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절망에 익숙해서 : 텅 빈 얼굴로 가득한 한국에 대해

우리는 절망에 익숙해서 : 텅 빈 얼굴로 가득한 한국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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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희석

저자:희석

주민등록상이름은‘안희석’이지만,태어나자마자강제로부여받은부계의성을좋아하지않는다.이에행정서류가아닌곳에는‘희석’만쓰고있다.

1990년에태어나외환위기와금융위기로청소년기를채웠다.이후신문사와시청과기업과정당등에서글을쓰며생활비를벌었다.이제는이책의발행처인독립출판사‘발코니’를운영하고있다.

『우주여행자를위한한국살이가이드북』,『GoodAfterbook』,『몇줄의문장과몇푼의돈』등을썼고,매주금요일아침8시「희석된일주일」을연재한다.

목차

[1996~2013]
꽃밭에서자란한국남자들
조용한폭력과공공의적
불온도서읽는빨갱이
전직군사통치자의딸

[2014~2018]
키메라,IS,안티페미니스트
그것은여성혐오살인이었다
촛불집회는다꿈이었을까
한국남자의밑바닥

[2019~2023]
단순하고당당한여성혐오자들
전염병은주기적으로돌아올텐데
정의당은페미니즘때문에망했다?
겁많은남자들이망치는사회

[2024~????]
대통령이되지말았어야할이유
오래전부터방치된사람들
저출생,국가가연출하는블랙코미디
우리는절망에익숙해서

출판사 서평

시민권을잃은사람처럼방치된‘우리’에관한이야기

학교정문에서‘MBOUT’피켓을들고있었다는이유로선배는제지당했다.카드론으로고시원비를해결하고서울에취직했을때,아침마다고시원엔출근준비로바쁜또래들로가득했다.청년들10명중4명은아파도시간과돈이없어서병원에못간다.여성혐오는세대를불문하고남자들의시대정신이됐다.

이책에는이런이야기들이담겨있다.기성정치가서로의밥그릇크기를놓고다투는동안시민권을잃은사람처럼방치된‘우리’에관한이야기말이다.

1.살기버거운땅한국

작가는1990년에태어났다.‘90년생이온다’라는그허황된호들갑의당사자다.작가는말한다.이책은일종의고발이라고.외환위기와금융위기로청소년기를채운세대가어떻게한국살이를견뎌내고있는지알리는것이목적이다.

“저에게한국은,살아내기버거운땅이었습니다.그이유들을작은책으로고발하고싶었습니다.‘한국살이참지겹고어렵다’라고생각하신분이있다면이책이퍽마음에드실지도모르겠습니다.”_「인사말」

책은1996년부터시작한다.학교선생님들마저“한나라당이최고”라고당당하게말하던부산분위기,학생운동의뿌리가사라진대학가에서일어나는‘조용한정치탄압’등세대당사자가겪은경험담이초반부를채우고있다.오늘날대학생들의정치의식을운운하는기성세대에게작가는질문한다.

“솔직하게말했으면좋겠다.대학생들의정치의식이부족한게아니라,대학생들이정치의식을되도록갖지않았으면했던공동의바람이마침내이뤄진것아닌가.(중략)그들이만든시스템안에서,형님과아우가이끄는세계에서우리는조용히입다무는법을배우고익혔다.그래야그들이만든세계에서‘사람’대접을받을수있었다.”_27p

2.저출생은예견된미래

또한,강남역여성혐오살인사건,미투운동등을통해또래한국남자들의여성혐오문화에대해서도솔직하게썼다.현상을분석하고연구하는것이아니라,작가가직접남성집단안에서경험한것들을통해한국남자의성차별인식이어느정도인지밝히고자했다.작가는정치가‘여성혐오살인’을‘묻지마살인’이라고일축함으로써차별주의자들에게힘을실어주기시작했다고주장한다.

“심지어프로파일러이력덕분에당선된모남성정치인은“이사건을두고여성혐오범죄다아니다로나뉘어서로에대한날선공격과폭력적언행을행사하고있는데,단연코‘범죄의정치화’에반대한다”라며여성혐오에대한논의를무력화시키기도했다.이처럼여론을설득해야할큰스피커들이여성혐오를부정했기에시민정서도그렇게흘러갔다.오히려정치는혐오자와차별주의자들에게힘을실어준꼴이됐다.“_75p

결국여성혐오는한국남자의시대정신으로자리잡았고,한국남자들은급기야역차별억지를부리고있다.이에작가는저출생이예견된미래였다고말한다.저출생을해결하려아무리갖은정책을내놓아봤자,한국남자들의여성혐오문화를개선하지않으면아무런성과도못낼것이라지적했다.결혼-임신-출산등의과정중‘결혼’부터성립되지않기때문이다.

