윤리란외부로부터오는억압과구속에맞서싸우는힘이자동시에마음이충동에휩쓸리지않도록조율하는내적에너지라할수있다.모든백성이이런존재가되는것,이것이정도전이꿈꾸는‘이상국가’였다.그것은단지토지개혁과왕조교체만으로도달할수있는경지는아니다.제도와시스템이견고해지면관료주의와무력감이판치게되고,물산이풍부해지면사치와방탕에빠져드는것이인지상정이다.무력하거나중독되거나!(「‘성인’에이르는두가지길―『주자어류선집』&『전습록』」,116~117쪽)

말하자면,이들세제자는‘탐진치’(貪瞋癡)의화신들이다.저팔계가탐심(탐욕),손오공이진심(분노),사오정이치심(어리석음).말하자면,이들은인간의근원적인욕망과무지를대변하고있다.하여,구법이란이‘탐진치로부터의해방’을의미한다.
그래서길을나서야한다.그리고그것은철저히삼장법사의속도여야한다.그래야탐진치를덜어낼수있으므로.당연히길은험하고요괴는끊임없이출몰한다.동·식물,곤충의정령에서여인국의여왕,도력이높은도사들에이르기까지,한마디로세상모든것이다요괴다!이들이원하는건단하나.삼장법사의몸이다.삼장법사는열세상을윤회하면서원양(元陽)을보존한수행자로그의몸을‘먹으면’불로장생이가능하다.불멸에의꿈,이것이야말로‘탐진치’의절정이다.우주는쉬임없이운행하는데그운행을멈추게하겠다는뜻이니까.그럼그걸이룬다음엔어떻게사는가?부귀영화를누린다.그럴싸해보이지만그내용을따져보면,‘식욕과성욕을만끽하면서약자들위에군림하는것’에지나지않는다.그‘허접한’코스를열나게뛰다보면다들요괴가된다.세명의제자들이밟았던전철이기도하다.결국요괴와인간,요괴와수행자는한끗차이인셈.그러므로이여정은궁극적으로자신과의싸움에다름아니다.중생구제의길또한거기에달려있다.(「‘손오공밴드’가서쪽으로간까닭은?―오승은,『서유기』」,167~1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