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뼘 양생 (나이듦, 돌봄, 죽음 그리고 공부)

한뼘 양생 (나이듦, 돌봄, 죽음 그리고 공부)

$18.00
Description
스스로 삶을 돌보는 기예-‘양생’을 키워드로 읽어낸 나이듦과 돌봄 그리고 죽음!
꼰대와 뉴그레이의 호명을 넘어 취약한 몸들의 따뜻한 연대를 상상한다!
용인 수지의 인문학 공동체 〈문탁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이희경의 양생-에세이집. 건강해지라는 사회적 명령, 관리하라는 자본의 유혹에 맞서 스스로 삶을 돌보는 기예로서 ‘양생’을 새롭게 정의하고, 이를 화두로 삼아, 우리 시대의 나이듦과 돌봄 그리고 죽음을 이야기한다.
『장자』(莊子)가 원출전인 ‘양생’(養生)은 직역하면 생명을 기르는 행위인데, 그간 이 용어는 주로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한 행위를 일컫는 것으로 쓰여 왔다. 저자는 칠십대 중반의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면서 직접적으로 나이듦과 죽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10년의 돌봄 경험 속에서 ‘양생’을 ‘스스로 삶을 돌보는 기예’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받아 안게 되었다.
그래서 ‘양생’은, 나이듦과 죽음에 어떻게 직면할 것인가? 아픈 몸으로도 잘 살아가기 위한 지혜는 무엇일까? 좋은 돌봄을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어떤 것들이 마련되어야 하는가? 이것들을 어떻게 우리 공부의 화두로 삼고 함께 공부해 나갈 것인가?-이 모든 것을 지시하는 용어가 되었으며, 이런 맥락 속에서 저자는 우리 사회의 나이듦과 돌봄과 공동체와 연대를 읽어내는 칼럼들과 직접적으로 나이듦과 죽음을 이야기한 영화나 책을 다룬 리뷰들을 쓰게 되었다.
취약한 몸들의 따뜻한 연대를 말하는 이 글들 속에는, 천 개의 폐경기 이야기가 필요하며, 어깨동무를 할 수 없는 오십견의 몸들이 모여 암에 걸린 공동체 친구의 서포터즈를 구성하기도 하고, 사회의 취약한 몸들인 장애인이나 노인에 직접적으로 연대하기도 하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우리 시대에 아직 너무 적은, 나이 든 몸에 대해 더 디테일하게 말하기 더 잘 말하기를 북돋운다. 꼰대와 액티브시니어의 호명을 넘어 각자의 맥락 속에서 ‘말년의 양식’을 실험하고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일이 필요함을 저자는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과 문체 속에 담아내고 있다.
저자

이희경

저자:이희경
일명문탁.<연구공간수유+너머>에서<문탁네트워크>까지20년넘게인문학공동체에서공부하고있다.최근에는공동체와영성,공동체와양생,늙음과죽음등에관심이많다.<나이듦연구소>라는새로운콘셉트의양생공동체가지금의현장이다.『루쉰과가족,가족을둘러싼분투』,『이반일리치강의』등을썼고,『낭송장자』를편역했다.

목차

프롤로그

1부몸과일상
병뚜껑을열지못한다고?
천개의폐경기,너의이야기를들려줘
몸의일기를쓴다
필사하는새벽

건강이신神이되어버린사회
요가하는마음
공자님의잠옷
다이어트,정답을못찾았어요
더이상어깨동무를할수는없어도

2부생명과돌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작성했다
숲세권의공동주민,도롱뇽과나
사순이가남긴질문
무심하고민감하게,나와식물이야기
내년에는나도‘페스코’를!
‘노라’서포터즈를구성하다
간호사,간병인,요양보호사,그리고나,보호자
K장녀의‘독박돌봄기’
아들돌봄시대가오고있다
영초언니에게한발가까이

3부공동체와연대
우리들의글쓰기,자기돌봄과상호돌봄
마르지않는공동창고,무진장
자기힘으로이동한다는것에대하여
일삼아연대!
녹색평론이돌아왔다
상옥과채영을응원하며
1월9일이태원특별법이통과될까?
어느날밀양,그리고잔소리와밥
다시,공부란무엇인가

