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 수 있을까 : 타인과 함께 사는 법을 고민하는 청년 인터뷰집

함께 살 수 있을까 : 타인과 함께 사는 법을 고민하는 청년 인터뷰집

$18.00
Description
이질적인 존재들과 함께하는 청년 5인에게 배우는 생존-지혜!
나와 너무 다른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있을까? 존재 자체가 다른 태생인 것 같은 사람들과 말이다. 사실 우리 일상은 이미 타인들과 또 다른 존재들과의 만남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정말 함께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드는 것은 역시 나와 너무나 다른 타인들과 함께 살아갈 때 불편한 감정, 막막한 감정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 ‘이질적인 존재’들을 회피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함께 사는 방법을 성실하게 모색하며 깊이 고민해 가는 다섯 청년이 있다. 모두의 해방을 위한 국내 1호 생추어리 〈새벽이생추어리〉의 활동가 무모, 새로운 신학 생태계를 만드는 〈무지개신학교〉의 오늘, 여성 독서 커뮤니티 〈들불〉의 구구, 마을책방 〈우주소년〉의 현민, 주변을 초록으로 점거할 방법을 찾는 〈그린오큐파이〉의 윤지가 그들이다.
고립된 느낌이 들 때, 나와 너무 다른 이들을 만나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을 때, 그럼에도 타자와 함께 살아갈 방법을 궁리해 보고자 할 때, 끊임없이 실패하고 미끄러지고 괴로워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낯선 이들을 꿋꿋이 마주하는 다섯 청년의 ‘함께 사는 지혜’에 귀 기울여 보자.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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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고은

1994년서울에서태어났다.분당에있는대안학교를졸업한뒤성공회대사회과학부에진학했지만,대학교의공부가맞지않는다는것을느끼고중퇴했다.그후공부하는인터뷰어(@goeunk1m).인문학공동체[문탁네트워크]에서11년째공부중이다.얼떨결에코꿰여시작한동양고전공부가이렇게좋아질줄은몰랐다.공동체에서동양고전을공부하며일상에서사람들에게배운다는게뭔지알게됐고,거기에지금여기의삶과사회를바꾸어낼무언가가있다고믿게됐기때문이다.옛사람들을통해그러했듯,오늘날사람들의일상을통해서도무언가를배우기위해인터뷰도하고있다.인터뷰집『함께살수있을까』를썼고,『다른이십대의탄생』,『낭송사자소학』을함께썼다.

목차

서문/달라도함께살수있을까?

우리모두의해방을위하여:
비인간동물과함께사는인간,<새벽이생추어리>의무모
새벽이와잔디는바랭이를좋아해
기저에있는연대의마음
여기서새벽이응가를푸고있을줄이야
도처에잠재되어있는위험
비인간동물을온몸으로만나는시간
인간과세계의단절
서로의해방을위한사이

배제된자들을위한기도:
무지개기독교인과함께사는기독교인,<무지개신학교>의오늘
채플에서무지개티셔츠를입다
단절과박탈
다양한사람들을연결하는언어
당사자로부터시작되지만당사자에서끝나지않는
다름이일소되는공간
다른이야기를할수있는장
어제와함께사는오늘

밉든싫든지지고볶으면서:
남성과함께사는여성,<들불>의구구
들에번진불
언니,이런게페미니즘이에요?
콘텐츠를향유하고생산하는여성들
안전한공간과시간
타협할줄모르는여자들
언제나순환이중요하다

어쨌든다이어지니까:
장년과함께사는청년,<우주소년>의현민
이렇게살고싶다
오류를범하는우리선생님들
어른들도칭찬이필요해
마을에서환대받고,서점에서환대하기
혼자살수는없잖아요
달라도어쩔수없다

연결될수있다는가능성:
플라스틱과함께사는환경캠페이너,<그린오큐파이>의윤지
움직이는다마스,움직이는소분상점
우연을빙자한우연하지않은계기
쉽고재밌고예쁘고
이상한지지
통수세미의위력
감사함과겸손함

