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을 통과하는 여름이 있다

사라지는 것들을 통과하는 여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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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집 〈사라지는 것들을 통과하는 여름이 있다〉에는 무언가를 잊거나 잃어버린 사람들이 나온다. 집을 잃어버린 사람, 이름을 잃어버린 사람, 내가 있다는 걸 잊은 사람. 아이가 사라지기도 하고, 그가 눈 속에 파묻히기도 한다. 단추를 잃어버리고, 풍선을 놓치고, 날개를 파닥이던 잠자리가 사라진다.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의 눈동자는 내내 어둠 속을 바라본다. 상실의 아픔은 몸 곳곳에 빈 공간을 만들고, 어느새 일상처럼 곁에 머문다. 너를 생각하며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돌아오지 않는 추억을 품은 이불을 덮고 잠이 든다. 공원의 벤치가 여름을 견디듯이 그렇게 여름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의 어깨 위에 저자는 가만히 손을 올려놓는다. 묻어두었던 슬픔을 꺼내 보자. 우는 어른이 되어도 괜찮다.

저자

조성희

괜찮다고괜찮아질거라고다독이며괜찮지않은밤을지나고있습니다.잘지내니?안부를물을수없어.잘있어,라고씁니다.

목차

시인의말9

1부.하루는너를생각하고

사과는사과12
하루는너를생각하고14
여름밤은블루16
어느날의별17
잃어버린18
초록눈물을삼키는방법20
단추121
사거리횡단보도22
두개의상자24
쌓인다쌓인다쌓인다27
놀이터31
그림자34
해가진후부터해가뜨기전까지35
그여름38

2부.벤치와구두밑창의버찌

태어났다42
규칙44
고양이앞발45
비둘기46
나의방에48
봄,밤50
것같고52
잊다는있다54
위로57
다시쓰는이야기58
세사람60
구피63
드라마66
선명하게희미하게69
눈을감고72
벤치와구두밑창의버찌74
지나온미래76
정류장80

3부.끝나지않은이야기

그겨울84
언제나85
단추286
단추387
#일시정지88
오후세시의놀이터89
이름으로기억되는밤90
할수있는마음92
여전히아침94
뒷모습96
리듬98
다정한눈빛으로100
숨기좋은곳102
경유하다104
허물어지다106
새소리108
계단109

출판사 서평

시집<사라지는것들을통과하는여름이있다>는잃어버린,그리고잊고있는것에관해이야기합니다.부재不在,현재있지않은것.우리삶은어쩌면그부재와함께하는지도모르겠습니다.아무리채우려노력해도모든것을채울수는없겠지요.원하든원치않든,부재不在는존재存在하고있는우리삶.
조성희시인은그자리에마음을얹습니다.소란스럽지않게빈곳을,빈마음을들여다봅니다.당신의빈자리는무엇인가요?그빈자리에서우리함께이야기나누어요.

책속에서

그림자(p.34)

공원이있었다벤치가있었다

소년이있었다소년은검은운동화를신고있었다

하늘에는새털구름이펼쳐져있었다

구름도감에는150가지가넘는구름이름이있대

아스페리타스카붐무루스플룩투스카우다볼루투스콘트레일

낯선구름이름을중얼거렸다

공원이있었다벤치가있었다

벤치밑에검은운동화가있었다

소년이공원을지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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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p.50)

하얀목련봉오리보며
이제곧봄이올거라고

달에게바짝기대소곤거렸다
너만알고있으라는듯

머뭇거리는겨울을향해
어깨위로빈손을들어흔들고

그걸로끝이라고생각했다면
아직계절을알지못하는것이다

벚꽃잎떨어지는길은꿈속,봄
밤에떨어지는꽃잎은
지난겨울내리지못한눈송이

봄은밤이야
밤은겨울에서오는거야
귀밑을스치는바람에
달은숨죽이고있었고
나는조용히웃었다

꼭쥐고있던손을펼치면
선명해져있는손톱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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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p.108)

이사한곳은오래된나무가많은곳이었다
사계절을지나는동안매일아침새소리를들었다

오랜만에찾아온친구에게자랑했다
계절마다들리는다른종류의새소리를구별할수있다고

중요한건다른종류의새소리를구별하는게아니야
친구가말했다

하나의새소리를듣는거
그새가언제소리를내는지아는거
우는건지노래하는건지아는거
높낮이라든가반복되는리듬이라든가,그날의
부리의단단함을보는거

어제보다오늘조금더가까워지는
하나의새소리를듣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