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숙의글쓰기특강:읽고쓴다는것,그거룩함과통쾌함에대하여』지은이인터뷰
1.많은글쓰기책이있지만,선생님의이책은다른글쓰기책에서는볼수없는‘글쓰기의존재론’을다루고있습니다.선생님께서는‘글쓰기’야말로우리의생명과존재를유지하는데필수적이라고이야기하고계신데요,어떻게특별한사람들만하는거라고여겨왔던글쓰기가존재일반을지탱하는힘이될수있는지에대해간략한설명부탁드립니다.
간략하게말할수있을지모르겠는데^^,보통글쓰기를여행이나운동등여러취미활동중하나이거나조금전문적인취미처럼생각하기가쉽지요.저도그렇게생각한적이있었고요.그런데제가한20년동안백수지성으로,매년한두권의글을쓰고,여러가지(공동체)활동과삶을실험하면서‘글쓰기’자체에대해새롭게발견한것들이생겼습니다.결론을미리말하자면,‘글쓰기’는여러취미활동중하나가결코아닙니다.간략히요점몇가지만말씀드려볼게요.
지금은‘대중지성의시대’입니다.‘대중지성의시대’란대중이(전통적인의미의)엘리트가되는시대라는겁니다.그럼‘엘리트’는뭐냐,‘글을쓸수있는사람’입니다.글을써서사람들에게인식과사유의방향을제시할수있으면그게바로‘엘리트’입니다.그게아니라(엘리트들이)생산한글을받아보고,그사유를받아서살아가야한다,그러면‘대중’이되는겁니다.이렇게보면‘글쓰기’란다른활동들과는다르게어떤‘본질적능력’과연결되어있습니다.지금시대는모든사람이글을쓸수있는조건이갖춰진환경속에있습니다.말인즉,‘대중’과‘엘리트’의구분이과거와같은의미를잃어버리고있는겁니다.디지털네트워크,인터넷이나스마트폰이무한한독서를가능하게하고있습니다.거기에있는것들을잘편집해서‘나의사유’를펼치면되는거죠.그런데글쓰기를보통의취미나,아니면특별히전문적인무언가로생각하는것이사람들로하여금거기(인식과사유의방향설정)까지나아가지못하게만드는게아닌가생각이들었습니다.
시중에글쓰기에관한많은책들이있습니다.이자체가누구나글을쓸수있는조건이되었으니까그런것이라고생각합니다.그런데,대부분의책들이‘테크닉’에관해이야기하고있는듯한데요,제가공동체에서‘글쓰기’와관련된여러활동을해본결과‘테크닉’은사실그렇게까지중요한게아닙니다.1~2년배우면똑같습니다.기술적인건배우면되는겁니다.그럼에도왜어떤사람은책을내는데까지가고,어떤사람은그냥포기하고마는가생각해보니,(포기하는경우는)이‘글쓰기’가우리의생명,삶에깊게관련되어있다는걸모르고,그저거쳐가는한과정정도로생각하기때문인것같아요.보통은‘테크닉’을잘익히면,글을잘쓰게된다고생각하는데,그게아닙니다.내가얼마나‘글쓰기’를욕망하고있는지,그리고그걸내삶에얼마나긴밀하게연결시키는지가중요한겁니다.책에쓴것처럼‘글쓰기가존재의근원’이라는것이죠.글쓰기를존재의근거로생각하면중간에멈추거나좌절하지않습니다.그걸(글쓰기)를계속해갈동력을얻는것이죠.저는글을쓸때내안에차오르는어떤,충만감?그런것이있는데그건정말미세합니다.나말고는아무도눈치를챌수없죠.그건자신만이알수있는겁니다.테크닉이는게아니기때문이죠.하지만나자신은글을쓰는게너무너무성취감을주는거예요.왜그런걸까?그건바로내가글쓰기를내존재와직접연결했기때문입니다.그걸깨닫고,책에서도그점을특별히강조했습니다.