출판사 서평

『함께살수있을까』지은이김고은선생님인터뷰

1.『함께살수있을까』의부제는‘타인과함께사는법을고민하는청년인터뷰집’입니다.이책에는함께살아간다고하면‘조화’보다는‘갈등’이더떠오르거나,심지어함께살고있다는생각조차하기힘든상대와함께살아가는청년분들의목소리가생생하게담겨있습니다.이다섯분과의인터뷰를세상에내보내고싶으셨던이유가있으실텐데요,그이유를듣고싶습니다.
이인터뷰는제친구들로부터시작됐습니다.어느날한친구가공황이생겼다고,출퇴근길의지하철도타기가어렵다고하더라고요.또다른친구는지나가는말로수면제를잔뜩먹었는데깨어나버렸다고했습니다.친구들앞에서는아무렇지않은척했지만,큰충격을받았죠.그때친구들의아픔에대해서생각해보다가문득주위를둘러보니비슷한경험을한또래의이야기가지천에널려있다는사실을깨닫게됩니다.
그리고저도그런사람중하나라는것도알게되었습니다.저역시삶에대해생각할때조화보다갈등을먼저떠올리고,어떤존재들과는함께살고있다는생각조차하기힘든사람이니까요.우리가살아가고있는세상이그런것같습니다.고립되거나단절되기는쉽지만,연결되어있다는감각을벼리기는어려운사회입니다.
친구들이아프다는얘기를들었을때,내친구들과같은또래들이수두룩하다는걸알게되었을때,나역시그들중하나라는사실을깨달았을때,먼저느낀건무력감이었습니다.제가뭘할수있을까요?그래도한가로이앉아나있을수는없었습니다.뭐든할수있는일을해야겠다싶었어요.곰곰이생각해보니제가꽤나멋진친구들을알고있더군요.
인문학공동체<문탁네트워크>에서생활하고공부하며배운바에따르면연결은‘어떻게’의문제입니다.‘고립되어있다’는선언이나‘연결되어야한다’는당위로는부족합니다.우리에게필요한건‘일상에서조우하는수많은위험속에서어떻게살아남을것인가?’,‘언제내게위협적으로변할지모르는타자와어떻게함께살것인가?’와같은아주구체적인지혜이지요.
이책에실린다섯명의인터뷰이들은바로그와관련한지혜를가진사람들입니다.대단히멋진말을뽐내기보단일상의언어로삶을다지고,빼어난솜씨로이목을끌기보단자신이서있는자리에서낯선이들을꿋꿋이마주하는사람들말입니다.그러면서실패하고,미끄러지고,괴로워하고,포기하고싶어하면서도타자와의만남을끝끝내외면하지않지요.
인터뷰이의이야기들은결코완벽한해결책을제시하지않습니다.기승전결이완벽한성장스토리나환상적인성공담도아니지요.실제로그들은인터뷰에서관계를외면하지않았던지난한시간속에서어떻게괴롭거나행복했는지,그로부터어떤마음을갖게되었는지에대해이야기해주었답니다.저는이사람들이지난하게보낸시간덕에얻은지혜가우리에게필요하다고생각했습니다.적어도저와같은사람들에게는꼭필요하다고말입니다.

