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20주년 리커버판)

열하일,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20주년 리커버판)

$20.34
저자

고미숙

고전평론가.강원도정선군의작은광산촌에서자랐다.춘천여자고등학교를거쳐고려대학교에서박사학위까지마쳤다.가난했지만‘공부복’은많았던셈이다.다공부를지상최고의가치로여기신부모님덕분이다.혼자는너무심심하고외로워공부공동체를꾸렸다.현재〈감이당〉&〈남산강학원〉이나의본거지다.2080세대가함께꾸려가는지성의네트워크라생각하면된다.주요활동은‘읽고쓰고말하기’.이렇게살아도밥벌이가되고수많은벗들을만날수있다는사실이놀랍고신기하다.이행운을많은이들과나누고싶다.

목차

개정신판을내며
초판머리말
프롤로그│여행·편력·유목

1부“나는너고,너는나다”
젊은날의초상
태양인│우울증│‘마이너리그’-『방경각외전』
탈주·우정·도주
미스터리│분열자│‘연암그룹’│생의절정,‘백탑청연’│연암이‘연암’으로달아난까닭은?
우발적인마주침,‘열하’
마침내중원으로!│웬열하?│소문의회오리
그에게는묘지명이없다?
지상에서가장아름다운‘레퀴엠’│높고쓸쓸하게│“나는너고,너는나다”

2부1792년,대체무슨일이?―『열하일기』와문체반정
사건스케치
문체와국가장치
대체소품문이뭐길래!
‘연암체’
『열하일기』―고원혹은리좀

3부‘천의고원’을가로지르는유쾌한노마드
잠행자혹은외로운늑대
돈키호테와연암│끝없는잠행│달빛,그리고고독
열하로가는‘먼길’
요동에서연경까지│‘천신만고’│열하,그열광의도가니│대단원
‘천개의얼굴’‘천개의목소리’
분출하는은유│호모루덴스│이용·후생·정덕│판타지아│달라이라마를만나다!

4부범람하는유머,열정의패러독스
유머는나의생명!
‘스마일[笑笑]선생’│포복절도│말의아수라장│
빛나는엑스트라들│주인공은바로‘나’
시선의전복,봉상스의해체
‘호곡장’?│“도로눈을감고가시오”│타자의시선으로
“문명은기왓조각과똥거름에있다”
문명과똥│모두가오랑캐다!│북벌프로젝트

5부내부에서외부로,외부에서내부로!
사이에서사유하기
코끼리에대한상상│‘사이’의은유들│그대,길을아는가?
세개의첨점:천하,주자,서양
천하의형세│주자학과이단들│옥시덴탈리즘
인간을넘어,주체를넘어
만물의근원은‘먼지’│인성·물성은같다!│네이름을돌아보라!

보론연암과다산―중세‘외부’를사유하는두가지경로
오만과편견│그때‘다산’이있었던자리│서학(西學),또하나의진앙지│‘표현기계’와‘혁명시인’의거리│몇가지접점들│그들은만나지않았다!

부록
나의열하일기1_2003년봄,열하일기의길을가다
나의열하일기2_2012년여름,다시열하로!
『열하일기』의원목차
『열하일기』등장인물캐리커처
주요용어해설
함께읽어야할텍스트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고전평론가고미숙을탄생시킨
『열하일기,웃음과역설의유쾌한시공간』
출간20주년기념리커버판

