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달레나, 용감한 여성들의 꿈 집결지

막달레나, 용감한 여성들의 꿈 집결지

$17.00
Description
“법보다는 밥이 먼저인, 막달레나의집을 소개합니다”
-성매매 여성들의 꿈 집결지에서 울고 웃던 30여 년의 이야기!!
지금은 사라진 용산 성매매집결지 한복판, 화장실도 없는 방 한 칸에서 미국인 수녀님과 함께 이옥정 대표가 성매매 여성들 돕는 일을 시작하며 꾸렸던 막달레나의집. 성매매 지역 여성들을 물심양면 돕고 함께 생활하며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치유했던 막달레나의집 30여 년의 기록을 이옥정 대표의 목소리로 담아 냈다.
보통 ‘큰언니’로 불리며 막달레나의집 여성들의 삶을 보듬어 온 이옥정 대표는 처음 막달레나의집 문을 열었던 1985년부터 용산 성매매집결지가 사라질 무렵인 2010년대 초반까지 만나고 함께했던, 이해보다는 오해와 무지에 묻혀 있던 여성들의 삶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수자 중의 소수자의 삶을 살아야 했던 성매매 여성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막달레나의집의 소망을 담고 있는 이 책에서 우리는 남다른 인생역경 스토리가 아니라, 우리와 다르지 않은 소소하고 일상적인 삶의 모습과 서로를 통해 ‘오늘의 내가 있어야 할 의미’를 되새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

엄상미

저자:엄상미
막달레나의집을기록하는책을만들었던인연으로‘천국보내주겠다’는이옥정대표의꾐에빠져적지않은시간동안그집밥을먹고살았다.그동안쓴책으로는『용감한여성들,늑대를타고달리는』,『경계의차이,사이,틈새:성매매공간의다면성과삶의권리』,『붉은벨벳앨범속의여인들:용산성매매집결지여성들의삶에관한보고서』(이상공저),『막달레나,막달래나?』,『아메리카타운왕언니,죽기오분전까지악을쓰다』등이있다.현재는사람,마을,공동체기록에관심을두며살아가고있다

구술:이옥정
할일많고갈곳많은1946년생개띠로1985년에막달레나의집을설립한이래현재까지대표로일하고있으며그동안성매매근절을위한한소리회상임대표,서울가톨릭여성복지협의회대표등을역임하였다.성매매피해여성지원및성매매예방에힘써온공로를인정받아서울가톨릭사회복지공로상(2003),국민훈장목련장(2009),아산상사회봉사상(2010),가톨릭사회복지대상(2015)등을수상했으며,가톨릭평화방송에서주최한‘내기억속의김수환추기경’공모전에서우수상(2019)을받았다.
어떤인연의신비가있었던걸까.나고자란고향도아닌용산이라는땅에둥지를틀고살면서어느때부터인가그곳에서몸과웃음을파는여성들의삶이보였다.1982년부터한동네사는이웃여성들의고민을나누기시작하면서그의집은자연스레여성들의사랑방이되었다.배고픈이와는밥을나누었으며,외로운이와는친구가되었고,성매매집결지라는그힘의역학공간에서‘약자’들을위한행동대장이되기도했다.하지만혼자힘이갖는한계를느끼며누군가함께일하길간절히바라던중문애현(미국명진말로니)수녀가그의첫동료가되어주었고,그것이곧막달레나의집의시작이었다.그이후이옥정대표를중심으로막달레나의집이걷는모든종적들은이분야일에대한아무런개념도,인식도,제도도없던때매뉴얼이자전형이되었다.
세월의변화에따라막달레나의집에서만나는여성들이든,사제나수도자이든,나이가훨씬지긋한연장자들에게까지도‘큰언니’라고불리던그의단일한호칭은대표님,이사장님,원장님등등으로변화발전(?)하였다.하지만그는훗날‘진짜할머니’가되어도함께하는여성들에게영원한‘큰언니’이자‘친정엄마’이고싶다.언젠가는성매매집결지에서한평생을살아낸늙은여성들과함께강화도‘보듬네’에작은공동체를일구는것을자신에게주어진마지막소임으로알며살아가고있다.

