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살이, 섬밥상 : 갯내음 찾아 떠나는 바다 맛 여행

섬살이, 섬밥상 : 갯내음 찾아 떠나는 바다 맛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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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갯내음 가득한 125가지 섬살이, 섬밥상 이야기
다 읽고나면 당장 바다로 달려가고 싶다.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는 어디든 잠시만 달려가면
어렵지 않게 그 바다와 밥상을 만날 수 있고,
그곳을 지키고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으니.
서해 북단 강화ㆍ옹진부터 남해, 동해를 거쳐 울릉도, 제주까지. 지역민들이 내준 음식을 먹고, 그들의 살림을 몸으로 부대끼고, 뭇 생명들과 지켜야 할 것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꼭꼭 밟아온 대한민국 바다 맛과 섬살이의 기록.

최근 오징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금징어’라고까지 불리고, 어민들은 “오징어 씨가 말랐다.”고 하소연한다고도 한다. 아직 확정적이지는 않지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탐욕 가득한 남획과 기후 위기다.
낯설지 않다. 우리 밥상을 오랫동안 지켜왔던 명태가 우리 바다에서 사라진 이야기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서민 밥상의 단골이었던 청어와 갈치 또한 마찬가지다. 이제는 도루묵까지 비슷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남획으로, 기후 변화로 바다 생물이 궁지에 내몰릴 때면, 어민들도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바다 생물, 그리고 바다와 함께 사는 사람이, 그 생명들이 어우러져 사는 섬과 바다가 몸살을 앓고 있을 때도 역시 섬을 찾아다니고 있을 한 사람이 있다.

“나는 그를 ‘섬박사’라 부른다. … 그의 글에는 섬사랑이 가득하다. 그의 섬살이 기록은 조곤조곤 들려주는 시다. … 이 책은 섬의 가치를 전하는 섬밥상이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의 이생진 시인이 “섬박사”라고 부르는 김준 박사(어촌사회학), 그는 30여 년 동안 섬을 다니며 지속가능한 어촌과 어업, 주민이 행복한 섬마을과 섬살이에 주목해왔다.
이 오랜 발걸음 끝에 김준 박사가 2023년 끝자락, 도서출판 따비에서 선보이는 《섬살이, 섬밥상-갯내음 찾아 떠나는 바다 맛 여행》은, 그럼에도 감칠맛 나는 풍성한 밥상으로 우선 독자들 곁으로 다가온다. 아이러니하지만, 이 책에는 두 가지 빛깔의 풍경을 담을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섬살이와 섬밥살을 기록한 기록 에세이인 동시에, 그곳에 직접 가봤으면 하는 마음으로도 기획했다. 그리하여 책은 서해 북단 강화ㆍ옹진부터 남해(제주도 포함), 동해(울릉도 포함)를 일주하는 순서로 글들을 배치하였다.
* 꼭지마다 지역/생물/제철/추천 정보 등을 표시하였고, 차례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기호를 사용하여 제철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였다.
저자

김준

저자:김준
어촌사회를연구해박사학위를받고,지속가능한어촌과어업,주민이행복한섬마을과섬살이에주목하고있다.목포대도서문화연구소에서섬과어촌연구를,광주전남연구원으로옮겨갯벌,섬,어촌의정책발굴을하다정년퇴직했다.지금은전남대학교호남학연구원의학술연구교수로‘어촌공동체’연구를수행하며섬과어촌을답사하고있다.쓴책으로《섬:살이》《섬문화답사기》(전6권)《한국어촌사회학》《바다맛기행》(전3권)《어떤소금을먹을까》《물고기가왜?》《바닷마을인문학》《바다인문학》등이있다.한국섬진흥원이사,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이사와슬로피시운동본부장을맡고있다.