글쓰기에대한그런관점은인생전체의비전과맞닿아있는것입니다.어떤화려한직업,성공한직업도‘은퇴’라는게있어요.그럼그런직업을가진사람들도은퇴를하면책을읽고,글을쓰고그러려고합니다.왜냐하면어떤화려하고성공적인일을했더라도그걸써놓지않으면그건그냥흩어져사라지기때문입니다.또다른예도있습니다.4차산업혁명시대라고들하죠.이건말인즉‘노동’이점점사라져간다는의미입니다.그럼노동하느라부족했던시간들이남는시간으로바뀌는와중에도대체무얼할것인가.인간은결국인식의지도를새로그려야합니다.사람들은자신을해부해서성찰해봐야하고요.그리고타인과의관계도새롭게만들어가야합니다.그럼그때필요한게뭘까요?바로말과글입니다.저는말과글이가장보편적이면서자기를성찰하면서타인과관계맺을수있는그러한매개라고보기때문에,이건모든사람의비전이될수가있다고확신합니다.이중요한일을예전처럼엘리트에게맡겨놓고그걸따라가겠다?이럴필요가없다는거죠.누구나자기삶의주인이되는길을찾아야하는데,그것들이막이렇게어우러져서새로운어떤중중무진의우주를만들어내는,이런게아마디지털혁명이가져다준새로운삶의모형이라고할수있는데,그럴때가장중요한것은내가말과글을창조하고조율하고소통할수있는능력이아닐까.그런점에서‘글쓰기의존재론’을되새겨볼시기가왔다고생각합니다.
2.앞질문과연관해서어떻게글쓰기가‘양생과구도그리고밥벌이’가될수있는지말씀해주셔요.
양생의핵심은내몸의기운,정기신(精氣神)과내몸바깥,자연의기운을조화롭게소통시키는것입니다.기운은사람마다다르고,지역마다다르고,계절에따라또달라지죠.이렇게천변만화하는데,어떻게해야할까요?원활한소통상태를만들려면집중해야합니다.‘집중력’을어떻게유지하느냐가문제인데,이때‘집중’과‘집착’을혼동해서는안됩니다.‘집착’은몸의욕망,에너지를특정한한가지에쏟는거예요.그러면어떻게될까요?다른것들과의소통은끊어지지요.그러면몸이망가집니다.집중은몸전체의기운을모으는능력이에요.이능력이떨어지면사람의몸과마음은항상흩어지게되어있어요.우리는언제나산만하려고하죠.(웃음)한마음으로무언가를해내려고하면1분도사실힘들어요.그런걸매순간느끼죠.그러니까‘정신줄잡아라’이말이무슨뜻인지확실히이해가됩니다.그걸놓치면그냥하루종일붕떠서사는것같죠.그래서,‘집중’을해야하는데,이걸하려면기운이몸아래쪽은내려가서딱버텨야합니다.그런데그게위로올라와서방방뜬다?그러면바로그게‘중독’이에요.아래로딱내려와서버티는힘을내는상태,이걸의역학에서‘수승화강’이라고부릅니다.명상을하거나,기도나,백팔배를하거나하는것들이그런상태를만들려고하는활동이죠.그런활동들이일상에결합되어있어야합니다.그런데‘수행자’가아닌보통사람이할수있는활동이뭐가있을까요?바로책을읽고글을쓰는겁니다.이일은절대중독이안돼요.‘독서’에중독된다?그런사람은없어요.특정장르에중독이될수는있겠죠.그렇지만그런사람에게‘불경’이나『주역』을가져다주면절대중독되지않아요.스피노자의『에티카』를읽으면서중독이되나요?불가능합니다.글을쓰는데중독이된다?그건자기가무슨말하는지모르고쓰면그럴수있습니다.우리가글쓰기를통해자신의삶과세계를성찰하는데중독이될수는없습니다.그렇게글쓰기를하면몸전체가기운을수렴해집중하게됩니다.양생에이보다좋은건없는셈이죠.자신의몸과마음을모을수있는최고의행위,일단은독서고그다음은글쓰기라고생각합니다.
그다음에,‘구도’는자신의인생을길게보는겁니다.자신의생로병사를보는건데,그것의핵심은생사,결국은‘죽음’이죠.‘죽음을어떻게해석하는가?’이게핵심이에요.죽음은‘절대적’인겁니다.이걸살아있는동안어떻게보느냐가문제입니다.그냥살다보면보이지않습니다.그건책을읽으면서,다른사람들이어떻게생각했는지살피고,자기삶에응용하고,그러니까공부를해야합니다.그러다보면결국2600년전카렌암스트롱이‘축의시대’라고불렀던그지점으로가게됩니다.소크라테스,공자,노자,부처가등장했던시대죠.그분들의주제도‘죽음’입니다.‘죽음’을어떻게해석할것인가.내가죽어도삶은계속되죠.이걸‘역사’라부르든,‘우주적순환’이라부르든,‘영혼불멸’이라부르든어쨌건그에대한해석이있어야하는겁니다.정답은없죠.정답이없기때문에끊임없이찾아갑니다.그게‘구도’인거고요.‘답’이있고,그걸찾으러가는게‘구도’가아닙니다.근본적인질문을붙들고지평선을향해계속가는행위가‘구도’입니다.인간이구원되는건바로그길을걸을때라는거죠.삶과죽음이결국엔연결되어있다는걸깨닫고,편안하게잠들며죽음을연습하다가종국엔자신의죽음도담백하게받아들일수있는것,그렇게자신의삶을긍정해가는것,그런게구도인것입니다.
