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비석에 새긴 노래 - 푸른시인선 26

마음 비석에 새긴 노래 - 푸른시인선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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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시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을 위한 순례길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정정호의 두 번째 시집 『마음 비석에 새긴 노래』가 〈푸른시인선 26〉으로 출간되었다. 마음의 그림을 그리고 영혼의 음악을 연주하며 나에게서 떠나는 순례를 시작한 시인은, 이 시집에서 자신만의 사유와 감각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어린 시절 꿈꾸던 새로운 세계를 향한 갈망부터 우리 시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을 폭넓게 그리는 것이다.
저자

정정호

저자:정정호

시인,문학비평가,아호소무아(笑舞兒).서울에서1947년에태어났다.서울대학교영어교육과를졸업하고영어영문학과석박사과정을수료한뒤미국위스콘신(밀워키)대학교에서영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홍익대와중앙대영어영문학과교수,한국영어영문학회장,한국비평이론학회장,제19차국제비교문학회세계대회조직위원장(2010,서울),제2회세계한글작가대회집행위원장(2016,경주)을역임했다.시집『너도밤나무숲의풍경』(2022),산문집『바람개비는즐겁다』(2021),비평집『문학의타작』(2020,)『피천득평전』(2017)등을펴냈다.김기림문학상(평론),박남수문학상(시),한국문학비평가협회상,PEN번역문학상을수상하였다.현재국제PEN한국본부번역원장,금아피천득선생기념사업회부회장,중앙대명예교수이다.

목차

서시

제1부나의바람개비
서해바다에서부는바람/양잿물과얼음/고춧잎나물/곱슬머리의추억/나의바람개비/나의뜨거운팝송시대/내부수리중/‘정관장’의눈물/치매와함께살아가기

제2부엄마와딸
엄마와딸/오래된연필그림한장/손자가세상온날의기도/수박자르기/삶은달걀껍질벗기기/아내의큐코드연주를들으며/어쩌면그럴수도/어느날아침준비

제3부피천득산책로에서
성춘향평전/하여지향(何如之鄕)/우보(于步)선생/응시자/순간에서영원으로/지성에서영성으로/왜그입니까?/바로크헨델/왜지금여기서퍼시비시셸리인가?/피천득산책로에서

제4부청량대연가
홍예문(虹霓門)/청량대(淸臺)연가/블루사파이어/우룰루의최후의만찬/뉴질랜드내피어의해맞이/밴더빌트대학방문기/몽생미셸앞에서서/지베르니정원에서/밧모섬동굴에서의기도

제5부혀의불꽃놀이
읽기의에로학/무너지는언어의사원/전복의미학/말의저주/혀의불꽃놀이/말은몰라도/텍스트이론/몸으로시쓰기/몽상

제6부시간사냥
소리의흔적/십구공탄의불춤/누워서책읽기/가장먼곳/인간조롱,그후/종이비행기/다시부채질을시작하며

제7부나무되기
금수산의아기흑염소/동물원풍경/새들과대화/도솔산입구에서/오대산의깊은밤/나무되기/반려식물/산과나/슈퍼열대야/바람이말한것

제8부사냥개에쫓기던나는
빨간지붕교회/물수제비뜨기놀이/얼마동안/룻이야기/하늘기도/나의수염같이/사냥개에쫓기던나는/어느날나의이름이/순례자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서시’중에서

시를쓰는것은드디어나를벗어나
나에게서떠나는순례의시작이다.

어느날어디선가목소리가들려왔다.
“정호야,네가어디있느냐?”
“제가여기있나이다”하고선뜻나서지못했다.
나서기가조금은부끄럽고어색하여

나자신의어떤부분을숨기고살았다.
그이후오랫동안나도모르게
나의살은그렇게굳어갔고
나는내마음과영혼의속살을숨겼다

그저모국어로내마음의그림을그리고
내영혼의음악을연주하고싶을뿐이다.
시는의식적으로제작하기보다
무의식적으로써내려가는것이아닐까?

내가시를읽거나쓰는순간만은
사무사(思無邪)의역동적시공간이다.
내가쓰는시들이점이되었다가
선으로이어지다원이되어영원회귀되었으면.

“나의전성기는아직오지않았다”며
철없는흥분을느낀다.
시인되기는결국어린이되기이리라.
많이기쁘고즐거운.

시를짓는것은결국나를벗어나
다시나에게로돌아오는순례의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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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말’중에서

시는시인이개성을표현하는것이아니라개성을소멸시키는것이라는말이있다.

나는시인개인의경험과정서에만집중하는시를쓰는것보다넓은의미의사물,행위,사람,역사,제도,용어,사건,장소,자연,동식물등을단지말하거나설명하는것에그치지않고포괄적으로그소재들을객관적으로제시하고보여주고싶다.우리시대의사람과사물과사건과사유를타작하며드러내는것이다.물론시쓰는개인의감정이나정서에서완전히자유로울수는없으리라.(중략)
적어도나는내가오랫동안알고있었던주류문단바깥의주변부타자로지내고싶다.신고전주의감수성으로통념적인낭만주의시를비껴가고싶다.나는지금문지방에서있다.시를지금까지편안하게읽어왔던일부독자들에게당혹감과불쾌감을줄수있을지모르겠다.21세기4차산업혁명시대의디지털상상력과쇄신의인공지능(AI)시대의챗GPT과도대화도불가피하리라.인공지능의힘을빌려문자시에소리,그림과동영상까지도함께춤출수있을까?앞으로챗GPT가써낸시들과대결하면서인간만의독창성과창작성을담보해낼수있는시와시학은어떻게준비해야할까?

나는야만의역사와황폐한시대에이마위에얼음을얹고가슴에숯불을품고뛰지않고조용히걸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