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머하우스 : 눈을 감고 지구로 돌아갈 것인가, 목숨을 걸고 대우주를 지켜낼 것인가

홀리머하우스 : 눈을 감고 지구로 돌아갈 것인가, 목숨을 걸고 대우주를 지켜낼 것인가

$16.80
저자

김은채

2007년서울에서태어났다.
평범한환경에서평범하게살다가
문득평범하지않은글을쓰고싶다는
생각이들어소설을쓰기시작했다.
그렇게처음으로완성한장편소설
『홀리머하우스』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
안양예술고등학교문예창작과에서
문학을배우는중이다.

목차

홀리머하우스17
항키,그리고편지67
시오아노댄,그리고눈사람99
히엠세잇,그리고장미125
고리평,그리고참새181
필올리,그리고전화255
대탈출313
브롱키젠,그리고도넛371
푸른별385

작가의말389

출판사 서평

차원의틈에서만난아늑하고도신비로운그곳,홀리머하우스!

『홀리머하우스』는청소년의우울,자살등의사회적문제를김은채작가특유의감각적이고초자연적인세계관으로다룬판타지장편소설이다.고등학생인주인공‘준’은자살실패후차원의틈을통해우연히‘홀리머하우스’라는곳에가게되고,그곳에서다정한친구제경,오튼,박사를만난다.그리고그들과함께지구로돌아가기위한우주여행을시작한다.

항키,시오아노댄,히엠세잇,고리평,필올리,브롱키젠,그리고지구.각각의행성만이가지는독특한문화와그행성에사는귀엽고애잔한생명체들.김은채작가가펼치는대우주스케일의이야기는어느새우리를우주여행의동행자로앞장서게만든다.풍부한상상력과더불어마치모든행성이실제존재하는듯한작가의섬세한배경묘사는독자들에게읽는맛을더해준다.우주곳곳을여행하며마주한삶의흔적들.그안에서주인공‘준’이깨닫는진정한삶의의미에관한이야기.

우주여행을단한번이라도꿈꿔봤다면,지금당장『홀리머하우스』티켓을끊어보자.
당신이상상하는것,그이상의이야기가눈앞에펼쳐질것이다.

책속에서

나는항상지구를떠나고싶었다.
이상한말인것을안다.하지만진심이었다.나는글러먹은놈이었다.확실히뭐가될것같은사람은아니었다.따지고보면내환경적인조건은괜찮았다.잘곳이없을만큼가난한가정에서태어난것도아니었고,부모에게폭력을당하지도않았다.다시말해불행할자격이없는사람이었다.그럼행복해야할까.오히려조건의만족이나의무능을증명해준셈이니나는행복할가치가없었다.역설적으로나는주제넘은우울속에서행복을꿈꾸고있었다.
나는종종이곳저곳을그었다.내몸을말이다.이틀에한번정도.꾸준하게.세개에천원으로묶어팔던,붉은색의싸구려칼로.이유는,글쎄.핑곗거리를만들고싶었던것같다.피가묻은휴지가하나둘쌓이면누구하나가날동정해줄까봐.그러면그가내가얼마나죽고싶어하는지알아줄까봐.그후에나에게더살아달라고마음에도없는말을해줄까봐.그말을듣고나서는어쩔수없지,하며살아갈생각이었던것같다.때론,나같은게건강히호흡한다는사실이같은공기를마시는사람들에게너무도미안했다.그래서앞서말한바보같은방법으로죽음을유예받고싶어했던것일터였다.
가만생각해보면그역시하나의변명같다.모든원인이만들어지기전에나는손목을그었다.당장나에게서흐르는피를봐야했다.혹은고통을느끼며울어야했다.그렇게해서라도삶과가까워져야했다.그게나의연명법이었다.딱히죽을계획은없었다.그래서지구를떠나고싶어했나보다.내우울을우주로쏘아올리고싶었다.그러면수백년후에예쁜행성으로발견될까봐.