삶을나누는곳막달레나공동체
막달레나공동체의역사는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지원으로1985년에이옥정대표와문애현수녀가설립한막달레나의집으로시작되었다.성매매현장에서살아가는여성들을대상으로상담,교육,의료및법률지원,전업지원등그들의치유및홀로서기를위한다양한지원활동을펼치고있다.
그동안성매매현장아웃리치서비스및현장지원활동,동료교육등자활지원을위한여러프로그램개발및시행,기록및연구개발등성매매대안활동을위한폭넓은걸음을옮겨왔다.막달레나의집이해온이러한시도들은관련분야에큰반향을일으켰을뿐만아니라관련지원정책이만들어지는과정에적지않은영향을미쳐왔다.
시대적요구에따라2005년에‘막달레나공동체’로거듭나며성매매로상처받은이들의행복과삶의권리에주목하여성매매경험자의인권보호와사회적낙인에대항하고자힘을모으고있다.특히여성들이살아낸,또한살아가고있는삶의역사와권리에귀기울이고그들의잠재력개발에집중하며나눔,존중,상생을통해희망의역사를추구하고자노력하고있다.
막달레나의집,너른쉼터,보듬네,그룹홈등의삶의공간과현장상담센터,용산성매매집결지여성을위한현장사업단.이태원후커힐골목여성들을위한사랑방을운영하는등더욱가까운곳에서여성들의삶을지원하고자노력해왔으며현재는긴급지원을위한드롭인센터,종로상담소(소곤소곤사랑방),그룹홈,십대여성건강센터를운영하고있다.또한자활사업단동고리.용감한여성연구소,아카이브등을운영하며여성들의더나은삶을위한연구와다양한시도들을계속하고있다.

목차


화보_사진으로보는막달레나의기록
머리말

1부|수녀와아줌마,수상한집을열다
냄비혹은기계로불리는여성들|문열어주는수녀|업주들과치른힘겨루기싸움|‘콩알’에취하는엄마|새벽귀신과의해후|우리집박사1호|기술원으로간저금통장|큰언니포주아니에요?|담뱃불붙여주는추기경|막달레나가‘성녀’야,‘석녀’야?

2부|소금벼락맞으며떠난아름다운동행
벽제화장터의단골손님|이제편안히천당으로|하늘도무심한인태와경희의죽음|성매매집결지의아이들과이상한이모|현숙이가부른소복행렬|수녀와밴드|노름판돈이되어버린나의미국출장비|용산역깡패금순이가맺은부부의정|참기름과아이스크림|포주전씨를위한기도

3부|어디에있든,어떤삶을살든당신을응원하리
나도애기낳을거야|가두는것이능사?|신문지매타작|손님맞는혼례한복|슬픈대물림|하늘길의오이마사지|노름금지각서|정신장애인과함께살기:국가보안위기|켜는버릇보다는끄는게백번낫다|축복이된이름,레나와요한|꿈에관한보고서

4부|맛있는우리집에놀러오세요!
나반장과손목긋는선아|보듬네안달자의기적|암이아니라똥,떵,어,리!|순옥이의가출수난사|“돈많이버세요,딸꾹~”|‘따락길’현미다시돌아오다|성매매방지법때문에배신자가된막달레나|청파동시스터즈|하늘아래우리집한칸|어떤죽음을추모하기|판도라,우리동네사진작가들|오,신기한밥상

부록_희망의편지

출판사 서평

저자의말

“막달레나의집이여성들과함께보낸세월을회상해본다.여성들은우리집의둥근상에둘러앉아밥을먹고,잠을자며,건강을회복했다.미뤄둔공부를해서더큰세상으로나갔고,사랑하는이를만나가정을이루었다.새로운삶을선언하며나갔다가몇번이고되돌아오기도했지만우리는언제나환영하며다시밥을먹고,잠을자며,건강을회복했다.세상먼저떠나는이들을배웅했고,명절이면둘러앉아그들과의추억을떠올리며웃었다.때로는슬프고,안타까운순간들도있었지만그래도행복하고신명나는시간이었다.

