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법학자 : 화가의 날선 붓으로 그린 판결문

미술관에 간 법학자 : 화가의 날선 붓으로 그린 판결문

$22.00
Description
“모든 예술은 본질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미술 업고 튄 법학자의 크로스오버 명화에세이
여기 전 세계 미술관들을 종횡무진 누비며 ‘미술 업고 튄 법학자’가 있다. 변호사이기도 한 그가 법원보다 미술관을 자주 찾는 이유는, 그림에서 법학의 새로운 관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법률이 엄숙한 법정과 벽돌책 법전에만 존재한다는 잿빛 생각을 다채로운 컬러로 채색한다. 법학자가 입힌 25가지 컬러는 이 책 〈미술관에 간 법학자〉가 됐다.
저자는, 뱅크시의 그라피티가 소더비에서 300억 원 넘게 팔리는 과정에서 상법상 위탁매매의 법률관계를 설명하고, ‘미술계의 리먼 사태’로 불리는 마크 로스코와 잭슨 폴록 위작사건을 다루면서 ‘사기와 착오의 법리’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컬러는 예술인가 혹은 기술인가?’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고는, 색의 독점사용에 얽힌 계약자유의 원칙 및 특허권과 상표권 범위를 되짚는다. 밀레의 〈만종〉과 이중섭의 〈소〉를 감상하며 추급권 개념을 끄집어내는 대목도 이채롭다.
“예술은 본질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것이다”라는 장 콕토의 일성은 예술지상주의를 저격하는 동시에 예술의 자유를 변론한다. 가령 무단으로 타인의 건물 벽에 그림을 그리는 그라피티는 태생적으로 위법하지만, 이로 인해 예술의 본성 자체가 부정되어선 곤란하다. 미술관에서 풀어놓은 법학자의 이야기보따리가 매우 논쟁적인 까닭이다.
화가들이 즐겨 그린 종교와 신화, 역사의 결정적 장면들은 그 자체가 법학의 중요한 연구대상이 되기도 한다. 친모를 가리는 솔로몬 재판을 그린 푸생의 그림은 대리모와 익명출산 논쟁으로 이어지고, 루벤스가 그린 ‘파리스의 사심 가득한 심판’에서는 판사의 제척ㆍ기피ㆍ회피 및 사법의 공정성 문제가 읽힌다. 아폴론에게 산 채로 살가죽이 벗겨지는 박피형을 당하는 마르시아스를 그린 티치아노의 그림은 근대 형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소환한다. 이처럼 법률전문가의 전유물인 법학은 미술을 만나 교양인의 풍요로운 양식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저자

김현진

저자:김현진
서울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한뒤동대학원에서법학석사와박사학위를취득하고사법시험에합격해법학자와변호사가됐다.지금은인하대학교로스쿨에서교수로재직중이다.
학창시절화실을다니며그림을그렸던저자는대학생때훌쩍떠난배낭여행중미술관에서만난거장들의작품을통해인문학적상상력과감성의근육을키웠다.이후뉴욕에서의교환학생시절부터시카고유학생활그리고파리에서안식년을보내는내내수많은미술관을종횡무진하며법학자의형형한눈으로명작의숲을탐사했다.
저자는그림을보고있으면늘그림속에펼쳐진세상이궁금했다.그림에대한배경지식을공부할수록그안에담긴역사적,사회적맥락에서법학이읽혔다.그이야기보따리를풀어헤치는일은이책<미술관에간법학자>의집필로이어졌다.
저자는현재민법을가르치면서프랑스민법과의비교연구를하고있다.우리나라로스쿨최초로‘예술과법’강의를개설했고,이를통해법과예술분야를연결하는예비법조인들을양성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예술’을보호하는‘법’이라는호위무사

[제1법정]그림에담긴기본권의역사
일은어떻게세상을나누는가:우리안에기생해온노동착취와계급,노예의역사
메멘토모리:법학이죽음을기억해야하는이유
전쟁을심판한그림들:전쟁법과양심적병역거부를소환하다
입은비뚤어져도할말은하는법리:명예의보호와표현의자유가충돌할때
당신의깃털은안녕하신가요:조세저항을그린누드화
‘극복’이란시선을극복한다는것:‘장애’와‘차별’에대한오해와편견들
공화의함의:민주주의는항상옳은가
심판관파리스의사랑은유죄:제척,기피,회피와사법의공정성

[제2법정]인간의위선을제소한그림들
예술을돈으로바꾸는연금술사들:미술품경매에얽힌법률문제톺아보기
위선의아틀리에:위작에담긴사기와착오의법리
형벌은어떻게폭력이되었나:죄형법정주의의뿌리를찾아서
나는그림속그들이한일을알고있다:거장들이그린성폭력과보복의미술사
그림,전쟁과함께사라지다:홀로코스트아트를둘러싼소유권분쟁
그림값의잔혹사:뇌물의역사와돈세탁의표백제가된걸작들
엄마의탄생:대리모와익명출산논쟁을바라보며
술이란핑계를처벌하라:주취감형,술에얽힌법의모순
법률가의초상:법복에가려진위선의그림자
[제3법정]예술을살리는법,혹은죽이는법
그때는틀리고지금은맞다?:예술과음란의경계
색을독점하다:작가의컬러와산업재산권을둘러싼다툼
흉물과예술사이:공공미술의공익성과저작인격권의충돌
재주는작가가부리고돈은누가챙길까:추급권의과거와현재그리고미래
영국박물관이세계인의것이라고요?:문화재반환을둘러싼논쟁
루브르는박물관일까,미술관일까:법이나눈미술관과박물관구분의속내
예술을모의했던사람들:예술가의결사의자유와근현대미술사조들
불온한그림,안온한그림:학문을향한거장들의다른시선

작품찾아보기/인명찾아보기/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예술은우리가진실을깨닫게하는거짓말이다.”_파블로피카소
진실을밝히는미술과법에얽힌25가지불꽃논쟁들!

