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살기 위해 우리는 불효를 선택했다.”
우리는 모두 강제로 삶을 부여받았다.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은 없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세상은 온통 부모에게 ‘효’를 다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도대체 왜? 태어난 것도 내 의지가 아닌데, 효도까지 필수로 해야 한다고?

‘그래도 가족이니까’라는 최면과 ‘이만하면 괜찮아’라는 합리화에서 벗어나, 용기 있게 불효를 선택한 작가 열세 명이 한 책에 모였다. 우리는 스스로를 ‘불효꾼’이라 부르며 작은 축제를 연다. 착취, 폭력, 도청, 방임, 차별 등으로 가정이 곧 가시밭 같았던 우리는 이 축제에서 기지개를 켜고 자신의 목격과 경험을 부르짖는다.

각자의 진실을 축제처럼 펼쳐놓은 채, 이제 우리는 당신을 기다린다. 효도라는 관습에 몸과 마음이 묶여 원치 않는 용서를 거듭해 온 당신을, 가족 인생 말고 ‘내 인생’만 챙겨도 된다는 말을 기다려온 당신을, 살기 위해 불효를 선택한 타인의 이야기를 기다려온 당신을, 한줌의 불꽃이 필요한 당신을, 전국불효자랑에 초대한다.
저자

김계피,연옥,진서하,희석,최열무,신유보,백범,김성호,민정,단,원효서,백

저자:김계피
소설을씁니다.「행운의소설」,「슈퍼스타퍼니캣」등을발표했고「불안한밤의소네트」로대산문학상본선에올랐음에도호명받지못하고있어소설들에게늘미안해하는타입의작가.저는사람보다작품이기억에남기를바라첫책을큰출판사에서내는것이꿈입니다만세상은이해하기힘들다고생각하는중입니다.우울한날에는고양이를쓰다듬고휘도와이야기하며식물에물을줍니다.

저자:연옥
에세이작가,1인출판사‘제로페이퍼’대표,모임기획자,번역가입니다.에세이집『지워지는나를지키는일』,『가족을갖고싶다는착각』을썼습니다.가정폭력으로얻은우울증과경계성성격장애로인해학교와회사를그만둔경험이있습니다.정상가족,노동에적합한몸과같이사회에서규정한정상성에의문을던지고,이로부터비껴간존재로서느리지만유연하게살아남는이야기를합니다.

저자:진서하
『상온보관의마음』,『돌아오는새벽은답이아니다』를썼다.함께쓴책으로『용맹하게다정하게눈이부시게』가있다.감정의누수와그에침수되는각자의진실에관심있다.TK장녀.경북청도종갓집의차남과대구광역시종갓집의차녀사이에서태어나자랐다.‘종갓집’의진정성에대해서는알길이없다.

저자:희석
주민등록상이름은‘안희석’이지만,태어나자마자강제로부여받은부계의성을좋아하지않는다.이에행정서류가아닌곳에는‘희석’만쓰고있다.신문사와시청과기업과정당등에서글을쓰며생활비를벌었고,이제는이책의발행처인독립출판사‘발코니’를운영한다.『도망치듯사랑을말한다면』을비롯한여러책을썼고,매주금요일아침8시엔이메일로「희석된일주일」을발송한다.

저자:최열무
열무란어린무라는뜻이며여린무에서유래됐다.우리가흔히열무김치로먹는열무도꽃이핀다고한다.제때수확하면맛있는열무비빔밥,열무국수를해먹을수있는열무가되고,수확시기를놓치면네개의꽃잎에흰색과엷은보랏빛이도는열무꽃이된다.꽃이핀열무는퇴비로쓰거나열무꽃에서나온씨앗을수확해파종한다.꽃이핀열무도먹을수는있지만질기고맛이좋지않아대부분먹지않는다.맛있는열무비빔밥과열무국수를먹으려면열무를제때수확해야한다.

저자:신유보
수원에서나고영국에서자랐다.귀국후국어국문학과를전공했다.시주변을맴돌며밥벌이로영어를가르친다.이방인의감각과소수자담론에관심있다.에세이『집,어느민달팽이의유랑』,『애정재단』,『빈집과공명』,시『하지가지나고장마가끝나도』등.독립출판사‘보라프레스’운영.

저자:백범
엄마아빠옷입고레즈클럽간불효꾼.가끔자다가늦는사람.2001년에대학로에서태어나성북구에산다.글을쓰고극장에서성인다.공연기획연출을전공했으며글방에서글쓰기와합평을연습했다.구석의냄새나는이야기에관심이있다.정신병,우정,섹슈얼리티에관한에세이,희곡,소설을쓴다.2024년에한과함께메일링서비스「미치도록살아있긔」를기획했고2025년에‘마감클럽’을운영했다.

