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 세조 예종실록 - 낭송Q 시리즈 조선왕조실록편 5

낭송 세조 예종실록 - 낭송Q 시리즈 조선왕조실록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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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기재

저자:정기재
대학에서역사를전공했고잡지사에서근무했다.직장인,아내,엄마로살다가번아웃이왔다.그때만난게『논어』,『맹자』,그리고각종고전들.남이아닌자신을위한공부를하라는말씀에눈이번쩍뜨였다.그렇게내가좋은공부를하다가조선왕조실록을만났다.자신의범주를산천초목까지확장하는조선인들을보면서나의경계도사방으로넘실거리기를소망하게됐다.인문학공동체<사이재>에서원없이읽고,원없이이야기하고,원없이생각하며산다.아무리생각해도갓생이다.『낭송태조실록』을풀어읽었다.

목차

머리말:어느찬탈자의꿈그리고좌절

1부재주많은둘째왕자
1-1.불덩이같은신체
1-2.문장과예술에뛰어난왕자
1-3.세종과문종의정치조력자
1-4.명나라에서인정받은왕재王才
1-5.세종,형제간의우애를당부하다

2부왕위찬탈자라는출발선
2-1.조카에게왕위를물려받은왕
2-2.창덕궁의어린상왕
2-3.상왕의간청,절반의수용
2-4.세조의목숨을노리다―사육신의난①
2-5.처절한응징―사육신의난②
2-6.상왕의암묵적승인―사육신의난③
2-7.노산군으로의강등과영월유배
2-8.상왕을둘러싼흉흉한민심
2-10.노산군의죽음

3부세조의꿈,천자의정치
3-1.천자의제사,환구제
3-2.동서남북천하를누비는순수
3-3.북방을향한대규모행차,평양순행
3-4.천명天命의신비한징후들
3-5.도적질한야인을토벌하다―경진북정
3-6.여진인과왜인은모두나의신하이다
3-7.장군보다더장군다운왕
3-8.모든권력은왕에게있어야하는법
3-9.고치고또고친경국대전
3-10.백성을모두호적에,호패법

4부말보다행동몸으로뛰는민생정치
4-1.실무에깐깐한왕,쩔쩔매는신하
4-2.백성들의피땀,국가경비의기준을만들다
4-3.빗속을뚫고재난현장으로!
4-4.나라곳간을가득채운개간
4-5.백성에게수령을고소할권리를주다
4-6.세조판신문고!광화문의제비뽑기
4-7.백정신철산의억울함을풀어주다
4-8.한양에출몰하는범을잡다
4-9.왕이직접쓴『의약론』
4-10.몸으로익히는『주역』
4-11.과거공부만하는진부한유생을가려내다

5부왕과신하그위태로운줄타기
5-1.킹메이커,한명회
5-2.세조의정난을촉발한풍운아,권남
5-3.조선최고의인재,신숙주
5-4.상소하나로왕을홀린유자광
5-5.세조편에선노학자정인지
5-6.군기잡는왕!
5-7.불만의폭주,그리고비극적결말
5-8.늙고약해진왕의변덕

6부인간세조그리고비극들
6-1.아내바보
6-2.어진며느리,아내,할머니,정희왕후
6-3.두번이나용서했건만!외간남자를사랑한후궁
6-4.맏아들의경세자의죽음
6-5.성삼문의저주아들들에관한뜬소문
6-6.하나남은애틋한아들,세자예종
6-7.거듭되는자손의비극
6-8.지긋지긋한질병
6-9.예종,너는나를닮지말라
6-10.원한을풀고가는길
6-11.죽으면빨리썩어야한다

7부세조의여성관과그시대의여성들
7-1.남자이자여자,사방지를살려주다
7-2.이혼하려고상복을벗어던진고씨부인
7-3.남자를홀리는애꾸눈부인
7-4.역적의아내와딸이야기
7-5.처냐,첩이냐?역적의딸이소근조이
7-6.문종의외동딸,경혜공주

8부13개월의짧은재위예종
8-1.세조승하하루전의즉위
8-2.아버지묘호를세조로고집하다
8-3.새시대를준비하는예종
8-4.사초도고치게한원상의위세
8-5.흉흉한민심,흔들리는왕권
8-6.대신들에게청탁하는이를잡아들이라!
8-7.너무나갑작스런죽음

