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읽는 법

역사를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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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24년 현재, 일반적인 한국인에게 역사 공부는 크게 두 가지를 목표로 한다. 하나는 수능의 ‘한국사’ 과목에서 등급 컷을 맞추는 것, 다른 하나는 공공기관 취업이나 임용고시 합격에 필요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급수를 따는 것.
후자의 시험에는 지원자가 많아 접수 대란이 일어나기도 하고, 관련 교재나 인강의 스타 강사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역덕’(역사 덕후)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합격 수기도 올라오고, 초등학생 가운데도 한국사 마니아가 꽤 있어서 도전기가 종종 회자된다. 반면, 수능 관련해서는 ‘한국사’가 필수 과목인데, 암기가 어려워 어릴 때부터 ‘역포자’(역사를 포기한 사람)가 되었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경중의 차이는 있겠으나, 현재 역사 공부의 중심에는 ‘시험’이 있다. 그리고 시험이 목표가 된 역사는 암기과목으로 다가갈 공산이 크다.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역사를 읽는 법』에서 저자 류시현은 이야기한다. “역사가 주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확인되는 내용은 대부분 정보에 해당한다. 이렇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굳이 외워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 시험의 방식으로 묻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341쪽)
저자

류시현

저자:류시현
1964년서울을지로에서태어났다.고려대학교사학과학부,석사,박사를마쳤다.한국근현대사상사·문화사전공자로서‘조선적인것’의정체성을탐구하고있다.저서로는『최남선연구』(2009),『최남선평전』(2011),『한국근현대와문화감성』(2014),『동경삼재』(2016)등이있다.

목차


1장기원과시간성
기원에관한호기심/과거시간의재조명/과거의새로운해석/역사의‘불가역성’
시대착오와시간지체

2장시대적맥락
시대착오성과영토민족주의/전통시대와시대읽기/근현대와시대읽기
시간적감각과맥락읽기/가치와교환가치의맥락읽기
문학으로공간과시간을깊게읽기/정치적선택과맥락

3장시기를나눈다는것
공동체의시간과개인의시간/사관과시기구분/근대와시간의압축
일제강점기와전시체제기/분단시대와전환시대/세대론과시대공존

4장사료의선택
사료와역사적상상력/문학작품과그림의해석/사진자료의해석
감추어진이미지와자료

5장사료의활용
익숙한사료와낯선사료/사료의범위와선택/이미지의활용/원전의번역과윤문
개념의번역과해석/문헌의변천과정/텍스트분석과검열

6장역사의서술
역사가의객관성/역사가의과거해석/역사가의연구주제/동학농민운동의연대의식
한말의병과안중근의의거/역사서술과용어의선택/칭기즈칸을통한몽골이해
역사가의역할과선택

7장우연과필연
역사적사건의원인과결과/연쇄적인인과관계의구성/우연과필연의관계
안중근과이재명의의거,그리고김산/광주학생운동재구성해보기/특수성과보편성

8장누구의관점인가
다양한해석과관점/관점에따른다양한시선/남성의시선과여성의시선
민족사와민족문화의구성/민중과대중의관점/역사가의관점세우기

9장인물의평가
위인의등장과위인전의구성/위인의삶과변곡점/왕건의정치적포용력
태종이방원의역사적역할/‘쓰러지지않는’부도옹흥선대원군
순종의죽음과6.10만세운동/인물에대한세상의평가와기억
인물의성공과실패/인물평가의균형잡기

10장좋아하는인물
20살에만난22살의전태일/갈림길과신채호의선택/실천을앞세운안창호
큰물결방정환/바다의바람심훈/태평천국운동의스다카이와공자의제자자로
권위의식없는2인자이관술/역사적인물에관한기억

11장역사교육과상상력
역사수업과추체험/역사교육과역사교과서/제국주의와식민지의상반된역사서술
교양역사와역사수험서/조선미술과야나기무네요시/〈세한도〉와관련인물이야기
역사대중화의공과

12장역사의현재성
전쟁에관한역사적교훈/제국주의의오리엔탈리즘/공간의재해석과스펙터클
장소에대한사랑/타자의역사와타자와의소통/사실(史實)의지혜와교훈
역사공부와탈신화

출판사 서평

“같이생각하고싶은문제를질문으로제시하고이에대한답을찾는방향을모색하고자한다.정답이라고내주장을우기기보다는답을찾는과정을독자와같이하고싶다.…역사는재미있고매력있다는것을전하고자한다.최대한역사와관련된구체적인사례속에서그방향을찾아보고자한다.이를통해독자에게생각할거리를준다면그것만으로도이책이의미있지않을까한다.”(13쪽)
2024년현재,일반적인한국인에게역사공부는크게두가지를목표로한다.하나는수능의‘한국사’과목에서등급컷을맞추는것,다른하나는공공기관취업이나임용고시합격에필요한‘한국사능력검정시험’급수를따는것.
후자의시험에는지원자가많아접수대란이일어나기도하고,관련교재나인강의스타강사는연예인못지않은인기를누리고있다.‘역덕’(역사덕후)의한국사능력검정시험합격수기도올라오고,초등학생가운데도한국사마니아가꽤있어서도전기가종종회자된다.반면,수능관련해서는‘한국사’가필수과목인데,암기가어려워어릴때부터‘역포자’(역사를포기한사람)가되었다는하소연도들린다.
경중의차이는있겠으나,현재역사공부의중심에는‘시험’이있다.그리고시험이목표가된역사는암기과목으로다가갈공산이크다.
도서출판따비의신간『역사를읽는법』에서저자류시현은이야기한다.“역사가주는지혜를찾아야한다.인터넷검색을통해확인되는내용은대부분정보에해당한다.이렇게확인할수있는내용은굳이외워야한다는부담을느낄필요가없다.시험의방식으로묻는것도하지말아야한다.”(341쪽)

