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의 미학 (김경희 시집)

흔들림의 미학 (김경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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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극단의 시소를 타는 흔들리는 영혼들을 위한 사랑의 노래, 사랑의 모양, 사랑의 방식〉

존재하는 것들은 미완이고 불안하고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물론, 느끼는 셈여림과 드러나는 차이, 존재마다 그들만의 방식을 가지기에 다양각색 합니다. 흔들리는 순간들을 깊이 포착하고 거기에서 피어나는 감정들을 적나라하게 느끼고 노래하고, 또 더 나아가서 그 자체로도 위로가 될 수 있기를, 혹은 위로를 담고 싶음의 따뜻한 온기로 가닿길 원했습니다. 시집의 목차배열은 분노, 어두운 그림자의 밑바닥에서부터 무기력과 공허감, 그리고 흔들림을 수용하면서 나와 너를 끌어안는 사랑으로 나아갔습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톤이긴 하지만, 어둠에서 빛이라기보다는 우리는 어둠과 빛이 늘 항상 함께 존재하며 그것을 함께 받아들였을 때 삶을 더욱 온전히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기저에 담고 있습니다.

전반부는 대략 분노, 집착, 슬픔, 갈구를 기반으로 하는 감정들을 많이 다루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검붉은색의 느낌에 가깝겠어요. 과거에 받은 짙은 고통을 그리고 그 그림자와의 싸움이 대표적으로 dear, 스토커에서 드러나 있습니다. 우리는 순간을 누려야 하지만, 과거의 트라우마,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는 현재에서 살지 못하고 과거에서 살게 되잖아요. 그렇게 순간을 죽여가면서요, 죽음으로 치닫는 것 같았어요. 그러한 감정을 시로 승화시키고 싶었던 노력이 전반부 전체에 실려 있습니다.

중반부는 그러한 모든 활활 타오르는 에너지들이 가라앉고 시듭니다. 그래서 무기력과 공허감이 짙게 배어 나오는 푸름, 짙은 회색의 톤으로 담았어요. 모든 것은 순간에서 영원하면서 또 영원한 것은 없는 모순이니까요. 그래서 모순도 가득합니다.

후반부에서 이 모든 것은 결국 우리는 나를 끌어안아야 하고 나를 수용해야 하는 사랑으로 향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따뜻한 관심, 온기,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시들고 마는. 그래서 나를 좀 더 끌어안고자, 수용하고자 하는 노력과 함께 다시 미완에서 흔들리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미완성의 삶이라 생각합니다. 끝은 결국 끝이 아니고요, 또다시 밤은 오지만, 또다시 아침이 오죠. 빛과 어둠, 낮과 밤, 하얀색과 검은색은 따로 분리되어 있다기보다 늘 함께 존재하고 그래서 온전합니다. 그래서 흔들림은 아름답고, 흔들리는 것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그리고 거부하는 것도 불가능하고요. 우리는 흔들리면서 곡선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춤을 추고, 삶의 순간들을 잠시라도 누리면 좋겠다는 따뜻한 위로를 느낀다면 좋겠습니다. 단 하나의 꽃에서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우리는 완벽한 극복은 아니더라도, 흉이 남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또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타인에게서 구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서 구해도 좋고요. 내게서도 구하고 타인에게서도 구하면 더 좋겠죠. 우린 늘 함께, 연결되고 분리되는 존재이니까요. 그런 힘을 자신을 믿고 단단히 구현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닻, 파도, 나의 모양도 외부에서 강제하는 틀을 거부하고 나만의 가치관, 생각, 느낌을 단단히 가지면서 압도하고 나여서 나를 사랑하고,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극복해내는 의지를 담았고요. 그렇게 따스한 온기들을 담고 나를 끌어안으며 타인으로 손을 뻗으면서, 영원할 것 같은 평행의 관계에서 교차의 지점을 찾고, 서로 가닿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각자만의 사랑하는 방식을 찾고, 질문을 하고 답을 내려 보고요. 그렇게 흔들리면서도 단단하게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주고, 서로 존중하며 따뜻한 온기를 가득 담아서 정성을 다해 표현하는 마음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제게 깊은 영감을 주신 여러 뮤즈가 많이 계셔서, 그들 덕분에 깊이 몰입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