당대의천재이자대문호였으나현대인에게는아득하기만했던연암박지원을웃음과우정,노마드의달인으로새롭게조명했을뿐아니라들뢰즈의사상으로연암의역작『열하일기』를재해석해낸참신한독법으로‘지금-여기’의고전에목말라하던독자들의꾸준한사랑을받아온『열하일기,웃음과역설의유쾌한시공간』이출간20주년을맞아새로운옷을입었다.‘20주년’이란시간은단순히십진법으로잘라내기편한숫자가아니다.이책의저자인고미숙에게새로운공부의장이된명리학(命理學)에따르면10년에한번씩바뀌는시절인연을일러대운이라고한다.즉,10년마다누구나(어느것이나)또다른운을맞게된다는것이다.그러므로이책이출간된지20년을맞았다는것,게다가“아직도현장에서싱싱하게살아있”다는것은이책이우리시대의‘장수’고전으로자리매김했다는데에만의의가있는것이아니다.이제이책이지금까지와는다른시공간의리듬을밟아가게될것이라는사실,‘살아남았다’기보다‘다시태어나’독자들과새롭게만날수있게되었다는데가장큰의미가있다.
『열하일기,웃음과역설의유쾌한시공간』이밟아온지난20년의운명을한마디로정리하면‘일파만파’라해도좋을것이다.지난2003년‘고전다시쓰기’라는기획의도아래출간된이책은‘고전은어렵다’라는불변의고정관념을와르르무너뜨렸다.책을펼치자마자연암박지원을실학자나문장가가아닌‘유머의천재’로자신있게단언하는저자의목소리가들린다.게다가이책을쓴이유는“연암이얼마나‘유머의천재’인지널리알리고”싶어서란다.저자고미숙의바람은의외로쉽게이루어졌다.출간첫해에만수만부가팔려나갔을정도로독자들은이책에열광했다.기존의인문서에서결코찾아볼수없었던고미숙만의톡톡튀는구어체문체로그려지는,우울증을고치기위해저잣거리로나서는연암,지배적코드로부터스스로탈주하는연암,신분과나이고하를따지지않고뜻이맞으면밤새도록술을마시고이야기를나누는연암,똥거름과기왓장에서‘문명’을꿰뚫는연암과그러한연암의모든것이집약되어있는『열하일기』에서도저히눈을뗄수가없었기때문일것이다.연암과『열하일기』에대한폭발적인관심은물론이고,단군이래한번도최대의불황을벗어나본적이없었던출판계에때아닌‘고전열풍’이인것은고미숙의이책으로인한것이었다해도과언이아니다.
고미숙에의해다시쓰여지기전의『열하일기』는당대에는누구나읽었지만(군주였던정조까지도!)함부로읽어서는안될불온서적이었고,선대의문집을정리하여후대에전하는것이후손의의무였던시대였음에도불구하고,손자(박규수)조차공간할엄두를내지못했던문제작이었다.이후번역과공간이이루어졌지만,지난100여년간아무도읽지않는‘고전’의지위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었다.그것이물결과파동의시대,21세기를기다리고있던『열하일기』의운명이었을지도모른다.그리고그사이고미숙이,그리고고미숙이가져온들뢰즈의철학개념이『열하일기』로흘러들었다.『열하일기,웃음과역설의유쾌한시공간』에서자주볼수있는‘되기·영토화·클리나멘·홈파인공간’등의용어는당연히18세기조선의박지원의것이아닌,20세기프랑스철학자들뢰즈의것이다.그럼에도이책에서연암의사유와들뢰즈의개념어는‘따로노는’것이아니라너무도자연스럽게잘흐르고있다.그흐름또한이책이만들어냈던‘일파만파’에더욱힘을실어주었음은물론이다.
20년의시간이채워졌다는것은앞서말했듯이운명의또다른마디가마무리되었음을의미한다.이제‘리커버판’으로다시태어난이책에도새로운운명이펼쳐질터이다.2012년여름저자는다시열하에다녀오면서“누구도같은길을두번갈수없음”을깨달았다고말했다.같은길을두번갈수없음은이책의운명도마찬가지.이책을따라연암과『열하일기』그리고고전으로가는독자들또한‘아주낯선길’을경험하게될것이다.