4부나이듦과죽음
나이듦,상실에맞서는글쓰기
어느보수꼰대의위엄있는퇴장
만국의늙은이여,makekin,notbabies!!
디어마이솔로프렌즈!
노인을위한나라는없다
우두커니살다가제때죽을수있을까?
공자와빨치산,그리고노회찬
“좋은시체가되고싶어”

부록간병블루스
미션임파서블,간병이시작되었다/요양사를며느리로착각한엄마/사물과의동맹/삼시세끼,그고단함과고귀함에대해/수술,할것인가말것인가,그것이문제로소이다/섬망,간병지옥을통과중/느린돌봄을수행중입니다

출판사 서평

<한뼘양생>지은이이희경선생님인터뷰

1.책제목이『한뼘양생』인데요,양생이란무엇인지요?

양생(養生)!기를양(養)에날생(生)!직역하면생명을기르는행위.원출전은『장자(莊子)』입니다.
내용은다음과같습니다.

한백정이그의임금을위해소를잡고있었는데살한점,뼈한조각건드리지않고리드미컬하게칼질하며소를해체하는모습이가히신출귀몰,천의무봉의경지였다.임금이감탄하며말하기를“아,훌륭하구나.기술이어찌이런경지에도달할수있다는말인가?”라고묻자,그백정은정색을하면서“제가중요하게생각하는것은도(道)입니다.기술을넘어선것이지요”라고대답을했다.이어서자신이처음에소를잡을때는소가통째로만보였지만십구년이지난지금엔소를눈으로보지않고마음으로(神)본다고,그러면소의자연스러운결(天理)에따라칼도자연스럽게나아가게된다고덧붙였다.그러자임금이다시감탄하며“훌륭하구나,나는오늘그대의말을듣고‘양생’을터득했노라”라고대답을했다.

저는『낭송장자』(북드라망,2014)에서이포정해우편에나오는‘양생’을‘삶을가꾸는기예’라고번역했습니다.그러나이오래된단어가제삶에훅~들어온것은어머니와함께살면서부터였습니다.어머니는병들고늙어가는자기자신에대해끊임없는신세한탄을했고,주변의모든것들을원망했습니다.저도처음에는나이듦=처량함은어쩔수없는,모든노인의보편적감정일것으로생각했어요.그런데가만히보니어머니의우울증은어머니의자아이상(理想)이주름없는젊음,아프지않은몸에맞춰져있었기때문이더군요.우리사회에서는젊음과건강이너무강력한사회적규범으로자리잡고있습니다.이런사회에서늙는다는것은결여와비참으로경험될수밖에없죠.

삶의지평에서죽음을허겁지겁감추고,몸의리듬에서질병을완벽히추방하여“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완전한상태”(세계보건기구)라는‘정상성’을삶의목표로제시하는생명권력을문제삼기위해서는‘건강’이나‘의료’를대체할다른개념이필요했습니다.‘양생’은몸을가지고태어난모든것들은생-로-병-사의국면들을통과할수밖에없다는것,모든생명의죽음은다른생명의탄생으로순환되는게우주의원리라는것을다시환기하기위해오늘날의맥락속에서꼭되살려야하는용어라고생각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나이듦과죽음에어떻게직면할것인가?아픈몸으로도잘살아가기위한지혜는무엇일까?좋은돌봄을위해서는개인적으로또사회적으로어떤것들이마련되어야하는가?이것들을어떻게우리공부의화두로삼고함께공부해나갈것인가?어느덧저에게양생은이모든것들을실존적으로지시하는용어가되었습니다.

2.책에서“병뚜껑을못따는친구와사과를못자르는내가함께<나이듦연구소>를만들었다”고하시며연구소의슬로건은“다른노년의발명”이라고하셨습니다.인문학공동체를오래꾸려오신경험과<나이듦연구소>의슬로건이연결되는느낌인데요.선생님께서생각하시는‘다른노년의발명’은무엇인지궁금합니다.

그동안노인은‘틀딱’,‘할매미’,‘꼰대’,‘연금충’등의노인혐오표현에서드러나는것처럼부정적인인식이대부분이었습니다.완고하고,가르치려고하고,냄새나고,공짜지하철로하릴없이쏘다니고,건강보험적자의주범이라고생각하는것이지요.이것은근대사회의생명권력이노인을경제발전에쓸모가없는비생산적인구로구분하면서비롯된일입니다.모든인간은상호의존적존재인데노인만의존적존재라고사회가규정해버린것입니다.이렇게노인은국가사회의‘대책’거리이자잔여적복지의대상으로전락했습니다.

