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많은사회가좋은사회라믿습니다.시로마음을전하는것에나이의많고적음이무슨의미가있겠느냐마는,우리사는사회에젊은시인이전하는메시지가더많기를바라는마음은언제나욕심이나는부분입니다.
세대간의갈등이어느덧사회를뒤덮고,마음을나누고따스함을전하기보다는자극과욕망이인간을경주마로만드는시대가아직은오지않았다믿고싶습니다.
이예준,재언,김새미,양희진,그리고오준희.다섯시인의마음이세상에전해진다는것만으로도큰의미를부여하고싶습니다.그들의고뇌가,위로가,그리고낭만이세상을더인간적으로만들것이라믿습니다.
책속에서
무로맨틱한헌신_이예준
사랑을믿지않습니다
그래서비오는날도싫어합니다
뒷맛남기는것이똑닮았거든요
흐름성있는것들에무신경합니다
그저살가운바람에살갗이에지않도록
늘한겹씩더걸치고다닙니다
나를오랫동안찾지않아도좋습니다
달뜬밤밀회를하다늦어도좋습니다
땅끝까지곤두박질쳤다올라와도됩니다
다만편도말고왕복티켓을사놓겠다고
그것만손가락걸고약속해주시기를
비가오다말다하는날에도
한낮에잠에서깨눈물흘리는날에도
나는다그치지않겠습니다
낮보다따사로운밤색눈동자로
밤새발자국하나없는뒷산을응시하다
당신이입밖에내고싶어견딜수없는
어떠한비밀이생기기를기다립니다
단수_재언
간지러운머릿속은긁어보려도
영손이닿질않는다
똑똑,두드리면안에서수십명
소란스럽게떠들어대는데
주인은온데간데없고
잠깐집을비운사이
담쟁이넝쿨처럼기어들어온
나쁜생각들이
습관이되어주인행세를한다
줄기는쳐도쳐도끝이없어
뿌리를뽑아야할텐데
언제쯤바닥을볼수있으려나
우물속을바라보듯
마음을내려다본다
감정의추_김새미
이제작은일로는마음이움직이지않는다
전에는묵직한무게를차지했던것이
지금은한손으로들만큼가벼워졌다
좋은말로는마음이단단해졌다고하지만
이제는무겁지않은일들은하찮게느껴져
그본래의감정을느끼기힘들다
처음에는가는바람에도
흔들리던작은추였는데
지금은매서운바람에야
흔들리는두껍고무거운추가되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_양희진
언젠가부터가슴을울린말이다
포기하지않는다리와극복의심장
여덟자에모든의지를결연하게비추는
강한자들을위한주문
먼발치의네가못박아두었다
공책한켠
핀이꼽힌게시판
벽걸이액자
아니,그보다도중요해서
판자에새겨박아두었다
쾅쾅울려서
‘나’를기어이일어서게하는
언젠가부터가슴에못질소리를울린말이다
뿌리의마음_오준희
저물어가는봄날과함께저버려도
내가꽃임을보여주었으면그걸로되었다
향기를잃어도꽃은그저꽃이며
잎이다떨어져도꽃은그저꽃이다
오래지나지않아메말라가더라도,
푸르던색을잃고뿌리만남더라도
내가피어날수있음을보여주었다면
나는시들어버린꽃이되어도괜찮다
꽃은,그저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