밥벌이에대해서는,제가박사학위를받고교수가안되었죠.중년백수로산지20년이좀되었고요.그동안잘먹고잘살았잖아요?그럼어떻게해서잘먹고잘살았을까요?책을읽고글을쓰고그랬습니다.글을쓰니까책을다양하게읽을수있었고요.공동체속에서책을읽고글을쓰는중에많은사람들이결합할수있었고요.공부와사람이결합하면밥이생깁니다.이건과학적인원리들만큼이나확실한법칙입니다.한번해보세요.공부하려고모이고,모여서공부를했는데굶고가는일은없습니다.사람과사람이연결되는게정치고산업이고경제아닌가요?다그걸로먹고삽니다.그런데그런것들은어떻게보면굉장히한시적이죠.회사가있을때,또뭐내가국회의원일때이런식으로요.그런데책을읽고쓰는일은인류가영원히해야할보편적인활동이기때문에어떤점에서는매우안정적인밥벌이의토대입니다.제인생이그증거고요.그리고이런좋은토대,길에사람들이함께가면좋지않을까해서네트워크가형성이되기도했고,여기까지온거고요.이네트워크에온사람들이자기가하던일을그만두고와서글을쓰고,강의도하면서잘먹고잘살수있었습니다.그런데이잘먹고,잘산다는게사회적으로화려하게성공하고,이런걸로착각하시면안됩니다.그말은정말자신의삶에유용한,그리고타인에게도이로운밥벌이라는겁니다.남을속이고돈을벌거나,돈을버는것자체에중독되어서필요이상의돈을벌거나하는것이아닌거죠.그러면‘소외’가일어납니다.그러나읽고쓰는행위는나를이롭게하고,타인을이롭게하니까떳떳하죠.그렇게해서버는밥과돈은나를건강하게해주고,남으면이걸어떻게나눌까고민하고.이런직업이이거말고또있을까요?
3.보통글을잘쓰기위해서는많이읽어야한다고합니다.그래서글쓰기와읽기의중요성을함께이야기하는책들은적지않은데요.그런데선생님께서는여기서더나아가“쓰기는읽기의연장선이자반전이며도약”이라고하시면서“읽으면써야한다”고주장하고계십니다.어째서쓰기는읽기의도약이되는지또왜읽으면써야하는지말씀해주셔요.
이게굉장히중요한포인트입니다.예전에는책에접근할수가없으니까책을읽는것만해도엄청난도약이었어요.그런데지금은모든사람이책을접할수있죠.도서관도곳곳에있고,책이넘치죠.그리고또학력이굉장히높아졌잖아요.그러니까읽기는사실충분히하고있는겁니다.그런데,이정도로읽은사람들이많다는건,다들뭔가쓸수있어야된다는거예요,그런데이게안되고있습니다.신기할정도로.저는그점이정말의아했습니다.쓰지않으면읽는것이빈곤해집니다.어느수준이상넘어갈수가없거든요.
독서를취미로한다?그러면취미는즐거워야하죠.그러면나를즐겁고편안하게해주는책만읽겠죠.그런책만을읽고서뭔가를생산하기는쉽지않습니다.인식이확장되는것도한계가있고요.즐거움이있는거니까내감정을계속동인한상태에머무르게해주잖아요.‘나는읽기만하면돼.’그러면읽기의영역이저자나학자들이만들어놓은그틀에서벗어나지도않고,사실벗어나려는생각도안하게됩니다.다른사람이쓴책이나강의를열심히읽고듣습니다.이건사실편집된걸보는거죠.그래도거기서뭔가를알게됐다고합시다.이것도사실굉장히중요한겁니다.그렇지만그렇게얻은지식은몹시희소한겁니다.그걸내삶에적용하려고하면,뭐라고해야할까요,너무희미해져서한줌이안되는거예요.
그런읽기와강의의영역밖에는자본이만들어놓은온갖화려한상품과서비스들이넘쳐나죠.그것들은굉장히강력한힘을가지고있죠.그런데강의를듣고책을읽고인식이확장되고,사유가넓어졌다고쳐요.그런데생활은어떻습니까?여전히쇼핑이나온갖중독적인것들을탐닉합니다.단순히읽고강의를듣는것으로는일상을바꾸는힘을모으기가쉽지않다는거예요.그리고지금청년들은대폭확장된교육의기회를누렸는데,그럼에도불구하고‘난누구?여긴어디?’를외치고다닙니다.왜어떻게살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