우리가함께했던사람들은성매매공간에서힘겨운삶을살아가는여성들이다.그러나때로는그들이전통적인관점의‘피해여성’이아닌경우도많았다.그들이어떻게규정되건우리는누구와도도움을주고받으며살았다.용산성매매집결지한복판에서업주의집을빌려여성들과회의를하거나집단상담훈련도했다.맘내키면밤샘영업을마친여성들과새벽바다를보러떠나기도했다(돌아오는길이멀고도험했지만).용산을배경으로다큐멘터리도만들고,인터뷰를해서책도여러권만들었는데그들은‘증언자’,‘피해자’를넘어스스로주인공이되기를주저하지않았다.그녀들은이게다막달레나의집때문이라고말했다.”

책속에서

사람들은문요안나수녀님과나를일컬어‘환상의커플’이라고불렀다.내가생각해도문수녀님과내가꼬박15년동안함께살며언어,문화,생활방식의차이를뛰어넘어처음의바람처럼막달레나의집을여성들의공동체로꾸렸으니그것만으로우리는이미좋은파트너였던것은분명하다.영어한마디못하는내가미국인수녀님과가족을이루어살수있었던것은순전히문수녀님덕분이었음을고백하지않을수가없다.문수녀님은세상어디에가서도하하호호웃을수있고,또한세상모든가난하고아픈이들을위해눈물을흘릴수있는그런분이었다.처음에는문화가다른미국수녀님과살생각에한숨이나왔던것도사실이지만우리들은어느덧눈빛만보아도서로가무엇을원하는지알수있는‘영혼의동반자’가되었다.(1부수녀와아줌마,수상한집을열다중에서)

다들추기경님께세배를드렸는데,어린아이처럼세뱃돈타령을했다.그런데언제준비를하셨는지모든사람들에게행복하고건강하라는덕담과함께오천원씩세뱃돈을주었다.누구에게건똑같이오천원씩주었다.그러자식구한명이문제제기를했다.
“추기경님.이건좀불공평해요.애들도오천원,어른도오천원.어른은좀더주셔야지요.”
추기경님은눈이안보일정도로껄껄웃으며이렇게대답하셨다.
“나한테는자네들이다어린아이라네.”
몇명이나가더니세뱃돈으로막걸리를사와판을벌였다.물론추기경님은술을드시지않았지만꼼짝도않고같은자리에몇시간이나앉아서여성들과이야기를나누었다.(1부수녀와아줌마,수상한집을열다중에서)

금순이가살아있을때자기가장사나가고있는용산가족공원에서막달레나의집도장사를해보면어떻겠느냐고제안한적이있었다.그때우리집에서는동네건달이갖다준기계로참기름짜는일을했다.우리일을잘아는금순이는가족공원에서장사하는것이집에서참기름을짜파는것보다나을것이라고생각했다.
우리가참기름짜는일을시작하게된건순전히쟈니때문이었다.그는동네건달로돌아다니면서도기계를유통하거나깨볶는일을했다.
“누나.이거별로어려운것도아닌데한번해보시지않을래요?”
어느날쟈니는제가하는일이어떻다는둥말하다가우리에게그런제안을던졌다.자기가기계도주고,깨도볶아서댈테니해보라고했다.지난번문수녀님의환갑잔치때는밴드를불러줘우리를한바탕신나게놀게해주더니이제는또참기름을짜보라니,하여간에쟈니덕분에우리는계획에없던일을또벌이게되었다.
큰손해는보지않겠다는생각이들기도했지만무엇보다도우리집에서아이와함께살고있던현자에게좋은일이될것같았다.현자는공장에서일하며기숙사생활을하던시절에이것저것을외상으로구입했다.어느날부터집으로날아오는대금지불청구서를보고나는입을다물지못했다.오늘은이회사에서,내일은또다른회사에서독촉장을보냈다.그렇게외상을져서돈을갚지못한게한두건이아니었다.(2부소금벼락맞으며떠난아름다운동행중에서)