목차


추천사―그의섬살이기록은조곤조곤들려주는시다4/책을내며―섬의가치로섬밥상을차리다6

서해
강화·옹진
후포밴댕이회―부드럽고달콤한이맛에제철산지를찾을수밖에◐○20
대청도홍어―참홍어,삭히지않은싱싱한맛○24
백령도냉면―허기와고향생각을달래는차가운냉면,뜨거운면수28
백령도놀래미찜―값은헐하지만귀한,생태관광지에서식하는어류31/+점박이물범의날34
장봉도상합탕―‘으뜸조개’백합을맛보되,갯벌파헤치는일은삼가주시기를36
장봉도소라비빔밥―국내외에서인정한건강한섬,전복보다맛있다는소라39/+연평도꽃게잡이42

태안·보령·서천
안면도대하장―먼길떠나는사람에게꼭챙겨먹일음식◑46
우럭젓국―산자에게도망자에게도통하는신통방통한깊은맛○50
삽시도바지락칼국수―국물이시원하지않으면오히려이상한,푸드마일리지제로의맛53
벌벌이묵―겨울이제철인박대껍질로만든묵56
장항붕장어구이―정성가득한손질에굽기딱좋은양념을더한맛59

군산
박대구이―군산사람들은박대가아니면관심이없다●62
째보선창반지회비빔밥―성질은급하지만,부드럽고달콤한살맛◐○65
+고군산군도시어머니갯벌68/+서해와남해의만남,양태미역국◑70

부안·고창
곰소젓갈백반―갯벌의어패류와천일염이만들어낸밥도둑한상74
백합죽―이제는사라진,그리운새만금갯벌의맛77
만돌마을뻘밥―김발포자붙이기날먹은망둑어전80/+만돌마을김농사철84
심원동죽김치찌개―세계자연유산갯벌이내준동죽의묵직하고강한감칠맛86/+물총칼국수단상90

영광
칠산바다유월병어―부드럽고고소한그맛,괜히버터피시가아니다○92
물걸이무침―김장보다더기다려지는생새우무침의맛◑96
염산포구중하젓―말린중하는조미에최고,중하젓은씹는맛까지더해◑100
새우젓호박잎쌈―입맛없는여름철,간편하게밥맛돋우는최고의밥상○103
송이도가을밥상―맛도재미도행복도가득한맛등체험과밥상108

신안
가거도삿갓조개탕―국물이그리워질때찾는시원함의절정◑112
화도장어탕―일년내내섬살이에보탬되는효자보양식116
우이도돈목마을섬밥상―대를이어스무해넘게인연맺어온섬맛과섬사람119
+소금농사꾼의겨울122/+영산도의우선멈춤124

무안
동숭어회―좋은갯벌이키운,부드럽게혀에착감기는식감●128
도리포곱창김―고집과정성으로되살린효자상품,살아남은자연132
운저리회무침과보리밥비빔밥―가을에제대로물오른맛,투박하니보리밥과어울린다◑138
운저리회―모양은거시기해도,제대로갖춰한상차리니아름답다◑142/+갯벌낙지맨손어업146

목포
꽃게살비빔밥―가을길목에입맛돋우는고소하고담백한바다의맛◑148
준치회무침―가시를조심해야하지만달콤함에취한다◐○152
황석어조림―조기보다작지만더진하고부드러운그맛◐○156

진도
굴포복탕―재료를찾는마음과손맛이어우러진,곰국같은복탕과반찬159
뜸북국―없으면짜잔하다는평을듣는,진하디진한국물◐162

남해
완도
고금도매생이―몸도춥고마음도허할때필요한뜨거운기운과응원●168
청산도전복장―구경도힘들었던전복을한아름선물로받아설ㅤㄹㅔㅆ던그날172

장흥·보성
회진된장물회―어장에서일하다만들어먹던보양식176
벌교가리맛조개탕―오뉴월조개탕은통통하고부드러운조갯살이일품인가리맛조개로◐○180
벌교꼬막비빔밥―이제는보기힘든참꼬막,평생잊지못할맛●◐186/+갯벌을누비는‘뻘배’189