“욕실수건은언제든알아서채워져있고,저녁밥은냉장고에서아무거나꺼내면대충만들어지는줄아는남자들이결혼을꿈꾼다.이토록무지한수준의남자들과결혼할바에는비혼으로사는게낫다고판단하는게오늘날이다.이문제부터하나씩실마리를풀어나가야임신이든출산이든다음단계를상정할텐데,정부나정당은자꾸만먼이야기부터하고있다.(중략)수천억,수십조의예산을엉뚱한곳에쓸게아니라한국남자들의정신머리를고치는데써야할판국이다.”_188p

작가는여성혐오,저출생등의사회문제를해결하기위해선정치가작동해야한다고말한다.그러나현재한국정치는정치인개인의영달을누리는데몰두할뿐,사회기저에깔린다양한불평등과위기를해소하려하지않는다.이구조가바뀌지않는다면작가와같은청년세대에겐‘외국아니면천국’이라는두가지선택지만존재한다.

3.외국아니면천국이라는선택지

촛불집회로부당한권력을몰아냈지만,그때그사람들이다시돌아오고있다.촛불이후대한민국에서달라진것은과연무엇이었는지작가는묻는다.적폐청산이라는명분으로행해지던것들은사실상‘진짜적폐’가아니었기때문이다.

“촛불로탄생한정부라면우리사회의진짜적폐를청산해야했다.최악의노동환경,사회적약자에대한혐오문화,기이한수준으로부를축적하는재벌카르텔,그나마덜나쁜정치인에만족해야하는선거제도등이대표적이다.(중략)촛불로탄생한정부만이할수있는유일한것들을해결하지않은채역사는마무리됐다.”_88p

결국한국은돌고돌아대통령윤석열의나라가됐고,시민의삶이개선될여지는사라졌다.‘대통령윤석열’이라는기이한존재가나올수있었던건,거대양당의권력주고받기게임때문이라고작가는지적한다.‘나와닮은정치인’은존재하지않고,‘기득권과닮은정치인’으로가득한정치구조가지금처럼각박한사회를만들었다.

“이번에는더불어민주당이,다음번에는국민의힘이,또그다음번에도더불어민주당아니면국민의힘이번갈아권력과의석수를나눠갖는한국이이대로유지된다면내또래세대의결말은두가지다.외국아니면천국.한국을버리고떠날수있는청년은외국으로떠날것이고,떠나지못해버티던청년들은천천히스러져천국으로갈것이다.”_197p

OECD가입국중자살률이가장높은국가인한국.최근통계청발표에따르면청년층자살률이특히나가파르게오르고있다.자살만문제가아니라,시간과돈이없어서병원에가지못하는청년이10명중4명을넘었다.방치된나라의청년들에게허락된운명이외국아니면천국이라는건비약이아니다.

4.절망에대한답장

그러나작가는마냥포기하지는않겠다고한다.그가마주했던희망들을기억하며“익숙한절망앞에서도의연하게”버티기위해이책을완성했다고전했다.

“우리는절망에익숙해서희망을꿈꾸지않는것이아니다.절망에익숙해서희망이어떤모습인지정확히모를뿐이다.돌이켜보면나는희망을꽤자주마주했었다.MBOUT피켓을들고홀로섰던선배,그것은묻지마살인이아닌여성혐오살인이라가르쳐줬던후배,권력형성폭력을고발한미투활동가들,가성비방역에도자기책임을다한의료노동자들,고시원이든어디서든노동을포기하지않은또래세대들까지.서로가서로의희망인지도모르는채지나갔던시간들이있었다.가장일상적인곳에서가장평범한모습으로자기만의자리를지켰던사람들덕분에그나마이곳이무너지지않았다.이제이사람들이마땅한빛을받을때다.”_200p

작가는지난시간들을작은책에기록하면서,당신과깊이이야기하고싶다고한다.절망에익숙한상태로손놓고기다리지않기위해서다.

“이책에대한답장을오래도록기다릴것이다.우리는절망에익숙하지만,아직포기하지는않을사람들이라는것을굳게믿는다.”_205p

이제절망에익숙한또다른사람,당신의답장을보낼차례다.당신에게익숙한절망의모습은어떠한지,그절망앞에서우리는어떤이야기를나눌수있을지,작가는책을통해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