2.우리는‘이질적’이라하면불편함부터느끼지요.그래서인지우리시대는불편한사람을언제든‘차단’할수있듯이,불편한관계들을피해혼자살기에더편한방향으로변화해해온것같아요.이렇게‘이질적인존재’들과떨어져살기에편한세상에서는‘함께살기’의필요성을느끼는게어려워지는것같은데요,이런상황에서도우리는왜함께살아야할까요?
저도그게너무궁금해서시간상으로첫인터뷰이였던<우주소년>의현민에게물어봤답니다.오늘날과같은사회에서이질적인존재들과함께살기가가능하다고생각하냐고요.그랬더니현민은너무나의아한얼굴로단박에이렇게대답하더라고요.“있다,없다가아니라…해야하지않아요?어쩔수없지않아요?”현민의대답을듣고너무놀라서입이저절로벌어졌습니다.
저는함께사는것이선택의문제라고생각하고있었는데,현민은그게선택의문제가아니라고생각하고있었어요.제가무언가를놓치고있었던거죠.우리가이미함께살고있다는것,연결되어존재하고있다는감각같은것을요.이미연결되어있다는걸느끼며살고있는사람들에게는‘왜?’같은질문이필요하지않습니다.함께살지않는삶은존재하지않기때문이지요.
우리는싫든좋든연결되어있습니다.우리몸의구성만봐도그렇잖아요.얼마나많은균들덕분에우리몸이살아움직이던가요.그런데습관적으로균을나쁜것이라고혹은만나면어찌될지모르니두려운것이라고상정해서그들과의관계를없애려고만하죠.다른존재들과의관계도마찬가지일겁니다.그러니까오늘날은함께살기어려운사회가아니라,함께살고있다는것을느끼기어려운사회라고해야맞을것같습니다.

3.<새벽이생추어리>에서돼지인잔디를마사지해주시면서고기를먹지못하는몸으로바뀌었다고하셨지요.<새벽이생추어리>에서새벽이·잔디와연결감을강하게느끼셨고,행동의변화까지이어진고은선생님의이야기가인상깊었는데요.동시에우리일상에서는비인간동물과연결감을느낄수있는일이거의없다는생각도들었어요.이러한상황에있는우리들은어떻게비인간동물과연결감을느낄수있을까요?
작년가을에아기고양이를구조해서함께살게됐어요.제가이동네에20년가까이살았는데요.고양이랑같이살고나서야동네에길고양이가엄청많다는걸알게됐어요.놀랍게도그전까지는동네에서고양이를본기억이거의없었답니다.
비인간동물은어디에나있지요.지구에인간만사는건아니니까요.그런데그들과연결되기는정말쉽지않아요.지구에인간만있는것처럼사는데익숙하니까요.그래서반드시어떤사건들이필요합니다.제가우연히SNS피드에서새벽이사진을본것같은,혹은길고양이를어쩔수없이구조하게된것같은사건들이요.그런사건들은어떤기척도없이,갑자기문을벌컥열고들이닥쳤습니다.제가손쓸수있는영역이아니었던것같아요.
그래도다행히할수있는일이있기는한것같습니다.내가어떤상황을사건으로받아들일수있는마음의면적을넓혀보는건가능합니다.저같은경우는공부가그역할을했습니다.공장식축산업을공부했기때문에SNS에서새벽이를발견하고화들짝놀랄수밖에없었고,길고양이에대해공부했기때문에눈앞에등장했을때구조할수밖에없었습니다.
만약비인간동물과연결되고싶은분이계시다면평소에준비를소홀히하지마셔요.그리고언젠가어떤비인간동물이내마음을비집고들어온다면,그기회를놓치지마시고꼭사건으로만드실수있기를바랍니다.