“대학은정했니?학과는?어머,아직이라니.그런건빨리결정해놓아야지.이제는빨리도아니다,얘.”
네,선생님.저는생각없는놈이라뭐해먹고살지도모른답니다.그렇게말하고싶었지만나는그마저도지쳐대충웃어넘겼다.사서선생님은내대답이시원찮았는지혀를찼다.
“너아까담임한테진로상담받고왔다며?그쌤또존나꼽줬겠다.”
이름도기억나지않는아이가말했다.누구더라.명찰을보니같은학년이고,하는말을들어보니같은반이다.기억에서그의이름을뒤져보려하다가귀찮아그만두었다.나는불편한자리를떠나어디론가도망치고싶었다.어디로갈까.고민에해답을찾기도전에나는9와4분의3번화장실에와있다.그것은내가화장실의비밀공간에붙인이름이었다.창고로쓰려고했던건지철문이달린그공간은칸과세면대의사이에있었다.녹슬고으슥한분위기에그안으로들어오려는학생은없었다.게다가천만다행히도철문은안에서잠글수있게되어있었다.자연스레그곳은나의아지트비스름한것이되었다.
?내부에는내얼굴만한창문이하나달려있었다.그것을통해보이는건뒷마당에심어진꽃이었다.그러고보니그꽃이정확히무슨꽃이었는지는본적이없는것같았다.그래서까치발을세워확인해봤다.장미였다.전부빨간색이었다.그리예뻐보이지않았다.파란색도있으면좋으련만.왠지파란장미가보고싶어졌다.
주체스러운햇살,그리고철문을거쳐뭉개진아이들의말소리.나는그것들을애써모른척하며밀려오는질문들에삼켜졌다.나지금뭐하고있지.어쩌다가여기에왔더라.여기가어디지.잠시만.오늘이언제지?
이상한질문들,그중마지막질문을곱씹었다.오늘이언제지.요즘이여름인가?무슨날이더라.
맞다.번의생일이었지.

번에게가기까지는꽤거리가있었다.그러나버스를타지는않았다.버스비가아깝다는이유로말이다.사실은생각을정리할시간이필요했다.내가어디로가고있지?그래,홀리머정신건강의학과의원.왜가야하지?엄마가‘하나뿐인동생생일인데누나가데리러가주면얼마나좋아하겠니.’라고해서.막상더듬어보니정리할것도없었고,이제는무슨생각을해야되나싶었다.괜히했다.고심할거리가필요했는데.아주복잡해서,눈물이날틈도없게하는그런거리가말이다.
도착해서는이상하리만치밝은달빛에눈살을찌푸렸다.북두칠성처럼이어진별들이이상했다.겨울도아닐텐데해는왜이리일찍떨어진거야.번은또왜이렇게안나오고.짜증이나려는참에걸어오는번이보였다.
“왜이렇게늦게나왔어?”
그는대답하지않았다.
“케이크사서들어가자.네가골라.”
우리는빵집에들렀다가집으로갔다.그동안대화는오고가지않았다.

“엄마는?”
번이케이크위생크림을휘적이며물었다.
“늦는대.”
“아들생일인데.”
“바쁘시잖아.”
나는먹고남은케이크를냉장고에넣으려고일어났다.한판이거의다남았다.그것에얼굴을박고싶은충동이들었다.그러다그것을도로테이블에올려놓았다.그러곤생각했다.나뭐하려고일어났더라.
“번.있잖아.”
“난누나가나이름으로부를때가제일무섭더라.”
“재작년에너가출했을때,어디로갔었어?”
“가출아니었다니까.”
“하여튼갑자기두달동안사라졌을때.그때어디갔어?”
“몰라.저멀리.”
“여행갔냐?”
“그보다더멀리.”
“화성이라도갔어?”
“비슷해.근데더멀리.”
그당시의재미있는추억이라도있는지번은웃었다.씁쓸해보이기도했다.화성보다더먼어딘가에무언가를두고온사람처럼.
그의손목에는흐릿한흉터가있었다.2년전에는상처였던것이었다.그의종아리와허벅지,그리고팔뚝에도비슷한것들이보였다.모두다아문것을보니자해를그만두었다는게사실인것같았다.재작년의(그가실종이라고부르는)가출후,반년간의정신과치료후말이다.병원이도움이되었던걸까.나도그때그만두지말고계속다닐걸그랬나.고집을부리지않았다면지금쯤내서랍에커터칼이없었을까.그렇게생각은했지만후회는없었다.
왜냐하면,나는지금도믿지못하겠으니까.약효도,검사도,내가살아줬으면한다는의사의말도.차라리아무도내게신경쓰지않았으면좋겠다.세상사람들이모조리나빠서날죽이려들었으면좋겠다.그것은왜냐면,마음의농도를구별하는게어려워서.
“갑자기그건왜물어?”
그건또왜냐하면,있잖아,사실나도잘모르겠는데,근데도있지,
“도망가야할것만같아서.”
그이후로대화는오고가지않았다.나는방으로들어가누웠다.창문밖은유난히어두워서웬일로별이빛났다.이상했던것은별이저멀리에있는것같았다는것이다.걷다보면잡힐것같은우주속이아니라더먼어딘가.그어딘가에별빛이있는듯했다.
_1.홀리머하우스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