고흥
감태지―집집마다다른맛,겨울이면생각나는맛●192
굴장가르기―굴과소금,불과시간으로만만들어낸근원적음식196
첨도바지락짓갱―봄바지락으로미슐랭스타부럽지않은고흥밥상◐199
칠게간장게장―갯벌이사라지고칠게도사라지니,인간도도요새도낙지도살기힘들다202
취도진석화젓―겨울바다의맛을두고두고먹으려고만든굴음식205
피굴―껍데기의고갱이까지오롯이담아낸굴음식의정수208
황가오리회―이생선에서찰진한우생고기맛은어찌된일인가○211/+서해와남해의주꾸미볶음◐214

순천
순천만대갱이탕―손은많이가지만,‘맛의방주’에선정된잊어서는안될맛216
와온마을서대감자조림―햇감자가더하는감칠맛,물좋고맛좋은계절의맛○◑220
순천만짱뚱어탕―서남해여행계획이라면여름보양식으로꼭드시기를○224

여수
거문도삼치회―겨울철입안에서펼쳐지는싱싱한은빛향연●227
거문도엉겅퀴된장국―엉겅퀴의쌉쌀한맛,갈치살의달달함이어우러진고향이야기230
군평선이구이―조기보다귀한대접을받는,느림으로만들어진감칠맛○234
금오도쏨뱅이탕―가시와독이있지만,그래서오래곁에있어고맙다●◐237
돌게장―볼품은없어도착한가격에꽃게장부럽지않은밥도둑240
새조개삼합―몸값비싸지만달콤하고부드러운그맛을놓칠수없다면●◐243
여자만새조개샤부샤부―살짝데친시금치와새조개의달콤함,봄을알리는맛●◐246
서대회무침과서대탕―일년열두달먹어도질리지않는힐링푸드◑250
서대찜―얼리고말리고해서일년내내먹을란다253
붕장어탕과구이―비싼갯장어아니어도여름보양식으로손색이없다258
+소경도영등시262/+손죽도화전놀이264

남해·통영
멸치쌈밥―봄날선물처럼찾아와허기진이들을달래주었던음식◐266
견내량돌미역―돌미역밭,트릿대채취어업과미역국에담긴공동체의마음269
멍게비빔밥―봄을듬뿍머금은바다의붉은꽃,맛과향을살린음식◐272/+오비도조개농사275
물굴젓―바로먹으면시원한맛,익으면삭힌맛,그뒤로는새콤한맛●277
뽈래기무김치―김장김치가떨어질무렵,밥상을되살려주는그맛◐○280
우도해초비빔밥―섬과바다가내준제철재료들의향연,맛도값도착하다283
+사량면별신굿과허리펴주는떡286/+좌도매화288

거제·창원
외포대구탕―적기에적정한방법으로잡은대구와손맛으로만끓여더깊고시원한맛●290
장목항조개탕―깊은바다에서잡아온개조개의시원함◐○294
진동미더덕―천덕꾸러기에서주연급조연으로떠오른은은한감칠맛◐297

부산
가덕도봄숭어―보리싹이날때육질이단단하고기름져입맛을사로잡는다◐300
영도고등어해장국―국민생선고등어로추어탕처럼끓인맛이라니303
+낙동강하구명지갯벌308/+밀양한천310

동해
기장
대변항멸치젓―고된노동으로얻은,멸치젓에최적화된멸치◐316
학리마을말미잘탕―화려한외모만큼좋은말미잘의식감,거기에붕장어의진한육수까지320

포항·영덕
구룡포모리국수―팔고남은생선들로만들어뱃사람들허기를달래주던포항의명물324
죽도꽁치추어탕―청어대역으로등장했다가주연이된꽁치327
물가자미구이―먹을게없다고?구이,조림,식해등풍성한요리에젓가락질소리만달그락달그락330