9부세조·예종시대의이모저모
9-1.궁궐후원의대보름풍경
9-2.춤추고노래하는한양거리
9-3.백성의등골을휘게한제주감귤
9-4.백정의계보학
9-5.금의환향한명나라환관의복수
9-6.세조가들려주는온천욕의비법
9-7.소금굽는염부의아들,천재화가최경
9-8.청탁의달인,얼자허모지리

참고자료조선왕조실록속관직명

출판사 서평

<낭송세조·예종실록>풀어읽은이인터뷰

1.『세조실록』을『낭송세조실록』으로풀어읽고엮으셨는데요,다른실록과다른『세조실록』만의특징을꼽으라면어떤것이있을까요?

‘세조’하면많은분이영화<관상>의이정재를떠올립니다.어린단종을폐위시키고왕위를빼앗은무지막지한왕위찬탈자로기억하는거죠.그런데실록을보면세조가권력에눈이먼야심가만은아니었어요.나름대로조선을강한나라,풍요로운나라로만들겠다는포부가있었죠.그리고즉위한후에는정말몸으로뛰면서열심히일을합니다.세조는몸이불덩이처럼뜨거웠다고해요.그만큼탁상공론을싫어하고백성들을위한정책들을과감하게도입하죠.결과도좋았어요.여진인이나왜인이신하가되겠다고찾아왔고,경국대전이나호패법같은제도도정비됐죠.나라의곳간도가득찼습니다.손주인성종대에찾아온조선의봄날은세조가채워놓은이곳간에서시작됐다고해도과언이아닙니다.

이처럼업적으로보자면세조는성군까지는아니지만명군이라고는할만했습니다.그런데막상누구도세조의시대를태평성대로기억하지않아요.어두운피의시대로기억합니다.이유는아시는대로죠.세조의왕위가어린단종,그리고수많은신하들의피위에세워졌기때문입니다.세조는민심을얻기위해무던히도노력하는데,백성들은쉽사리마음을열지않습니다.우리는찬탈자의시대라고하면냉혹한독재자밑에서백성들이억압당하는시대라고만생각합니다.하지만찬탈자시대의본질은사람들의마음에‘찬탈자’의욕망이싹트는데있는것같아요.사람들은무도함이승리하는것을,힘이인륜을압도하는것을보게된것이죠.그래서세조시대에는크고작은반란과밀고가줄을잇습니다.사람들의마음에의심과탐욕이자리잡았기때문입니다.아무리곳간이가득찬들무도함이판치는세상을태평한시대라고할수없는법이죠.

저는『세조실록』이왕위찬탈이라는사건이사람들의마음에일으키는변화를아주잘보여준다고생각합니다.찬탈자는결국은선왕의배신한사람들과한배를탈수밖에없습니다.늘누가자신의뒤를칠지몰라불안하지요.한편공신들은왕위찬탈에대한자신들의지분을잊지않아요.자신의공에대한대가를바랍니다.그들이스스로만드는불안과긴장의세계를확인할수있는게『세조실록』이지요.

2.『낭송세조실록』에서독자들에게소개하고싶은인상적인장면을하나꼽아주시고이유도말씀해주세요.

하나를꼽아달라고하셨는데,세조시대는성공한정치와그이면의불안함을모두보여줘야하기에두장면을꼽겠습니다.하나는세조10년5월17일기사인데요.세조가폭우가쏟아지는새벽에비옷인도롱이만걸치고재난현장으로뛰어나가는장면입니다.세조하면떠오르는이미지가피도눈물도없이남위에군림하는찬탈자잖아요.그런데실록을보면세조가백성들에게는더없이너그러웠습니다.백성들의호소는거의다직접해결해줬을정도죠.그런세조의성향을잘보여주는게바로이기사입니다.그날은비가많이내렸는데,도성북쪽에있는군사들의합숙소가무너진거예요.그소식을들은세조는새벽4시경에도롱이를걸치고말도타지않은채급히재난현장으로뛰어나갑니다.호위군사들이미처따라오지못할정도로먼저달려나가죠.그리고정오까지몸소재난현장을수습하면서정오가수라도들지않습니다.백성들에대한애정이없다면쉽게나오지않는행동이죠.조선과백성에대한세조의진심을느낄수있어서인상깊었습니다.