그런데최근에는지금까지와는반대로노인인구가경제성장의새로운동력이될것이라는이야기가확산되고있습니다.2018년<포브스>는인구고령화가기업엔축복이될것이라고말했고,우리나라에서도모대학고령사회연구센터가‘에이지프렌들리’라는주제로고령화트렌드를분석한보고서를2022년에발간했죠.최근미디어에서는액티브시니어,영피프티,뉴그레이,60대힙스터,신중년,선배노년같은단어들이쏟아져나오고있습니다.

말그대로사회의짐짝에서보물단지로극적인‘시니어시프트’(원래이용어는노년시장을겨냥하는경영전략의재조정을의미하는것입니다만)가이루어지고있습니다.그런데사회적부담이되거나자본의새로운호구가되는것,둘다정말별로잖아요.이두가지방식이아닌,노년의삶에대한다른대안은없는것일까요?

더구나초고령사회가된다는것,즉전체인구에서65세이상이20%가된다는것은노인을하나의집단으로재현하는게거의불가능하다는이야기이기도합니다.60대후반과90대초반은몸의상태가다릅니다.노인집단내의경제적격차도점점커질것입니다.물론남성과여성의나이듦과제도같지않습니다.퀴어,비혼,장애인의나이듦에대해서우리는어떤이야기들을갖고있나요?

‘다른노년의발명’은이런문제의식속에서출현하는단어입니다.잔여적복지의대상과액티브시니어의호명을넘어우리는각자의맥락속에서새로운‘말년의양식’을실험하고그것을사회적으로공유하는게필요하다고생각합니다.좋은노년에대한단일한규범이필요한게아니라저같은1인가구여성의노년을비롯하여나이듦에대한더다양한이야기가출현하기를기대하고있습니다.

3.최근작고하신어머님과10년동안함께지내며돌봄을하시면서우리사회의돌봄에대해누구보다구체적으로느끼고생각하셨을듯합니다.선생님께서생각하시는‘좋은돌봄’은어떤것일까요?

10년전어머니랑살림을합칠때동생이말렸습니다.저까지지쳐떨어지면정말대책이없으니그냥어머니가까이서살면서어머니를돌보는게더지속가능하지않겠냐는것이었습니다.그런데저는알게모르게,저라면,어머니와함께사는삶을감당할수있을것같았어요.어쩌면중년의딸과노년의엄마가서로의지하며함께늙어가는이름다운동거를꿈꿨는지도모르겠습니다.이제와서생각해보면완전‘판타지’죠.실제‘현타’가오는데는시간이오래걸리지않았습니다.어느날정신을차리고보니주변의모든사람에게늙은어머니흉을보고있더군요.나이듦을자연스럽게받아들이지못하는어머니에게짜증이났고,그런어머니가뿜어내는부정적기운에질식할것같았고,어머니의삼시세끼를챙기느라거의앞치마와합체가될지경이었고,독박부양이길어지면서나를돕지않는동생들에대한원망도쌓여만갔습니다.그렇게되자돌봄은피할수만있으면피해야하는지옥이나감옥처럼느껴졌습니다.

그런데어머니가자기일상이가능한몸에서자가보행이불가능한몸으로변하는10여년간의우여곡절을겪게되고,주변친구들도하나둘부모돌봄에직면하여좌충우돌하는것을보면서제나름대로돌봄경험치가쌓이게되었습니다.그것을통해제가깨닫게된것은크게세가지예요.

첫째,좋은돌봄을위해서는개인적역량과사회적담론둘다필요하다는것입니다.제가근거없는돌봄자신감을가진것도,돌봄을무조건피해야고통으로여긴것도모두돌봄에대한무지의산물이었습니다.인간에대한예의를갖추면서누군가를돌보기위해서는우리모두상호의존적존재라는존재론적깨달음이필요합니다.근대합리주의개인관을넘어서야한다는것이지요.그러나또한돌봄은사회적과제입니다.각자도생의사회에서돌봄사회로전환되지않고서좋은돌봄은이루어질수없습니다.노인돌봄과관련하여현재2008년에제정된‘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유일한데,더많고실효적인사회정책이필요합니다.

