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자본론

녹색 자본론

$18.50
Description
자본주의의 거울 앞에 선 인류학자의 시선 - 녹색 자본론
『녹색 자본론』은 일본의 저명한 인류학자 나카자와 신이치가 21세기 들어 더욱 파괴적인 양상을 띠는 문명 세계와 자본주의의 한계를 마주하여 인류학적 관점에서 대안을 모색한 책이다. 이 책에 실린 총 4편의 글들은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오늘날의 자본주의가 무엇을 억압하고 배제해 왔는지를 말한다. 특히 표제작 〈녹색 자본론〉은 지은이가 2001년 9.11 테러 사건을 접하고 거대한 빌딩이 붕괴되는 그 자리에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모습을 “무자비하게 비춘” 거울이 서는 것을 “똑똑히” 보았던 사건으로 해석하며, 이슬람에 대한 단편적인 해석을 넘어 공생의 윤리를 찾는 과정이 담겨 있다.
나카자와 신이치는 『자본론』에 담겨 있는 일신교적 원리를 분석하여 기독교 세계에서 발전한 자본주의의 모순을 지적하고, 이윤에 매몰되지 않는 ‘수크’식 시장에서 대안을 찾는다. 루소의 사회계약, 마르크스의 가치형태론, 프로이트의 쾌락원칙, 하이데거의 존재론 등을 인용하여 자본주의 시대의 인간이 느끼는 불안에 구체적인 형체를 부여하고, 슈토크하우젠 사건, 미야자와 겐지의 우화, 일본의 여러 신화를 통해 압도적 비대칭 세계의 너머를 상상한다. 현대사회의 근본 문제와 마주하고 생명 사이의 관계 맺기를 성찰하는 책이다.
저자

나카자와신이치

저자:나카자와신이치
사상가,종교학자,인류학자.1950년야마나시현출생.도쿄대학교대학원인문과학연구과석사과정을수료하고,네팔에서티베트불교를배웠다.자연과학등여러분야에걸친광범위한연구에종사하고있다.주오대학교수,다마미술대학예술인류학연구소소장,메이지대학야생의과학연구소소장등을역임했다.현재는교토대학의사람과사회의미래연구원특임교수,아키타공립미술대학객원교수를겸임하며연구와집필을이어가고있다.저작으로는『티베트의모차르트』,『어스다이버』,『카이에소바주』시리즈,『나카자와신이치의예술인류학』등이있다.

역자:구혜원
고전비평공간‘규문’에서공부하고,밥먹고,생활한다.동양고전,인류학,역사등을공부했다.공부하는것과관련된일본어글들을다양하게접하며번역하고있다.

목차

문고판서문
서문

압도적비대칭―테러와광우병에대하여

녹색자본론―이슬람을위하여
1.일신교를둘러싼인식론수업
2.이자(이윤)를부정하는이슬람
3.타우히드화폐론
4.성령은증식한다
5.마르크스의‘성령’
에필로그―수크에서

슈토크하우젠사건―안전영역에포섭된예술의시련

부록모노와의동맹―증식,생명,자본주의
1.모노에대하여
2.빛에대항하는모노
3.모노와의동맹

옮긴이후기/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저자의말

이책은,물론경제학책은아니지만,타우히드이론을따라다시쓰는가치형태론이라는의미로『자본론』의‘녹색’판이라할수있다.지금이라면다시쓰기작업을더욱조직적이고도체계적으로수행하여실험을거의완성할수있을지도모른다.하지만나는9/11직후번뜩였던직감(사실은‘하늘의계시’라고쓰고싶지만)의생생함을보존하고있는이텍스트들에지금도깊은애착을품고있으며,더이상손을대고싶지않을정도이다.……
이책을쓰면서나는글로벌자본주의를추구하는서구형자본주의의보편성을의심하게되었다.그뿐인가.『자본론』전체가기대고있는가치형태론을상대화하다보니,현대세계에서번영을누리고있는경제학적사고전부에이의를제기할수밖에없게되었다.이렇게작은책이므로생각만큼야심찬작업을진행할수는없었지만,이책이나의탐구방향에큰영향을준것은분명하다.