또하나는세조13년5월22일기사입니다.이기사는세조가공신들에대해갖고있던미묘한감정을잘보여줍니다.당시함경도에서이시애의난이일어났어요.이때이시애가신숙주와한명회가역모를꾸몄다고세조에게거짓정보를흘립니다.보고를들은세조는이시애가거짓말을한다는걸알았습니다.그럼에도신숙주와한명회를가둡니다.그리고신숙주에게물도마시기힘들만큼형구를단단히채우죠.신숙주와한명회에게죄가없다는것은알지만,마음한구석에서올라오는일말의불안함을떨쳐낼수없었던겁니다.그리고며칠후세조는후회의눈물을흘리며두사람을방면합니다.세조의불안과미묘한감정의동요가잘드러나는장면이라인상에남아요.

3.‘조선왕조실록읽기세미나’가10년째계속되는걸로알고있는데요,지금까지실록을읽으시면서선생님께서가장다르게보게된왕이있을까요?있다면이유와함께말씀해주시고,없다면인상적인왕이야기를들려주세요.

제가낭송집으로엮기도했었는데요,저는『태조실록』이인상적이었어요.조선은자타공인사대부의나라,성리학의나라입니다.그런데그사대부의나라를저변방출신의무장이세웠다니신기한일이죠.
이성계는고려‘동북면출신’입니다.지금으로보면함경도함흥이쪽출신이죠.당시동북면은쌍성총관부라고해서고려땅이아니라원나라직할지였습니다.그래서여진인,몽골인,고려인이섞여살았고,이성계는20살까지몽골식이름에변발을했습니다.말하자면국적은몽골인,친척은여진인,혈통은고려인이었다고할까요?그리고이후58세에왕위에오르기까지쭉전장의장수로살아갑니다.변방,무장.저는이두가지키워드가이성계를조선의창업주로만들었다고생각합니다.

무엇보다이성계는몽골,여진,고려인과섞여살았기에사람들을국적이나신분으로사람들을줄세우지않았습니다.재능이있거나뜻이맞으면누구나,심지어적까지도동지로받아들였죠.그도그럴것이전장에서동지란단순한협력자가아닙니다.자기등뒤,즉목숨을맡기는사람이죠.일단동지가됐다는건서로목숨을맡기는사이가됐다는것입니다.그래서태조와신하들의관계는끈끈한의리와충성의관계입니다.피를나눈형제라는말이과장이아니었죠.

이런태도는훗날사대부들과의관계에도그대로적용이돼요.완전히이질적인사대부와이성계의연합이가능했던이유죠.무엇보다태조는창업이후에도사대부들과이런끈끈한관계를유지합니다.이게별것아닌것같지만,역사를보면굉장히힘든일이란걸알수있습니다.보통창업군주들은공신의세력이커지는걸두려워하거든요.정통성이부족하니언제공신들이자신의목을칠지도모른다고생각하는것이죠.하지만태조는공신들을우대했을뿐만아니라,정치에관한모든권한을사대부들에게일임합니다.사대부들이제안하는정치제도를거의모두수용하며거의전권을맡기죠.사대부들을단순히정치적관계가아니라,자신의동지로생각했기에가능한일이었습니다.

대신태조는딱두가지일에몰두합니다.국방과한양천도.자신이가장잘하는일,자신이할수밖에없는일은뚝심있게추진합니다.그래서국경을두만강까지넓혔고,즉위2년만에도읍을한양으로옮기죠.이일은개성을본거지로하는고려주류들은할수없는일이었습니다.

자질하나로따져보면태조는성리학의나라에이상적인왕은아니었습니다.공부도별로좋아하지않았고,그럴생각도별로없었고요.하지만그가가진변방인의태도,그리고무장의철학은조선을창업하는데최적이었습니다.훌륭한임금이란타고난자질이뛰어난사람이아니라,상황과관계속에서탄생한다는것을알수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