저자:김성호
게이이고작가합니다.살기위해쓰는사람.여러독립출판물에글을발표했고현재대학교에서문예창작을공부하고있습니다.공포,퀴어등장르를가리지않고잡식합니다.당신에게내글이읽힐때까지쓰겠습니다.

저자:민정
붕괴된가정에서자랐습니다.지독하게고아가되고싶었고고아와결혼하고싶었지만,넘치는사랑을받고자란이와부부가되었습니다.살아온가정은저를늘불완전하게만들었지만선택한가족은스스로를충만하게만들어줍니다.마음건강매거진「월간마음건강」책임에디터로활동하며그변화의순간들을부단히기록하고있어요.수없이찢겨놓고도누구보다해맑은,하고싶은게너무많지만대충지금의순간을살아가는,가장충만하면서도누구보다불완전한,그런글을씁니다.

저자:단
부산에서S와고양이아리와살고있습니다.예술가를꿈꾸며철없이탈없이지내기를소망합니다.사랑하는마음으로미움을걷고,우리행복하기로.

저자:원효서
TK장녀,생활보다취미에집착하는편,읽고쓰고보고그리기를좋아합니다.

저자:백소현
나른한책방지기.만만한사람이되고자합니다.

저자:주리
30여년의효녀생활을그만둔사람,바이크를타고유유자적돌아다니는게제일행복한사람.대구에사는숲선생님.

목차

친절한소설가계피씨의불효
나를놓은엄마에게
패밀리어페어
죽어서도외로우소서
열무꽃필무렵
명복
그래서나는당신을모르고싶어요
반려게이탈출기
딸이라는불치병
여자를사랑한딸이있었네
엄마뒷담화대장정
효가아니면또어떤가
불효가약이다

출판사 서평

“살기위해우리는불효를선택했다.”
지긋지긋한효도강요세상에선사하는
열세편의불효자랑집!

어려서부터부대끼던단어들이있었습니다.모성애,든든한아빠,끈끈한가족,내리사랑같은것들.가만보면쟤네집도엉망이고얘네집도난장판인데왜다들‘그래도’인지의아했습니다.그래도엄마니까,그래도아빠니까,그래도가족이니까.

살면서우리는아마각자의지옥에서합리화할수밖에없었을것입니다.‘이만하면’이라는주문을외우면서말입니다.그렇게라도주문을외우지않으면자고일어나하루를시작할수없었을테니까요.그때문인지덕분인지매일을보태어우리는여기까지자랐습니다.

자라는동안수많은‘그래도’와‘이만하면’에배반당해온작가열세명이이책에모였습니다.세상이강요하는효도를거부하면늘불효녀와불효자등지긋지긋한성별이분법으로호명당했습니다.이단어를우리는‘불효꾼’으로바꿔부르려합니다.‘꾼’은어떤일을전문적으로하거나잘하거나즐기는사람에게붙이는접미사입니다.그런의미에서불효꾼이라는단어에담긴뜻은굳이풀어쓰지않아도쉽게이해하시리라믿습니다.

세간의말에자꾸만미끄러지던불효꾼들이작은축제를엽니다.착취,폭력,도청,방임,차별등으로가정이곧가시밭같았던우리는이축제에서기지개를켜고자신의목격과경험을부르짖습니다.이곳은온통시끄럽고뜨겁습니다.이사람들의가족과가정은당신의것과매우흡사할것입니다.또는매우다를수도있고요.그러나분명한것은이모두가각자의진실이라는것입니다.당신과같다면함께목놓아울어도괜찮겠습니다.다르다면있는대로바라봐주세요.

불효꾼들이어떤불효를구체적으로행했는가살피는일은크게중요하지않을것같습니다.이미『전국불효자랑』집필에참여했다는것만으로도불효를행했다며각자의가정에서손가락질할테니까요.예로부터가정사를바깥에허락없이발설하는행위를큰불효중하나로여기는한국아니겠습니까.그러나한편으론모든일을겪고찾은배설혹은복수의방식이글쓰기라면,그또한나름의효도아니겠어요?

그러니결국우리는완벽한불효에는실패한사람들일것입니다.아니실은,누구보다도완벽한효도를해보고싶었던사람들일테지요.가족과가정이조금만더나았다면,아니세상이완벽한형태를강요하지않았더라면,효도라는개념이애초에없었다면오히려이책이만들어지는일은없었을겁니다.

하지만뭐,어쩌겠어요?세상은그리호락호락하지않고우리는더만만치않습니다.불효하기어디쉬운세상이어야말이지요.

그어려운걸열세명의불효꾼이해냅니다.대단히대담한이들의자기고백을당신께보냅니다.

용기와사랑그리고분노를담아.
_「기획자의말」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