삼척
도루묵구이―탱탱한도루묵알과함께겨울에즐기는맛●333
섭국―껍데기째세개만넣어도충분하게우러나는감칠맛◑●336

강릉
사천섭죽―배고픈시절허기를달래주었지만이제는귀해진음식◑●339
장치찜―강원도땅의감자와바다의장치는환상의조합●344
주문진곰칫국―얼큰하고칼칼하며시원한맛에피로가싹가신다●348/+동해안가자미식해352

고성
도루묵찌개―추운겨울더깊어지는맛,오래먹고싶다●354
도치알탕―못생겼지만,바닷가사람들의입맛을챙기는효녀물고기●357
양미리구이―연탄불위에서노랗게구워지는양미리냄새에식도락가들이찾아온다●362

울릉도
긴잎돌김―거칠지만오래씹을수록은근한풍미를주는자연산돌김●366
산채밥상―구황식품이었던울릉도의산채들,풍성한밥상의주연들370
손꽁치―손으로잡은신선한꽁치로만든물회,젓갈,된장국,경단◐374/+바다식목일377

제주
제주음식
각재깃국―간단한조리법에신선한재료면된다○382
객주리콩조림―입맛떨어지는여름짭짤한것이당길때면꼭한번○385
고사리육개장―왕에게진상했던,산에서나는쇠고기◐388
멜국―상처없이싱싱한멸치로끓여복국을능가하는시원한국◐392
몸국―제주에서특별한돼지와모자반,메밀로끓인,특별한날먹는음식395
빙떡―척박한땅에서자라든든하게속을채워주는메밀로만든떡398
우미냉국―우뭇가사리를씻고말리고삶고거르고식혀고되게만든음식을,호로록금세먹었다○402
자리물회―더위도겨울감기도이겨내는,서귀포가자랑하는맛○406
조기내장탕―조기탕보다조기내장탕,이제내장탕의으뜸은조기내장탕●409
선흘마을가시낭칼국수―효자나무가시낭도곶자왈동백동산이있어가능하다414
구좌돗죽―신들에게올리고마을주민이함께나누던음식418
우도성게미역국―부드럽고고소한한그릇끝에해녀의삶을떠올려본다○424
성게비빔밥―여름제주바다의맛,그리고해양생태계를지키는성게물질○428

제주문화
고망낚시―작은돌틈에서물고기를낚는적정기술이자삶의방식432
낭쉐몰이―소방목,품앗이가만들어낸제주공동체농경문화435
낭푼밥상공동체―제주를지켜온힘,나눔의미학439
신흥리방사탑―온마을이화를막으려쌓았던탑이코로나도물리쳐주기를442
먹는날―닭으로몸과마음을보하는제주식여름나기445
종달리?해녀의부엌?―해녀마을에활기를불어넣어주는무대448

출판사 서평

이책은섬살이와섬밥살을기록한기록에세이인동시에,그곳에직접가봤으면하는마음으로도기획했다.그리하여책은서해북단강화·옹진부터남해(제주도포함),동해(울릉도포함)를일주하는순서로글들을배치하였다.

*꼭지마다지역/생물/제철/추천정보등을표시하였고,차례에는[봄◐여름○가을◑겨울●]기호를사용하여제철을한눈에알아볼수있도록하였다.

125가지바다맛과사람맛의빛깔,유혹당할수밖에없다

“여행객들이다시가고싶은섬”“섬주민들이살고싶은섬”을위해“섬을보는시선을바꾸어야한다.”고생각한김준박사는‘무엇이섬살이의속살을잘보여줄까?’고심했다.그렇게찾은것이바로‘섬밥상’이다.그밥상에서섬살이의지혜를알게된다면그섬과바다가달리보일수밖에없으리라생각한것이다.
그렇게이어온30여년의섬기록은당연히바다맛의빛깔을품을수밖에없다.이름만들어도군침이도는음식이있고,이름만들어서는도통어떤맛인지상상이안가는음식도있다.