두번째,좋은돌봄에어떤이상적상태는없다는것,다시말해돌봄은‘케이스바이케이스’라는것입니다.예를들어시설돌봄과가족돌봄중어떤것이더좋은것이라고일률적으로말하기힘듭니다.사회적책무와개인적윤리중에어떤것이더중요한지도따지기어렵습니다.돌봄은지극히맥락적인행위이고,좋은돌봄은여러자원의협력속에서만가능할것입니다.

마지막으로덧붙이고싶은이야기는어머니가돌아가신후저는돌봄을하는위치에서돌봄을받아야하는위치로바뀌고있다는것입니다.아마누구나그렇게되겠죠?좋은돌봄을위해서는돌봄을제공하는사람의역량뿐아니라돌봄을받는사람의역량또한중요합니다.돌봄을받을줄아는지혜와기술을익혀야할과제가이제저에게는남았습니다.

4.본문중『장자』를가지고‘나이듦’에관해리뷰하신글「우두커니살다가제때죽을수있을까?」에서“잉여없이살다여한없이죽을수있기를”바란다고하셨는데요,간략하게설명을부탁드립니다.

이것은『장자』,「응제왕」편에나오는열자에관한에피소드를읽고제가생각하게된것입니다.아시다시피열자(列子)는노자,장자만큼이나노장사상의핵심적인물입니다.책에서도그열자는명예나재산같은것은안중에도없었고오로지우주만물의원리,생사의이치를깨닫는데온힘을다바치는걸로묘사됩니다.그열자가어느날생사길흉을다알아맞히는어떤무당한테푹빠져그사람을스승으로삼아야하겠다고생각합니다.그러다가어떤계기를통해그사람의특이한능력이깨달음과아무상관이없다는것을알게됩니다.‘깨닫겠다’라는자신의열망과의지와노력이오히려깨달음에방해가된다는것또한알게됩니다.열자는결국집으로돌아가“아내를위해밥을지을뿐아니라돼지에게도사람대하듯밥을먹였습니다.세상일에좋고싫음을구별하지않았습니다.과거에갈고닦았던것을본래의소박함으로되돌리고,흙덩이처럼우두커니서서세상만물과섞였습니다.한결같게이렇게살다가생을마쳤습니다”.

저는이이야기를읽으면서모든자만심을버리고세상과구별되기를원하지않으며타자와함께지극히평범하게존재하다가때가되면자연으로돌아간다는이런삶에무언가깊은장엄함이있다는것을느꼈습니다.외부로향하는시선,인정욕망을거두고,그때그때자기가해야할일을특별한의미부여없이담담하게하면서사는게최고의내공아닐까요?그러면언제죽어도여한이없을것같습니다.
‘웰다잉’이라는이름으로좋은죽음을위한‘투두리스트(todolist)’가늘어가는최근의상황을보면서열자의말년처럼일상을곡진하게보내는삶에대해더깊이생각하고있습니다.

5.끝으로이책의독자들에게이책이어떻게읽혔으면좋겠는지,바람이있다면말씀해주세요.

이책은어머니돌봄에서비롯된‘양생’이라는화두를들고지난몇년동안쓴글을모은것입니다.경험적이고개인적이며질문으로가득차있는글들이에요.

예를들어‘한뼘양생’이라는코너명으로신문칼럼을쓰면서는매번이것이양생에관한이야기일까,라는질문을스스로에게하곤했습니다.그런데나중에책으로묶으면서보니제가쓴글들이몸과질병에관한이야기,동물,식물등비인간생명과돌봄에관한이야기,그리고내가속한공동체내의활동과연대활동이야기로나뉘더라고요.양생의범주에‘몸과일상’,‘생명과돌봄’,‘공동체와연대’가속한다는것을결과적으로깨닫게되었습니다.

나이듦과죽음에관한책과영화리뷰는제공부를위해시작한글쓰기입니다.지금까지도계속되고있고요.이에비해간병블루스는말그대로돌봄의기쁨과슬픔,보람과고통에대한저의적나라한이야기들입니다.제가돌봄지옥에갇혔다고생각했을때숨쉬기위해썼던글입니다.책으로만드는최종단계에서감정적인부분을좀덜어내긴했지만여전히좀감정적인글일수도있겠습니다.하지만현재돌봄을하고계시는분들은공감하실거라고생각합니다.나아가돌봄을앞두고있는분들에게는제글이케이스스터디가되면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