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속으로 - 마음틴틴 18

햇빛 속으로 - 마음틴틴 18

$13.50
Description
세 겹의 연극, 두 번의 사랑, 단 한 번의 커밍아웃
나를 감추지 않고 나 자신의 진실로 살고 싶은 희망에 대하여
『햇빛 속으로』는 게이 청소년 수민이의 커밍아웃 과정을 상세히 그려 낸 소설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연극 동아리와 연극제 준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려 나가고 있는 만큼 연극이 중요한 장치로 등장한다. 첫 번째 연극은 ‘예쌤’ 정승규가 공연하는 〈빨간 피터의 고백〉이다. 이 연극은 평화롭게 살던 원숭이가 총을 맞고 포획되어 강제로 인간으로 살게 된 과정을 이야기하는 모노드라마다. 인간 사회의 폭력과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연극을 수민이 다섯 번이나 본 것은 예쌤에 대한 짝사랑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롭고 슬픈 원숭이 피터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억압 아래 본성을 감추고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두 번째 연극은 수민이가 자신의 감정과 성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일상에서 연기를 하기로 결심하면서 시작된다. 살아 있는 사람이 시체 역할도 할 수 있다면 퀴어 정체성을 숨기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나 무언가 숨기고 감추기 위해 동원한 연극은 끝내 실패로 끝나고 만다. 예쌤이 금세 간파했듯이, 빨간 피터의 아픔이 보여 주었듯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자신의 본모습을 억누른 채 살아가는 일은 스스로를 좀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세 번째 연극은 수민이가 지하실 문을 열고 오랫동안 갇혀 있던 자신을 햇빛 속으로 내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연극제에 올릴 모노드라마에서 실제 자기 이야기를 하기로 한 것. 수민은 예쌤과 대화를 나눈 후 용기를 내어 부모님과 절친들에게 차례차례 커밍아웃을 한다. 경악하고 당혹스러워하는 부모님이나 바로 인정하기 힘들어하는 친구의 반응은 앞으로 사회에 나가 경험하게 될 차별어린 시선의 순한 맛 예고편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수민의 부모님은 아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 주고, 친구들도 응원과 위로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수민이 스스로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수민은 관객들이 가득 모인 학교 강당 무대에 올라 온 힘을 다해 외친다. “포기할 수 없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내 마음을. 이것이 내 사랑이고 내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십 대 퀴어 이야기가 새롭지는 않지만 『햇빛 속으로』는 1인칭 화자가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담긴 어두운 자아를 발견하고 인정하고 밖으로 끄집어내는 과정을 차분히 보여 주면서 커밍아웃 과정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퀴어에 대한 언급이나 문화적 재현이 늘면서 예전처럼 노골적인 호모포비아는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퀴어 정체성은 혐오의 대상이 되곤 한다. 성소수자가 ‘소수’인 한 약자에 대한 사회적 공격을 완벽히 없애는 일은 불가능한 일일까? 이중으로 억압받을 수밖에 없는 퀴어 청소년 이야기가 더 많이 쓰여져야 하는 이유다. 『햇빛 속으로』는 퀴어 청소년의 커밍아웃, 섬세한 사랑의 감정, 세 겹으로 감싸인 연극 이야기 등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 많은 작품으로, 자신의 진짜 모습에 대해 고민하는 ‘비퀴어’ 독자들도 즐겁게 읽을 만하다.

저자

배봉기

소년중앙문학상과계몽문학상에동화,문학사상에장편소설,삼성문학상에희곡,스포츠서울과영화진흥
공사의합동공모에시나리오로등단하였고,동화와청소년소설,희곡등작품활동을해왔습니다.
그동안청소년소설『아무도대답하지않았다』『사라지지않는노래』『안녕라자드』,청소년희곡집
『UFO를타다』,동화『너랑놀고싶어』『새동생』『나는나』『실험가족』『무지개색초콜릿』『손
톱공룡』『별빛아이』『달콤매콤』등과동극집『말대꾸하면안돼요?』,그림책『날아라막내야』
『명희의그림책』등을썼습니다.
현재,오래재직한광주대학교문예창작과에서명퇴한후,‘동화·청소년소설아카데미’를구성하여작가및작가지망생들과함께공부하고있습니다.

목차

지하실의소년
연극반목소리
나는‘나’가두렵다
꼭꼭숨겨야해!
연극을하는거야
예쌤,정승규,빨간피터
저원숭이는얼마나외로울까?
목소리MT시작되다
그래야살수있어!
투명인간
최초의사람
문을열다
산오르기
마이러브마이라이프
에필로그,그리고프롤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환한봄날무참히짓밟힌어떤사랑,
그리고어두운지하실에갇힌한소년의이야기

어린아이가자라서일정한나이에이르면누군가에게특별한관심을갖게된다.첫눈에반하거나아무렇지도않게지내다가문득야릇하고이상한감정을느끼거나자기도모르게자꾸만신경쓰게되거나.사춘기청소년의연애감정은당연하다.한국사회의높은교육열이나학업에대한부담감때문에연애가적극권장되지는않지만십대시절의첫사랑은자연스러운일이기도하다.난생처음누군가에게사랑을느낀다는것은얼마나두근거리고설레는일인지.여러사람들중특별한한사람을알아보고마음을준다는것,사랑은아름다운일이다.그러나만약그사랑의대상이많은사람들의통념과다르다면?한남자아이가같은반남자아이를여느친구들과다른방식으로좋아하기시작한다면?동성(同性)을사랑한다면?

배봉기의청소년소설『햇빛속으로』는주인공수민이가연극반을지도하는예술특기강사,일명‘예쌤’에게매혹되는장면으로부터시작한다.큰키에긴머리,패셔너블한외모,다정다감하면서카리스마넘치는태도.고등학생이선생님을짝사랑하는이야기란고전적인레퍼토리에속한다.미숙하고순진한주인공이능력있는연장자에게선망과애정을동시에느끼는것도얼마든지있을법한일이다.문제는예쌤정승규가수민과같은남성이라는데있다.더욱이수민에게는자신의성정체성에대한공포와트라우마가있다.4년전좋아하는친구에게다가갔다가‘이상한놈,더러운새끼’라는욕을먹고모욕감과수치심에사로잡힌적이있는것이다.야멸찬욕설과경멸하는눈빛을대면한뒤로수민은그제야자신의성정체성을깨닫는동시에다른사람들에게알려질까봐공포를느낀다.그리고남자에게사랑을느끼는자기자신을마음속‘지하실’에깊이숨기고억압한채조심조심살아왔다.늘함께하는절친들도눈치채지못할정도로성공적이었으나고2연극반의중요한무대를앞두고예쌤을만난것이다.

이야기는예쌤에대한마음때문에,또자신의성정체성때문에고통받는수민이고민에고민을거듭하고방황하는과정을그린다.수민은연극반연습에빠지고예쌤에대한마음을완벽하게숨기려고애를쓰지만쉽지는않다.아무렇지도않은척일상을이어갈수는있겠지만지하실에가둬둔‘소년’을완전히외면할수는없기때문이다.예쌤뿐아니라연극무대에대한열정도포기할수없는수민은예쌤이출연하는연극<빨간피터의고백>을다섯번이나관람한다.어둠속객석에앉아자신이눈에띄지않길바라지만예쌤은수민의문제를눈치챈다.그리고마침내예쌤이수민에게건넨말.“숨쉬어.숨쉬어야살아.그래야살수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