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흔적들

만남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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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는 늘 나를 표현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인간이다. 물론 내적 형식으로만 그렇다. 그래서 아직 글을 쓴다. 나를 표현하지 않는 삶은 내게는 삶이 아니다. 내가 어떤 인간인지. 어떤 감각과 감정을 느끼고 사는지. 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생각은 무엇인지. ​나는 계속해서 나를 뒤적거리곤 한다. ​그토록 나는 ‘존재’에 목말라 있었다. 그리고 나란 존재는 결국 나 스스로가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완성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만난 무수한 타인으로부터 서서히 내가 되었다. 이 책은 그 타인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한 타인들로 하여금 발견된 ‘나’의 이야기다. ​​이 책에 나라는 사람을,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보고 느낀 무언가를, 또 누군가에게 남겼을 흔적에 대해 썼다. ​오래 담아둔 넋두리를 쏟아낸 기분이다. ​

나는 늘 내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이다.
이제는 ‘나’라는 작은 집 안에 있지 않고 문을 열고 나가 누군가를 안아 보려 한다.

오늘도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이 되며 살아간다. 아픔이 되고 슬픔이 되고, 여유가 되고 안정이 된다. 애잔한 연민이 되고, 불편함과 부러움이 되고, 분노나 경멸이 되기도 한다. 가벼운 자유와 편안한 쉼터도 된다. 그토록 누구나 끊임없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때 우리가 그 영향을 긍정할 수 있다면. 받아들이되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면. 스스로 고유하게 존재하고, 나아가 타인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기를 스스로 결정지을 수 있다면. 조금은 더 살만한 세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저자

신대훈

저자:신대훈
99년출생
아무할말이없거나
너무할말이많아서
글을쓴다.
쓴책으로
<하루의바깥>,<결국모든날이괜찮지않았지만>이있다.
인스타그램:@eou_ns

목차

작가의말4
첫글10

사실사람이좋다

섬14
형벌16
안부18
희생20
어떤젊음22
겨울나기25
부디존재하기를28
연대34
거울37
거울240
거울343
물음과만남45
양가감정48
양가감정255
체념하거나인내하거나61
체념하거나인내하거나66
더러운나에게70
경솔한판단74
말77
사람구경82
사람구경285
감당과증오87
사랑받고싶다는오만92
순간97
어느가을날100

넘어진진심들

미련110
주인113
반항115
다만인연을따를것120
이내126
짝사랑129
다음주에비가온다했다132
소주잔소리137
우는사람을보며143
밝은슬픔149
등152
어딘가에서무사하기를156
버릇160
함께버틴다는것164
유연한굳은살170
마음의주인179
우아한혼자184
필름사진190
꿈192

누군가에게무엇이되어

존재200
명멸하는별들201
보이지않는너를보고싶다203
아름다운가벼움206
광안리에서211
덤덤한미소217
악과아름다움221
작별인사227
오류233
피곤하다는권위238
공감이라는환상242
빈그릇247
은혜받은가해자252
갈등257
우리는이토록서로를모르고264
소망들271
회상274
우연한전율278
썩괜찮은태도286
연초에294
쓰는마음300

마치는글302

출판사 서평

서정산문집,『하루의바깥』신대훈작가의신작『만남의흔적들』.

살아가는모든존재는
다들조금아프고아름답다고.

『하루의바깥』신대훈작가가신작『만남의흔적들』을통해보다짙은서정산문의향기를더했다.

신작『만남의흔적들』은‘타인’을바라보는시선에서부터시작한다.좁고깊은관계에서부터스치듯지나치는넓고옅은관계까지,작가는자신이맺어온여러관계를하얀종이위에흐르는물처럼유려하게적어내려간다.‘어쩌면우리는우리를둘러싼모든이의흔적의집합인지도모른다’라는작가의말을곱씹다보면평범한일상속마주하는사람들의작은말투,표정,몸짓을허투루지나칠수없다.반대로나의모습역시누군가의삶에흔적이되어남을지도모를일이기에모든행동에사려를다하게된다.비록그흔적이티끌만할지라도말이다.

『만남의흔적들』은나와내주위사람들의관계를좀더섬세하게교정하는데도움을준다.책을읽다보면어쩐지내관계의화단을다시꾸리고싶은욕심이든다.화려하고보기에만좋은한철꽃대신언제나푸르름을간직한채같은모습으로자리를지켜주는사철나무의모습을떠올리며나긋한미소를지어보기도한다.작가가한올,한올들추어낸이야기속에나의모습을투영하며내화단에머물렀던존재들을떠올린다.햇볕을주고,바람을쐬어주고,물을주는것.나아닌누군가를애틋하게여기고보살피는마음은언제나이른마음이기에,잠시책을덮고그들에게말간안부를전한다.그사이나의화단에파랑새가날아들었다.작가의고심이담긴책속문장에마음을누이는일처럼,행복을이루는요소는역시나가까이에있었음을다시금깨닫는다.

책속에서

나는사람에대한기대가없다.사람은타인에게영향을받는듯하지만,그것은철저히자신의가치관을굳건히하기위한수단에지나지않는다.결국사람은자기가하고싶은대로행동하는본성에서벗어날수없는것이다.이토록사람을불신하는나는언젠가홀로동떨어져있는듯한느낌에몸서리를쳤다.사람이사람과동화되지못한다는것은결국비참하다.그러나여전히사람을순수하게믿을수없었던나는‘그럴수있지’라는사고방식을차용한것이다.그사람과더오래함께하고싶다는어떤설움,그설움의경계를넘어선단념이자분리,더나아가이해와관용까지,나는해내고싶었다.사람으로부터자유롭고싶었다.
(p34,연대중)

나는어떤인간도미워하고증오하는것으로는,감당하고받아들이고용서할수없음을뒤늦게알았다.마음이언제까지나증오라는착각의축제에머물게할수는없다.그다음스텝을밟아야한다.나는나를더는그만괴롭히기로했다.시간이점점지나면서나는상황과사람에게객관화를시켜가면서그들을증오하기이전으로되돌아갔다.‘그사람이왜그런행동을했는가’에서‘나는왜그사람을증오했는가’를생각했고,그들이내게어떤상처나감정을던져준게아니라,나스스로감정을창조해서그것으로나를지탱하였음을인정했다.오직나자신의평온을위해서.나는그들을증오하는나를이해하기위해사력을다했다.이해하면용서할수있고,용서하면받아들일수있었다.무언가를받아들이자나의내면은그만큼넓어졌다.용서는타인을위해하는것이아니고,나의평온을위해하는것임을나는알았다.시간은오래걸린다.하지만시간만들이면할수있는일이다.헛된조급함만부리지않는다면.
(p87,감당과증오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