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한도는어렵지않다.
다만가려선택하는마음을꺼릴뿐이다!”
정화스님이오늘의언어로풀어낸신심명의요체
중국선종의제3대조사승찬의『신심명』은이렇게시작한다.해탈은어렵지않다.다만좋아하고싫어하며,취하고버리고,옳고그름을가르는마음을좇지않으면된다.그렇다면정말해탈은이렇게쉬운것일까?
정화스님은『신심명』의이오래된물음을오늘날의언어로다시풀어낸다.연기와공,무아와유식이라는불교의언어뿐아니라뇌과학과인지과학,생명과진화,기억과신경세포,의식과무의식의언어까지자유롭게넘나들면서,우리가‘마음’이라부르는것이어떻게생겨나고어떻게우리자신의세계를만들어내는지를탐구한다.
우리는대개눈앞에보이는세계를있는그대로보고있다고생각한다.그러나정화스님이거듭강조하듯우리가아는세계는감각정보와기억,경험이만나그때그때만들어낸‘영상’이다.과거의기억정보를바탕으로지금을해석하고미래를예측하며,그렇게만들어진의미를다시‘나’와‘세계’의실재라고믿는다.좋아하고싫어하는마음도,옳고그름을가르는마음도이과정에서생겨난다.
문제는분별그자체가아니다.분별한것을실재라고믿고거기에머무는것,그것이번뇌의시작이다.그래서이책에서마음을비운다는것은생각을없애거나아무것도느끼지않는상태가되는것이아니다.마음을억지로고요하게만드는일도아니다.오히려이미만들어진생각길을잠시내려놓고,지금여기에서일어나고사라지는마음현상과마음상태를있는그대로알아차리는일이다.정화스님은이것을‘시절인연’에온전히자신을여는일이라고말한다.
생명은애초에홀로존재하지않는다.하나의세포도이웃세포와정보를주고받으며살아가고,하나의생명도다른생명들과기운과정보를나누며존재한다.지금여기의‘나’역시우주와생명의오랜진화,수많은관계와기억이잠시이모습으로드러난사건이다.그러므로어떤것도그자체로고정되어있지않으며,어떤것도홀로자기자신이되지않는다.하나가모든것을그것되게하고,모든것이하나를그것되게한다.
이런관점에서정화스님은『신심명』의구절들을하나씩새롭게읽는다.
“도를찾는마음이도를잃는마음이다.”
“마음을고요히하려는것도부질없는힘씀이다.”
“취하고버리는일이곧꿈속의꿈이다.”
“참됨도구하지말라.”
“마음을찾는것조차이미어긋난일이다.”
“깨닫고자하는것이스스로를얽어매는것이다.”
“무엇이되려애쓸것없다.”
이역설적인문장들이향하는곳은하나다.이미작동하고있는생명의충만함에무엇을더보태려하지말라는것.우리는더나은사람이되어야하고,더많이가져야하고,더많이알아야비로소충만해질수있다고배운다.정화스님은이것을‘배운결핍’이라고부른다.부족하다고배웠기에부족한것을채우려하고,미래를준비한다는명목으로끊임없이자신에게스펙과의미와목적을덧붙인다.그러나그렇게의미를붙잡을수록지금여기에서쉼없이일어나는생명의움직임은보이지않는다.
『신심명』이말하는해탈은이‘배운결핍’으로부터벗어나는일이다.어디엔가있는깨달음을찾아가는것도,번뇌의세계를버리고부처의세계에도착하는것도아니다.중생의세계와부처의세계를만드는것역시마음이다.마음이만들어낸영상에현혹되면번뇌의세계가열리고,그것이만들어진영상임을알아차리면바로그자리에서해탈의길이열린다.
그렇기에이책에서비움은소극적인포기가아니라적극적인창조행위다.익숙한의미를해체할수있어야새로운의미를만들수있고,이미만들어진생각길을내려놓을수있어야지금의시절인연과새롭게접속할수있다.배움역시더많은지식을쌓는일이기전에다른존재의이야기에끼어들지않고듣는일이다.마음챙김또한마음을붙잡아통제하는일이아니라,일어나고사라지는것을가려선택하지않고온전히바라보는일이다.
그래서『해탈은어렵지않다』가말하는해탈은특별한수행자에게만허락된초월적인경지가아니다.밥을먹고,사람을만나고,생각이일어나고,좋아하고싫어하는마음이생겨나는바로그일상에서가능한삶의방식이다.
마음을없앨필요도없다.
번뇌를미워할필요도없다.
도를찾아헤맬필요도없다.
무엇이되려고애쓸필요도없다.
다만지금일어난마음이어떻게만들어졌는지를보고,그것을‘나’라고붙잡지않으면된다.시절인연에따라일어나고사라지는생명의움직임에자신을열어두면된다.
승찬의『신심명』이1,400여년전말했던“지도무난(至道無難)”,즉‘지극한도는어렵지않다’는선언을정화스님은오늘의삶과언어속으로다시불러온다.뇌와마음,기억과언어,생명과진화,AI와인지의시대를통과해다시만나는『신심명』이다.
찾을수록헤매고,붙잡을수록멀어진다.
놓아두면비로소보인다.
해탈은어렵지않다.
이미충만한지금여기에무엇을더보태려하지않는다면.
지은이의말
“해탈의삶을산다는것은어렵지않다.
가려선택해좋아하고싫어하지만않는다면
사는모습마다마음쓰는것마다
해탈의길을걷는것이아닌경우가없으므로
사실그때가되면해탈의삶을산다는말을쓸필요조차없다.
번뇌의길이없어지는순간어떻게살것인가가분명해지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