무엇보다제철음식들이우리의입안과마음을들썩이게한다.“가을이다.국물이그리워지기시작하는계절이다.”“겨울바람을견디며자란시금치와새조개를살짝데쳤을때달콤함은봄을알리는바로그맛이다.”같은표현에서부터,제철맞아우리가알게모르게기다리고있던그맛들이대한민국바다곳곳에서우리를찾아온다.

그저신선한조개만있으면되는‘상합(백합)탕’이나‘가리맛조개탕’,어장에서일하다된장과열무김치로쓱싹만들어먹던‘회진된장물회’,이름만들어도냄새가코끝을간지럽히는양미리구이나박대구이등은익숙하지만참을수없는맛이다.

또한,보리밥과투박하니잘어울리는‘운저리(망둑어)회무침’,김장보다더기다려진다는‘물걸이(중하)무침’,한여름더위를식혀줄‘우미(우뭇가사리)냉국’등은이름은낯설지만충분히입안에서그림이그려지는음식들이다.“곡식의알곡이실해고개를숙이는가을이면수컷꽃게도종족번식을위해분주할”때좋다는‘꽃게살비빔밥’과꽁치구이나꽁치김치찌개가아니라꽁치로완자를빚어만든‘꽁치다대기추어탕’,‘고등어해장국’,박대껍질로만든‘벌벌이묵’,깨와밥을갈아걸쭉하게한뒤바지락살을넣어끓인‘바지락짓갱’,굴껍데기까지삶아걸러낸굴육수로만든‘피굴’,감태로만든김치‘감태지’등은어떠한가?재료들은분명익숙하지만새롭게기대되는맛이라할수있다.

한편,‘말미잘탕’은완전히새로운식재료의등장이라할만하다.더불어모자반목에속하는갈조류인뜸부기로끓인‘뜸북국’,농어목에속하는‘개소겡’으로끓인‘대갱이탕’,농어목에속하는‘벌레문치’로찐‘장치찜’등역시낯선재료이지만,해당지역에간다면한번쯤꼭맛보기를추천하는음식이다.

그리고언어와문화모두많이생소하지만요즘에는제법익숙해진제주의음식들‘각재깃국’(전갱이)‘객주리콩조림’(말쥐치),‘멜국’(멸치),‘빙떡’(메밀떡),‘자리물회’(자리돔),‘가시낭칼국수’(종가시나무열매)등도놓치지말아야할지역특산음식이다.

결국은사람에게서나는맛이다

김준박사가바다맛을기록한이유가허기만채우기위해서,입안을즐겁게하기위해서는아니었다.결국저자가기록하고싶었던것은‘섬살이’를하는‘섬사람’이었다.그렇게섬을보는시선을바꾸고,모두가저마다특별한섬하나씩을마음속에품기를바랐던것이다.

저자는“단골집은손맛으로만찾는것이아니다.더중한것이‘사람맛’이다.”(159)라고한다.주인을만나는맛이좋아서가는경우가많다는것이다.다들알듯이,사실이런경우손맛은말할필요가없다.좋은식재료를사용하는식당에서는‘사람맛’을느낄수있고,그렇게재료를찾는마음과손맛이함께우러나면자연스럽게‘미식’이된다.

그렇게만난섬사람들에게서거친세상을살아내는지혜를배우게되는것이다.
멸치도,황석어도상처가없는놈은회로먹거나육지로팔려나가고,상처난놈은소금에절이고는한다.저자의표현을따르자면“육지여행을떠난놈은조림이되고,시간여행을떠난놈은짭짤한젓갈이된다.”(158)

또한,걸러낸굴장을큰솥에넣고24시간끓이며일년먹거리를준비하는동안,그옆에서는어머님몇분이가을에시작할굴양식을준비하는데,그삶의지혜를직접눈으로보노라면절로숙연해지며고개를숙이게되는것이다.