개념의이해와역사의매력

『역사를읽는법』은다른색깔로비칠수있는두가지목표를가지고있다.하나는역사의매력을알려주는것이고,다른하나는역사용어와개념을보다분명하고구체적으로전하는것이다.정보의암기에서벗어나다양한사료를통해낯선과거와만나고소통한다면,과거를통해현재를성찰하고미래를바라본다면,두가지과제가결코다른길위에있지않다는것을알수있다고저자는이야기한다.
개념을분명히한다는것은개념을자신의언어와표현으로설명할수있다는뜻이다.과거인간의삶속에투영된낯선언어와개념을이해하기위해,줄곧질문을던진다.
광주교대에서예비교사들에게역사를가르치는저자는학생들과의수업에서“고조선의영토를그려보라”는질문을던지고,“국경은무엇인가?”“근대적국가개념에입각한영토개념을고조선의역사에적용할수있는가?”라며질문을이어간다.질문은책곳곳에서등장한다.
“역사학에서는‘다시는돌아올수없다.’는‘불가역성’에관한논의가있다.그렇다면20세기초반의‘파시즘’은,‘홀로코스트’는다시되풀이되지않을까?”
“5.18의원인은5.17일까,12.12일까?혹은10.26일까?아니면1970년대박정희의유신독재일까?”“김재규가박정희를죽이지않았다면,전두환의쿠데타와5.18은없었을까?”
이러한‘역사적가정historicalif’‘역사추체험’을통해인물과사건,시대를좀더풍부하게읽어내자고제안한다.즉,역사적상상력을통해시대를읽어내며‘역사적사건의원인과결과’‘우연과필연의관계’등을되짚어,개념을단단하게자신의것으로만들어야한다.

인간의이야기와다양한사료를읽어내는관점과맥락

『역사를읽는법』에는많은역사적인물이등장한다.왕건,세종,고종등익히알려진왕부터일제강점기독립운동에앞장선김구,안중근,신채호,안창호,그리고현대의전태일까지.물론그들의일대기를다시서술하지는않는다.견훤과궁예에비해군사력도세력도두드러지지않았던왕건이후삼국을통일할수있었던리더십과포용성을,세종이찬란한업적을쌓는데뒤에서힘이돼주었던태종의조력을주목하면서맥락읽기를강조한다.또한,김구와이승만,이광수와최남선과홍명희를묶어서살펴보며시대의갈림길에서어떠한선택을하는지,그의미는무엇인지묻는다.
나아가,안중근과함께이토히로부미암살을꾀했던우덕순의이야기,이재명과함께이완용암살을도모했다가공소시효가얼마남지않았던때에15년만에잡힌이동수의이야기,2인자의위치에있었지만자신만의길을걸었던이관술과스다카이,자로등잘알려진역사적사건속에서가려져있던인물들을길어올리며,“잊어서는안되는존재를기억하는것이역사가의책무”라고다짐하기도한다.
인물들의이야기와더불어저자는다양한사료의활용을,사료선택과활용시시대적맥락을살피며읽어내야한다는것을강조한다.예컨대,일제강점기에는고려말에피해를끼친‘왜구倭寇’대신‘해구海寇’라고표현했으며임진왜란에관한서술도쉽지않았다고하는데,일제강점기에쓴글이나책을해방후다시출판할때는책의서술내용을다시살펴보아야한다.
또한,이미지안에숨은상징을읽어내는것도강조한다.일례로,비누를사용한흑인아이가흰색으로변한다는내용의비누광고를통해,서구의근대와식민지의근대는선악,강약,백과흑,깨끗함과더러움등으로대비되었음을읽어내고,최근까지도이어져온사례를언급한다.
이렇듯저자는인물이야기와다양한사료를짚어가면서‘사료의선택과활용’‘개념의번역과해석,검열’‘역사의서술’‘다양한해석과관점’이라는역사학의방법론을살펴본다.

역사는과거와현재의대화

『역사를읽는법』은‘기원과시대착오’‘시대적맥락과시기구분’등역사의시간개념을다시생각해보는이야기로시작한다.역사학은조각나고시간적으로단락이존재하는사료를연결시켜이야기를만드는학문이기에,과거를살피는동시에현재의물음에답해야하는과제를안고있기때문이다.
멀지않은세대간에도나타나는다름을인정해야한다.저자는현대사관련수업을할때를예로든다.1987년6월항쟁에관한수업을할때,가르치는이에게1987년은직접경험한시대인반면,배우는이들에게는아직태어나기전에일어났던사건이다.즉,선생에게는과거의‘경험’이고학생들에게는과거의‘역사’라는것이다.학생들은자신을기준으로태어나기이전의사건을역사로이해한다.20살의나이에1987년을겪은이들에게1950년6.25전쟁은37년전역사이고,2024년20살인이들에게는1987년6월항쟁이37년전역사다.역사를대할때는세대마다이해가다를수있음을인정해야하는것이다.
반면,최근우리는과거제국을경험했던국가들에서급진적인세력들이일으키는폭력사태를자주접하게된다.저자는‘과거의부활’이라는영광에매달리는것은위험하다고지적한다.화려한영광을부활하자면서,당대의모순을감추고타자에대한공격성을높인다는것이다.‘라떼’로대표되는일상의언어역시마찬가지다.“이렇듯황금기를과거로설정해불행하고비참한당대가대비되었다.과거가현재를집어삼켜버린것이다.심지어미래까지위험할수있다.”(353쪽)
결국역사는당대의과제,즉현재성의물음을해결해야하기에,‘역사적교훈’‘역사의현재성’‘역사교육과상상력’을살펴보며역사공부의의미를새겨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