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유토피아혹은디지털디스토피아
이책은디지털전환,데이터와플랫폼경제,블록체인과가상자산,NFT와메타버스,인공지능등이른바‘혁신’의아이콘을앞세운빅테크들이우리의생존권을어떻게잠식하고있는지를규명한다.디지털‘문명’은풍요로워보이지만,실은많은사람들을디지털‘문맹’으로전락시켜왔다.저만치앞서가는기술발전과급변하는시대적흐름에제대로대처하지못하는사람들로서는불안할수밖에없다.혁신을향한경이로움은이내경계심으로바뀐다.
오랫동안벤처와스타트업현장에서기업인들에게법률서비스를해온저자는,기술발전속도를따라가지못하는법의한계에주목했다.디지털없이는단한순간도살수없게된4차산업혁명시대에서,뻥뚫린법적공백상태를절감한것이다.팬데믹이후디지털로의전환이가파르게진행되면서법으로해결하기어려운첨예한분쟁들또한급증하고있음은두말할나위없다.저자가이책<디지털권리장전>을통해디지털주권을회복하기위한다양한해법을모색하는이유다.
‘혁신’을추앙할것인가,‘혁신’의굴레에서해방할것인가?
저자는이책에서32가지핵심주제를다루는내내‘누구를위한(기술)혁신인가?’라는근본적인물음을통해그해답을궁구(窮究)한다.디지털전환시대에우리가알고있는혁신이란더이상맹목적인추앙의대상이아니다.오히려혁신의굴레에서해방되어야만디지털문맹에빠지지않고디지털주권을회복할수있는것이다.
이책의첫번째항목에등장하는“지금플랫폼으로‘혁신’발‘독점’행열차가들어오고있으니승객께서는한걸음물러나주시기바랍니다”라는긴제목은,마치동전의양면과도같은‘혁신’과‘독점’을나누는기준이무엇인지반문한다.이어‘혁신’의이름으로시작한온라인플랫폼이어떻게거대한자본을형성하는‘독점’세력으로귀결되는지그허와실을낱낱이파헤친다.그리고한걸음더들어가플랫폼노동자들이겪는부당노동행위와팬데믹이후재택근무에서불거져나온노동환경의유연성문제가어떻게고용불안문제로등치되는지를짚어낸다.
데이터의진짜주인은누구인가?
거대한독점자본을잉태한플랫폼경제의승자독식구조는이책의마지막챕터에서다루는데이터의소유권문제와도연결된다.데이터가곧자산이자경쟁력인‘데이터경제시대’에서거대플랫폼기업들이향유하는빅데이터는결코하늘에서‘뚝’하고떨어진게아니다.수많은사람들이모바일과PC에서끊임없이반복하는검색,동의,태그,문자,댓글,구독등거의모든일거수일투족이곧데이터의원소임을부정할수없다.데이터가곧‘나’에서비롯되는것이다.대한민국의주권이국민의한사람인‘나’로부터나오는것과다르지않다.
하지만데이터주권이나소유권에대해서는어떤법에도명시되어있지않다.우리민법은데이터를소유의객체에포함시키고있지않으며,관련법률이라할수있는‘데이터산업진흥및이용촉진등에관한기본법’역시데이터소유권에대해침묵하고있다.
법적공백상태를방치하는이유는간단하다.데이터의소유권이법으로인정될경우,거대플랫폼기업들은플랫폼의수많은이용자가회원가입시제공한개인정보활용동의에대한사용대가를지급해야하는상황에놓일수있기때문이다.이때데이터소유권은혁신의아이콘인플랫폼기업들의성장을가로막는규제(족쇄)로인식된다.
하지만거대플랫폼기업들은데이터의소유권이인정되지않는무주공산(無主空山)에서개인정보활용‘동의’라는깃발만꽂으면얼마든지경제적이윤을얻을수있다.‘데이터독점’문제가불거지는건당연한수순이다.기울어진운동장에서빅데이터를확보한플랫폼기업과그렇지못한스타트업의불편한조우가계속될수밖에없는이유다.
블록체인위에서펼쳐지는NFT,메타버스,가상화폐는
어떻게기존법체계를블랙홀에빠져들게했나?
두번째챕터‘블록체인위에서펼쳐지는법률오디세이’에서는,최근가장주목을끄는미래코드인NFT와메타버스,스마트컨트랙트,가상화폐와조각투자그리고프로토콜경제의대표모델인DAO등에얽힌법리논쟁들을다룬다.최근자본시장에적지않은혼란을초래한테라·루나사태에서불거진가상화폐의불안정한미래를미국과중국,유럽등세계주요국들의법제도를통해진단한다.달러의위상이예전같지않은글로벌통화시장의모습을감안하건대,머지않아CBDC(중앙은행디지털화폐)가기축통화의자리를넘볼수있을지에대해서도심도있게살펴본다.
이책은,블록체인이기존법리에던지는촌철살인질문들도피해가지않는다.NFT세계에서‘소유권’과‘상표권’,‘저작권’등권리관계의문제점과그해법을제시하고,메타버스라는가상공간에서헌법을비롯한민법,형법등기존법제도의적용으로나타나는문제들도낱낱이파헤친다.
인공지능(AI)에게인간으로서의법적인자격,즉법인격을부여할수있는가?
세번째챕터‘AI,적과의동침’이던진화두는인공지능혹은로봇에게인간으로서의법적인자격,즉법인격을부여할수있는지문제로모아진다.이른바‘전자인간(electronicperson)’의법적지위가여기에해당된다.
전문가들은로봇을포한한인공지능이가까운미래에더이상인간의보조적혹은대립적노동수단에머무르지않을것으로전망한다.이미지난2017년2월에유럽의회는‘로봇에관한민사법규칙’을결의한뒤,로봇에게전자인간으로서구체적인법적지위를부여하는방안을고려할것을권고했다.우리국회도전자인간개념을도입한‘로봇기본법’제정안을발의한바있다.
전자인간의법인격논쟁은당장인공지능이예술가혹은발명자로서의법적지위를누릴수있는지여부로불거졌다.2018년스테판탈러교수는발명용인공지능‘다부스’를발명자로명시한특허출원을미국과영국,한국,호주법원에제출했고,이가운데호주에서만인공지능을발명자로인정하는최초의판결이내려졌다.그런데발명용인공지능을특허권자로인정하지않는‘특허법’을따를경우,‘발명자가없는발명’이되는법리적모순에빠지게된다.
이밖에인공지능화가및작곡가가창작한작품을‘저작권법’상저작물로인정할수있는지를비롯해AI의사의등장과기존‘의료법’의충돌문제,AI판사가내린양형결정의형평성논란등인공지능의법인격논쟁은기존인간중심의법체계에명징한균열을내고있다.
한편,인공지능과관련해서법률문제가가장시급하게대두하는분야는단연자율주행차다.자율주행차운행에서빚어지는교통사고의책임법리는매우복잡하다.자율주행의단계별기술수준에따라교통사고의책임소재와경중에차이가크게나타나기때문이다.날로커지는자율주행차시장에조응하는법제도정비가함께이뤄져야하는이유를,이책은구체적인사례를들어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