바지락짓갱을만드는바지락은살이꽉찬바지락이아니라살이덜찬바지락이좋다는얘기에그런바지락을어떻게찾는지묻자나오는대답은그저자연그대로다.복숭아꽃이필무렵바지락이면된단다.이때바지락이육즙도많고살도질기지않고부드럽단다.뭐든그저크고실한것들만찾는지금,우리에게다가오는반전의묘수다.

이뿐이랴.천덕꾸러기신세에서‘팔자알수없’이귀해진미더덕,청어대역으로등장했다가주연이된꽁치,배고픈시절허기를달래주었다가이제는귀한음식이된섭등을통해우리는‘알수없는인생살이’앞에서조금은기다릴줄아는미덕을배우게된다.

사라지는생명과사람에게건네는한편의연서

우리에게는세계에자랑할만한,아니이땅에사는사람을비롯한뭇생명에게소중한자연,그리고그와함께살아가던삶의지혜가있었다.그러나사라졌거나사라지고있다.

‘갯벌,한국의조간대’라는이름으로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에등재된갯벌들이그러하며,앞서언급한돌아오지않는명태가그러하다.갯벌이사라지고,바다가사막이되고,그곳을누비던생명들이스러져가면,그터전을바탕삼아살아온사람들의삶역시변할수밖에없다.

이책에서자주인용되고,저자가자주울컥하게되는곳이바로새만금이다.그새만금의어머님들은평생다른곳을기웃거리지않고백합캐는그레하나로자식을키웠다.새만금갯벌은그레를들힘만있으면퇴직없이일할수있는직장이었는데,연금이나통장처럼매일매일찾아먹던그갯벌이사라지고나니,백합도새들도활기넘치던어촌도사라지고,집집마다몇개씩걸려있는그레는녹이슬었다.그래서아쉬워한다.

“바다를잃은갯벌에하얀소금이올라오듯,어머님들머리에백발이내렸다.…어민들생전에다시그레를들고갯벌로나갈수있을까.계화도어머님이끓여준백합죽이그립다.”(78)

간척과매립으로다양한생명들의서식지가사라지고,불법어구를사용하면서수난을겪으면서점점밥상의단골들을만나기어려워졌다.그서식지와생명들에의지하던또다른생명들이내몰리고,거듭하여우리인간의밥상도삶도빈약해지는것이다.

그럼에도섬밥상은,섬살이는어떻게든그맥을이어오고있다.“한반도의동해에서사라진명태는돌아오지않았다.다시돌아올수있을지도의문이다.대신겨울철이면그자리에미거지(곰치),도치,도루묵등이군웅할거하고있다.시원한국물은미거지와도치가탐내고,조림이나구이는도루묵이엿보고있다.”(333)

이제는사라진것들을,사라져가는것들을최선으로살려야할의무가우리에게있다.갯벌체험을하며갯벌을생각하되,적당히채취해가는미덕을품어야한다.제철음식을먹으며어민들생계에도움을주되,탐욕이되지않게남획이되지않게그수위를조절해야한다.‘영등시’에드러난갯벌에서‘개를트고’혹은‘영을터서’정해진시간에적절한양만을채취하고,전통어법인‘죽방렴’으로‘트릿대채취어업’으로,또는‘호망’으로슬로피시slowfish(지속가능한어업과책임있는수산물소비)가강조하는‘좋고,맛있고,공정한’음식을섭취하려는태도를잊지말아야하는것이다.그렇게조화를이룰때라야우리바다와섬이다시풍성해지고,우리밥상과우리뱃속이함께든든해질터이다.

이책을읽다보면,밥상에오른음식어느하나도빼놓을것이없다.감칠맛나는밥상을어느새마음속에서싹싹비웠다.그리고음식을만든생명들과그것을내준사람들,그들이어우러져사는자연의갖은사연을되새기다보면,어느순간울컥하고만다.밥상이달리보이는건어쩔수없다.그래,떠나자.직접만나러갈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