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사라지는것들을통과하는여름이있다>는잃어버린,그리고잊고있는것에관해이야기합니다.부재不在,현재있지않은것.우리삶은어쩌면그부재와함께하는지도모르겠습니다.아무리채우려노력해도모든것을채울수는없겠지요.원하든원치않든,부재不在는존재存在하고있는우리삶.
조성희시인은그자리에마음을얹습니다.소란스럽지않게빈곳을,빈마음을들여다봅니다.당신의빈자리는무엇인가요?그빈자리에서우리함께이야기나누어요.
책속에서
그림자(p.34)
공원이있었다벤치가있었다
소년이있었다소년은검은운동화를신고있었다
하늘에는새털구름이펼쳐져있었다
구름도감에는150가지가넘는구름이름이있대
아스페리타스카붐무루스플룩투스카우다볼루투스콘트레일
낯선구름이름을중얼거렸다
공원이있었다벤치가있었다
벤치밑에검은운동화가있었다
소년이공원을지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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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p.50)
하얀목련봉오리보며
이제곧봄이올거라고
달에게바짝기대소곤거렸다
너만알고있으라는듯
머뭇거리는겨울을향해
어깨위로빈손을들어흔들고
그걸로끝이라고생각했다면
아직계절을알지못하는것이다
벚꽃잎떨어지는길은꿈속,봄
밤에떨어지는꽃잎은
지난겨울내리지못한눈송이
봄은밤이야
밤은겨울에서오는거야
귀밑을스치는바람에
달은숨죽이고있었고
나는조용히웃었다
꼭쥐고있던손을펼치면
선명해져있는손톱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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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p.108)
이사한곳은오래된나무가많은곳이었다
사계절을지나는동안매일아침새소리를들었다
오랜만에찾아온친구에게자랑했다
계절마다들리는다른종류의새소리를구별할수있다고
중요한건다른종류의새소리를구별하는게아니야
친구가말했다
하나의새소리를듣는거
그새가언제소리를내는지아는거
우는건지노래하는건지아는거
높낮이라든가반복되는리듬이라든가,그날의
부리의단단함을보는거
어제보다오늘조금더가까워지는
하나의새소리를듣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