▶지은이의말
“연암은서재에앉아머리로사유하지않았다.그에게는길이곧글이고,삶이곧여행이었다.연암이지나갈때마다중원천지에서침묵하고있던단어들이,문장들이,그리고이야기들이잠에서깨어나웅성거리기시작했다.연암은그것들을무심하게,그리고열정적으로‘절단,채취’했다.걸으면서쓰고,쓰기위해서다시걸었던연암,그리고그의분신이기도한『열하일기』.나는그간의여행들을통해책을쓸때와는전혀다른방식으로『열하일기』를만난셈이다.그런까닭에내게있어『열하일기』는여전히가슴벅찬설렘의대상이다.”(「20주년기념리커버판을내며」중에서)

▶책속에서

『열하일기』는바로그런유목적텍스트다.그것은여행의기록이지만,거기에담긴것은이질적인대상들과의‘찐한’접속이고,침묵하고있던사물들이살아움직이는발견의현장이며,새로운담론이펼쳐지는경이의장이다.게다가그것이만들어내는화음의다채로움은또어떤가.때론더할나위없이경쾌한가하면,때론장중하고,또때론한없이애수에젖어들게하는,말하자면멜로디의수많은변주가일어나는텍스트,그것이『열하일기』다.(29쪽,「프롤로그_여행·편력·유목」중에서)

아랫사람들앞에서무릎을꿇고자신의문장을‘내려놓아버리는’이장면은분위기가사뭇비감하다.그것은언표그대로의진실이기도하고,다른한편나는아예‘외부자로살아가겠노라’는단호한선언이기도하다.가까운친지들에게조차이해받지못하는데대한원망과억울함이어찌없었을까마는연암은그것을담담하게받아들인다.그렇다고그들처럼,그들이원하는대로글을쓸수는없다.그러기에는이미너무많이와버리고말았다.그렇다면남는건가는길이다름을서로인정하고받아들이는수밖에는없지않는가.아마도그런심정이아니었을지.
한때고등학교교과서에실리면서널리알려지게된이촛불사건은사실서곡에불과했다.이후『열하일기』는언제나소문의회오리를몰고다닌다.‘오랑캐의연호를썼다’,‘우스갯소리로세상을유희했다’,‘패관기서로고문을망쳐버렸다’등등.그하이라이트가‘문체반정’이다(이에대해서는이책2부에서별도로다루기로한다).(87쪽,「1부_“나는너고,너는나다"」중에서)

이장면을읽을때마다나는그아슬아슬함에손에땀을쥐면서도,한편으론터져나오는웃음을참을수가없다.창대,장복이,말,그리고연암이서로뒤엉켜물을건너는모습은그렇다치고,물에빠질뻔하자잽싸게물위에둥둥떠있는말꼬리를잡고몸을가누는연암의순발력은정말한편의만화아닌가.또자신의재빠름에감탄하는모습은더가관이다.스릴과유머의기묘한공존!(172쪽,「3부_‘천의고원’을가로지르는유쾌한노마드」중에서)

퀴즈두서너가지.『열하일기』에서가장자주등장하는먹거리는?술.『열하일기』에서돈보다더유용한교환가치를지닌물건은?청심환.가장큰해프닝은?‘판첸라마대소동!’이정도만맞혀도『열하일기』의진면목에꽤나접근한편이다.
그럼『열하일기』에가장자주출현하는낱말은?정답은포복절도!여행의목적이마치포복절도에있는것처럼여겨질정도로연암은이단어를즐겨사용한다.그자신이남을포복절도하게만들뿐아니라,사소한일에도그자신또한기꺼이포복절도한다.“내성미가본디웃음을참지못하므로,사흘동안허리가시었다”고할때,그건조금도과장이아니다.그래서연암이움직일때마다‘웃음의물결’이출렁거린다.(248쪽,「4부_범람하는유머,열정의패러독스」중에서)

연암이말하는사이의사유도이와다르지않다.고정된표상의말뚝에서벗어나인연조건에따라자유롭게변이하면서만물의근원에서노닐수있는능력,그것이그가제시하고자하는길이다.그러므로길은하나가아니다.방향도,목적도없이뻗어나가면서무수한차이들이생성되는,말하자면‘가는곳마다길이되는’그런것이다.“말은반드시거창할것이없으니,도는호리(豪釐;저울눈의호와리로매우적은분량을뜻함)에서나누어진다”고할때의그‘호리’의차이!물론그‘호리의차이는천리의어긋남을빚는다’는점에서폭발적잠재력을지닌다.(331쪽,「5부_내부에서외부로,외부에서내부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