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입술들

고립된 입술들

$14.80
Description
한 대학의 정신 의학과에서 근무하는 의사인 나는 하루에도 몇십 명의 환자들을 만난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약을 처방하며 바쁘게 지내지만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환자가 찾아온다. 자발성 함구증을 지닌 그녀는 방어적인 태도로 마음을 털어놓지 않고 세 번의 만남 이후로는 만날 수 없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대학 병원을 그만두고 새로운 곳에서 심리 상담소 겸 거처를 마련하고 새로운 환자를 맞으며 지낸다. 그러던 중 우연하게도 다시 자발성 함구증을 가진 그녀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가지 일들이 꿈과 현실로 어지럽게 엮어진다. 이 소설은 말이 주는 지독한 상처와 어쩔 수 없는 침묵 속에 갇힌 자들의 그 사이, 의 심정들을 어렵게 전한다. 구원을 바라지 않는다고 표명했어도 아픈 것들, 침묵을 수행해도 나아지지 않는 것들, 그리고 작은 정직과 온기가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도 성찰해보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말에 또는 침묵에 상처받은 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도 같이 버티자고 침묵으로 말하는 마음을 담았다.

저자

진주현

무거운들숨과더어려웠던날숨이섞인날들의기록을그중간어딘가에서전합니다.
전작으로『커피먹는염소』,『겨울의심장』,『천재들의고양이』가있습니다.
instagram.?@sponge_pen

목차

01나의타인들10
02F329,F38820
03침묵의냄새32
04지독한하나의문장38
05언어들의무덤56
06종이로만든집64
07바다,그리고또바다82
084월의폭풍94
09우연의파장104
10영원한아이110
11반의것들124
12다시,지독한문장138
13망각을원하는자들148
14M160
15Z174
16그녀의이야기182
17험악한소유와기척의진194
18침범200
19나르시시스트와에고이스트208
20침범2216
21살아남기위해224
22극복하지않는것들240
23고백의요소252
24모호한것들256
25부서지는양피지266

작가의말275

출판사 서평

무거운들숨,그리고더깊은날숨이섞인날의기록을그어느즈음에서전한다는진주현작가.진주현작가의네번째소설<고립된입술들>.그간진주현작가가독자에게전한메시지는다소어둡지만명확하다는평을많이듣는다.이번소설에서도작가는끝끝내침묵을택해야했던사람들의이야기가담긴정신의학소설을발표함으로써다양한인간의감정과내면을들여다보고자했다.‘침묵’이라는키워드를통해우리사회가,인간이가진고난과그극복의이야기를담았다.
‘말의우주가있다면침묵의우주도있다.침묵에도냄새와결이있다.’_작가진주현.

책속에서

타인의고통이나를먹여살린다.그고통에줄줄이엮여있는상실,강박,상처,우울,트라우마.공황,현기증,수면장애,식욕부진,폭식,이명.다늘어놓자면끝도없다.그중에하나도소유하지않은자들은아마이세상에없겠지만그모든것의절반이상을깊은농도로가지고있는타인들이나를찾아온다.마음껏자신의마음과정신과영혼을관음하라고발가벗겨지길자청하기까지얼마나지치고어려웠을까.그래도그들이내게왔다.그들을나는환자,라고만생각하지않는다.하지만달리부를이름이없다.대부분우리의화두는거의약에대한것이다.여기는대학병원이라내진료실에머무는시간은기껏해야5분에서10분사이다.약의부작용이나용량에대해잠시의논을하고그들은일어서서나간다.그리곤근처약국에갈것이다.처방받은약을두툼한약봉지에받아들고는두달이나석달의안도감을귀하게여기며집으로갈것이다.
(나의타인들중)

보답받지못한희생.
하지만엄마라면누구나저처럼살지않을까요?
그렇지못한사람들도많아요.
내말에그녀는왈칵울음을토해냈다.
저를이해하세요?
네.진심으로요.
감사해요.정말.
그녀는내말에대해생각할시간이필요할것이다.나는가벼운신경안정제와항불안증약을처방해주었고그녀는한달에한번씩나를찾아왔다.그리고어느새친구같은사이가되었다.처음에약은조금그녀를도와줬을것이다.그렇게아주조금씩그녀는나아지고있었다.가족과의관계와는별개로.나를만난지5년가까이가되어갈때쯤그녀가진료실에서환하게웃었다.
(F329,F388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