결혼뒤자영이는성매매집결지자활지원센터의도움으로공공근로일자리를얻어청소를다니기시작했다.종종자영이는마대자루와집게를들고막달레나의집에물을마시러들르곤했는데까맣게그을은얼굴위로떨어지는땀방울이그렇게예뻐보일수가없었다.그러더니어느날엔가는와서내게이런부탁을했다.
“언니,나무료급식소에서공짜로밥좀먹게해주면안될까?”
자영이가일을다니고있는지역에는천주교수도회에서운영하는‘베들레헴의집’이라는노숙인들을위한식당이있었는데밥값을빼고나면월급이남는게없다며나에게그런부탁을했다.나는그말을하는자영이가다르게보였다.하룻밤화투로몇십만원을우습게날리고,가까운곳을가더라도힘들어서혹은누가알아볼까봐택시를잡아타던그였다.그런데고작밥값을아끼기위해스스로노숙인식당에서줄을서겠다고하다니.그때이후로나는자영이가다시성매매일을할까봐염려하는마음이없어졌다.이제자영이는무슨일이건해내며앞으로의삶을끌어갈것이기때문이었다.(4부맛있는우리집에놀러오세요!중에서)

막달레나의집,나아가우리막달레나공동체(2005년에사단법인설립)의미션을한마디로요약하면‘나눔,존중,상생을통한희망의역사’를추구하는것이다.우리가이거창한미션을제대로실천하고있는지궁금하다면우리집밥상에앉아보면알수있다.밥앞에상하가있을수없고,밥앞에오해와편견도없다.밥시간에이집을찾은사람이라면식구건아니건간에일단밥솥이허락하는한밥상앞에앉아야한다.흔히쉼터로서비밀을유지해야하는장소상의특성을떠올린다면“쉼터맞아?”라는생각이들정도로낯선이들의등장에도관대하다.그런면에서보면우리는분명쉼터로서의일부기능을이미상실한것인지도모른다.
우리집에는만든지이십년이넘은나무로된밥상이하나있는데그밥상이얼마나신기한지정원이따로없는완전고무줄밥상이다.셋이앉아먹으면넉넉하고,네다섯이앉아먹으면화기애애하고,일고여덟이앉아먹으면풍요롭다.더이상앉을수없을것같다가도숟가락들고끼어앉으면열다섯도가능한데이쯤되면옆으로돌린몸은밥상과거리를두어야하며손은열심히밥상안으로향해야한다.인원이많아질수록손놀림은더욱빨라지며한그릇먹을밥이두그릇되고,말은더욱많아져정치에서부터연예,학원에서있었던일,자녀교육,사무행정에이르기까지한밥상안에몇가지화제가한꺼번에자유롭게부유한다.밥을통한소통의향연이랄까.박사님이건외국인이건,신부님이건누구건간에이밥상에둘러앉아밥을나누었다면공평하게밥상을정리해야하는것도우리집밥상의미덕.(4부맛있는우리집에놀러오세요!중에서)

우리는오늘도밥상을차린다.우리가먹을밥이건손님이먹을밥이건구분하지않고좋은재료들만을고집하며모자람없이누구든행복하게배를채울수있도록만반의준비를하고있다.우리식구들이먹을밥상에는미래에대한꿈과용기를,손님들이먹을밥상에는나눔과희망이라는특별한찬이놓이니이얼마나풍요로운가.나는매일같이기도한다.이밥먹고더많은여성들이용감하게살고,더많은사람들이이들의용기에힘찬박수를보태주기를.
나는나눠먹는것이라면최고로자신있다.그래서나는오늘도사람들에게“우리집에밥먹으러오세요!”라고말하며당당히초대한다.식욕이없는분들,용기를얻고싶은분들,나눔이라는처방이필요한분들,희망의박수를함께치고싶은분들언제든우리집으로오시라!예수님도꿀꺽침삼키며둘러앉는이신기한밥상에!(4부맛있는우리집에놀러오세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