역자의말

지금나는21세기,남한,서울이라는,역사상가장풍족한시공간을살아가고있다.무엇을입고먹을지걱정하지않아도되고질병의위험도적다.기대수명도길고,정치적으로도(비록예기치못한변수로요동칠때가있지만)다소안정적인사회다.하지만이안정과풍요로움이야말로진짜위험한것은아닐까.뉴스피드에매번올라오는기후위기,전쟁,전지구적으로자본화된경제가불러온대규모의희생은잠깐화제가되었다가이내잊히고나는여전히이전과같은삶을산다.왜더많이알고더빠르게연결되는시대를살면서도삶의방식은똑같은방향을향할까?왜우리는우리의안정과풍요를의심하지않는걸까?이질문과더불어번역하는내내나를사로잡은화두는‘타자’였다.

책속에서

광우병과테러는오늘날문명이라는동일한병인(病因)에서생겨난,유사한구조의병리임을알수있다.이때정부는광우병에걸린무수한소를일괄처분하거나,테러리스트로지목된인물이나단체를말살하는방안를취할수도있다.그러나유감스럽게도이러한방안의유효기한은극히짧다.머잖아같은병인으로부터다른형태의광우병이발생할것이고,말살에대한보복테러가이전보다훨씬비참한형태로일어날것이틀림없다.테러는글로벌문명이라는심각한병인에서발생한다.철저한소탕전으로테러를근절한세계는점점가축세계에근접할것이다.하지만가축에게는가축의방법으로테러가가능하다는것을,광우병발생이암시한다.압도적인비대칭세계의내부에서실효성을동반한정치적사고가계속되는한,이와같은사태는언제까지나반복될것이다.(압도적비대칭중에서)

마르크스가분석한‘아마포20야드=웃옷한벌’에서는,매혹적상품인웃옷이‘등가형태’로서‘상대적가치형태’인아마포의가치를‘표현하는’입장에서는것이자본주의의맹아를낳는최소단위세포였다.이슬람의원리는이세포에개입해잉여가치발생의프로세스를최소한으로제어하고자한것이다.그를위해서는아마포와웃옷이일체의‘마술적불어남’을배제한상태에서완전히대등하게만나야할것이다.즉욕망과상품이대등하게만나는상황이시장의최소단위인손님과상인의만남의장에실현되지않으면안된다.그렇지않으면자본주의와다른이슬람경제의실재라는것은단지환상에불과하고말것이다.(녹색자본론중에서)

이슬람의생활윤리는자기증식에대한일신교적비판원리라는이슬람세계공통의사고가지탱하고있다.그사고의소립자차원에이르기까지의일관성을명명하는것이타우히드이며알라에대한신앙인것이다.거기서는인간의자연적지성이만들어내고야만세계에대해하나의투철한비판시스템이작동하는것을볼수있다.이슬람이란그존재자체가하나의‘경제학비판’인것이다.원리로서의이슬람은거대한한권의살아있는‘녹색자본론’이다.자본주의의‘타자’는이지구상에만실재한다.이슬람은우리의세계에있어잃어서는안되는거울이다.(녹색자본론중에서)

슈토크하우젠씨는예술가답게모든것을양의적으로파악하는습관을갖고있었다.그사고방식에따르면‘빛’은양의적이다.사물의내부에숨겨져있는것을빛으로끌어내기,이것은‘진리’를드러내는사고의행위인동시에그렇게빛으로끌린것을계량하고계산하여에너지나유용한운동으로변환하는,기술행위의본질을표현하는일이다.빛의대천사가미카엘과루시퍼로분열되어있는것처럼,야훼의것이자알라의것인,진리와정의를구하는계몽의빛또한자신의내부에서무자비한파괴력을갖고존재를출현시킨다.……실험정신으로가득한,20세기유럽의수많은격동을체험했던73세예술가는이러한양의적인식에서“그것은최고의예술작품입니다”라는발언을내뱉은것이다.이전사회에서는예술가와사상가가하는이러한양의적사고를허용하고지성이흘러넘치는발언을상찬해왔다.하지만이제사회는그것을허용하지않는다.풍요로움과위태로움을품은양의적사고는,특히저널리즘에서가장적당한먹잇감이자적이되었다.(슈토크하우젠사건중에서)

모노와의동맹이필요하다.LaNouvelleAlliance(새로운동맹).일리야프리고진과이사벨스텐저스가이말을쓴지20년도더지났다.그러나약속의땅을예감하게하는이말은아직낡지않았다.나의생각은이렇다.새로운동맹은모노와의동맹이어야한다.비인격적역능,얼기직전의해수와도같은물체성의모노,옛사람들이영력이라고도성령이라고도부르던비감각적내포력등이혼성계를이루면서복잡한전체운동을하고있는그러한모노와의사이에인간은진실의동맹관계를만들필요가있다.(모노와의동맹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