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없는세상은삭막하기만합니다.
인간의감성을메마르지않게붙잡아주는것,바로시와시인이아닐까합니다.
시집<들꽃은언제나안부를기다렸다>는다섯시인특유의감성을담았습니다.
들꽃은어쩌면시인을말하는것인지모르겠습니다.
시인의언어로우리사는세상을말하고,그세상으로부터안부를기다리는시인.
권수빈시인의깊은글이,임수민시인의따스한글이,주정현시인의세상에대한고찰이,김송이시인의순수한언어가,그리고이다빈시인의희망의말이여러분의안부를묻고여러분으로부터안부를기다리고있습니다.
책속에서
<변화>_권수빈
아름다움을물고있는입술이
슬픔을씹는다
머금은말이쓴맛인지단맛인지모른채
끝말만남긴다
영원을약속한심장이
눈물을태운다
숨겨둔감정이슬픈지아픈지도모를만큼
끝정만보인다
소중히아껴둔말은뱉지못한사랑되어
마침표를찍고
소중한사람은영원할거라는
착각이미워진다
맺지못한끝
아린사랑이되고
영원을착각한끝
아픈사람이된다.
<아린끝>_임수민
아름다움을물고있는입술이
슬픔을씹는다
머금은말이쓴맛인지단맛인지모른채
끝말만남긴다
영원을약속한심장이
눈물을태운다
숨겨둔감정이슬픈지아픈지도모를만큼
끝정만보인다
소중히아껴둔말은뱉지못한사랑되어
마침표를찍고
소중한사람은영원할거라는
착각이미워진다
맺지못한끝
아린사랑이되고
영원을착각한끝
아픈사람이된다.
<눌러쓴서신>_주정현
너의집과너의미소는
성숙이라불리는훼방에서무결하다
동경하던네가나를불러주면
낯짝에풍기는열락피할길없네
난데없이스미는만남이허기를채우고
허리를굽히는그다락방에서우리춤을췄네
네가사랑하는것들과사랑하는모습
심히흥겨워서내가사랑하게되었네
네존재가영영나와격돌하기를
바라고바랐지만왜그랬을까
무구한염원이비열한속에짓눌려
숨이죽을때까지난무엇했느냐고
눈물과상흔을외면한존재는
매년한살과회한으로는넘길수없도록
눈부신환영을얻었네
눈부신사람을잃었네
<루루의일기>_김송이
어제는삼색이네가족을보았어요
아들둘딸하나
셋이옹기종기엄마꽁무니를
뒤쫓는게꽤나부러웠답니다
나도쟤네만한것같은데
우리엄마는나를두고어디갔나
궁금했어요
여기주황색지붕밑가족들은
참친절하게도생선머리나
시래깃국찌꺼기를말아서
뚝배기한가득챙겨줘요
하지만제가할아버지뒤를따라도
그것보다작은손녀딸의뒤를
따라도우리는많이달라서
어쩐지쓸쓸한기분이들었어요
나도삼색이네가족처럼
나와똑같은엄마뒤를쫓아다니고싶어요
둥글게움직이는엄마꼬리로장난치고싶어요
엄마,
엄마는어디갔나요?
여기마을을떠나멀리멀리
갔다면
할아버지가주는밥을못먹어서
배가고프다고해도
엄마를찾아떠나고싶어요
보고싶은엄마를
찾아
내몸과똑같은밤하늘색에
발자국을꾹꾹찍어봐요
루루의
일기입니다
혼자인기분을오래느끼게되면
별을읽을수있어요
엄마도혹시별을읽을수있다면
알아봐주세요
저는여기있다고
써놓을게요.
<역설법>_이다빈
모래를
힘주고잡으려하는데
도통잡히질않는다
손아귀에힘을바짝줘도
자꾸옆으로도망간다
힘을빼고잡으려하니
오히려잡힌다
손아귀에힘을푸니
손에고이머물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