4.이질적인존재와함께사는인터뷰이들의‘함께살기’의태도와방법이멋지고흥미롭다고느껴졌습니다.선생님께서는인터뷰이들의함께사는태도나방법중특히기억에남으시는것이있으신지요?혹은독자분들에게소개해주시고싶은‘함께살기팁’이있으시다면?
여성독서커뮤니티<들불>을운영하시는구구님의팁을소개해드리고싶네요.구구님은때때로남성들과일을하거나대화하다가무례한말을듣게되면가볍게되받아친다고하시더라고요.예를들면“헐,대박무례해”이렇게요.가볍게던진말이니까상대가반박은못하는데신경은쓰게되고,구구님스스로는훨씬가볍게흘려보낼수있게된다고하셨어요.
살면서무례한사람을만날일이많잖아요.그런말들에감정이많이상하기도하고요.그럴땐그말을붙잡기보단흘려보내는것도좋은방법인것같아요.그런데흘려보내는건혼자하기어렵거든요.그러니까그상황을만든상대를초대하는거죠.‘내가당신에게어떤부정적인감정을느꼈는데,그것을간직하며당신을미워하고싶지는않으려한다’면서요.
초대를잘받을수있는사람이라면‘엇?’,‘아차?’하며다시생각을해볼테고,그게아니더라도그사람의무의식어딘가에는흔적을남길수있을거예요.이런방식으로이런사람을대하면어떤반응이돌아오는구나,하고요.그런일이반복되다보면그사람의무의식도꿈틀하게되지않을까요?혹은내게그말을한사람의반응이돌아와서또다른관계의장을만나게될수도있고요.
어쩌면어떤문제를해결하는데가장좋은방법은조금이라도연결되는일이아닐까싶기도해요.무례한말을한사람과아무런영향을주고받을수없다면,그래서정말그사람과연결되지못한다면,그건모두에게좋지않을테니까요.무례한말을들은사람만불행한게아니지않을까요?무례한건지몰랐던사람은계속모르는상태로누군가에게상처입히게될테고,남을무시했던사람은영영다른이들과단절된세상속에서고립된채살테니까요.

5.고은선생님은인문학공동체인<문탁네트워크>와청년인문학스타트업<길드다>등에서공부하며20대를보내셨는데요.선생님이이런공동체의경험에서배우고터득한‘나와다른존재’들과함께살수있는방법을공유해주셔요.
제게는20대를함께보낸친구들이있습니다.5년동안<문탁네트워크>에서함께공부하고,그뒤로5년동안<길드다>에서함께일한이들이지요.이친구들과10년동안함께살기가정말쉽지않았어요.만약청년이귀한이곳에서만나지않았다면,그러니까더많은친구를물색할수있는곳에서마주쳤다면결코친구가되지않았을만큼달랐는데요.저는그친구들과함께살면서기다릴줄알게되었어요.
기다리는건참는거랑은좀달라요.참는건내마음을억누르고억지로양보하는느낌이라면,기다릴때는무작정참지는않습니다.기다리며화를내거나실망하고,또울수도있습니다.다만그러면서도장기적으로보고,언젠가어떤날이올것이라고믿는것입니다.뭐가올지는정확하게모릅니다.만약기다리는게정확하게있다면그건분명내가원하는것일테고,그게바로이루어지지않는다고생각하게되면마음을억누르는느낌이들어서괴로울겁니다.
기다리는건언젠가서로가서로에게영향을미칠것이라는걸믿는겁니다.그래서어떤방향일지는모르지만상대가변할것이라고,마찬가지로나도변할것이라고믿는거예요.물론드라마틱한변화같은걸생각하는건아닙니다.변하는데30년,40년이걸릴지도모르고,그변화가눈에띄지않을정도로작고사소할수도있습니다.그래도이미그러고있다고,앞으로도그럴거라고무작정믿는겁니다.
지금은그친구들과함께하고있지않은데요.그래도여전히친구들을믿고있습니다.왜냐면가끔씩그친구들과함께했던순간들이떠오르거든요.친구들이잘못했다고믿고있었던그때나는얼마나친구들을몰아붙였는가,하는생각을하며이제라도조금덜깐깐하게굴게됩니다.아마친구들,혹은제가만난다른누군가들도그러지않을까요?무의식중에라도요.
우리가서로의세포에흔적을남기는존재라는걸생각하면사람들을기다리게됩니다.그때의제가언제어디서그들을만날지모르고,그들또한언제어떻게변하게될지모르니까요.그러면10만큼미워할것도5만큼미워할수있게되고,10만큼괴로울것도2만큼괴로울수있게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