이책은크게3개의챕터로구성되어있다.첫번째챕터인[제1법정]에서는인간의존엄과가치,행복추구권,생명권,노동권,표현의자유,사법의공정성등헌법이보장하는기본권및기본원리에얽힌다양한이야기들을거장들의미술작품들을통해풀어냈다.두번째[제2법정]에서는민형사상법률관계를역시미술작품들과엮어냈다.소더비와크리스티의담합행위,위작에담긴사기와착오의법리,주취감형과형법상‘원인에있어서자유로운행위’,성폭력을미화한명화들의민낯등인간의위선이빚어낸갈등과부조리를리걸마인드에기반해분석했다.이어마지막챕터인[제3법정]에서는저작인격권,추급권,예술과음란의경계,화가들의결사의자유에서태동한미술사조,문화재반환등예술법분야의핵심주제들을심도있게다뤘다.

그림에담긴기본권의역사를소환하다이책은프랑스출신인상파화가카유보트의<마루를깎는사람들>로시작한다.이그림에서저자인법학자는헌법상‘일할권리’즉노동권을소환했다.이어이탈리아화가펠리차의<제4계급>에서노동3권인단결권과단체행동권,단체교섭권을설명한다음산업혁명이후대량생산체제가어떻게노동착취에서노예제로이어지는지를터너의그림을통해풀어냈다.

‘메멘토모리(법학이죽음을기억해야하는이유)’에서는클림트의<삶과죽음>을통해존엄사(안락사)의법리적해석및입법적대안을제시했다.미국화가휘슬러의<검은색과황금색의야상곡-떨어지는로켓>이란추상화에서는‘명예의보호’와‘표현의자유’간법익충돌문제를19세기말영국법원이내린판결과함께살펴봤다.아울러스페인화가소로야의<슬픈유감>에서장애인등소외계층에대한‘차별’이역사적으로어떻게자행되어왔는지규명하는등그림에담긴헌법상기본권의함의를되짚었다.

인간의위선을제소한그림들

기망과불공정,불법과폭력이고도화될수록법학자들의법리해석과연구도진화한다.법학과인간사(人間事)의불편한동행이아닐수없다.그런데미술사를들여다보면,화가들도아름다운것들만그린건아니다.젠틸레스키는유디트가홀로페르네스의목을따는장면을적나라하게그렸고,이를바라본법학자는성폭력과보복의역사를냉철하게진단했다.15세기플랑드르화가다비트가그린<캄비세스의재판>에는뇌물의유혹에빠진판사시삼네스의참혹한처형장면이생생하게묘사됐다.이는곧법학자의뇌물에대한법리해석으로이어진다.물론다비트가그림을통해전하려는메시지는지금도유효하다.
이밖에도소더비와크리스티의담합,위작에얽힌미술계의부조리,천문학적호가의걸작들이돈세탁의표백제가된사연,세계대전으로사라졌던홀로코스트아트의소유권분쟁등미술시장에만연한위선과탐욕의민낯이법학자의형형한눈을만나재해석됐다.

법학과미술의교양있는조우

1884년화가사전트는<마담X>란그림에서모델고트로부인의드레스어깨끈한쪽을흘러내리게그렸다가천박하고음란하다는세간의혹평에추방되다시피파리미술계를떠났다.1815년스페인국민화가고야는<옷을벗은마야>때문에종교재판에까지섰다.그런데<옷을벗은마야>는1969년대한민국법정에서도음란성시비를겪어야했다.부산의성냥제조업체가마케팅수단으로성냥갑에<옷을벗은마야>를복사한카드를넣어판매했는데,이것이남성들사이에서인기를끌면서그야말로성냥이‘불티나게’팔렸다.이에검찰은형법상‘음화의제조및판매죄’를적용해기소했고,대법원은판결문에서<옷을벗은마야>를음화(淫畵)로적시했다.마네의대표작<풀밭위의점심식사>가1883년살롱전에서낙선의고배를마신이유도그림속‘빅토린-루이스뫼랑’이라는누드여성때문이었다.공교롭게도살롱전에서1등을한작품은카바넬이그린<비너스의탄생>이다.신화속여신의누드는예술이지만,일반여성의벗은몸은외설로폄하되던시절이었다.

그런데예술과음란에관한논쟁은21세기에도여전히진행중이다.미국플로리다의한초등학교교사가미술사수업에서6학년아이들에게미켈란젤로의나체<다비드상>사진을보여줬다는이유로학교장이사임하는일이벌어졌다.학부모들은<다비드상>을가리켜포르노라고비난했다.흥미로운건이조각상은이탈리아피렌체시청앞시뇨리아광장에세워져있다는사실이다.

이책은예술계에서오랫동안이어져온‘내로남불’스캔들을비롯해독점사용한컬러의공정성문제,추급권과저작인격권에서문화재반환에이르기까지미술과법에얽힌25가지불꽃논쟁들을100여컷의명화도판과함께담아냈다.